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양장본 Hardcover)

7월 14일 (양장본 Hardcover)

$14.80
Description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로 엮어 온 공쿠르상 수상 작가 에리크 뷔야르가 이번에는 『7월 14일』을 통해 바스티유 점령의 현장을 짧고도 강렬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사에 희미하게 기록되거나 기록되지 않고 잊힌 민중을 내세워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점령의 현장을 생생히 그려 낸다. 뷔야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혁명을 이끈 주인공은 글을 모르는 사람, 땀과 먼지를 뒤집어쓰며 푼돈을 버는 노동자, 백수건달, 시골 사람, 죽은 형제의 얼굴을 확인하는 동생이다. 〈사태를 직면하려면 이름 없는 군중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뷔야르는 나아가 과거와 현재를 부단히 연결 지으며, 지난날을 통해 오늘날의 현실을 환기하고자 한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21세기 한국의 독자는 18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진 사건이 낯설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에리크뷔야르

ÉricVuillard

2차대전전야를다룬150페이지의짧은소설로공쿠르상을수상해주목받은작가.1968년프랑스리옹에서태어났다.뷔야르가10대때,의사였던아버지는모든것을뒤로하고알프스벽촌으로이주했다.뷔야르는청소년기에스페인과포르투갈을여행했고,대학에서는자크데리다밑에서철학과인류학을공부했다.
1999년첫책『사냥꾼』을출간했고2002년부터영화감독겸시나리오작가로활동했으며두편의영화,「걷는남자」와「마테오팔코네」를만들었다.역사적사실을바탕으로한작품을연이어발표했는데,그는자신의작품을〈소설roman〉이아닌〈이야기récit〉라고부른다.스페인정복자들을다룬『콩키스타도르』(2009),1차대전을다룬『서쪽의전투』(2012),식민지와노예제를다룬『콩고』(2012),서부개척시대를다룬『대지의슬픔』(2014),2차대전전야를다룬『그날의비밀』(2017),종교개혁시대를다룬『가난한자들의전쟁』(2019)등이있다.특히『그날의비밀』은프랑스최고권위의문학상인공쿠르상을받았다.
『7월14일』은프랑스혁명사에희미하게기록되거나기록되지않고잊힌민중을내세워1789년7월14일바스티유함락의현장을생생히그려낸다.뷔야르가들려주는이야기에서혁명을이끈주인공은글을모르는사람,땀과먼지를뒤집어쓰며푼돈을버는노동자,백수건달,고향을떠나온시골사람,배고픈아이들이다.〈사태를직면하려면이름없는군중의시각으로봐야한다〉는그의신념이잘드러난작품이다.뷔야르는현재프랑스북서부렌에거주하며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티통별장
통브이수아르공동묘지

무기를들다
불면
성채
파리
군중
민중의대표
아르스날
도개교
대표단의고질병
손수건
시체
허공위의판자
줄광대
대홍수
종이비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공쿠르상수상작가에리크뷔야르가그려낸
프랑스대혁명의주역,가난한민중의몸짓

매년7월14일이면프랑스곳곳에서축제가열린다.1789년7월14일민중이바스티유감옥을습격해프랑스대혁명의서막을연일을기념하기위해서다.역사적사실을이야기로엮어온공쿠르상수상작가에리크뷔야르가이번에는『7월14일』을통해바스티유점령의현장을짧고도강렬하게담아냈다.1789년4월에서7월14일에이르기까지의시간이전체열여덟장으로이루어진이야기에서네개의장에압축되어있다.나머지열네장은단하루를중심축으로펼쳐진다.

멀끔한역사를다시쓰기

1789년7월14일프랑스에서는무슨일이벌어졌나?한가지사건을바라보는방식은무수히많을것이다.관점에따라사건은중요하거나사소한일,비극이거나별일아닌일이되기도한다.에리크뷔야르는그날바스티유점령의현장에있던민중개개인의관점을택했다.『7월14일』은주요인물몇명,몇몇핵심사건과키워드로간추려진역사와거리가멀다.듣도보도못한이름들이끝도없이펼쳐지고,흙먼지가독자의시야를가리며,땀냄새가코끝에닿는듯하다.뷔야르는어수선한역사를그려냄으로써쉽게무엇이중요하다고들이미는,멀끔히정돈된역사에의문을제기한다.역사학자이자작가인아를레트파르주는자신과뷔야르작업이공유하는지점을묻는말에,둘다〈대단한사건만이환영받고《하찮은삶》에관한것이라면한순간도역사로여기지않는아카데미즘에대한일종의반발심〉을지녔다고답한바있다.(『르몽드』,2016.9.8.)

숫자에서사람으로

『7월14일』에는주인공이없거나수없이많다.피땀흘려역사를만들었으나중요하게다뤄진바없는익명의군중,즉푼돈을버는노동자,직인,문맹,떠돌이,백수건달,시골사람,죽은형제의얼굴을확인하는동생이각자의몫을해낸다.집필을준비하던뷔야르는아카이브에서건져낸공식문서에서기나긴이름의목록과통계를발견한다.바스티유를습격한9백여명의이름,그중사망자수98명.그는침묵에잠긴기록에몸짓과목소리,사는곳과취미,스치는생각을불어넣어살아움직이게한다.금박공사고는허름한다락방에살았고,자주어울리는술친구들이있었으며,저녁무렵아내와창가에서서잡담하기를좋아했다.그는바스티유에서총을맞고쓰러졌다.가로등점등원프랑수아는강변시장에서싸게구입한바지를입고구두끈을대충묶고다녔으며산책을즐기곤했다.그도바스티유에서총을맞고쓰러졌다.다른한편에는짤막한기록으로조차남지못하고잊힌여성들이있다.〈우리의기억에서여자들은이토록푸대접을받았고그들의성은사라졌으며주소,생일,출생지는흔적조차없다.〉
뷔야르는한라디오인터뷰에서〈역사가통계와목록을남겼다면(……)문학은지나간행위에생명을불어넣고,사건을군중에게되돌려주며,군중에게얼굴을부여해야한다〉고말했다.(라디오프랑스,「파소도블레」,2016.9.5.)그런작업으로탄생한이야기안에서우리가만나게되는것은숫자나문자가아니라우리같은사람들의얼굴이다.

침묵하는기록의박동소리를듣는일

뷔야르는거꾸로살아숨쉬던사람들이공식서류에차갑게박제되는과정을파고들기도한다.이를테면7월14일에남편이실종되면서생계가어려워졌고,보조금을받을수있을까싶어경찰서를방문한마리블리아르를조명한다.마리는짐작만하던남편의죽음을서류로확인한다.〈성별은남성,나이대략42세…….〉서기가성가신투로시신의외관을묘사한기록을낭송하자남편은〈더이상시체도아니고이름도아니며그저하나의물건,장부에기록된몇줄,그리고얼른마무리하기위해분류하고목록으로만들려하는사물〉이되어버린다.이어서서기는마리의진술을기록한다.〈고인이된점등원프랑수아루소의부인마리잔블리아르가출두.상기여성은바스티유점령일7월14일에…….〉그것은곧〈말을낚아채서는얇게저며토막내고삶의흔적을깨끗이씻어내〉는과정이다.그렇게해서남은문서들은뷔야르에게〈언제나기이한방식으로박동하〉는무언가이다.(『르몽드』,2016.9.8.)그는기록의표면아래서생동하는삶들을자신의글로데려와이야기로재구성한다.

과거와현재,그들과우리

뷔야르는역사를다시쓰는데그치지않고나아가과거와현재를부단히연결짓는다.이런시도는부정대명사〈on〉의사용에서두드러진다.프랑스어문법에서〈on〉은문맥에따라일반개념으로서의인간,누군가,누군가들,그들,혹은우리들을모두뜻한다.부정대명사안에서과거의그들과현재의우리는시공간을뛰어넘어자연스럽게어울리게된다.그리하여이런표현이가능해진다.〈사람들은뒤집히는세상을에워싸고춤을췄고눈빛은불속에서초점을잃었다.우리는마른짚같은불쏘시개였다.〉
책의마지막두문단에이르면지난날을통해오늘날의현실을환기하려는뷔야르의의도는더없이명확해진다.그는허름한술집테이블에올라연설하던익명의누군가처럼우리를향해말한다.〈구역질이날때,명령에울분이터질때,당혹감에숨이막힐때면일말의연대감마저끝내썩어문드러지고만저가소로운대통령관저의문을부수고들어가서류철을훔치고,문지기를간지럽히고,의자다리를물어뜯고,옛추억을되살리듯철통같은벽아래에서빛을찾아야만할것이다.〉그말을들은우리중몇몇은어쩌면고개를끄덕일것이고,그순간18세기프랑스에서벌어진사건은21세기한국의독자에게낯선일이아니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