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반양장)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반양장)

$16.00
Description
진실과 거짓 사이,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이야기들
소설가 도재경의 단편 소설 여덟 편을 모은 작품집이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으로 선보인다. 표제작인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를 비롯해 이번에 개작한 「그가 나무 인형이라는 진실에 대하여」 등 코로나19 시기 때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단편들은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도재경 세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작품집은 <경계>, <결별>, <사랑>의 세 가지 키워드로 소개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책 속에는 진실과 거짓, 현실과 비현실, 외면과 내면 등 다양한 경계와 그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두 번째로 책에는 여러 헤어짐이 등장한다. 가족을 잃거나 친구가 사라지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해 평범한 일상과도 결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재경 작가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예술과 문학에 관한 사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집은 소재 면에서도 도재경만의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그가 나무 인형이라는 진실에 대하여」와 「방독면을 쓴 바나나」, 「태리」에서는 판타지적인 소재들이,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과 「푸른 먼지」, 「BMNT」에서는 SF 등의 장르 소설에서 보일 법한 소재들을 끌어오면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자연스럽게 섞어 버린다. 글을 읽다 보면, 독자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 경험이 굉장히 즐겁고 재밌어서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는 또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게 된다.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도재경의 소설에 관해 정용준 소설가는 <읽는 것을 넘어 목소리로 들리는 문장, 기억되는 것을 넘어 마음에 새겨지는 이야기>로, 방민호 평론가는 <소설이 어떤 주제 이전에 그만의 색채를 갖춘 문체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로 각각 평했듯이 도재경의 작품집은 독자에게 실로 오랜만에 소설이라는 예술에 푹 빠지게 해준다.
저자

도재경

저자:도재경
2018년『세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0년소설집『별게아니라고말해줘요』를펴냈다.심훈문학상과허균문학작가상을받았다.

목차

그가나무인형이라는진실에대하여
춘천사람은파인애플을좋아해
마인드컨트롤
방독면을쓴바나나
노르웨이와카트만두사이
푸른먼지
태리
BMNT
인터뷰:결별을마주하는,무르춤한순간들박인성(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자기마음대로거짓말을주무를수있다면자기만의진실도가질수있다.자신이사는세상을어루만지거나유지하는것도얼마든지가능하다.심지어거짓말은동화속에서나가능한환상적인힘도주지않는가.「그가나무인형이라는진실에대하여」중에서

사실오지않는날이많아.대개는그렇지.그럼뭐어때?이렇게하늘을바라보고있는게헛되단생각은안들어.오늘안오면다음날을기다리면되고,다음날이아니면그다음날,뭐그러다가언젠가오겠지.어쩌면그중일부는이미와서우리와같이숨쉬고있을지도모르고.「춘천사람은파인애플을좋아해」중에서

나는전화를끊고휴대폰을확인했다.어찌된영문인지부재중통화나수신된메시지가없었다.장인의집이수신불가지역이었나.그런데장인은무슨수로내게전화를한걸까.홀로어두운숲길을걷고있을장인의뒷모습이눈앞에아른거렸다.나는조수석에둔검은봉지를열어보았다.파인애플통조림하나가들어있었다.민아가파인애플을좋아했던가.불현듯입속에감돌던시큼한기운이코끝에전해졌다.「춘천사람은파인애플을좋아해」중에서

화를비롯한부정적인감정을품었을때내면에불꽃이날름거리는것은지극히정상적인광경이다.누구든그마음속엔땔감이가득하니까.그러나대부분은내면에불똥이튀더라도각자구비해놓은소화기로진화해스스로마음을다독인다.골칫거리는소화기로제압할수있는수준을넘어서는화재였다.「마인드컨트롤」중에서

마음이무서운건그끝이보이지않기때문이야.「마인드컨트롤」중에서

나는조심스레쪽문을슬쩍밀어보았다.문틈사이로불어든날카로운눈바람이얼굴을때렸다.나도모르게질끈눈을감았다.봄의정반대계절은바로지나온계절이었다.「방독면을쓴바나나」중에서

그도시에는사람들보다도더많은신이살고있더라.「노르웨이와카트만두사이」

정상세포의경우자신이성장할때와죽어야할때를명확하게알고있는데반해암세포는그걸모른다.무작정증식하려고만한다.그게암세포의본성이다.
「푸른먼지」중에서

우린항상그의상실앞에서다시만났다고하더구나.그래서내진짜이름을알면서도늘그렇게불렀다고그러더라.기분이썩나쁘진않았지.실은그의상실을찾았던것도가게이름이마음에들어서였거든.그런데그이가하는말이우리가처음만났던날그자동차에치여함께죽었다고하는거야.그것도예순번도넘게말이야.끔찍하기도하지.그런데다시눈을떠보면어김없이내가의상실에서옷가지를사서나오더라는거야.처음엔어찌된일인가싶었다더라.근데나는대체그게무슨얘긴가싶었어.「태리」중에서

어쩌면거짓으로꾸며진세계가더편안하고아름다운지모르겠다.엄경도는문득그런생각이들었다.두통에시달리다가도창밖으로해가떠오르는풍경을바라보고있으면어쩐지조금씩회복되는듯한느낌이들기도하지않던가.
「BMNT」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