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가드닝 블루

홈 가드닝 블루

$16.00
Description
일상의 불안은 고조되지 않고 고요히 누적되다 불현듯
재앙의 예감으로 변모한다. 고민실은 바로 그 예감이 실현되려는
문턱에서 시간의 흐름을 중단시킨다. 이미 지나온 이야기를 거슬러
갈 수 있지만, 생동했던 인물과 서사는 얼어붙었다.
독자는 비극의 카타르시스 대신 해소되지 않는 불안을 끌어안고
누구도 정지시킬 수 없는 시간 속에 버려진다. 그리고 곧 이 추방의
감각이 놀랍도록 익숙한 현실의 감각이었음을 깨닫는다. 멈춰 버린 이야기와 끊임없이 흐르는 현실의 낙차가 적막하게 아찔했다. ㅡ 천희란(소설가)


근원적인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고민실의 첫 소설집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의 첫 번째 작가인 고민실이 자신의 첫 소설집 『홈 가드닝 블루』를 출간하였다. 고민실은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장편 소설 『영의 자리』를 발표하여 고요하지만 섬세하고 깊은 파장을 지닌 소설로 평가받았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그동안 문예지에서 선보였던 단편뿐 아니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뽑힌 등단작, 그리고 새롭게 쓴 글까지 총 여덟 편이다. 특히 「쓰나미 오는 날」은 황종연 문학평론가와 김인숙 소설가로부터 〈작중 인물의 감각적 지각을 통해 대상 사물들의 특징을 상세하게 전달하는 가운데 인물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가지는 근원적 느낌, 즉 그의 신체에 뿌리박고 있는 관념 이전의 느낌을 환기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호평받았다. 고민실은 어떠한 인물과 그를 둘러싼 일상에 관해 덤덤한 듯 들여다보지만 우리는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 삶이 나, 혹은 내 가족을 말하는 게 아닌지 서늘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고민실의 세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평범하다. 그들은 전세를 사는 빌라에서 로즈메리를 키우는 신혼부부로, 심각한 폭염 속에서도 냉장고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젊은 주부로, 동생이 진 빚을 대신 갚아 준 누나로, 결혼식 부케를 받아야 해서 네일 아트를 하러 간 마흔 살 직장인으로, 거대한 쓰나미 예보가 있는 부산에 출장을 간 직장인으로, 생리통 때문에 생리컵을 처음 사용해 보려는 게임 개발팀의 팀원으로, 사무직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경력 단절 주부로, 의사에게 죽음을 선고받은 신용 불량자 오빠를 둔 동생으로 그렇게 우리 앞에 제각기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느 날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알 수 없는 불안과 홀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지만, 그들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절망과 슬픔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형태는 달라도 그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고민, 괴로움은 누구에게나 괴롭고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민실의 소설에서 대답을 찾으려 할지도 모른다. 갑자기 떠안게 된 균열된 삶을 어떻게 이어 갈 것인지, 과연 나 자신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과연 답은 있는지 말이다.


지연된 아포칼립스, 고민실의 작품 세계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파국의 장면에서, 끝나야 하는 곳에서 끝나지 않고 후일담처럼 살아남는다. 암이 발병하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진경〉이 나가겠다고 하자 사장이 이죽거리며 말한다. 〈어차피 갈 데도 없잖아.〉(「좋은 사람」, 216쪽) 이러한 저주 섞인 비아냥은 이 소설집의 인물들에게 마련된 궁지를 요약한다. 삶은 막다른 골목이다. 어차피 갈 곳은 없다. 그런데도 진경은 그만두고 전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으며 예전 직장에 재취업하는 데 성공한다. 이 소설은 여성 노동자의 취약한 기반을 스케치한 작품이기도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되는 이른바 〈인적 자본〉이라는 기준에 맞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해가는 여성들의 고단함을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가 끝까지 목격함으로써 가시화하는 지점은 바로 그 〈다음〉에 있다. 삶은 총체적이지 않으며 이들의 삶은 예정 조화 속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세상은 언제나 말세였다. 파국은 도래했거나, 도래하고 있으며, 도래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될 것이다. 상징도 총체성도 없이. 작가가 어떤 희망도 없이, 그러나 그 삶의 계속됨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적을 때, 우리는 알게 된다. 바로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ㅡ 양윤의(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저자

고민실

저자:고민실
2017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저서로장편소설『영의자리』가있습니다.제11회교보문고스토리대상에서『잃어버린손가락』으로중장편우수상에선정되었습니다.

목차

홈가드닝블루
폭염주의보
바람직한해
멍게부케폴리시
쓰나미오는날
골든컵
좋은사람
D고개의춘룡절
작품해설:지연된아포칼립스양윤의(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일상의불안은고조되지않고고요히누적되다불현듯
재앙의예감으로변모한다.고민실은바로그예감이실현되려는
문턱에서시간의흐름을중단시킨다.이미지나온이야기를거슬러
갈수있지만,생동했던인물과서사는얼어붙었다.
독자는비극의카타르시스대신해소되지않는불안을끌어안고
누구도정지시킬수없는시간속에버려진다.그리고곧이추방의
감각이놀랍도록익숙한현실의감각이었음을깨닫는다.멈춰버린이야기와끊임없이흐르는현실의낙차가적막하게아찔했다.ㅡ천희란(소설가)

근원적인삶의문제를들여다보는고민실의첫소설집
열린책들<한국문학소설선>의첫번째작가인고민실이자신의첫소설집『홈가드닝블루』를출간하였다.고민실은2017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고,2022년장편소설『영의자리』를발표하여고요하지만섬세하고깊은파장을지닌소설로평가받았다.이번소설집에실린작품들은그동안문예지에서선보였던단편뿐아니라『한국일보』신춘문예에뽑힌등단작,그리고새롭게쓴글까지총여덟편이다.특히「쓰나미오는날」은황종연문학평론가와김인숙소설가로부터<작중인물의감각적지각을통해대상사물들의특징을상세하게전달하는가운데인물이자신의세계에대해가지는근원적느낌,즉그의신체에뿌리박고있는관념이전의느낌을환기하는일에주력하고있다>라고호평받았다.고민실은어떠한인물과그를둘러싼일상에관해덤덤한듯들여다보지만우리는그의글을따라가다보면,이삶이나,혹은내가족을말하는게아닌지서늘해지는순간을경험하게된다.고민실의세계에등장하는사람들은누구보다평범하다.그들은전세를사는빌라에서로즈메리를키우는신혼부부로,심각한폭염속에서도냉장고를이용하지못하게된젊은주부로,동생이진빚을대신갚아준누나로,결혼식부케를받아야해서네일아트를하러간마흔살직장인으로,거대한쓰나미예보가있는부산에출장을간직장인으로,생리통때문에생리컵을처음사용해보려는게임개발팀의팀원으로,사무직을계속할수있을지걱정스러운경력단절주부로,의사에게죽음을선고받은신용불량자오빠를둔동생으로그렇게우리앞에제각기나타난다.그리고그들에게어느날균열이생기기시작하고알수없는불안과홀로마주해야하는상황이펼쳐지지만,그들의마음한구석을차지한절망과슬픔은스스로선택한것이아니다.형태는달라도그삶에서느끼는감정과고민,괴로움은누구에게나괴롭고힘든일이다.그렇기에우리는고민실의소설에서대답을찾으려할지도모른다.갑자기떠안게된균열된삶을어떻게이어갈것인지,과연나자신이라면앞으로어떻게할것인지,과연답은있는지말이다.

지연된아포칼립스,고민실의작품세계
이소설집의인물들은파국의장면에서,끝나야하는곳에서끝나지않고후일담처럼살아남는다.암이발병하여다니던직장을그만두고어렵게구한직장에서,〈진경〉이나가겠다고하자사장이이죽거리며말한다.〈어차피갈데도없잖아.〉(「좋은사람」,216쪽)이러한저주섞인비아냥은이소설집의인물들에게마련된궁지를요약한다.삶은막다른골목이다.어차피갈곳은없다.그런데도진경은그만두고전보다더못한대우를받으며예전직장에재취업하는데성공한다.이소설은여성노동자의취약한기반을스케치한작품이기도하고,자본주의사회에서상품화되는이른바〈인적자본〉이라는기준에맞춰간신히생계를유지해가는여성들의고단함을보여주는작품이기도하다.그런데작가가끝까지목격함으로써가시화하는지점은바로그〈다음〉에있다.삶은총체적이지않으며이들의삶은예정조화속에서균형을이루지못했다.그럼에도불구하고삶은계속된다.세상은언제나말세였다.파국은도래했거나,도래하고있으며,도래할것인데,그럼에도불구하고삶은계속될것이다.상징도총체성도없이.작가가어떤희망도없이,그러나그삶의계속됨을다음과같이간단히적을때,우리는알게된다.바로그것이삶이라는것을.ㅡ양윤의(문학평론가),「작품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