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 2 1 (1) (양장)

4 3 2 1 (1) (양장)

$24.40
Description
〈나는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
폴 오스터 필생의 역작
『선셋 파크』 이후 10년 만에 출간되는 장편소설
반세기 넘도록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 온 폴 오스터. 오늘날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가 국내에서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4 3 2 1』은 오스터의 전 작품을 통틀어 가장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크나큰 야심에서 탄생한 역작으로, 〈폴 오스터 최고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그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한 편의 대서사시와도 같은 이 성장 소설은 주인공 아치 퍼거슨의 삶을 탄생 전후부터 청년기까지 네 가지 버전으로 세밀하게 그려 내는데, 곳곳에 작가 본인이 살아온 삶이 녹아 있다. 퍼거슨은 네 개의 평행한 삶들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선택할 수 없었던 것에 따라 서로 다른 관계와 사건과 우연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며 자라난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경험하는 기쁨, 공포, 욕망, 분노, 혼란은 1950~1960년대 미국의 요동치는 정치적, 문화적 흐름에 섞여 들고, 그렇게 퍼거슨의 이야기는 시대와 개인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작품을 이룬다. 1천5백 면이 넘는 분량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휘몰아치는 드라마, 인물의 생각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문장이 독자를 단숨에 빨아들여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한다.

저자

폴오스터

PaulAuster
미국문학을대표하는베스트셀러소설가이자에세이스트,시인,번역가,시나리오작가.1947년미국뉴저지주의폴란드계유대인가정에서태어났으며,컬럼비아대학교에서문학을전공했다.도회적감수성이풍부한언어와기발한아이디어로〈우연의미학〉을담은독창적인문학세계를구축해널리사랑받아왔다.그의작품들은사실주의와신비주의를결합해동시대의일상,열망,좌절,고독,강박을빼어나게형상화했다고평가받으며,전세계40여개언어로번역되었다.
모턴도언제이블상,펜/포크너상,메디치해외문학상,아스투리아스왕자상등다수의문학상을수상했고,2006년에는미국문예아카데미의회원으로선출되었다.소설『브루클린풍자극』,『신탁의밤』,『환상의책』,『동행』,『공중곡예사』,『거대한괴물』,『우연의음악』,『달의궁전』,『폐허의도시』,『뉴욕3부작』,『스퀴즈플레이』,에세이『낯선사람에게말걸기』,『빵굽는타자기』,시나리오『마틴프로스트의내면의삶』,『다리위의룰루』등을썼고,자크뒤팽,스테판말라르메,장폴사르트르등의작품을번역했다.

목차

1.0|1.1|1.2|1.3|1.4|2.1|2.2|2.3|2.4|3.1|3.2|3.3|3.4|4.1|4.2|4.3

출판사 서평

<나는바로이책을쓰기위해평생을기다려온것만같다>
폴오스터필생의역작
『선셋파크』이후10년만에출간되는장편소설

반세기넘도록소설,에세이,시나리오를넘나들며발군의기량을발휘해온폴오스터.오늘날미국문학을대표하는작가의반열에오른그가국내에서10년만에신작장편소설을선보인다.『4321』은오스터의전작품을통틀어가장방대한분량만큼이나크나큰야심에서탄생한역작으로,<폴오스터최고의걸작>이라는극찬을받았으며그는한인터뷰에서<바로이책을쓰기위해평생을기다려온것만같다>라고고백한바있다.(『가디언』,2017.1.20.)한편의대서사시와도같은이성장소설은주인공아치퍼거슨의삶을탄생전후부터청년기까지네가지버전으로세밀하게그려내는데,곳곳에작가본인이살아온삶이녹아있다.퍼거슨은네개의평행한삶들속에서자신이선택한것과선택하지않은것,선택할수없었던것에따라서로다른관계와사건과우연의소용돌이를통과하며자라난다.그과정에서그가경험하는기쁨,공포,욕망,분노,혼란은1950~1960년대미국의요동치는정치적,문화적흐름에섞여들고,그렇게퍼거슨의이야기는시대와개인을아우르는총체적인작품을이룬다.1천5백면이넘는분량이지만속도감있는전개와휘몰아치는드라마,인물의생각과감정이살아숨쉬는문장이독자를단숨에빨아들여정신없이책장을넘기게한다.

<무슨일이든일어날수있었고,모든게다를수있었다>
서로다른가능성으로짜인네가지버전의삶
요동치는세계를통과하며자라고또자라는퍼거슨의이야기

아치퍼거슨,1947년3월3일출생.어머니이름은로즈이고뉴욕에서사진일을배웠다.아버지이름은스탠리이고형들과함께가구및가전제품판매점삼형제홈월드를운영한다.퍼거슨은뉴저지교외에서어린시절을보내며읽기와쓰기,스포츠에대한관심을키워가고,청소년기에는동갑내기에이미를좋아하게된다.그는냉전,케네디암살,인종갈등,흑인민권운동,베트남전쟁,반전운동등전후미국의역사적사건들을실시간으로목격한다.『4321』의<모든퍼거슨>이공유하는몇가지배경은이러하다.같은이름,같은시대,같은시작,그런데만약삶의세부사항이달라지면어떻게될까?다른조건이주어진다면,갈림길에서다른길을선택한다면,어떤일이벌어지거나벌어지지않는다면무엇이어떻게달라질까?이러한질문들로부터하나의퍼거슨은퍼거슨-1,퍼거슨-2,퍼거슨-3,퍼거슨-4로나뉘어평행선위에놓이고,소설은유년기부터청년기까지시기별로네가지버전의이야기를번갈아펼쳐보인다.

무슨일이든일어날수있었고,일이한가지방식으로일어났다고해서다른방식으로일어날수없었다는뜻은아니다.모든게다를수있었다.(1권102면)

여섯살무렵퍼거슨은참나무에서떨어져다리가부러지는바람에깁스를한채누워지내던중사고와관련해가능했던경우의수를헤아려본다.그날나무에올라가지않았을수도있었고,나무자체가그의집뒷마당에없었을수도있었고,나무에서떨어져팔다리가모두부러졌을수도,혹은죽어버렸을수도있었다.그는<무슨일이든일어날수있었고,(……)모든게다를수있었다>라는결론에이른다.이문장에『4321』의동력이집약되어있다.오스터는<만약>이라는가정에서출발해우리가사는하나의삶과평행하게나아가는,가능했던다수의삶들을담아내고자한것이다.퍼거슨의아버지는방화범을쫓아내려다목숨을잃거나혹은가게지점을늘리며성공가도를달리고,어머니는유명사진가가되어전시회를열거나혹은사진일을영영그만둔다.어떤퍼거슨은손가락두개를잃고,어떤퍼거슨은대학에가지않기로하고,어떤퍼거슨은날마다친구들에게얻어맞고,어떤퍼거슨은신발이주인공인단편소설을써낸다.서로다른가능성으로짜인이보르헤스적미로에는오스터가만들어낸몇개의과거들,몇개의시간들이공존한다.

우리곁을맴도는삶과죽음의가능성
<현실은일어날수있었지만일어나지않은일들로도이루어져있다>

그는의식이생긴후로줄곧,그런갈림길을,선택받은길과선택받지못한길들을같은사람이같은시각에걷고있다는그평행성을감지하고있었다.눈에보이는사람들과그들의그림자같은사람들,지금이대로의세상은진짜세상의일부에불과하다는느낌,현실은일어날수있었지만일어나지않은일들로도이루어져있다는느낌이었다.(2권729~730면)

퍼거슨들의취향과관심사의세세한가닥,인간관계나진로와관련한결단,작은에피소드와굵직한드라마를정신없이따라가다보면독자는어느새미로안에서길을잃게될지도모른다.아버지와의절하는퍼거슨,학교를빼먹고「천국의아이들」을보러가는퍼거슨,에이미와연인이되는퍼거슨,지역신문사에스포츠기사를싣는퍼거슨이머릿속에서뒤섞이고만다.한챕터를네가지버전으로번갈아서술하는돌고도는구조,세부사항의세부사항으로빽빽한내용이그렇게되도록유도하기때문이다.옮긴이는이와관련한번역-독서경험을공유하는데,어느순간그는<우리는네명의퍼거슨중한명의삶을보고있는것이아니라,그모든퍼거슨이하나로뒤섞인어떤인물의삶을보고있는것임을알수있었다>.<그리고,그게우리의실제삶과더비슷한거라고깨달았다.그러니까현실과가능성들이섞여있는모습이…….>이러한발견은<지금이대로의세상은진짜세상의일부에불과하다는느낌,현실은일어날수있었지만일어나지않은일들로도이루어져있다는느낌>을품고살아가는퍼거슨의현실에대한인식과공명한다.하나의퍼거슨은가능했던다른모습의퍼거슨들로도이루어져있다.그모든퍼거슨은같은챕터를저마다의방식으로뚫고지나가며나란히자란다.

신은어디에도없다고,그는스스로에게말했다.하지만삶은어디에나있고,죽음도어디에나있고,살아있는자와죽은자는그렇게합류한다.(2권731면)

<만약>에서비롯하는삶의가능성과더불어이소설을지탱하는또하나의축은바로죽음의가능성이다.저자는NPR라디오방송등을통해『4321』을쓰는데중요한계기가된사건,<사건중의사건>을밝힌바있다.열네살,여름방학을맞아청소년캠프에참가했을때의일이다.친구들과숲속을하이킹하던중폭풍우가들이닥치고,한순간오스터바로옆에있던친구가벼락에맞아쓰러진다.그는폭풍우의한가운데꼼짝없이갇혀친구를돌보지만,이미숨을거둔친구는얼굴이점차퍼렇게변해간다.이후세상을바라보는오스터의관점은돌이킬수없이달라진다.아주희미한기미조차보이지않던일,내게벌어지리라고는예상한적없는일이언제어디서든벌어질수있음을온몸으로받아들이게된다.그는그일이평생머릿속을맴돌고있다고,언제닥쳐올지모를죽음에대한생각을떨칠수없다고『겨울일기』를비롯한전작뿐아니라여러인터뷰에서도고백해왔다.그로부터50여년을더살고난이후에야그는『4321』을쓰기시작한다.가능했던삶에관해쓰는동시에가능했던죽음에관해쓰기.오스터가오랜세월을기다린끝에3년간거의매일기진맥진해질때까지수기로써내려간이소설은삶의가능성만큼이나죽을수도있었던순간,죽음의목격,정치적인죽음,믿기어려운부고,너무이른죽음으로,즉죽음의가능성으로넘쳐난다.그리하여독자에게삶의불확실성과연약함에대한감각을일깨운다.

불확실한삶속에서농담하기
불타는세상에서글쓰고말하기

바로그점이퍼거슨이로즌블룸씨에게끌렸던이유이고,그와함께있는게그렇게즐거웠던이유이다―그가고통을겪었던사람이어서가아니라,고통을겪었음에도여전히농담을던질수있는사람이었기때문이다.(2권34면)

삶이그토록불확실하다면어떻게그것을감당하며살아가야할까?누구에게도별달리뾰족한수는없고그건퍼거슨도마찬가지이지만,그가나름대로삶을헤쳐나가는과정을따라가다보면눈에띄는행동양식이두어가지있다.먼저농담하기와농담을사랑하기가그렇다.어린시절어머니와암호처럼주고받은농담(엉덩이를<매일의의무>라고부르기),매번실패하고곤경에처하지만어떻게든살아남는코미디콤비로럴과하디,룸메이트하워드와작성한바보같은농담의목록같은것들이그의인생을약간은덜두려운것으로만들어준다.그와가장가까운친구들은같은농담에웃을수있는사람들이다.또한스스로인식하지못하는순간에도,심지어장례식에서조차,그가처한농담같은상황이독자에게다양한종류의웃음을자아낸다.이소설속농담들은뭔가가어긋나거나삐끗하는찰나,미끄러지는대화,슬픔과씁쓸함과안도감따위가혼재하는상황,일상과문화적레퍼런스간의연결점,질서를거부하는터무니없이작은움직임등을발견하고관찰하는데서비롯하며,이제까지오스터가작품세계에서드러내온농담에대한취향을총결산해보여준다.무엇보다『4321』은미국땅에도착한직후이민국직원의실수로엉뚱한영어이름을얻게되는유대인이민자에관한농담에서시작해같은농담을다시불러오며끝을맺는소설이다.그농담은퍼거슨이생각하기에<한인간이삶을헤쳐나가는중에끊임없이마주치는분기점에관한우화>이고,<기이하고,웃기고,비극적>인이야기인데,그러한묘사는소설자체에대한것으로도,어쩌면삶에대한것으로도읽힌다.

세상이불타고있다면―그리고당신이함께불타고있다면,그해야말로책을쓰는일이가장중요한때가아닐까?(2권660면)

모든퍼거슨이공통적으로지속하는또다른행위는글쓰기이다.어떤퍼거슨은초등학교시절닉슨대통령이카라카스의성난민중에게공격당한일을기사로작성해어린이신문에싣는다(교장선생님에게불려가<빨갱이>기사를썼다며야단맞는다).어떤퍼거슨은상실로혼란스러웠던어린시절을돌아보며회고록을쓴다(일부분은다소과장되었다).어떤퍼거슨은신발이주인공이면서홀로코스트를암시하는단편소설을완성한다(문학선생님에게혹평당한뒤세상을저주한다).할머니에게글자를배우던시기에로젠버그부부사형사건을편지에담아낸때부터그가자기삶과세상일을이해하려는시도는언제나글쓰기를통해이루어졌다.글쓰기는퍼거슨이하고싶은일이면서할수있는일이고,어떤이유에서든할수밖에없는일이다.오스터도마찬가지이다.이소설은오스터의글쓰기에대한집요한탐구를고스란히반영하며,그가어린시절부터책과글쓰기를얼마나사랑해왔는지,누구에게영향을받았는지,어떤불안과두려움을안고썼는지,어떤과정을거쳐썼는지를이야기한다.소설속의소설로삽입된「드룬족」은실제로오스터가열아홉살에집필한작품이기도하다.오스터는한인터뷰에서글쓰기에대해이렇게말했다.<글쓰기를정말해야만한다고느끼는사람만이매일방에틀어박혀있을수있다.가능한대안들―삶이얼마나아름답고흥미로울수있을지―을떠올려보면글쓰기는삶을보내는방법으로정신나간것이라는생각이든다.>(『가디언』,2017.1.20.)퍼거슨도오스터도그길을택한사람들이다.

과거와미래를바라보며되뇌는말
비틀거리면서도,할수있는일을하면서

그러니까네가잘못된선택을한건지아닌지는절대알수가없다는거야.그모든사실을알았어야하는데,그모든사실을알방법은두곳에동시에있는것밖에없고―그건불가능하잖아.(1권436면)

다시,<만약>으로시작하는질문으로돌아가보자.만약다른선택을했더라면어땠을까?만약어떤일이벌어지거나벌어지지않았더라면어땠을까?지금과달리무엇이가능했을까?그것들은말년에접어든작가가자신에게던지는질문이기도하다.그는지난날을차분히돌아볼수있을만큼충분한거리를만드는데필요한시간을쌓아올리기위해평생을기다려온것아니었을까.오랜기다림끝에써낸『4321』에어떤선택이좋았을것이라거나어떻게사는것이잘사는것이더라는정답은없다.다만오스터는우리가언제나삶과죽음의가능성에둘러싸여살아가고있음을말함으로써생을예민하게감각하도록한다.가능성은우리가도저히어쩔수없는일들에서도비롯하지만,실패로끝날지언정어째볼수있는일들에서도비롯한다.후자에관해서라면퍼거슨이말했듯우리가<잘못된선택을한건지아닌지는절대알수가없>고,그사실에는불안만큼이나자유가깃들어있다.그러니수많은갈림길과마주해그저자신의선택을믿고,할수있는일을하면서,도래했거나도래할상실과함께,비틀거리면서도계속가보는수밖에없다고,끊길듯끊길듯이어지면서고유한흐름을만들어내는문장들로이뤄진『4321』은이야기한다.그것은하고싶은이야기를여전히산더미같이품고있는오스터가과거와미래를동시에바라보며되뇌는말처럼들리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