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간 (반양장)

투명 인간 (반양장)

$9.41
Description
〈2025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선정
정수만을 담아 간결하고 간편하게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시즌 3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인 모노 에디션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세계문학 전집의 정수만을 담아 한층 간결하고 간편한 형태로 펴낸 모노 에디션은 작품 선정에서 책의 장정까지, 덜어 내고 또 덜어 내 고갱이만을 담았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이 풍성한 목록과 견고한 하드커버 장정으로 독자들과 만나 왔다면 모노 에디션은 엄선한 목록과 가벼운 장정, 8,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좀 더 친숙하고 쉽게 고전들을 만나는 기회를 열어 준다. 최대한 덜어내되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고민은 깊게 녹여 내 최소한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완결성을 추구했다. 영원한 청춘, 부조리와 반항의 작가 카뮈부터 인간의 자유를 노래하는 카잔차키스의 대작과 고전 SF의 명작들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세계 문학으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 모노 에디션을 더욱 풍성해진 목록으로 다시 만나자.

분노와 고독에 찬 안티히어로 투명 인간,
혹은 소외되고 핍박받는, 그래서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린 이들의 대변자

조용한 시골 마을 아이핑에 괴상한 차림의 사내가 나타났다. 잔뜩 눌러쓴 모자에 검은 색안경을 끼고 얼굴은 온통 붕대로 싸맨, 가난에 찌든 과학자 그리핀. 불가시성이 가져다줄 힘과 자유를 상상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투명하게 만들지만 〈타자〉이자 〈소수자〉인 투명 인간을 향한 사람들의 공포와 혐오는 커져만 가고, 순식간에 그는 하나의 거대한 악이 되어 버리고 마는데……
사회적 존엄이라는 가면 밑에 숨은 인간 어둠의 심연, 〈나와 다른 존재〉를 사냥하는 우리 모두의 잔인성을 들여다본다.
저자

허버트조지웰스

저자:허버트조지웰스(HerbertGeorgeWells)
지적·도덕적허위에대한차가운분노를품었던지식인.세계의운명에관심을기울인위대한진보주의자.문학적인것을썼지만예술가라기보다는오히려과학자였던인물.허버트조지웰스는1866년잉글랜드켄트주브럼리에서태어났다.어려운가정형편탓에포목점과약국등에서수습점원으로일하면서도틈틈이독서에열중하던웰스는그래머스쿨의보조교사로일하며진정한학문으로서의과학에눈을떴다.스무살에과학잡지『사이언스스쿨저널』을창간,『타임머신』의습작인「<크로닉아르고>호」를연재하며본격적인글쓰기를시작했다.그때부터세상을떠날때까지60여년에걸쳐계속된그의저작활동은소설,평론,에세이,역사서,백과사전,논문등장르를망라하며그방대한작품들속에서그가다루지않은주제는거의없을정도이다.윌리엄모리스,조지기싱,헨리제임스,조지프콘래드,버나드쇼,막심고리키등동시대의문인들은물론시어도어루스벨트,레닌,트로츠키와같은인물들과도교분을맺어세계적명사로서수완과능력을발휘하며다방면에서활약했다.1946년웰스가여든의나이로사망했을때,보르헤스는다음과같이그를추모했다.<웰스는문인이라기보다는문학자였다.그는역사에대해논쟁하고과거를탐구했는가하면,미래로눈을돌려모든현실과가공의삶을기록했다.>『타임머신』외에『투명인간』,『우주전쟁』등의SF를비롯하여사회풍자소설『킵스』,『토노-번게이』,계몽서『세계사대계』,『생명의과학』등을썼다.

역자:김석희
서울대학교인문대학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어국문학과를중퇴했으며,1988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소설이당선되어작가로데뷔했다.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넘나들면서존파울즈의『프랑스중위의여자』,존르카레의『추운나라에서돌아온스파이』,짐크레이스의『그리고죽음』,폴오스터의『빵굽는타자기』『,스퀴즈플레이』『,빨간수첩』,존러스킨의『나중에온이사람에게도』,허먼멜빌의『모비딕』,쥘베른걸작선집(전15권),시오노나나미의『로마인이야기』(전15권)등2백여권을번역했고,역자후기모음『번역가의서재』등을펴냈으며,제1회한국번역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투명인간
역자해설
허버트조지웰스연보

출판사 서평

분노와고독에찬안티히어로투명인간,
혹은소외되고핍박받는,그래서보이지않게되어버린이들의대변자

조용한시골마을아이핑에괴상한차림의사내가나타났다.잔뜩눌러쓴모자에검은색안경을끼고얼굴은온통붕대로싸맨,가난에찌든과학자그리핀.불가시성이가져다줄힘과자유를상상하며스스로의모습을투명하게만들지만<타자>이자<소수자>인투명인간을향한사람들의공포와혐오는커져만가고,순식간에그는하나의거대한악이되어버리고마는데……
사회적존엄이라는가면밑에숨은인간어둠의심연,<나와다른존재>를사냥하는우리모두의잔인성을들여다본다.

미국대학위원회선정SAT추천도서
2010년영미권독자들이선정한<최고의SF>

책속에서

사내는하얀헝겊-그것은사내가가져온식탁용냅킨이었다-을얼굴아랫부분에대고있어서,입과턱이완전히가려져있었다.목소리가분명치않은것은그때문이었다.하지만홀부인이놀란것은그때문이아니라,푸른색안경위의이마전체가하얀붕대로덮여있고귀도하얀붕대로가려져있어서,분홍빛코끝을빼고는얼굴에서노출된부분이하나도없었기때문이다.그의코는선명한분홍빛이었고,처음도착했을때와마찬가지로반짝반짝빛났다.그는밤색의벨벳재킷을입고,검정색아마포로가장자리를두른옷깃을목주위에세우고있었다.이마를가로지른붕대아래나붕대사이로빠져나온숱많은검은머리는기묘한꼬리와뿔처럼삐죽튀어나와정말로기괴해보였다.-11면


「오오,맙소사!」누군가가말했다.그때붕대가벗겨졌다.
최악이었다.입을딱벌리고공포에사로잡혀있던홀부인은눈앞에나타난광경에비명을지르며현관쪽으로달려갔다.다른사람들도모두움직이기시작했다.그들은흉터와기형같은유형의공포에는대비가되어있었지만,거기에는아무것도없었다!붕대와가발이복도를가로질러술청안으로날아왔고,덩치만크고눈치없는한젊은이가그것을피하려고펄쩍뛰어올랐다.다들앞다투어계단을구르다시피내려갔다.거기에서서앞뒤가맞지않는지리멸렬한설명을외치고있는사람은외투깃까지는확실히눈에보이는몸짓을하고있었지만,그위에는아무것도없었기때문이다.적어도눈에보이는것은전혀없었다!-61면

<동물을,생체조직을투명하게만들수있을지도몰라!동물을눈에안보이게할수있을지도몰라!색소만빼고는모든조직을투명하게만들수있을거야.나는투명인간이될수있어!>나는선천성색소결핍증인알비노환자가그런지식을갖는게무엇을의미하는지를갑자기깨달았지.그건압도적이었어.나는하고있던여과작업을중단하고창문으로다가가서창밖의별들을쳐다보았지.<나는투명인간이될수있다!>나는같은말을되풀이했다네.
나를투명하게만든다면마술을능가하겠지.나는마음에어두운그늘을드리우는한점의의혹도없이불가시성이인간에게의미할수있는모든것-비밀,힘,자유를상상했어.바람직하지못한결점은하나도찾아볼수없었지.생각해보게.초라하고가난에찌든내가,지방대학에서바보들을가르치며시위대에둘러싸여있는대가갑자기이렇게될수있다니.켐프,자네라면어떻게했겠나?-153~154면

생각하면할수록,춥고더러운날씨와북적거리는문명사회의도시에서투명인간이되는것이얼마나부자유스럽고어리석은짓인지를더욱절실히깨달았다네.이미친실험을하기전에는수많은이점을꿈꾸었지.그런데그날오후에는완전히기대에어긋난것처럼여겨졌다네.나는사람이원하는것들을꼽아보았네.눈에보이지않으면확실히그것들을손에넣을수는있겠지만,손에넣은것을즐길수는없어.높은자리에올라도,거기에나타날수없다면그게무슨소용이있겠나?여자의이름이들릴라일수밖에없다면,그여자의사랑을얻은들무슨소용이있겠나?나는정치에는전혀취미가없고,유명한망나니짓이나자선활동이나스포츠에도전혀취미가없네.나는어떻게하면좋았을까?그때문에나는몸을완전히감싼수수께끼,몸을감싸고붕대로감은인간캐리커처가되어버렸어!-203면

마침내군중이길을내주어켐프가똑바로일어섰을때,땅바닥에는서른살쯤된젊은이의멍들고찢긴몸이알몸으로비참하게누워있었다.그의머리털과수염은새하얳다.나이가들어서하얗게센것이아니라선천성색소결핍증때문이었다.그의눈은진홍빛석류석같았다.그는두손을움켜쥐고,눈을크게뜨고,화나고당황한표정을짓고있었다.-24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