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사람

옆사람

$16.00
Description
나와 옆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관한 이야기
소설가 고수경의 단편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으로 선보인다. 고수경은 202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숨겨진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단편들을 발표해 왔다. 이번 첫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그동안 문예지에 선보였던 단편뿐 아니라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뽑힌 등단작, 그리고 새롭게 쓴 글까지 총 여덟 편이다. 소설가 조경란이 추천사에 〈소설의 알려진 진실 중 하나는 이야기를 발생시키는 큰 힘이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인물에 대해, 이웃과 타인에 대해 진심을 다해 보고 듣고 생각하고 상상해야 한다. 어쩌면 쓰는 일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듯이, 고수경은 어떠한 사람에 관해 온 힘을 다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작가의 놀라운 점은 그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인에 관한 비난과 지적은 너무나 쉽지만 애정을 담아 한 사람을 표현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흔히 소설에서 발견하는 불편하거나 어색하거나 싫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고수경 소설의 특징이다. 존재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고, 그들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 역시 제각각 살아 있기에 독자는 공감을 넘어 더 큰 방향, 즉 〈이해〉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고수경의 소설이 특별한 점은, 보통 스토리를 전개하거나 등장인물 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클리셰가 없다는 점이다. 탈선으로 보이는 학생과 지도 교사의 관계에서도, 현관문 비밀번호를 계속 틀려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과 그의 줄넘기 이웃과의 상황에서도, 전해 줄 물건을 들고 치앙마이까지 가게 된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도, 그리고 어느 날 저어새를 반려동물로 키우게 된 한 부부의 고민 속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내 옆사람과의 간격에서도,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전개가 펼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단편 하나하나 읽고 나면 그 완성된 이야기에 개운함이 느껴질 정도다. 새로운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고수경의 글을 꼭 권하고 싶다. 조경란의 말처럼, 〈소설의 가치〉를 깊이 알고 쓰는 일이 여기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

고수경

저자:고수경
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석사과정을수료했다.2020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새싹보호법
다른방
이웃들
분실
아직새를몰라서
좋은교실

옆사람
작품해설:마음이원한것/황예인(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소설의알려진진실중하나는이야기를발생시키는큰힘이
〈인물〉이라는것이다.그러므로작가는인물에대해,이웃과타인에
대해진심을다해보고듣고생각하고상상해야한다.
어쩌면쓰는일보다더어려울수도있는일을.
고수경의등단작제목은의미심장하게도〈옆사람〉이며그럴기회를
갖지못한젊은부부의이야기이다.그단편을시작으로이소설집에실린
대부분의작품이이웃들,타인을보는우리의방식을검토하게하고
가족과옆사람들을돌아보게만든다.그조용한기척이소설의또다른
진실이고작가의일,소설의가치라는것을깊이알고쓰는젊은작가가
여기에나타났다.이것이겨우첫번째소설집인데도그렇다.
―조경란(소설가)

『옆사람』은실은마음이야기
고수경의소설에는유독읽는이의마음이잘비친다.얼핏담백해보이는작품들에는틀림없이의도하고지워낸듯분명한여백이있어서,그꽉찬빈자리를헤아리다보면뒤늦게강렬한이야기였구나,깨닫게되곤했다.그러니까뼈대는몹시분명한데이를감싼살결은투명해서독자의내면과쉽게공명할수있는이야기다.당신이라면어떨까?남편의지갑분실로,단한번도〈우리〉였던적이없다는사실을깨달은아내의이야기「옆사람」,방문의열쇠를발견하고마침내그방에들어가편히몸을누이는부부의이야기「다른방」,넣을것이마땅치않아처박아두었던커다란가방에드디어넣을만한무언가가생긴부부의이야기「아직새를몰라서」등사이가저마다다른부부의이야기에자신을비추어보는독자들도있을것이다.혹은안전하게머물공간을찾아집과모텔과동아리방을오가는소년을뒤쫓는교사의이야기「새싹보호법」,학생의집을〈교실〉로부르며아파트속무수한교실들과차안을오가는학습지교사의이야기「좋은교실」,억지로지은미소와마스크로감춰진표정사이에과연차이가있는걸까묻게만드는한감정노동자의이야기「탈」에자기모습을투영하는독자들도있을것이다.무엇이되었든,고수경의첫소설집을읽고나면,당신이사는방,가지고다니는가방같은것들이더는심상하게보이지않을것이다.이야기를읽은후다시나자신에게로돌아와마음을들여다보는일,그리하여내마음을외면하지않은채주변에서일어나는사건들을해석하는일.이것이바로소설이우리에게열어주는가능성중하나가아닐까.고수경이써낸말간이야기들과함께자신의삶을충만하게만들수있기를바란다.ㅡ문학평론가황예인

책속에서

윤아야,너희에게는일이이미일어난거야.그동안아무일도없었던게아닌거야.강은그렇게말하고싶었다.그러면윤아는뭐라고대답할까?강은그말을뭐라고설명해줘야할까?설명하면윤아는모두이해할까?이런일들을제대로이해하지못한쪽은강도마찬가지였다.「새싹보호법」중에서,31면

평소에는소희가자주졌다.원체연호가생각이많지않고무던한편이어서였다.둘사이에서그렇구나,그럴수도있지를자주말하는건연호쪽이었다.그러나이번에는그렇다더라를연호가맡았고그렇구나를소희가맡았다.그렇다더라와그렇구나의대화가길어질수록불리한건그렇다더라였다.그렇구나는계속그렇구나여도되지만그렇다더라는매번새로운그렇다더라를만들어야하기때문이었다.결국동이난그렇다더라가먼저포기했다.「다른방」중에서,67면

내가보기에웃긴건송이내아랫집에산다는거였다.나는아래층사람에게피해를주지않으려고줄넘기를밖에서해왔다.그런데정작그아랫집사람은내가줄넘기하는동안옆에서같이줄넘기하고있다니.하지만그가밖에있다고내가집안에서줄넘기를할수는없었다.내가집에있으면그도자기집에있을테니까.결국송과나는매일밤11시에다세대주택앞에서같이줄넘기를해야하는것이었다.「이웃들」중에서,91면

「언젠간가겠지?근데요즘엔헤매는것도좋아.말도헤매고,길도헤매고.그러는동안에는거기에만집중하니까다른생각을안하게되더라.회사에서잘렸던것도,웹툰도전만화에서계속실패하는것도,옛날일들도.」「분실」중에서,135면

우리집에는저어새한마리가산다.앵무새나카나리아같은새였더라면귀여워했을지도모른다.왜가리나두루미처럼커다란새도부리는저렇게넓적하고길지않았다.크기가작거나부리가짧았더라면좋았을텐데.얼굴이검지않고눈자위도뻘겋지않은,일반적인새였더라면.「아직새를몰라서」중에서,149면

그녀는아이가없는방에혼자있었던적이많지않았다.그리고한이의방에서도이렇게가만히앉아있어본적은없다는사실을깨달았다.아이들은자기방에혼자있을때어떤생각을할까.「좋은교실」중에서,206면

퇴근길에마스크를고치고또고장날사태를대비해여분의마스크를주문하기로했다.처음부터마스크가두개였어야했다.하나만으로진짜얼굴을대체하려고했다니.마스크두개만있으면진짜얼굴에어떤문제가생겨도나는단정하고지속가능한외모로직장에다닐수있었다.「탈」중에서,226면

그들은뭔가를고민하다가서로의눈을마주보곤했다.다음주말이면다괜찮아질까?「옆사람」중에서,24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