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삶

밖의 삶

$13.65
저자

아니에르노

AnnieErnaux
아니에르노는언제나역사적경험과개인적체험을혼합해자신의삶을철저하게해부해왔다.부모의계급상승(『자리』,『부끄러움』)에서결혼(『얼어붙은여자』),성과사랑(『단순한열정』,『탐닉』),주변환경(『바깥일기』,『밖의삶』),임신중절(『사건』),어머니의치매와죽음(『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한여자』),유방암투병(『사진의사용』)까지〈개인의기억속에서집단의기억을복원하고,개인성의함정에매몰되지않으려는노력〉의산물인에르노의작품은자전(自傳)에새로운정의를부여했다.〈내면적인것은여전히,그리고항상사회적이다.왜냐하면하나의순수한자아에타인들,법,역사가존재하지않는다는것은상상할수없기때문이다.〉
노르망디의소도시에서태어나노동자출신의소상인부모밑에서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보낸그는루앙대학교를졸업하고초등학교교사로시작해정교사,문학교수자격증을획득했다.1974년첫소설『빈옷장』을발표한이래1984년『자리』로르노도상을수상하고,1987년어머니의죽음을다룬『한여자』를통해독보적인글쓰기를확립했다고평가받았다.2008년『세월』로마르그리트뒤라스상,프랑수아모리아크상,프랑스어상,텔레그람독자상을수상했다.2003년그의이름을딴아니에르노문학상이탄생했으며,2022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바깥일기』와『밖의삶』은여러해동안외부세계를관찰해일기형식으로기록한작품들이다.이때의글쓰기는〈집단의일상을포착한수많은스냅사진을통해한시대의현실에가닿으려는〉시도이자서로연결된존재로서의자신과타인을탐구하려는시도이다.그에게붙잡힌순간들은날카롭게우리를찌르고,
복잡한웃음을일으키며,때로아름답다.

출판사 서평

노벨문학상수상작가아니에르노
주위를샅샅이훑어타인과자신을새로이발견하며,
그로부터변화의가능성을발굴하고자한7년의기록

이제,내면일기를쓰면서자아를성찰하기보다는외부세계에자신을투영하면서더욱더자기자신을발견한다는확신이선다.―『바깥일기』서문중에서

동시대프랑스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2022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아니에르노의『밖의삶』이번역가정혜용의번역으로열린책들에서국내초역되었다.『밖의삶』은1993년부터1999년까지외부세계를관찰하며자신과사회를탐구한기록으로,독립적인작품이면서도7년앞서발표한『바깥일기』와뿌리가같다.여러해에걸쳐쓰인일기라는형식과<집단의일상을포착한수많은스냅사진을통해한시대의현상에가닿으려는시도>(서문)라는목적의식을공유하기때문이다.이러한특징은개인의체험을통해집단의체험을이야기하는에르노의사회적-자전적작품들과구분되며,『바깥일기』와『밖의삶』은주변과타인을들여다보고증언하는<외면일기>라는독자적인영역을이룬다.옮긴이의표현에따르면두작품에서<작가의눈은자기안의심연이아닌바깥세상을바라보고작가의귀는내면의목소리가아닌타인의목소리를향해활짝열린다>.

무엇을보고들을것인가?
전철역,슈퍼마켓,쇼핑몰…익숙한일상속구체적장면들
그이면에서은밀히작동하는구조적불평등

집단의일상을포착하기위해무엇을보고들을것인가?에르노가선택한대상은<너무익숙하거나흔해서,하찮고의미가결여된듯보이는그모든것>(서문)이다.그는우리가매일그안에잠겨살기에눈에보이지않는일상의구체적인장소와사건,사물과인물을끈질기게채집해펼쳐놓는다.그가운데는전철역이나열차에서각자의방식으로구걸하는노숙인,개성이제거된채멸시를견디며일하는노동자,저마다끊임없이뭔가를사는소비자,화려한수사로유혹하는광고가있고,우아하게계급정체성을풍기는부르주아,우월감에취해사는작가집단,미디어에서시민을향해모욕적인발언을내뱉는정치인도있다.스스로를<계급이탈자>로칭하며자기부류의목소리를내고자글쓰기를시작한에르노의계급적인식이그의시선을주로피지배계급의면면으로이끈다면,그는곳곳에서보이지않게작동하는권력관계와사회문화적불평등,착취와욕망을연료삼아작동하는자본주의메커니즘을읽어내고,그이면에소외된사람들과더소외된사람들이있음을말한다.

어떻게쓸것인가?
지배계급의언어를해체하고자한<밋밋한글쓰기>
작품에생동감과풍성함을더한<나>의목소리

관찰한다음에는어떻게기록할것인지가문제가된다.에르노는그의독보적인문체인<밋밋한글쓰기>를이번에도전략적으로사용한다.일명<음슴체>를남발하고,불필요한수사를최대한깎아내며,쉬운단어로간결하게서술한다.이는지배계급의유려한언어를해체하며자신의언어를만들어가기위한에르노의정치적,문학적실천으로,사소하게여겨지는것들을통해시대를증언하려는두작품의기획의도와긴밀히연결되어있다.타인들의대화,그라피티,노랫말,방송대사,걸인이바닥에쓴글귀등의다양한기록,다른말로하자면<기억이담아둘가치가없다고판단하는현재역사의기호들>(42면)을거의그대로따온대목도자주눈에띄며,에르노는그날것의조각조각을이어붙여<한시대의정신적풍속도>(옮긴이의말)를그려내려는듯하다.한편으로그러한직접인용은가능한한자신을지우고있는그대로보여주려는의도를표현한하나의방식이기도하다.그러나그의도는어느정도실패로끝나는데,애초의계획과달리에르노는<텍스트안에훨씬더많이나자신을투여>하고만것이다.그가인정한바모든기록은기록주체의<강박과기억>에따른선택으로이뤄져있기때문이고(서문),어쩌면하고싶었던말이글쓰기여정을거치며점차더뚜렷한형상을띠게되었기때문일것이다.그결과<때로는웃지않을수없게엉뚱하고때로는감당이안되게솔직하며때로는아플정도로예리한작가의목소리가더해지면서,작품에생동감과풍성함이더해지는효과가생겨났다>.(옮긴이의말)

자신을드러내는경향은『밖의삶』에서더욱발전하며,그러한변화는작가가10년넘게<외면일기>프로젝트를진행하면서작업의목표와방식을명확히만들어가는과정을보여준다.그는더자주자신을일인칭주어에실어타인들사이에데려다놓고,거기섞인자신역시보기의대상으로삼는다.<나>는걸인을피해걷고,필요도없는새코트를사고싶어쇼핑몰을떠도는사람,혹은그런사람들중에하나다.<우리>는타국의전쟁에서죽은아이들을<복권,텔레비전에서밤에틀어주는영화보다덜중요>하게여기는사람들이다.(35면)동시에그는보다직접적으로의견을내보이고감정을표출한다.이를테면자신이보기에<우둔한사람들을상대할때쓸법한말투로>청중을나무라는정치인과그에게정당성을부여하는미디어를비판하며고백한다.<나는증오심이들끓었다(그래서지금이런글을쓴다).>(78면)이때작가개인의분노는같은담화를들은다른이들의분노와겹쳐보인다.에르노는이렇듯나를타인들사이로옮기고,타인들의목소리와내목소리를함께울리면서서로연결된존재인나와타인을다시발견해나간다.

정돈된질서바깥에있는것을살펴보기
일상에파묻힌변화의가능성을발굴하기

곳곳에서암담한소식이밀려오고모욕하는말과왜곡하는말과욕망을부추기는말과호소하는말이쏟아져뒤섞인다.어떤목소리는너무커서다른목소리들을집어삼키고,어떤목소리는너무작아서들리지못하거나순식간에잊힌다.걸인이<정말로돈이없는데>라고중얼거리는말같은것.뉴스에출연한유족의몸짓같은것.늘같은자리를지키면서서서히지워져가는낙서같은것.에르노가15년에걸쳐보고들은대상은대부분그런것들이다.때로우리를불편하게하고심지어위협한다고느끼게하여도우리는그(것)들을봐야하고,함께겪어야하고,불편함과위협감이어디서비롯하는지알아봐야한다고그는말한다.지배계급이요구하는정돈되고상식적인질서바깥에무엇이있는지살펴보자고,일견안정되어보이는일상에파묻힌변화의가능성을발굴하자고목소리를낸다.

옮긴이의한마디

문학실천에서작동하는기존의그어떤권위도당연시하지않는작가답게,에르노는2세기전에탄생한뒤일기라는장르의주류형식이된내면일기가왜계속확고한위치를누려야하는지물으며내면일기를비튼다.그렇게외면일기와에트노텍스트사이의경계에자리한글들이태어났다.거기에서작가의눈은자기안의심연이아닌바깥세상을바라보고작가의귀는내면의목소리가아닌타인의목소리를향해활짝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