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마술사제니마턴,
우당탕기상천외한수사에뛰어들다!
앞으로쭉눈여겨봐야할신인이라는평을들으며대중의찬사속에화려하게데뷔한젊은작가조나탕베르베르의첫장편소설.경쾌한추리,개성뚜렷한등장인물들,감동적인깨달음이어느하나모자람없이조화를이루는이화려한모험담은,심령술과마술,탐정수사가뒤얽힌기이하고매력적인세계로독자들을이끌어간다.
1888년,뉴욕.스물여섯살의가난한마술사제니는시장바닥에서동네아이들을상대로공연을펼친다.대가로돌아오는건코묻은동전몇개뿐.제니와홀어머니,반려토끼와비둘기까지,네식구가생활하기에턱없이부족한수입이다.그러던어느날,유명탐정회사인<핑커턴>의수장로버트핑커턴이제니를찾아와일자리를제안하며거액의보수를약속한다.그가제시한임무는<마술사들의공연을보고비법을알아내는>것.업계거물이무명의마술사에게접근해온이유는대체무엇이란말인가?미심쩍은구석이있지만당장필요한지폐가눈앞에어른거린다.「내눈이놓치는건아무것도없답니다.」그때제니는전혀알지못했다.그자신만만한한마디로자신이얼마나위험천만한모험에뛰어들었는지…….
매일반복되는삶을뒤바꿀모험은어느날우연히들이닥친다.
거기뛰어들용기가있는사람에게만!
제니가맡은사건의중심에는심령술사폭스자매가있다.큰언니리아,둘째마거릿,막내케이트로이뤄진3인조는망자와소통하는능력을내세워사랑하는사람을잃은이들에게열광적인지지를받으며명성을떨쳐왔다.산사람이혼령과대화한다니분명교묘한속임수가있을텐데,폭스자매가심령주의교단을창시하고금은보화를쓸어모은40여년간비밀은털끝만큼도밝혀지지않았다.이제제니가나설차례.가진것하나없지만진정한마술사가되려는열정만큼은누구에게도뒤지지않는우리의주인공을믿어보자.누구하나알아주는이없어도매일같이갈고닦은마술실력과어떻게든살아남는끈질긴생명력,진실을밝혀내겠다는집념,그리고무엇보다도두둑한배짱이제니의가장큰무기가되어준다.
제니는핑커턴탐정회사의지침에따라위조신분을가면처럼바꿔써가며수사대상에게접근한다.먼저떠나보낸남편의혼령과대화하고싶어하는헤이즐바월부인으로변신해둘째마거릿폭스와친분을맺고,런던에서온여행객애덜리아말릭으로변신해막내케이트폭스에게다가간다.물론일은무엇하나쉽게풀리지않는다.하지만위기는모험을더욱흥미진진하게만들어주는법.행동하는용기를지닌제니는<무사히빠져나올수있기를바라면서,그저상황이지나가기만을기다리지않>는다.예상치못한상황에정면으로맞서고,기지를발휘해위기에서벗어나고,한참좌절에빠져있다가도끝내다시일어선다.그과정에서제니가보여주는특유의인간적인매력은적조차결국에는친구이자동료로만들기에충분하다.
책속의책,눈앞에서살아움직이는문장
곳곳에등장하는실존인물과사건을알아보는것도이책을읽는또하나의재미다.표지그림에서우리를정면으로응시하는폭스자매는실제로19세기에심령주의의번영을이끌면서세계적인인기를얻었고,핑커턴탐정회사는1850년설립되어수많은비밀요원을거느리고활약을펼쳤으며오늘날에는보안업체로명맥을유지하고있다.이소설의제목에활용된<우리는결코잠들지않는다>는핑커턴사의유명한표어이기도하다.그밖에도저자는남북전쟁,포이즌스프링전투등같은시기에벌어진역사적사건을흡입력있는허구의이야기로엮어내는데,낯선시공간의풍경과움직임,소리와냄새까지마치영화속한장면을재생하듯생생히전달하는능력이돋보인다.그런장면들이모여역사에대한배경지식이없더라도,기존의추리물독자가아니더라도누구든지부담없이즐길수있는소설을이룬다.
한편이작품에는큰줄기가되는현재진행형이야기중간중간에책속의책과문서가삽입되어있어독자의흥미를유발하기도한다.돌아가신아버지구스타브마턴이집필한『마술의길』은제니가언제나곁에두고읽고또읽는바이블로,진정한마술사가되기위해갖춰야할기술과마음가짐을모두담고있다.핑커턴탐정회사의창립자앨런핑커턴이남긴『완벽한요원을위한핑커턴지침서』는비밀요원으로활동하며주의하고명심해야할사항이하나부터열까지담긴교과서다.독자는제니가각각의책을펼쳐든순간에같은책의같은대목을제니와함께읽어내려가게되며,이책속의책들과더불어<임무지시서>와<위조신분설명서>또한이야기의전개에따라배치되어있어몰입감을한층더해준다.
내손으로써내려가는운명
「내가추구하는것,그리고늘추구했던것,그건자립이에요.난그저내마술을할수있기를,사람들이나를내버려두기를,어머니의생활비를대드릴수있기를원해요.」처음부터제니의가장큰바람은누구에게도기대지않고그저자기가하고싶은마술을하며사는것이었다.제니는어쩌다휘말린이혼란의소용돌이에서무사히빠져나와다시마술을시작할수있을까?보잘것없는개인이상대하기에는너무거대해보이는,복잡하게얽히고설킨문제들을풀어낼수있을까?아버지의조언에더는기대지않고도언젠가는진정한마술사로거듭날수있을까?혼자시작한여정을친구들과함께하는여정으로바꾸는마술에성공한제니,어떤위기에처해도맨몸으로덤빌용기를가진제니라면가능할지도모른다!
책속에서
「넌할수있어,이미했잖아,늘하는일이고!」
그녀는스스로에게자신감을불어넣었다.익숙한붉은커튼이넘을수없는장벽처럼새삼눈앞에버티고있다.매번그러듯이,공포를이겨내고두려움을몰아내며,흔들거리는간이의자에올려놓은작은거울을마지막으로마주봐야했다.그녀는반사적으로가짜웃음을지었고,그상태로굳어버린얼굴때문에인형처럼보였다.그녀가고개를한번끄덕이고는두손에용기를그러모아커튼을젖혔다.전투가시작됐다.
―9~10면
가장간파하기힘든거짓말은진실이배어있는거짓말인법이고,바로그런까닭에그누구도당신의위조신분을,가명을꿰뚫어볼수없다.그위조신분의개인사가당신의개인사가될때까지,그사람과당신자신이혼동될때까지내용을완벽하게암기하라.
―65면
「저세상의심령들이여,제가한번더,달도뜨지않은이밤에,그대들에게말을건넵니다.너무일찍떠났던그대들이여,우리를이끌기위해돌아와야합니다.오,가엾게도우리는얼마나무지하고유한한존재들인가!」
그녀가잠시눈을감고기다렸다.
「오,산자들사이로돌아온망자여,당신이누구에게말을하고싶어하는지제게알려주어그사람을고를수있게하소서.」
―74~75면
제니는자신을괴롭히던마지막질문을던지고싶은욕구를참을수없었다.
「폭스자매건으로누가10만달러를내려고하는거죠?」제니가장난스러운표정으로캐물었다.
「마거릿에게나신경쓰고보상금을회수하는노고는회사에맡겨요.그저당신이임무를훌륭하게수행한다면,그에따른수당을받게되리라는것만알아두고.」그는그런대답을던지고는,책상위에널려있는서류더미속에다시고개를처박았다.
―182면
「팀을파견해요.」제니가계시에사로잡히기라도한듯이말했다.
「뭐라고?」
「데이비드의아내가시장에서산것들을주의깊게살펴보면,늘3인분의고기를구입한다는사실을알거예요.등심세개,달걀여덟개혹은닭한마리가그들에게는고작한끼식사거리네요.강낭콩과감자의양이둘이먹기에는너무많아요.」
―224~225면
「당신은하마터면죽을뻔했는데,이조사때문에다시생명의위험을무릅쓸준비가되었다고?그이유를설명해봐요.」
제니는가방에한손을올려놓았고,침착하게몸을일으켰다.
「진실이요.난진실추종자예요.난이이야기의진상을원해요.내가직접자매들의입에서진상이튀어나오게해야만만족할수있으리라는걸아니까요.」
―227면
목소리주인이한발앞으로내딛더니,손에든작은통으로그녀를떼밀었다.윌리엄이거울에석유를흠뻑뿌리는중이었다.제니가그를말리려고했지만,매듭이어둠속어딘가로사라져버린터라,줄에묶인그녀로서는어찌해볼도리가없었다.
「깨어날시간이란다,얘야.」
카우보이가가죽신뒷굽에성냥을그어불을붙인뒤,거울을향해던졌다.성냥이닿는순간,술에취해잠들었던제니는총소리가들려갑자기잠에서빠져나왔다.
―314~315면
「거짓말.」
「당신의심령이틀렸어요.」
새로운딱소리가울렸다.
「거짓말!」
영매가벌떡일어섰는데,달빛을왕관처럼쓴음울하고위협적인모습이었다.
「우리가만난뒤로진실을강력하게요구하던당신이,그런일은내게단하나도털어놓지않았어.이제다말하든가아니면떠도는심령들의분노를받아보든가!」
케이트는정말로무시무시했는데,은빛후광에싸인산발머리는제니가빠져있는혼란의메아리같았다.
―324면
「아빠,신호하나만,내가한이모든일이헛짓이아니라고말해주는것,아무거라도요.이끝에나를위한뭔가가있다고요.모르겠어요…….」
아무것도없었다.제니는주먹을쥐고있는힘껏묘석을내리쳤다.한번내리치고,무력한분노로얼굴이일그러진채또한번내리쳤고,곧손가락이피부가벗어지며피투성이가되었다.
―432면
그녀가미소를지었다.
「혼자서는할수없는일들이있다는걸깨달았으니까요.」
로버트가고개를끄덕였다.
「제일어려운일,그건함께일할좋은사람들을찾아내는거지.」
―571~572면
진정한마술사는공연을하거나사람들을만나거나살아가는시간동안,사람들이가능한것에대해갖는인식을바꿔줄수있는사람이다.그는관객이깜짝놀라서쳐다보는가운데현실세계의규칙들을비트는데성공하고,관객이믿어왔던그모든것을넘어서서관객스스로만들어내는새로운세계를그들에게제공한다.
―605~60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