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하고 천박하게

고상하고 천박하게

$16.00
Description
서로에 관한 목격담이자 자신에 대해 쓴 보고서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열린책들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둘이서〉의 첫 번째 책으로 뮤지션 김사월과 시인 이훤이 일 년간 편지를 주고받은 『고상하고 천박하게』를 선보인다. 책 제목은 김사월의 글 중 〈침실 책상에서는 최대한 고상한 것을, 거실 책상에서는 최대한 천박한 것을〉에서 인용한 것으로, 이렇듯 서로 대조되는 이미지나 시선이 두 사람의 글에서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첫 편지는 202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고 마지막 편지는 시작한 지 딱 일 년째인 2024년 10월에 끝이 난다.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친구의 남편으로, 아내의 친구로도 만나지만 시를 짓고 노래를 만드는 아티스트 동료로서도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함께 고민하고 솔직한 감정을 나누고 그다음으로 나아간다.
두 사람의 모든 글이 편지 형식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사월아〉, 〈훤아〉라고 이름을 부르고는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의 깊은 이야기들을 일기처럼 쓴다. 또 어떤 날은 서로를 인터뷰한다. 노래하는 사람은 시를 쓰는 사람에게 시를 이해하는 방식에 관해 묻고, 시인은 뮤지션에게 무대 위에 관해, 그리고 어떻게 그런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는지 한참 대화하다가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둘이서 500자로 하루하루를 써본다. 뭘 먹었는지, 어디를 걸었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에 둘러싸여 돌아왔는지 털어놓는다. 그렇기에 이훤의 말처럼, 〈이 책은 둘이서 쓴 세계에 대한 일지이자 서로에 대한 목격담이고 자신에 대해 쓴 보고서〉이다.
저자

김사월,이훤

저자:김사월
한국의싱어송라이터.2014년김사월×김해원의「비밀」로데뷔.프렌치팝과록의영향을받았지만,기본적으로는포크송을쓴다.정규앨범「수잔」,「로맨스」,「헤븐」,「디폴트」를발표했다.가끔목소리나편곡으로다른이들의음악에서포트를한다.가끔수필을쓰거나영화음악을만든다.그리고안해본것도재미있어보이면한다.잘웃고잘울다가뭔가를기록하는사람.

저자:이훤
정지된장면을잇고모국어를새삼스러워하는사람.시집『양눈잡이』,『우리너무절박해지지말아요』와산문집『눈에덜띄는』,『아무튼,당근마켓』등일곱권의책을쓰고찍었다.분절과유격,연결에관심이많다.「WeMeetinthePastTense」등의전시와『정확한사랑의실험』,『벨자』,『끝내주는인생』등의출판물에사진으로함께했다.사진관〈작업실두눈〉을운영한다.

목차

2023년10월19일결혼식에서
2023년10월30일어떻게그럴수있어?
2023년11월5일공항에서
2023년11월12일비행기속비행기속크고작은비행기들
2023년11월15일비행기속비행기속크고작은비행기들II
2023년12월7일풀밭에서
2023년12월13일만나지않으면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다
2023년12월17일무서워하는걸까?
2023년12월18일당신의화면은9초뒤에준비됩니다
2023년12월31일종말을앞두고출근을한다
2024년1월26일일본에서1
2024년1월29일일본에서2
2024년1월30일일본에서3
2024년2월15일진짜끝날까봐
2024년3월13일사월아,우리지난번만났을때나눴던이야기기억나?
2024년3월21일진우훤리에게
2024년3월23일사월킴에게
2024년5월9일인터뷰요청의건
2024년5월22일이훤인터뷰:사진과시에대한구차하고평범한질문들
2024년6월8일김사월이블로그에쓴글
2024년6월22일죽음과스쿼트와청경채파스타
500자의자유
이번주의꿈이야기
이번주산책
해야하는데못하고있는것
집에가고싶은순간
누군가를조금더좋아하게되는순간
내인생에서벌어질최악의시나리오(2024버전)
(당신에게)우정이란?
당신이근래본영상중가장좋았던것과이유
이상적인하루계획표,루틴(2024버전)
마지막편지
2024년10월1일사월에게
2024년10월1일내친구진우훤리에게
편지이후의글들

출판사 서평

서로의세계를다시읽는지침서,김사월과이훤의편지

처음<둘이서>시리즈를제안했을때,이훤은친구김사월을바로떠올렸다.그는친구의글이,특히산문이늘좋다고생각했고김사월의블로그를애독하는사람이었다.또둘이서다양한주제로오랫동안이야기를나누면서생각하는바와지향하는지점들에대해호흡과이해를같이해왔다.솔직하고날것그대로의모습을보여줄수있도록글을주고받았기에이산문집은두사람이다루는주제의폭이굉장히넓으면서도서로교차하는순간들역시고스란히드러난다.사진작가이기도한이훤의사진들(사진이라는공간을통해)을보고김사월이음악을만들때생각하는것들이교차하거나,뮤지션김사월의음악을듣고이훤시인이음악속숨겨진리듬을찾아내는것들은놀라울정도로두장르가닮아있음을알게된다.그렇기에이책은시인과뮤지션이각자작업할때어떻게일하는지,그리고어떤고민을하고,언제마음이괴로운지를엿볼수있다.무엇보다두사람의글은아름답다.글을읽는누군가에게잘보이려고꾸민것이아니어서,어떨때는노골적으로자기감정을표현하는데도이우정의글이너무나뭉클하고사랑스럽다.이책을읽는이들에게,이우정을우리도누군가와나누고싶게만든다.구차하고평범하고솔직하고징그러운일상을친구와나누고싶게끔한다.고상하고천박하게.

책속에서

사는나와쓰는나사이슬픔에도시차가있다는이야기로들었어.어떤중요한장면에우리는늦는다.띄엄띄엄돌아가서기록한다.사월이만드는음악도비슷할까?조금은위태로운사람이발휘할수있는사랑이,무대에서가능해지는용기가있다고믿게됐다.16p

나는훤이네가우는남자라서좋다.남성해방은눈물로부터의자유에서시작될수있을지도몰라.좀짓궂은것같지만,둑이무너지듯울수있는네가좋다.결국은무너졌으면해서부드럽게경계를쌓아둔거아니야?넘쳐흐른눈물이너의글과사진과생의기쁨으로흘러갈걸생각하니눈물이단비같다.19p

무대에서말을많이한날은집에와서유독조용해져.사월이도말하거나소리내지않고발화하고싶은기분이가끔드니?31p

사랑하는사람이잠들어있는그가련한모습을물끄러미바라볼수있을정도로나는강해질수있을까.강해지는게두려워서매번도망치는건지,강해질마음도없는건지모르겠지만나는역시혼자가되었고그게좋더라.나하나만책임져도되는삶의편리함과고독이좋은거겠지.지금사랑을하는너를보면경외감마저든다.55p

사진이우릴어디로데려갈지는사진가도모른다.읽는사람도모른다.확실한건어떤사진을만나고나면우리는조금달라져있다.만나지않으면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다.그래서계속미지와우연으로이루어진세계를만든다.60p

공연은휘발되기에정말중요한말을해버리고싶어진다.증발할것을알고진짜마음을말하는기분.남겨질만한순간에는오히려숨고싶어지는마음을너는알겠지.네가나를기록해주어서나의어떤부분이죽지않게된다.글로사람을살린다는게별거일까.남겨주어서고맙고살려줘서고마워.88p

너도노래듣다그럴때있니,사월아.살고싶다고느낄때.살고있는데,살고있는데,사무치도록살고싶을때.모든것으로부터구제된다고느낄때.책상밑에깊숙이숨겨둔결함들이잠시부끄럽지않다고느낄때.101p

너는정말이미지를찾는사람이구나.얘기를들으니까너는이미지적인것을재밌어하고나는이야기적인걸재밌어한다는생각이들어.141p

스스로에게좋은걸많이먹이고나를거의죽음으로내모는풍경앞에도나아가며살자친구야.라디오도가끔듣고.두려워하면서.아무것도무서워하지않으면서.어떤날은눈물이질질나는대로흘러내리게두면서.173p

혼자있을때보다더천천히,네눈으로,너를지나간사람의눈으로,그리고다시날통과하는눈으로이제껏본것들을다시봤다.편지는세계를다시읽는지침서같은거니까.이책은둘이서쓴세계에대한일지이자서로에대한목격담이고자신에대해쓴보고서다.더많은타인에게로향하는광야의우정이기도하다.그런우정을오래원했다.218p

그때네가나를찾았다는게난너무기뻤어.그래서두고두고슬프다.감히네아픔을조금알것같아서.비슷한통증을겪었던나의냄새를맡고너는몇번이고나를찾았던거지.네가나만큼,아니면나보다더아팠을거라생각하면난네가너무불쌍하다.22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