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이하진의귀환
2022년카카오웹툰최대화제작
2021년말주식개인투자자수는1374만명으로전년보다2배이상급증했다.최근3년새해외주식계좌수는6배가급증했다.MZ세대5명중1명은주식투자를하고있다.2030세대가초고위험투자를일종의게임과유사하게인식한다는분석도나온다.(금융감독원보고서「MZ세대의특징과금융산업에의시사점」)
대투자의시대,그림자도짙다.개인파산이나가족갈등을넘어가족이해체되고비극적인사건이연이어보도된다.국가정책차원의구제책이논의되는시기에과도한주식투자를도박중독으로보고그위험성을인지하는시각은드문편이다.그간간과되어온주식중독의사례를가족의입장에서생생한경험담으로그려내며뜨거운공감대를형성한웹툰이인터넷커뮤니티와SNS등에서입소문을타며빠르게확산된이유이기도하다.그결과,6개월만에누적조회수7백만을넘긴웹툰『도박중독자의가족』이마침내책으로출간되었다.
이책은개인투자자가도박중독자로변모하는과정을생생하게그린수기이다.주식투자로가족들의자산을관리해오던시동생이점점더위험한상품에손대기시작한다.저자는시동생의도박중독가능성을경고하지만가족들은그런저자를비난한다.가족구성원의과오를덮어주고빚을갚아주는것이당연한의무라고여긴그들의사랑은재앙을불러온다.서로를지키려던마음은끊임없이배신당하고휘둘리며<공동의존>이라는심리적질환으로나아간다.
불행의고리에서벗어나일상을회복하기위한여성의분투기
이하진은그리스고전『일리아스』를정치와전략중심의여성주의시각으로재해석한웹툰「카산드라」로마니아적팬덤을구축한작가이다.그런그가2014년「카산드라」2부를마지막으로긴침묵의시간을거쳐2022년『도박중독자의가족』을발표한다.이책은휴재의이유를설명하는책이자작가의한시기가담긴작품이기도하다.
저자는그시기에시동생의도박중독문제를겪는다.가난한어린시절을거쳐부자가되겠다는일념으로주식공부를한시동생은어머니와형제들의자산을도맡아관리한다.하지만리먼사태로인한글로벌금융위기로큰손실을보게된다.시동생은빅윈bigwin,즉주식으로큰돈을벌어본경험을잊지못하고손실을메우기위해점점더위험한파생상품에손대기시작하면서도박중독으로나아간다.
이책은도박중독자의가족으로살아낸수기이면서,동시에가부장제내에서진실을추구해나간여성의분투기이다.저자가카산드라와자신을투영한캐릭터라고밝힌화자<하진>은가족구성원가운데누구보다먼저시동생의도박중독가능성을발견한다.그리고가족에게경고하지만누구도그의말을귀담아듣지않는다.가족이라는이름으로도박빚을갚아주는것이선의라고믿는상황에서,진실의목소리를내는여성이할수있는일은없다.견고한가부장제내에서는아무리선구적이고지혜로운목소리를낸다고해도그것은제삼자이자최하단에위치한여성의목소리일뿐이다.
그럼에도자식을포기할수는없다며주변의만류에도경제적으로,정서적으로지탱해주는시어머니는상황이안좋아질때마다끊임없이며느리에게전화를건다.책망과회피와넋두리가섞인시어머니의감정분출에휩쓸려저자가공동의존으로빨려드는과정은<시댁>과의관계에서자신의삶을독립적으로지켜내기힘든여성들의현실을절실하게드러낸다.
이책은주식,코인,알코올,마약,게임,SNS중독으로휩쓸리는시대에대한가장시의적절한단서이자,가부장제사회에서여성이자아를상실하는과정을그린씁쓸한일화이기도하다.아내,자녀의허물을덮어주기위해최선을다하지만정작문제해결을가로막는가장큰방해물이되는어머니,부모의실패나결함을자신의책임으로인식하며불안장애를얻게되는딸등여성으로하여금공동의존에빠지게하는한국가부장제의초상을다층적으로그려보인다.그리하여이책은도박중독자의가족으로서삶을계속살아내야하는여성에게준엄한사례이자풀기힘든역설이된다.
비하인드스토리,해제와부록까지
한권으로만나보는도박중독의모든것
이책은기존연재만화에더한풍성한부록들로작품이담고있는이론과실제양면을충실하게보완한다.먼저저자의비하인드컷과비하인드스토리를통해도박중독자였던상담사의이야기,여전히남아있는문제를인정하면서도자신의길을걸어가기로결심한저자의뒷이야기,중독성사고와공동의존증을설명하는6컷만화를통해도박중독에대한직접적인이해를돕는다.말미에는성인과청소년을대상으로한도박문제자가점검표와피해구제를위한헬프라인을수록했다.
또한한국중독정신의학회특임이사이자『어쩌다도박』,『중독정신의학제2판』등을공저한정신과전문의하주원의해제를통해공동의존과회복에대한심층적인이해를돕는다.
해제에서하주원전문의의말처럼우리는<도박을할수있는사람이라는것을받아들이는자세>가필요한시대를살고있다.하루에한캔씩마시는맥주,잠깐도꺼둘수없는SNS창,끝끝내삭제하지못하는주식MTS나코인거래소앱은모두중독의시그널이다.그럼에도<인간은약한존재지만약하다는것을인정할때강해질수있>다.이책은그런우리에게다가온단단한손길이다.저자의말대로<내가걸린이병은평생낫지않을지>모르지만<그렇다고해도또다시다짐>하며,<오늘하루만은내가원하는대로살아보겠노라고>내딛는분투의과정을읽어나가는것만으로우리의일상은좀더단단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