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 석영중 교수의 『백치』 강의

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 석영중 교수의 『백치』 강의

$20.00
Description
수십 년간 도스토옙스키를 파고들었으며 러시아 문학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온 석영중 고려대학교 교수가 『백치』를 해설한다.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소설로도 꼽히는 『백치』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쓰였고, 작가가 특별히 사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후기 대작 중 가장 서정적이고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이 책은 『백치』를 어려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만드는 요소이자 도스토옙스키 전 작품의 핵심 인자인 〈이미지〉에 분석의 초점을 맞춘다. 『백치』의 중심 이미지로는 철도, 칼, 그림을 제시하며 소설의 구조와 당대 러시아의 사회상, 작가의 전기적 궤적을 총체적으로 풀어내는데, 곳곳에서 연구자의 방대한 지식과 끝없는 애정이 맞물려 지나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백치』라는 지극히 정교한 세계를 안내하는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창작 목표와 함께 그것이 〈반드시 써야 하는 소설〉이었음을 이야기하며, 이어지는 2~4부는 철도, 칼, 그림이 수많은 이미지를 파생하고 복잡하게 얽혀 서사를 이끌면서 대가의 치밀한 설계에 따라 〈전적으로 아름다운 인간〉인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수렴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저자

석영중

1959년서울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미국오하이오주립대학교슬라브어문과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1년부터현재까지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교수로재직하면서지속적으로도스토옙스키강의를해왔다.한국러시아문학회회장과한국슬라브학회의회장을역임했다.저서로『매핑도스토옙스키:대문호의공간을다시여행하다』,『인간만세:도스토옙스키의<카라마조프가의형제>읽기』,『자유:도스토예프스키에게배우다』,『도스토예프스키,돈을위해펜을들다』,『톨스토이,도덕에미치다』,『러시아문학의맛있는코드』등이있으며,역서로는도스토옙스키의『분신』,『가난한사람들』,『백야외』(공역),톨스토이의『이반일리치의죽음·광인의수기』(공역),푸시킨의『예브게니오네긴』,『대위의딸』,체호프의『지루한이야기』,자먀틴의『우리들』,스트루가츠키형제의『세상이끝날때까지아직10억년』등이있다.푸시킨작품집번역에대한공로로1999년러시아정부로부터푸시킨메달을,2000년한국백상출판문화상번역상을받았다.2018년고려대학교교우회학술상을수상했다.

목차

머리말.이미지가된소설가

I.반드시써야하는소설
1창자가끊어지는고통|2카드한장에모든것을걸듯이|3불가능한스토리|4바보성자|5신비한질병|6인생최고의아이디어|7서사의불균형|8이미지vs.이미지없음|9철도,칼,그림|10건축가의눈

II.철도
1철도,소설을열다|2불을내뿜는용|3월드와이드웹|4잃어버린낙원|5네크로필리아|6대체불가능한가상자산|7주식투자광풍|8무한엔터테인먼트|9그리스도대행|10창백한말에서철마로|11가성비천국|12유대의왕

III.칼
1날카로운기계|2무한과유한|3영원의문턱에서|4시간디바이드|5순간적인삶과무한히지속되는죽음|6증상으로서의영원|7위대한시간과소소한시간|8도덕의거세|9살인자의원형|10시계와역사책|11그리스도의살해

IV.그림
1강생의미학|2에크프라시스|3손글씨애호가|4슬픈사진|5이콘이냐아이돌(우상)이냐|6기쁨촌|7이사람이다|8미술품투기|
9전갈을닮은괴물|10홀바인의그리스도|11거대한첨단기계|12연미복을입은유령|13이세상전체만큼거대한사상|14파리한마리

맺음말.보이지않는희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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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치밀하게얽힌세가지이미지,
철도,칼,그림을중심으로풀어낸『백치』강의

수십년간도스토옙스키를파고들었으며러시아문학을알리는일에도적극적으로나서온석영중고려대학교교수가『백치』를해설한다.도스토옙스키의5대장편소설로도꼽히는『백치』는극심한고통속에서쓰였고,작가가특별히사랑했다고알려져있으며,후기대작중가장서정적이고도난해하다는평을받는작품이다.이책은『백치』를어려우면서도감동적으로만드는요소이자도스토옙스키전작품의핵심인자인<이미지>에분석의초점을맞춘다.『백치』의중심이미지로는철도,칼,그림을제시하며소설의구조와당대러시아의사회상,작가의전기적궤적을총체적으로풀어내는데,곳곳에서연구자의방대한지식과끝없는애정이맞물려지나간흔적을발견할수있다.

대가의내공으로정교히구축된『백치』라는세계
그구석구석을충실히그려낸도면

도스토옙스키가여러차례밝혔듯『백치』는<전적으로아름다운인간>을그리고자한오랜염원의결실이다.그리하여그리스도를닮은주인공미시킨공작을탄생시킨이소설은도스토옙스키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질문,<유한한존재인인간이어떻게영원속에서살것인가>에대한하나의답변이기도하다.『백치』라는지극히정교한세계를안내하는이책은총4부로구성되어있다.1부는소설이어떤개인적고통속에서쓰였는가에서시작해방법론에대한고민에서비롯한작가적고통을이야기하며,그럼에도그것은도스토옙스키에게숙원사업이자<유일한구원수단>이었기에<반드시써야하는소설>이었음을강조한다.그리스도를형상화한다는창작목표에다가가고자그가사용한방법은철도,칼,그림이라는강력한이미지를소설에들여오는것이었다.이어지는2~4부는그것들이수많은이미지를파생하고복잡하게얽혀서사를이끌면서대가의치밀한설계에따라그리스도의이미지로수렴하는과정을집요하게따라간다.

2부에서본격적으로다뤄지는<철도>는19세기중후반러시아의경제적,사회적배경과물신숭배사상을담아낸이미지다.러시아의산업혁명을촉발해새로운부를창출한철도는소설에서상인,신흥자본가의이미지와연결되며,그들은재산축적방식과계급,계층을막론하고돈을모든가치위에두게된타락한사회를대변한다.초월성이부정되고부르주아적사고가팽배한가운데철도를위시한첨단기술이신흥종교로부상하고,부를누리는인간은그리스도를대체하며,시간을포함한모든것이돈으로계산되는<저울과계약>의시대가도래한다.

<칼>은폭력,죽음,종말에대한비전을펼쳐보이는이미지로,처형과살인이라는테마를활성화하며시간과무한에대한사유를발전시킨다.사형수의시간체험을첨예하게묘사하는이미지-서사들이보여주는바,인간은무한을살기는커녕인지하기조차불가능한존재다.이런인식은『백치』를꿰뚫는질문으로이어진다.<유한한존재인인간이어떻게영원속에서살것인가?>한편소설은당대살인사건을실시간반영하고칼과살인을반복해다루며나스타시야살해라는종막을향해치닫는다.나스타시야는어린양의이미지를통해그리스도를환기한다.3부는결국도스토옙스키가칼,살인,시간의모티프를통해결국그리스도안에서삶과죽음을초월하는시간,<영원한현재>를말하고자했음을짚어낸다.

<그림>은이미지를시각적,예술적으로표현한메타이미지로,<이미지의작가>인도스토옙스키의창작원칙을가장직접적으로반영한다.그리스도교에서<말씀이사람이되>어강생했듯그는보이지않는것을이미지로나타내고자했다.소설속미시킨의서예,나스타시야의초상사진,디다이와칼라메의풍경화,모스타르트의「이사람이다」등은저마다역할을수행하는동시에홀바인의「무덤속의그리스도」라는핵심이미지를향해융합된다.「무덤속의그리스도」는로고진에게는투기대상일뿐이며이폴리트는거기서처참한시신과무자비한자연의법칙,즉죽음만을발견한다.같은그림에서도스토옙스키가본것은부활가능성,나아가<눈에보이는죽음너머에있는불멸>이었다.그는그려진것에서그려지지않은것을읽어낸다음소설안에구현한것이다.이제그가보이게한것에서보이지않는것을읽어내는것은독자의몫이된다.

어떻게쓸것인가
어떻게영원속에서살것인가
어떻게(……)살것인가

끝으로이책은<소설가도스토옙스키의가장근원적인창작목적은시간을사유하고,시간을이를테면《서사화》하는것이었다>고강조한다.그리스도교와이미지자체가아니라시간을다루기위해그리스도교를사유의매개로,이미지를집필의도구로활용한것이다.그결과물인『백치』는발표후한세기반이지난오늘날에도여전히날카로운통찰을발휘하며독자로하여금자신의삶과시간을사유하게한다.

이책에는평생도스토옙스키를천착해온연구자가『백치』를통해삶과시간을사유한자취가뚜렷하다.<만일우리가영원이라는것을삶을바라보는하나의시점으로받아들인다면(영원속에서사는것은)가능하다.>(230면)<인간이대시간을살수는없겠지만대시간을추구할수는있다.끝없는대시간의추구야말로인간이할수있는최선의일인지도모른다.>(237면)<삶은(……)무상에도불구하고그자체로서,흘러가사라져버리는현재로서살아내야한다.>(303~304면)이같은사유안에서<어떻게쓸것인가>,<어떻게영원속에서살것인가>라는도스토옙스키의질문은섬세하고도담대한걸음으로<어떻게살것인가>라는모두의질문으로나아간다.어떤윤리적,미학적,철학적태도로살아갈것인가?

이책은<보이지않는희망>이라는제목의맺음말로끝을맺는다.도스토옙스키는보이는것에서보이지않는것을읽어내고,보이지않는것을보이는것으로만들며일생을보냈다.<눈에보이는것을바라는것은희망이아니>기에(「로마인들에게보낸편지」),우리는보이지않는것을바라는희망을잃었다가도되찾고자애쓰며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