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되는 법 : 히틀러부터 김일성까지, 20세기의 개인숭배

독재자가 되는 법 : 히틀러부터 김일성까지, 20세기의 개인숭배

$22.00
Description
오싹하고 영리한 독재의 기술
중국 현대사의 권위자이자 새뮤얼 존슨상 수상자 프랑크 디쾨터가 20세기 대표적인 독재자들의 흥망성쇠를 개인숭배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디쾨터에 따르면, 어떤 독재자도 공포와 폭력만으로 통치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권좌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독재에도 기술과 연출이 필요하다. 국민으로 하여금 숭배를 이끌어 낸 독재자들, 곧 전제 정치가 합의된 것처럼 가장할 수 있었던 영리한 독재자들은 효과적으로 정적(政敵)을 약화시키고 장기 집권의 길을 닦을 수 있었다.

『독재자가 되는 법』에서 프랑크 디쾨터는 20세기 들어 오싹할 정도로 효과적인 개인숭배를 강요한 8인을 돌아본다. 세심하게 연출된 행진, 치밀하게 구축한 신비주의 장막, 지도자를 찬양하는 노래와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이들 독재자는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안간힘을 썼고 전 국민이 자신을 찬미하도록 부추겼다. 히틀러는 신비주의적인 유사 종교에 기초한 유대를 강조하면서 자신을 대중과 하나로 연결된 메시아처럼 포장했고,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는 부두교 사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신이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는 소문을 부추겼다. 디쾨터는 개인숭배가 독재 정치의 부수물이 아니라, 독재 정치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라고 강조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날의 세계 지도자 중 누군가는 그들과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선정 및 수상내역
2019년 『뉴 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2019년 『이브닝 스탠더드』 휴가철에 들고 가야 할 책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프랑크디쾨터저,고기탁

저자:프랑크디쾨터FrankDikotter
중국현대사의독보적인연구자이자저술가.1961년네덜란드에서태어났다.스위스제네바대학교를역사학과러시아어복수전공으로졸업했다.이후2년간의중국체류기간을거쳐영국런던으로이주했고,1990년런던대학교SOAS(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영국학술원박사후선임연구원이자웰컴연구원자격으로SOAS에머무르다2002년에중국현대사교수로서학과장에올랐다.2006년부터홍콩대학교인문학석좌교수로재직중이며,후버연구소선임연구원으로활동하고있다.
디쾨터가중국을주제로펴낸10여권의저서들은현대중국을바라보는역사가들의시각을바꿔놓았다는평가를받고있다.인민3부작은비교적최근에서야일반에공개된중국공산당기록보관소의자료들을바탕으로하여,마오쩌둥의공산주의가중국인민들의삶에끼친영향을현장감있게그려낸다.그중『해방의비극』은2014년오웰상최종후보에올랐고,먼저출간된『마오의대기근』은2011년영국에서논픽션에수여되는가장권위있는상으로알려진새뮤얼존슨상을수상했다.

역자:고기탁
한국외국어대학교불어과를졸업했으며,펍헙번역그룹에서전업번역가로일한다.옮긴책으로는『해방의비극』,『문화대혁명』,『야망의시대』,『부모와다른아이들』,『사회참여예술이란무엇인가』,『공감의진화』,『멋지게나이드는기술』,『민주당의착각과오만』,『중국과협상하기』등이있다

목차

서문

1무솔리니
2히틀러
3스탈린
4마오쩌둥
5김일성
6뒤발리에
7차우셰스쿠
8멩기스투

후기

선별된참고문헌

감사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개인숭배가총보다탁월한이유

디쾨터에따르면,독재자는원래나약한존재였다.애초부터대중의지지가있었다면,굳이폭력을동원해권력을취할이유가없었기때문이다.그들이진짜두려워한것은국민들이아니라,언제든자신의자리를위협할수있는정적이었다.실제로무솔리니는여러파시스트지도자중확실하게자리잡은한명의지도자에불과했고(1922년에는군지도부내에서반란에직면했다),스탈린은레닌사망2년전에운좋게서기장에올랐지만,당의실권자트로츠키에비하면명함도못내밀수준이었다.1945년당시서른세살의김일성은소련이내세운지도자였고,그는지하운동에서자신보다훨씬성공적인경력을쌓은공산주의지도자들에게둘러싸여있었다.
겨우잡은권력을놓지않기위해독재자는<피비린내나는숙청>,<교묘한속임수>,<각개격파>로정적들을제거해나갔지만,결국에는개인숭배가가장효과적이라는사실을깨달았다.개인숭배는측근과반대파모두를똑같이약화시켰다.개인숭배의목적은설득이아니었다.혼란을주고,상식을파괴하고,개인을고립시키고,개인의존엄성을짓밟기위함이었다.특히다른사람들앞에서독재자를칭송하게강요함으로써모두를거짓말쟁이로만들었다.<모두가거짓을말하면누가거짓말을하는지알수없기때문에공모자를찾아서쿠데타를일으키기가더욱어려워질터였다.>


개인숭배의성공공식

개인숭배는대개비슷한경로를따른다.첫째,독재자는권력을얻은뒤언론을장악했다.로마진군직후무솔리니는최우선적으로반대목소리를내는신문사들의인쇄기부터파괴했다.그는호의적인언론에게는자금을대주고,검열과보도통제를강화해서반정부적인언론을무력화했다.이과정은히틀러나다른공산권전체주의국가도비슷하게진행됐다.정권의나팔수가된언론은영웅의등장을알리고,미화하고,점점뻔뻔한찬양의강도를높여나갔다.
둘째,예술가들과지식인들이영웅신화에새로운생명력을불어넣었다.이를테면,하인리히호프만은히틀러의출소(비어홀폭동사건으로복역했다)부터그의전속사진사역할을부여받는데,그는1932년『아무도모르는히틀러의모습』이라는제목으로사진집을출간했고,총통의인간적인모습을부각시켰다.그해나치당은37.3퍼센트의득표율로1932년7월에가장유력한정당이되었다.한편북한의시인조기천은1947년에『백두산』이라는장편서사시를발표했는데,김일성의운명을바꾼보천보전적지(백두산에서불과40킬로미터떨어져있다)가백두산의혁명가의땅이라는새로운신화를얻었다.시인은이곳을<전사들이자신들의땅을해방시킬날을기다리며잠을자고있다거나혁명지도자들이단번에이산에서저산으로뛰어다닌다>는등의환상적인이야기가넘쳐나는신비로운장소로묘사했다.
셋째,더확실한방법은외국인을끌어들이는것이다.저명한외국기자와단독인터뷰를하거나,유력인사들과의만남을기획한다.스탈린이대표적이다.다른독재자들에비해은둔형에가까웠던그는1930년미국의합동통신사특파원유진라이온스를초대해집무실에서만났다.스탈린은수줍은미소로기자를무장해제시켰다.그렇게스탈린본인의감수까지거친라이온스의글「스탈린웃다!」는전세계신문의1면을장식했다.1년뒤엔노벨문학상수상작가버나드쇼가잘훈련된소련농민들과함께모범학교와농장을방문한뒤,스탈린을<유머가넘치는사람>,<어떠한악의도없는>사람으로공표했다.
마오쩌둥도비슷했다.대장정뒤옌안에둥지를튼마오쩌둥은이상주의적인기자에드거스노를초대해자신의어린시절부터혁명가로서의이력까지각색된삶을들려주었다.그렇게출간된『중국의붉은별』(1937)은마오쩌둥을<완성된한문학자이며독서광인동시에천재에가까운군사적,정치적전략가라고설명했다>.이책은미국에서베스트셀러에올랐고,중국어로도번역되어마오쩌둥을유명인사로만들었다.
루마니아의독재자차우셰스크는국제사회의인정을정권의정당성으로활용했다.그는1977년까지약쉰개에달하는국제훈장을수집했고,백악관에초대받아카터대통령과만찬도즐겼다.절정은1978년버킹엄궁전방문이었다.엘리자베스2세여왕과함께왕실마차에올라환호하는군중에게손을흔들었고,궁전에서의모든공식행사가텔레비전을통해루마니아에24시간방송되었다.


개인숭배의절정

개인숭배가절정에달하면이제나라는온통독재자의이미지로채워진다.문화대혁명당시중국은천지가마오쩌둥을찬양하는표어와목소리로진동했다.<빈벽은모두세심하게인용된마오쩌둥의어록이나그에대한헌사>로채워졌고,<우리의위대한스승,위대한지도자,위대한사령관,위대한조타수>와<마오주석만세!>와같은표어들이상점,공장,학교에도배되었다.어디를가도주석을찬양하는목소리였다.홍위병들이파출소안에서주석의어록을읽으면파출소와연결된확성기를통해거리전체에울려퍼졌다.혁명청년들은떼지어도시를행진하면서주석의사상을찬양하며혁명가를불렀다.심지어국내선여객기의승무원들이승객들에게주기적으로주석의어록을읽어주었다.개인숭배의절정기에북한역시마찬가지였다.김일성주석이한말은모든신문에서다루어졌다.토목공학부터분자생물학에이르기까지분야를막론하고모든출판물은의무적으로그의치적을언급해야했다.그의연설은편집을거쳐김일성전집으로출간되었고,전국의사무실과교실에서는그의자애로운시선아래인민들이그의어록을공부했다.
아이티의독재자뒤발리에도종신대통령에오르면서개인숭배를본격화했다.혁명10주년기념일에맞춰대규모행사를기획했고,대통령얼굴을새긴각기다른액면가의금화4종이주조되었다.가두행진도벌였고,그의이름을딴온갖시설들이생겨났다.<프랑수아뒤발리에다리>가생겼고,<프랑수아뒤발리에도서관>,<프랑수아뒤발리에국제공항터미널>이문을열었다.
한편1929년무솔리니의개인숭배가절정에달했을때,초상화와메달은물론동판화와심지어비누에도그가있었다.프랑스기자앙리베로는이렇게논평했다.<어디를보고어디를가든지당신은계속해서무솔리니를발견하게될것이다.><무솔리니는어디에나존재하며마치신과같다.그는사방에서당신을지켜보며당신도도처에서그를발견한다.>
독재자의퇴장

개인숭배가독재자의수명을잠시연장해줬을지는몰라도,어쨌든그들의몰락은예고되어있었다.독재자들은추종자가만들어낸환상을굳게믿으면서자신만의세계에빠지는경향이있었다.나라의대소사가거의그들의판단에좌우되기때문에아주사소한계산착오도치명적이었다.무솔리니와히틀러는자신을천재라고생각했고,군사전문가를무시하고직접작전을주도하다패전을불렀다.마오쩌둥,김일성같은공산권지도자들도농촌집산화정책을무리하게추진하다가수많은민중을기아와빈곤에빠뜨렸다.
그러나독재자의몰락이곧바로개인숭배의끝은아니었다.개인숭배는독재자의공연일뿐만아니라,민중들이함께만들어가는쇼이기도했다.독재자의몰락이확실시된나라,반대파세력이정권을잡은나라의민중들은곧바로연기를멈추고그들을기억에서삭제해버렸다.1945년반파시스트유격대원들에게체포된무솔리니는곧바로처형되었고,이후수개월동안이탈리아국민들은전국의건물과산에서지난독재의상징물을도려내고,동상을박살냈다.1989년12월차우셰스쿠는생방송으로열린집회연설도중한번의야유와함께순식간에몰락했다.곳곳에서사람들이정부건물을공격하고차우셰스쿠의공식초상화를찢고그의선전용책들을불태웠다.수십년간모든소련언론의숭배대상이었던스탈린도초라하게퇴장했다.<그의장례식이끝나고한달이지나자신문에서스탈린의이름을더이상찾아볼수없었다.>
그러나자신의범죄에대하여당지도부를공범으로만든마오쩌둥이나,후계세습을완성한김일성의경우에는달랐다.아직개인숭배쇼의2부와3부가준비된나라에서는민중들이다음쇼를위해새롭게연기를펼쳐야했다.마오쩌둥사망직후,한여성의아버지는<절친한친구를초대한다음문을걸어잠그고집에있던유일한포도주를개봉했다>고회상했다.전날까지행복해했던아버지와친구는이튿날<공공추도식에나가다른사람들과함께더할나위없이슬프게통곡했다>.
김일성사망직후,그의거대한동상이세워진만수대로모여든북한주민들은<서로경쟁하듯이각자의비통함을쏟아냈다.자신의머리를때리거나,졸도하듯이쓰러지거나,입고있는옷을찢거나,하늘을향해주먹질을했다>.상심한국민들의모습을끝없이내보낸텔레비전방송도그들을더욱부추겼다.<비행기조종석에서눈물을흘리는조종사들이방송을탔고돛대에자신의머리를찧는선원들도전파를탔다.>비밀경찰은주민들을감시했고그들의표정과목소리를관찰하면서그들의진정성을판단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