우연히시작되는새로운모험과만남
『창문넘어도망친100세노인』이후로인도네시아발리섬에서휴식을취하고있던알란.보통사람같았으면낙원과도같은섬에서무위도식하는데만족했겠지만,알란은<보통사람>이아니었다.그의101세생일이다가오고,친구율리우스는생일파티를위해거대한열기구를준비한다.그러나예기치못한바람과조작미숙,기계고장때문에알란과율리우스는망망대해에불시착하고만다.다행히지나가던배가조난신호탄을쏘아올린그들을보고구조하러오지만그배는농축우라늄을몰래운반하고있던북한화물선이었다.알란은화물선선장에게자신이핵무기전문가라고거짓말을해버리고,북한으로끌려가게되는데…….
101세노인,김정은과트럼프를만나다?!
1년동안알란에게생긴가장큰변화는그가뉴스에중독되었다는것이다.우연히태블릿을손에넣고사용법을익히고나서알란은온갖뉴스를접하게된다.그가각국의정치지도자들과만나는이야기는황당한웃음을유발하는동시에핵,군축,난민,네오나치등국제사회의여러문제들을스스럼없이드러낸다.한편의로드무비같은주인공의여정을따라가다보면세상에서벌어지고있는씁쓸한일과도마주친다는점이야말로이소설의숨겨진매력이다.
전작에서스탈린,마오쩌둥,트루먼,김일성과김정일등과거20세기의정치지도자들을풍자대상으로삼았다면이번에는김정은,트럼프,메르켈,푸틴등현재21세기의지도자들이등장한다.그중에서도풍자의집중대상은김정은과트럼프이며작가는이둘을<태평양양편에하나씩서있는거대한자아,그것은아무쓸데없는두개의혹덩이>라고가차없이비판한다.
작품전반부는아예북한이무대이다.농축우라늄을밀수해핵무기를만들고자하는김정은,남한등지에서정보전을펼치며북한을주시하는세계각국의비밀요원들,UN에서벌어지는표면적인논의와물밑싸움까지.한국독자들을움찔하게만드는대목이불쑥불쑥튀어나올것이다.
“따라서난이모든권력자들에게〈미안합니다〉라고말하고싶다.
그리고〈너무불평하지마쇼,더고약하게쓸수도있었으니까〉라고도,
또〈그래,내가만일그렇게썼다면어쩔건데?〉라고묻고도싶다.”
-머리말중에서
요나스요나손인터뷰
백살먹은나의영웅,그리고행복의비밀
내가탄택시가스웨덴벽지인고틀란드섬에있는그의집에들어가고있을때,요나스요나손은번들거리는오렌지색부츠를신고서저녁식사에서남은음식을꼬꼬댁거리는닭들에게뿌려주고있었다.2년전고단한삶과<비극적인이혼>으로만신창이가되어가는것을느낀51세의요나손은다섯살배기아들과함께이곳으로이사왔다.단2년만에3백만부가팔린코믹한소설로유럽을휩쓸고,다음주부터영국의서점가까지강타하게될작가를만날법한곳은아닌것같다.
우리가만난것은닭들이아니라,그의상상력넘치고배꼽잡게하는베스트셀러소설『창문넘어도망친100세노인』에대해이야기하기위해서였다.이소설은대부분의유럽국가들을휩쓴책치고는영국에서출판사를찾는데놀라울정도로오랜시간이걸렸다.미국에서는가을에출간될예정이다.
지금까지북유럽픽션은스티그라르손의음울한스릴러나,최근몇년동안영국인의상상력을사로잡아온TV탐정시리즈「킬링」과「발란데르」같은어둡고도무거운것들이주종을이뤘지만,요나손의소설은이를보다밝고도가벼운쪽으로옮겨놓았다.요나손은자신이글을쓰기위해서는47년이필요했다고말한다.
주인공알란칼손은침울하거나자살성향이있기보다는낙천적이고도초(超)윤리적인인물로,그누구도나쁘게보지않는,일종의백살먹은포레스트검프라할수있다.
소설은이노인이양로원에서그의100회생일을기념하는축하파티에서탈출하기위해창문을기어오르는장면으로시작한다.
그는버스를기다리다가어떤범죄조직의돈이가득한트렁크를훔치게되고조폭들에게쫓기게된다.그의주위에는코끼리한마리를포함한잡다한무리들이모여들고,일련의플래시백이20세기의주요정치적사건들에끼어들게된그의삶을보여준다.그는자신이어떻게독재자들을포함한세계지도자들과친구가되었으며,그들의목숨까지구해주었는지들려준다.
인간의결점에대한기막힌풍자인이책은지금까지35개언어로번역되었다.20개의영화사가이소설을영화화하려고싸움을벌였다.그중NICEFLX픽처스라는스웨덴영화사가승리했고,스웨덴코미디언이자배우인로베르트구스타프손이알란역을연기했다.디즈니가배급에관여한이영화는내년에공개될예정이다.
요나손은알란이자신의한면을과장하여태어난캐릭터이며,그가자신의분신이되었음을인정한다.「내가젊었을때,그리고아무것도걱정하지않았을때,내안에는알란이조금들어있었어요.일을하면서또결혼생활의여러가지문제를겪으면서그를잃어버렸지만,다시극단적인방식으로사용함으로써내책을쓸수있었어요.」
요나손은요즘도기분이처질때마다그를생각하곤한단다.「스트레스를받을때면그가내어깨위에나타나서는<힘내,그렇게나쁘지않을거야>라고말하곤해요.」
그는여러차례알란이필요했고,특히나그자신의창문에기어올라삶을완전히바꿨을때에그랬다.
이제우리는대화를나누기위해1850년에지어진그의멋진집안으로들어왔다.홀에는최근에여러마리의병아리들이알을깨고나온커다란인공부화기가하나있다.그는녀석들을자기가족으로여긴다.「내게는어른닭여섯마리,10대닭일곱마리,그리고병아리열한마리가있어요.모두에게이름을붙여주었고,어떤녀석들은내침대에서잠을자요.」「아,혹시침대를더럽히진않나요?」「물론이죠,」그는미소를짓는다.「하지만아주조그맣기때문에더럽혀도아주조금만더럽히죠.」혹시부주의로깔아뭉갠적은없는지?「천만에요!나는항상한쪽눈을뜨고자요.우리가갓태어난아기하고함께잘때처럼말이죠.」
우리는이제아주깨끗한(그리고닭이없는)거실로자리를옮겼는데,거기에는원목마루,보드라운옥색천을씌운소파,그리고창턱에놓인흰색과핑크색의제라늄화분들이보였다.
그는대화를시작하기전에조그만티백형태의스누스코담배두개를윗입술에올려놓는다.「스웨덴에선다들이걸사용해요.」그가설명한다.그는괜찮은영어를구사하는데,단어가생각나지않을때는노트북에도움을청한다.
요나손은스웨덴남부의도시벡셰에서3형제중막내로자라났다.어머니는간호사였고,아버지는구급차운전사였다.항상글쓰기를좋아했던요나손은예테보리대학교에서스웨덴어와스페인어를공부하면서스웨덴최대일간지『엑스프레센』에서일하기시작했다.그리고졸업하자마자신문사에정식으로입사했다.
어느모로보나성공가도를달리고있었지만그는1994년,15년간의직장생활을끝내기로결심했다.
「처음으로창문을넘은것이라할수있어요.난내가무얼원하는지잘몰랐지만,
어쨌든다른삶을살고싶었어요.」
그는미디어컨설턴트가되었고,1년후에는스웨덴민영방송중하나인TV4에프로듀서로들어간다.그리고몇년만에그의미디어회사는1백명이넘는직원을거느린기업으로성장한다.
「나는20년동안일주일에7일일하고,하루에적어도16시간씩일했어요.이따금여자친구를사귀기도했지만,기본적으로는일과결혼했다고할수있었죠.하지만그러는중에도나중에책에넣을생각으로이따금몇페이지씩쓰기도했어요.이게스트레스를이겨내는데도움을주었죠.」
2003년말까지그는디스크수술을두번받았고,늘<끔찍한기분>속에서살았다.어느날인터뷰를논의하려했던어떤스포츠스타와연락이닿지않자,심장이미친듯뛰기시작했고,그는심장마비가왔다고생각했다.「의사는심장문제가아니라고했지만,난스트레스로내자신을죽여가고있었어요.」
그는일을멈췄다.「회복에몇달이걸릴거라고의사가말했지만,실제로는몇년이걸렸어요.우울증치료제를복용하는등치료를받았지만,몇달동안너무나불안하고지친나머지주방까지걸어갈수도없었어요.난삶을바꿔야한다는것을깨달았죠.」2005년에그는그의고양이몰로토프와함께스웨덴의남쪽해안에위치한쇠데르만란드의벽지로이사했다.
「난내회사를약1천만유로에팔았어요.그많은직원들에게피해를입히지않을수있게되어다행이었죠.회사매각은내게자유를주었어요.2년동안자유롭게살다보니훨씬상태가나아졌죠.지금까지는일과결혼해살았으니이제는여자와결혼하는게좋겠다고생각했어요.하지만어떻게마흔네살먹은남자가그런외진곳에서적합한짝을만날수있겠어요?나는Match.com이라는데이팅사이트로가서,40세의혼혈노르웨이여자와접촉하게되었어요.우리의첫번째만남은스톡홀름공항에서이루어졌죠.두번째는내집에서였고,그녀는그집에서계속머물렀어요.」그는아주힘든시간을보냈다고한다.이말을하는그는매우불안해보였고,목소리를낮추었다.「모든게너무빨리진행되었어요.난사랑받고싶은절박한욕구에사로잡혀있었죠.」
「그녀는나를사랑한다고말했고난그녀를믿고싶었어요.만난지몇달후에그녀는임신을했고,우리는2007년2월에결혼했어요.」
아들(법적인이유로이름은밝힐수없다)이태어
났을때결혼생활에는문제가많았다.그들은새출발을하기위해스위스의루가노호수가내려다보이는아파트로이사했지만도움이되지못했다.그들은스위스법정에서이혼했고요나손이아이에대한전적인양육권을갖고어머니는아이에게접근할수없다는매우예외적인판결이내려졌다.
그는빨리스웨덴에돌아오는게좋겠다는판단을내렸다.「스웨덴법정은스위스법정의판결을사용할수없었기때문에,그힘든과정을다시거쳐야했어요.하지만판결은똑같았죠.나는너무나결혼을원했어요.그결과는지금나의모든것이된놀라운아이이고,난결코후회할수가없어요.」
그는스위스에서글쓰기를진지하게시작했다.「사람들이나더러뭐하는사람이냐고물으면대답할말이없더라고요.내자신에게아무런정체성이없는것같았고,그래서드디어작가가될때가되었다고생각했죠.글쓰기는내가트라우마에서벗어나는걸도와주었어요.탈고한나는원고를스웨덴출판사여섯군데에보냈죠.다섯출판사는돌려보냈는데,여섯번째출판사는전화를걸어아주흥분한목소리로이렇게말하는거예요.<지금반밖에읽지않았지만,출간하고싶어요!>난대답했죠.<반만출간하겠다는거예요,아니면전부다출간하겠다는거예요?>」
책한권쓰는데왜이렇게오래걸렸냐고?「그전에는내글쓰기에대한확신이없었어요.내소설의상당부분이세계의대통령들과총리들의머릿속으로들어가는것을필요로하는데,20년전에나는─예를들면─처칠의사고방식에감히다가갈수가없었어요.」그가머릿속에잠시들어가지냈던다른지도자들중에는트루먼대통령,마오쩌둥,프랑코장군과드골등이있다.
「난쓰면서도<정말이런식으로써도될까?>라고자문했고,<그냥해버려>라고대답했죠.」
「자료조사는어렵지않았어요.난늘현대사읽기를좋아했거든요.난많은20세기의괴물들을집어넣었지만,히틀러는아니었어요.비록난우리가모든것에대해농담을할수있고,스탈린도마찬가지였지만,홀로코스트만큼은풍자할수없었어요.난인류의결점들에대해희망을잃지않는풍자를해왔다고생각합니다.」
그는두번째책은그렇게오래걸리지않을거라고약속한다.「세상을뒤집어놓은한남아프리카공화국여자에대한이야기예요.아주재미있는이야기죠.」
힘든양육권분쟁으로처음에는책의성공을제대로만끽할수없었지만,지난몇년동안삶이훨씬나아졌고,여기저기보다편하게돌아다닐수있게끔헬리콥터를한대사서성공을축하할계획도있단다.그리고새로운짝도생겼단다.「그동안마리를만났어요.45세의TV기자로,스웨덴예테보리도서전의어떤책프로그램을작업하고있죠.지금우린함께살고있고아이도가질계획이에요.난다시사람을신뢰할수있게되었죠.」
점심시간이었다.우리가앉아서그라블락스(연어를허브와함께염장한스웨덴음식─옮긴이주)와집에서재배한아스파라거스를먹고있는동안소포가도착했다.곧출간될이책의영역본들로채워진봉투들이여럿들어있었다.「이모든게비현실적으로느껴져요.」그는포장을하나하나뜯으며웃었다.그의소설처럼말이다.
앤절라레빈,임호경옮김,『텔레그래프』,2012년7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