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충 박멸기 -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설명충 박멸기 -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16.00
Description
해학과 익살로 엮은 27편의 엽편 소설
소설가 이진하의 엽편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으로 선보인다. 표제작인 「설명충 박멸기」를 시작으로 단편 소설보다 짧지만 현시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매우 예리하게 포착하여 감각적으로, 혹은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서글프게 풀어낸 엽편 소설 27편을 수록하였다. 소설가 정지아는 추천사 첫머리에 〈이진하의 소설은 경쾌하다. 소설만 경쾌한 게 아니다. 사람도 경쾌 유쾌 상쾌하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진정성이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진하의 진정성은 기성세대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소설집 『설명충 박멸기』는 그 어떤 기성 작가보다 더 날카롭게 이 시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그러나 결코 그 모순에 굴복하지는 않는다〉라고 평한다. 정지아 작가의 말처럼 소설 하나하나가 너무나 명쾌하여 책을 읽는 내내 육성으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다채로워서 혹시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을 후비어 파고드는 상황이 펼쳐진다.

저자

이진하

저자:이진하
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제10회대산대학문학상과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부문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펴낸책으로『털이뭐길래!』,『여름방학숙제조작단』등이있다.

목차

1부
1.설명충박멸기
2.거울
3.거래
4.떠오르는아이들
5.어떤유행
6.막다른천국
7.플라잉학원
8.각자의사정
9.Callyouback
10.면접관의슬픔
11.절반의교실
12.진실의주둥이
13.정년퇴직을위하여
14.크리스마스특근

2부
15.어느손님
16.전염병
17.음모
18.대한민국은망섭이되었습니다
19.피르가슴
20.미싱
21.아키라의왕국
22.아내의개
23.고통의역치
24.남편의기
25.니카,니카
26.메리고라운드
27.론다로가는길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현실을위로하는이야기장수의이야기보따리

어느날설명충이입속에살게되어입만열면설명을해대는남자,날마다거울앞에서서잘되기를복창하는여자에게미러링하는거울속여자,갑자기찾아와영혼을거래하자는악마,유행을위해서라면강아지대신네발로기는사람,실수를만회하기싫은천국의천사공무원들,진실의주둥이로결국악성학부모에게<뿌직>을외치는선생님,소파에붙어사는전염병에걸린남편과친정아버지,망섭이되어버린대한민국과서버종료를막으려는사람들,남편의피지에오르가슴을겪는아내등등,마치신문화제면에등장할만한일반사람들의기상천외한이야기로가득하다.글은1부와2부로나뉘는데,1부가평범한회사원부터계약직사원,취업준비생과면접대기자등현재자신의직업과환경에애환을가진사람들이모였다면,2부는조금더내밀하게여성과엄마의삶,그리고결혼생활에관한농담과비극을세심하게펼쳐보인다.무엇보다<그냥나같은사람들>이겪는이모든이야기에깔깔웃거나한숨을쉬거나마냥서글퍼진다면,맞다!우리는이책을아주잘읽고있다는말이다.그리고이런모든이야기가우리인생이아니겠는가.소시민이하루하루사는삶을이토록해학적으로풀어낸책이라니,이진하작가의필력에새삼(벌떡일어나)손뼉을치게된다.후기에서작가는<필사적으로무언가의망령들>과싸우며,<저보이지도않고만질수도없는저놈,저거,저코를딱한대만때려주고싶다>라고말한다.이<무언가의망령들>은가부장제,구조적불평등,억압적시스템과부조리,우리안의두려움과좌절,불안등이다.이진하작가에게글쓰기는망령과싸우는도구이자기록이며,인생은망령과부딪히며살아가는전장과도같다.그렇기에『설명충박멸기』는우리모두각자현실과투쟁하는지금을위로하는책이기도하다.작가는때려주는일에성공하지못했다고했지만계속해서끈질기게싸우고여전히주먹을내지르고있다.그리고그의모든주먹질은책을읽는우리와함께오늘도살아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생각해봐요.벌레만큼위대한것이있는지.그끈질긴생명력과적응력을떠올려보시라고요.어차피가만히있어도틀딱충,맘충,한남충,급식충,진지충소리듣는마당에그냥진짜벌레가되어버리는편이여러모로낫지않나요?사실이니까비난을들어도아무타격없고.」「설명충박멸기」중에서

악마가돌아간후,나는책상에앉아한동안덮어두었던토익책을펼쳤다.혹시모를일이지않은가.다음에내게또악마가찾아올지.어쩌면그때는더좋은조건에나를팔아넘길수있을지도모르니까말이다.「거래」중에서

떠오르는아이들은이사를하고이름을바꿨다.그래서사람들은떠오르는아이들을서서히잊어버렸다.그아이들은여전히자신의중력에비해너무무거운것들을끌어안고살아간다.그저내버려두기만했다면그아이들은하늘을찢고우주로올라가천국의별로갈수있었을텐데.「떠오르는아이들」중에서

S시에사는사람들은유행에민감했다.그들은유행하는색의유행하는옷을입고유행하는헤어스타일을한채유행하는개를데리고공원에나가산책을했다.작년에유행한견종은닥스훈트였다.그래서공원에서는다리가짧은닥스훈트를자주볼수있었다.하지만곧다리가짧은개가유행하던시절은지나갔다.털이복슬복슬한비숑프리제가대세가된것이다.「어떤유행」중에서

대학가면,입사하면,결혼하면,애낳으면,집사면행복해질거라고사람들은말했다.하지만그건다거짓말이었던거다.가만히있으면주어지는행복같은건천국에서도없었다.「막다른천국」중에서

「됐고,주1회로타협합시다.나도이제슬슬우유줄이고유동식으로넘어갈생각이었으니까.대신다음부턴요구르트도같이넣는걸로.달짝지근한게필요해.아기의삶이란아주씁쓸하다고.」「각자의사정」중에서

나는당신에대해아주많은것을알고있다.당신의이름,나이,사는곳,당신이오늘어디에서얼마를썼는지,그리고당신의카드가정지되었던진짜이유와대출금이어떻게상환되고있는지까지도.당신은어제내게쓰레기같은년이라고말했다.나와당신의음성파일이회의시간에공개되었다.나는고개를숙인채내목소리를들었다.나는죄송하지않은일을죄송하다고말하는사람이었다.「Callyouback」중에서

「아,몸이쪼개질것같네.」그리고어느날,그일이정말로일어났다.내몸이마른통나무를도끼로자른듯순식간에반으로쪼개진것이다.두다리가휘청이더니결국제각각다른방향과모양으로쓰러졌다.「절반의교실」중에서

저출생이계속되자가까운미래,대한민국에는대학이절반가까이사라졌다.철밥통으로불리던교수들은한순간에실업자가되었다.그피바람은수도권까지도불어닥쳤다.이제정년이5년남은A교수라고해서예외는아니었다.학과장인그는고통스러운날들을보내고있었다.자신의학생들이도무지졸업할생각이없기때문이었다.「정년퇴직을위하여」중에서

문앞에〈최고기획〉이라는간판이붙어있어평범한기획사처럼보이지만,사실그곳은동파시4-3지부출생률감소센터사무실이었다.거기모인이들역시마찬가지로평범한시민은아니었다.특수한임무를맡은외계요원들이었다.그들의임무는단하나였다.이구역합계출생률을떨어뜨리는것.「음모」중에서

언젠가남편은내게말한적이있었다.그날자신이다른가정의불행을양도받은기분이었다고.몇번이나엘리베이터를오르내리며원단을집으로실어나르던그날이후,서재곳곳에자리잡고있는묵은그원단들이자신을내내짓누르는것같다고말이다.남편은소파에웅크려누우며중얼거렸다.「너무무거워.인생이.」「미싱」중에서

식탁위에서세계정치와국제경제를논하는그들보다도나는도연씨의세계가더깊고넓다고생각했다.정성을다해누군가를맞이하고배려하고돌보고듣는그녀가나는그자리에있는누구보다도강하고숭고해보였다.하지만나는왜그게아니라고말하지못했을까.나도도연씨도회사를그만두었기때문일까?「고통의역치」중에서

아름답고빛나는곳에서우리는늘내쫓겼다.지하철승강장의자에나란히앉아우리는이야기를나눴다.어제나오늘에대해서는별로말하고싶지않았기때문에우리는늘내일에대해말했다.「메리고라운드」중에서

이순간을위해우리는평생을살아왔다말해도될까.다른어떤순간을위할수있었을까.그것이라고이보다덜슬플까.아닐것같았다.이렇게외로운우리가된다는것은얼마나성공적인일이겠어.나는눈을감았다.가장아름다운미래의한순간을우리는이미지나고있었다.「론다로가는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