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배우기
학창시절,공부만큼콤플렉스를자극하는것도드물다.잘했으면좋겠고,실제로엄청난시간을공부에투자하지만대개는원하는점수를못얻고실망한다.아무리공부해도좀처럼실력이늘지않는사람이라면나의공부법에문제가없는지점검해봐야한다.매일공부하는철학자탁석산이〈공부의기술〉을정리했다.공부는왜해야하는지에대한물음부터,어떻게잘할수있는지구체적인방법론까지폭넓게다룬다.
이책에따르면공부는머리(지능)로하는것도,엉덩이(인내)로하는것도아니다.적절한뇌과학의원리를습관으로만들면훨씬효율적으로학습할수있다.영어를모르면영어문법책을읽고,미적분을모르면수학의정석을공부하듯,공부하는방법을모른다면공부의원리를기초부터차근차근배워보자는것이다.저자는전문가들이밝혀낸학습의비밀과자신의공부경험을오가며〈시차두기〉,〈섞어서하기〉,〈다양하게하기〉,〈잠을이용한방법〉등독특한공부기술을제시한다.또한시험을잘치르고,독서·글쓰기·말하기실력을높이기위해서는어떤공부기술이필요한지『햄릿』,『파우스트』등의고전과,헤밍웨이,오에겐자부로등문인들의사례를통해흥미로운이야기를들려준다.
기억력이중요하다
탁석산은기억력을모든학습의기본이라고강조한다.기억이없다면추론할수없고지식을쌓기도어렵기때문이다.〈사실상안다는것의80퍼센트는기억〉이라는것.그가말하는기억력은벼락치기시험에필요한순간암기력이아니다.장기기억에저장되어오래지속하고,새롭게학습한지식과결합하여뇌연계를만들고,결과적으로필요할때언제든꺼내쓸수있는능력까지기억력이다.
그럼어떻게효과적으로〈기억의양〉을늘릴수있을까?저자는시차두기와반복적인테스트를권한다.시차(時差)두기학습은1895년에독일의심리학자헤르만에빙하우스가입증한실험이다.무언가를암기할때그자리에서몽땅외우기보다며칠에걸쳐외우니까시간과노력이줄어드는결과를얻었다.저자는유학시절유명한일본어학원에서했던공부법을떠올린다.수업앞뒤로전날공부한것과당일공부한것을테스트했는데,50분수업시간중테스트에만20분을썼다는것.또한대입재수시절〈당일-일주일-한달〉세번에걸쳐배운내용을정리하고문제집을풀면서좋은결과를얻었던이야기도한다.당시에는몰랐지만,이런방법들이모두시차두기학습이었던것이다.
저자가보기엔,현재우리창의성중심교육은〈기억의양〉을늘리는데는어려움이있다.중국에서는한시300수를외워야고등학교를마칠수있고,미국과유럽에서도시나문학작품을외우는일이흔하다.주입식교육이구시대산물로여겨지지만,역설적으로그방법론인시차두기와잦은테스트가탁월한학습효과를보인다는것을과학이증명한다.특히시험은자기실력을확인할수있는유일한도구이다.저자는학교에서시험을치르지않더라도,스스로문제집을마련해서나의수준을수시로평가할것을주문한다.
잠을충분히자야한다
시차두기학습이효과적인이유는우리가중간에잠을잔다는사실에있다.최근뇌과학은수면과정에서뇌가복잡한문제를해결하고,단순정보를지식으로엮고,지식을장기기억으로옮긴다는사실을밝혀냈다.저자는잠을일종의회반죽에비유한다.벽돌공이벽돌을쌓을때접착제역할을하는것이회반죽이다.벽돌공은시간을두고차례차례회반죽을바르는데,개개의벽돌에붙는시간이필요하기때문이다(그런고려없이한번에올리면벽돌들이무너진다).여기서벽돌은정보와지식,회반죽은잠이다.
뇌과학에따르면,충분한수면(회반죽이굳는시간)없이공부를잘할수있다는생각은착각이다.물론잠을희생하면서까지공부해시험에붙는사람들도있겠으나,과학적으로보면잠을줄였기때문이아니라잠을줄였음에도불구하고(다른긍정적인노력덕분에)합격했다고보는게맞다.우리뇌는자는동안기억력,판단력,통찰력이향상된다.연구에따르면,신선한뇌로1시간공부한것이피곤한뇌로3시간공부한것과맞먹는다고한다.특히벼락치기는가급적삼가야한다.일시적효과는있을지몰라도장기기억(진정한배움)에는전혀도움이되지않는다.급하게쌓은벽돌은쉽게무너져내린다.
흥미로운공부기술
이책에서제안한공부기술가운데흥미로운몇가지를소개한다.
첫째,25분집중력훈련하기.보통의사람들은25분집중이최대치라고한다.이후에는집중력이떨어지므로중간에이완의과정을거쳐야한다(뇌는집중과-휴식이한사이클로돌아갈때능률이오른다).실제로해보면25분은생각보다긴시간이다.따라서집중을유지하기위해서는개인적보상을준비하는것이좋다.음악감상을하든멍때리기를하든각자가선호하는방식을취하면된다(저자의경우엔초콜릿을먹거나미술책을본다).단,기말시험성적이좋으면뭘해준다거나하는식의〈먼훗날보상〉은소용없다.이와같은휴식은다음집중을위한징검다리일뿐이므로,10분을넘기지않는것이좋다.
둘째,공부를멈출때는언제일까?저자는집중해서공부한뒤,즉〈막힐때〉쉬라고권한다.예를들어수학문제가더이상풀리지않을때,단어가더머리에들어가지않을때,개념을알기위해애쓰고는있지만좀처럼파악이안될때,또는체력이달린다고느낄때쉬라고한다.오해하지말자.공부가귀찮고피곤해지면쉬란얘기가아니다.충분히집중해서공부한뒤,머리와체력이벽에부딪힐때가쉬는타이밍이란것이다.휴식을취하는사이뇌는그동안공부한내용을나름대로정리한다.즉,이완된상태에서뇌가일할수있도록〈일거리를던져주고〉쉬란얘기다.
셋째,칸막이식연습을피하라.공부스타일에따라시험을준비할때,한가지유형의문제를몰아서공부한뒤에다시다음유형을푸는경우(칸막이식연습)와,유형에따른구별없이섞어서연습하는경우(섞어서하기/다양하게하기)가있다.실험에따르면칸막이식연습은연습직후에는효과가좋을지몰라도실전에서는좋은결과를기대하기힘들다.야구에비유하자면한구종만집중훈련하는투수와같다.직구를수십번던진후엔직구구질이좋게나오고,포크볼을계속던진후엔포크볼구질이좋게나온다.투수본인은훈련이잘됐다고만족할지몰라도,(직구와변화구를섞어서던져야하는)실전에서는연습때의구질이나오지않아애를먹는다.책에서제시된〈새분류하기〉와〈화가-작품매치하기〉연구도마찬가지다.같은종의새와같은화가의작품을몰아서공부한사람들은거기서무언가특징을발견(?)했다고생각하지만대부분오답을내놓는다.전문가들은오히려섞어서다양하게연습하는것이〈겉으로드러나지않는근본적인개념을배우고,판단이필요한고차원적인문제를푸는데〉효과적이라고설명한다.
공부의활용-독서법과글쓰기
많은사람들이자신의지적수준을높이는수단으로독서와글쓰기에관심이많다.독서와글쓰기실력을높일수있는방법으로는어떤것이있을까?이책은몇가지흥미로운사례를들려준다.
먼저독서법의경우,저자는자신만의고전을만들것을주문한다.노벨문학상수상자오에겐자부로의고전은『허클베리핀의모험』이었다.학창시절미국문화원에서이책을원서로접했는데,보자마자술술읽을수있었다고한다.영어를잘해서가아니라,일본어판으로수도없이읽어외울지경이었기때문이다.어린시절자신의고전을만들어놓으면그책을20대,30대,더나이들어서도새롭게읽을수있다(시차두기읽기).저자본인도『춘향전』을몇십년간여러번읽었고,〈단순한옛날이야기에서시대를읽을수있는소설〉로변하는경험을했다고밝힌다.〈자신만의고전이있다면마르지않는샘을집에갖고있는것과비슷할겁니다.목마르면언제나찾아와목을축이고원기를회복해서세상으로다시나아가는것이지요.〉
한편글쓰기기술에서저자는루틴을강조한다.작가를꿈꾸는사람이라면매일같이쓰는습관을들일필요가있다는것.예를들어헤밍웨이는당일의글쓰기를언제마치는가에관해서독특한습관이있었다.다음이야기가남아있을때,즉다음에무슨일이전개될지대략머릿속에정리되면딱거기서멈추고다음날다시글을시작했다는것이다.계속쓰고싶다는욕망을참는다는것인데,글쓰기의의욕을꺼뜨리지않고꾸준히오래작품활동을할수있었던비결이다.투수는자신의힘의70퍼센트정도로던져야잘던질수있고오래던질수있다.글쓰기도이와비슷하다.전력을다하고그다음날뻗는것보다매일정해진만큼꾸준히쓰는게좋다.
공부는습관이다
이책은다양한공부기술을얘기하고있지만,결국이방법을습관으로만드는것이중요하다.연구자들에따르면,공부는의지와는별로상관이없다.잘하겠다는의지를불태우기보다우선자리에앉아공부를시작하는습관을몸에익히는게중요하다.이책에서제시한몇가지습관을소개한다.
첫째,즉시시작하고,20분만참자.미뤄둔과제를앞두고배가아프고두통이생기는경험을해본사람이있을것이다.실제로하기싫은일을생각만해도통증을관장하는뇌의섬피질부위가활성화된다고한다.(우리몸이정말로아픈것이다!)이경우,피하고싶은숙제도전문가들은일단시작하라고권한다.20분만지나면괴로움이사라지고,그후에는별통증없이숙제를할수있다는것.〈너무고민하지말고즉시하라!〉이것이전문가들이권하는방법이다.
둘째,일과를끝내는시간을정해라.공부를습관으로만들려면매일일정한시간똑같은자리에서곧바로시작할수있어야한다.일종의루틴을만드는것이다.저자는특히컨디션이좋을때를조심하라고말한다.예를들어,밤12시가일과를끝내는시간인데,그날따라공부가잘된다.어떻게할까?조금더하고싶은마음이들것이다.반대로컨디션이나쁜날에는몸도무겁고일찍자고싶을것이다.저자는몸이아픈날이야어쩔수없더라도,몸상태가좋은날에는최대한끝내는시간을지키라고주문한다.그래야끝내는시간을습관으로만들수있다는것이다.
셋째,집중할수있는환경만들기.저자는공부하는시간(집중의시간)에는애완동물이든스마트폰이든,심지어가족까지도멀리하라고강조한다.특히음악을들으며공부하는사람들이많은데,우리가공부하면서음악을듣는것처럼느끼더라도사실은음악을듣고그다음순간공부를한다는것이다.뇌는동시에두가지는못한다(클래식이라도다를게없다).집중력을분산하는것이주변에있다면치워라.20세기사상가시몬베유는〈주의력을기르는것이학문의기본〉이라고말한다.집중할수있는습관만들일수있다면,공부는물론인생자체가달라질수있다.
우리는왜배워야할까?철학자하이데거는〈나는존재한다.고로나는할수있다〉라고말했다고한다.나의존재란생각하거나느끼는데그치지않고,내가할수있을때의미를갖는다는얘기다.배움은무언가를할수있는능력이다.초등학교때골목에서공을차던아이가유럽클럽에서선수로뛴다.고등학교때는평범했던아이가세월이흐른후큰병원에서인공관절수술을한다.그들이그렇게변신할수있었던것은오로지교육덕이다.유소년클럽에서훈련을받거나,의사과정을밟으면서기술을습득한것말고는그런변화를설명할길이없다.만학도할머니가초등학교졸업장을따고환하게웃듯,할수있는게많아지면삶의의욕도커지고자존감도높아진다.오직〈배움을통해서만인간은다른존재가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