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집에서 보다 (도스토옙스키와 갱생의 서사)

죽음의 집에서 보다 (도스토옙스키와 갱생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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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사유를 갱신하게 된
유형지에서의 체험을 담은 『죽음의 집의 기록』
1849년, 도스토옙스키는 귀족 청년들이 결성한 반정부 성향의 모임 〈페트라솁스키 서클〉에 가담했다는 죄목으로 교수형을 선고받는다. 사형 집행 직전에 등장한 황제에게서 감형받은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에서 유형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각양각색의 군상과 인간의 선과 악을 생생하게 마주하고, 인간과 세계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갱생의 길을 찾아 나서는 계기를 맞는다. 이 결정적 체험은 1860년부터 잡지에 게재된 자전적 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으며, 그 속에는 이후에 펴낼 대작들의 모든 것이 이미 담겨 있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죽음의 집〉인 시베리아 감옥에서 10년을 보낸 고랸치코프라는 인물이 남긴 수기의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서문에서는 한 시베리아 거주인인 편집자가 고랸치코프를 회상하며 그의 죽음 뒤에 발견한 노트를 펴내는 것임을 알린다. 귀족 계급인 고랸치코프는 감옥에 들어와 갖가지 야만적인 죄수들, 뉘우칠 마음이 전혀 없는 중범죄자들과 종일 부대끼며 살게 된다. 그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지만 악이 외려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곳에서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감옥에서의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10년이 흘러 출옥하는 고랸치코프가 〈자유, 새로운 생활, 죽음으로부터의 부활……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순간인가!〉 하고 외치는 장면으로 수기는 끝을 맺는다.
저자

석영중,손재은,이선영,김하은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오하이오주립대학교슬라브어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교수를지냈으며,한국러시아문학회및한국슬라브학회회장을역임했다.지은책으로『도스토옙스키의철도,칼,그림』,『도스토옙스키깊이읽기』,『도스토옙스키의명장면200』,『매핑도스토옙스키』,『인간만세!』,『자유』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도스토옙스키의『분신』,『가난한사람들』,『백야외』(공역),톨스토이의『이반일리치의죽음·광인의수기』(공역),푸시킨의『예브게니오네긴』,『대위의딸』,체호프의『지루한이야기』,자먀틴의『우리들』,스트루가츠키형제의『세상이끝날때까지아직10억년』등이있다.1999년러시아정부로부터푸시킨메달을받았으며,2000년한국백상출판문화상번역상,2018년고려대학교교우회학술상을수상했다.

목차

머리말-석영중

『죽음의집의기록』-손재은
I.육체의굴레-손재은
옷과글쓰기/벗을수없는죄수복/의상의영성/지옥에서인간을만나다
II.악의시간과공간-이선영
악의크로노토프/단테의유산/목욕탕/소시오패스/침묵과고독/거리두고바라보기
III.죽음의집,지루한집-김하은
슬픔의집/지루함의악/한낮의악마/워커홀릭/일과여가/초월적권태/시간없음
IV.노예와초인-석영중
니체의오독/영원한노예들/권력에의의지/그리스도안에서의자유
V.영원을보다-석영중
이콘의눈/시선의해방/시각적이고동시적인서사/수난의표징/신의바라봄

출전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후의대작을예고한작품을읽어내는면밀한시선들

도스토옙스키자신의유형지체험이생생하게담긴이소설은그가인간이저지르는온갖악을적나라하게마주하면서도단순히인간에대한환멸에이르지않기위해노력한산물이기도하다.유형지체험은도스토옙스키에게악의민낯을지치도록보게했지만한편으로그런속에도인간다움이나선한의지를발견할수있다는것을알게해주었다.석영중교수는도스토옙스키의작품세계에서유형생활이어떤의미였는지를다음과같이설명한다.

〈그[도스토옙스키]는인간혐오자가되지않기위해발버둥쳤고결국물리적자유와함께증오와절망의족쇄로부터의자유를얻었다.도스토옙스키의유배가그의이후작품에서그토록중요한의미를갖는것은바로이때문이다.선악의문제,자유의문제,그리고인간에대한사랑의문제는유배지에서그해결의씨앗을품게되었던것이다.〉(186면)

그리고『죽음의집의기록』에는바로그〈해결의씨앗〉이담겨있었다.도스토옙스키의작품세계에서이처럼중요한의미를띠는이작품은일반적으로4대장편으로꼽히는그의대표작들처럼주목받지는못했다.석영중교수와젊은연구자들은의기투합하여몇달간이작품을열정적으로읽으면서그속에담긴의미들을조목조목짚는다.도스토옙스키의작품속에서의복이드러내는바를짚은손재은씨의글로시작해,시베리아감옥과목욕탕이라는악의크로노토프를분석한이선영씨와아케디아(권태)와악이어떻게이어져있는가를살펴본김하은씨의논의를거쳐니체의오독과,그로인해탄생한〈초인〉개념이도스토옙스키의주제와어떻게대치되는지를석영중교수가짚어낸다.마지막으로는『죽음의집의기록』이신의바라봄을흉내낸이콘의논리를어떻게구현하고있는지,왜이작품이〈한폭의거대한서사적이콘〉인지를석영중교수가심도깊게논의한다.
냉랭한오지의감옥인〈죽음의집〉에서본것,그러니까소설의화자인고랸치코프가본것,혹은도스토옙스키가본것,그리고여기한국의연구자네명이본것을차곡차곡담아낸이책은우리의세계를닮은〈죽음의집〉을통해인간의선과악,갱생의문제를면밀히검토한다.도스토옙스키연구의권위자인석영중교수와,그의후학인젊은연구자들이열정적으로이뤄낸이뜻깊은결실은국내에전무하다시피한『죽음의집의기록』연구의귀한성과를전해줌과동시에우리가소홀히한진귀한작품을다시살필것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