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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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다〉를 주제로 한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쓴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걷다』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테마로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모두 25명의 소설가가 같이한 단편소설집이다. 그 첫 번째 앤솔러지 『걷다』 편에는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이 참여했다. 당대의 실제적인 삶을 직시하며, 특히 여성 개인의 정체성을 고유의 리듬으로 담아내는 김유담의 「없는 셈 치고」는 어릴 적부터 고모 집에서 고모의 딸과 함께 자매처럼 자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매가 되지 못한 채 사촌의 삶은 어느 날부터 어긋나 보이고, 결국 고모와 함께 〈민아〉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고모의 말처럼 없는 셈 쳐야 하는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품마다 깊이 있고 정교한 구성을 보여 주며 개성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는 성해나의 「후보(後步)」는 38년간 철물점을 운영한 〈안드레아〉가 의사의 조언대로 뒤로 걸으며 〈홀로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수십 년 전부터 같은 동네에 자리한 재즈 바 〈클럽 상수시〉와 그곳의 주인 〈세실〉과의 세월을 곰곰 반추한다. 〈상수시〉가 무슨 뜻인지는 아름다운 재즈곡과 함께 글의 마지막에 밝혀진다.
보통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그에 얽힌 고통과 이해의 문제를 깊고 섬세하게 그리는 매력적인 서술자 이주혜는 「유월이니까」에서, 아내와 최근 헤어진 젊은 주인공이 동네 공원에 자리한 운동장 트랙을 나간 지 사흘 만에 발견한 어느 여성뿐 아니라 급하게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며 자기 아내를 맡아 달라는 한 남자와의 만남을 담고 있다. 그 남자가 부탁한 그의 아내는 어떤 모습인 걸까, 그리고 나의 아내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 걸까. 한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유령 개 산책하기』는 고요하고도 능청스러운 환상을 자연스럽게 일상에 부려 놓는 임선우 특유의 매력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언니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와 다시 〈나〉에게 유기한 열세 살의 영국코커스패니얼 〈하지〉는 내게 오자마자 석 달 만에 심근증으로 돌연사했다. 그런 하지가 죽은 지 한 달 만에 돌아왔고, 나는 희뿌연 유령 개가 된 하지를 데리고 하지가 좋아하던 곳으로 산책을 나선다. 『걷다』의 마지막을 장식한 임현은 절제된 문장으로 인간의 모순이나 결점을 섬세하게 건드려 읽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느리게 흩어지기』는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다 보내는 〈명길〉이 글쓰기 강좌에서 만난 〈성희〉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오래전 〈그〉에 대해, 걸으면서도 머릿속에 가득한 여러 생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김유담,성해나,이주혜,임선우,임현


저자:김유담
2016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탬버린』,『돌보는마음』,중편소설『스페이스M』,장편소설『이완의자세』,『커튼콜은사양할게요』등이있다.2020년신동엽문학상을,2021년김유정작가상을받았다.

저자:성해나
2019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빛을걷으면빛』,『혼모노』,장편소설『두고온여름』등이있다.2024년김만중문학상신인상을,2024년,2025년젊은작가상을,2025년신동엽문학상을받았다.

저자:이주혜
2016년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고양이의이름은길다』,『누의자리』,장편소설『자두』,『계절은짧고기억은영영』,『여름철대삼각형』등이있다.2023년신동엽문학상을받았다.

저자:임선우
2019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의마음으로』,『초록은어디에나』,단편소설『0000』등이있다.2023년김유정작가상을받았다.

저자:임현
2014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개와같은말』,『그들의이해관계』,중편소설『당신과다른나』등이있다.2017년젊은작가상대상을,2018년젊은작가상을받았다.

목차


없는셈치고김유담
후보(後步)성해나
유월이니까이주혜
유령개산책하기임선우
느리게흩어지기임현

출판사 서평

김유담,「없는셈치고」
<걷기>라는주제를받았을때,가장먼저떠오른장면이맨발걷기를하는어르신들의모습이었다.요즘집근처공원에서맨발걷기를하는분들을여럿마주치곤했는데,장년이나노년에접어든여성들이특히눈에띄었다.공원을산책할때마다(나는맨발걷기를하지않지만)맨발로걷는사람들을몰래관찰하며맨발걷기의효능에대해찾아보기도했다.초고제목은<맨발걷기>였고,맨발걷기에대한묘사가지금보다는좀더많은형태로초고가나왔는데,원고를다시들여다보면서맨발걷기라는행위보다는소설속인물이맨발걷기에집착하는이유에관한이야기가더필요하겠다는생각이들어서수정을거쳤다.우리모두각자의마음속에서<없는셈치고>지우고싶은존재가하나쯤은있지않을까하는생각으로완성한소설이다.

성해나,「후보(後步)」
인생의뒤안길로물러난이들을흔히퇴보했다고말하곤한다.나는이들이퇴보가아닌후보(後步)하고있다고고쳐말하고싶다.앞이아닌뒤로,다음걸음을내딛는사람들이라고.뒤를돌아보며삶을새로이정리하고받아들이는,후보하는이를소설에담고싶었다.주인공안드레아가사랑하는재즈역시<쇠락한장르>로불리지만재즈역시쇠락이아닌,계승의길을걷는것같다.그래서스탠다드재즈를새롭게변주한곡을들으면옛세대와현세대가함께산책하는광경이떠오른다.뒤로걷는산책.낭만적이지않은가.

이주혜,「유월이니까」
지난겨울많이아팠다.가만히있으면불안이나를송두리째집어삼킬까두려워무조건몸을움직였다.동네에서걸어갈수있는공원을찾아갔다.이사한지2년이넘었는데한번도가보지않은공원이었다.우려와달리한밤의공원은몹시붐볐다.생각보다많은사람이걷고뛰고있었다.나도그사람들틈에슬며시끼어들어함께걸었다.늘혼자걸었다.걷는동안겨울이봄으로이어졌다.밤인데도나무에피어나는꽃들이등불처럼환했다.내옆을스쳐달리던여자가친구에게말했다.아유,숨차죽겠네.친구가말했다.살려고달리는데죽으면어떡해!두여자가까르르웃었다.겨울에서봄으로건너가는시공에서많은이가죽겠으니살려고걷고뛰고있었다.봄이무르익어갈때친구가연락을주었다.집근처왕릉에보리수가꽃을피웠다고.그향이기가막힌다고.당장그곳으로갔다.함께무덤가를서성이며보리수꽃을보고향을맡았다.죽음곁에피어난삶이너무화사해나는어쩐지부끄러워졌으나,그만큼살고싶어졌다.

임선우,「유령개산책하기」
걷기를주제로한소설을써야겠다고다짐한순간부터개를주인공으로등장시키고싶었다.걷기를환희로느끼는소설을쓰고싶었는데,그러려면개보다더적합한존재는없을테니까.

임현,「느리게흩어지기」
흔히들인생을여행에비유하지만,나의여생은여행보다는산책같기를바란다.예상이가능한범위내에서단조롭고일정하게,익숙하면서도무심하게매일매일을살고싶다.그게꽤나이루기어려운계획이라는것도잘안다.대신그런삶을살아가는사람의이야기를써볼수는있지않을까.동네의산책로를따라걷다보면모르지만눈에익은사람들을마주칠때가있다.안다고도모른다고도할수없는사람들.누군가에게는이소설이그렇게읽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