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헤세
저자:헤르만헤세HermannHesse
성장하는청춘들의고뇌와치열한자아탐구를담은작품들로독일문학의거장으로자리잡은소설가.헤르만헤세는1877년독일칼프에서태어났다.1891년주(州)시험에합격하여마울브론신학교에진학했으나적응하지못하고7개월후학교에서탈주했다.그후자살기도를하고정신과치료를받는등방황을거듭하기도했다.1898년첫시집『낭만의노래』로문단에첫걸음을내디뎠다.1904년소설『페터카멘친트』로문학적인성공을거두어전업작가로서의삶을시작했고,이후자전적체험을담은소설『수레바퀴아래서』를비롯한다양한작품들을발표하며활발한활동을이어갔다.정신적인위기를겪으며정신분석치료에몰두하게되면서더욱내면탐구에깊이천착하는작품들을발표하기시작한헤세는,특히1919년에밀싱클레어라는가명으로출간한소설『데미안』으로젊은이들에게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그밖에『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싯다르타』,『나르치스와골드문트』,『유리알유희』등의작품들을발표했다.1946년에노벨문학상을수상했고,1962년스위스몬타뇰라에서뇌출혈로생을마감했다.
역자:강명순
1960년인천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였으며,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파트리크쥐스킨트의『향수』,샤를로테링크의『폭스밸리』,『죄의메아리』,『속임수』,헤르만코흐의『디너』,헬무트슈미트의『헬무트슈미트,구십평생내가배운것들』,파울요제프괴벨스의『미하엘』등이있다.
수레바퀴아래서
역자해설―청소년기의보편적자화상
헤르만헤세연보
★1946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
★서울대학교선정동서고전200선
★국립중앙도서관선정고전100선
★국립중앙도서관선정청소년권장도서50선
★한국경제신문선정국내외명문대생이즐겨읽는고전
1906년에출간된『수레바퀴아래서』는헤세의사춘기시절체험이담긴자전적성장소설로,총명하고성실한한소년이어른들의욕심과억압적인교육제도에희생되어비극을맞게되는이야기를담고있다.모두의기대를한몸에받으며치열한경쟁을뚫고명문신학교에입학하지만결국상처를입고무너져가는한소년의비극을통해,무자비한수레바퀴처럼개인의개성과인격을짓누르는기성사회에날카로운비판을가하는작품이다.
이책을옮긴전문번역가강명순씨는원문에충실하면서도가독성을살린섬세한번역으로,헤세특유의서정적인독일어문장을아름답게살려냈다.번역원본으로는독일주어캄프출판사에서출간한헤세전집중한권인HermannHesse,SamtlicheWerke2:PeterCamenzind,UntermRad,Gertrud(Berlin:Suhrkamp,2001)를사용했다.현재로서는가장권위있는판본중의하나이다.
모순적인교육제도에짓눌린안타까운청춘의이야기
독일의작은시골마을에사는소년한스기벤라트는총명하고성실한학생으로,그를몰아붙이는아버지와교사들,마을어른들의기대속에서신학교시험에합격하기위해밤낮두통과싸우며공부에매달린다.마침내주(州)시험에합격하여마울브론신학교에진학한한스는,그곳에서자유분방한성격의친구헤르만하일너를만나가까워지게된다.시인의기질을지닌하일너와의우정으로한스는새로운세계에눈을뜨게되지만,그영향으로그가점점공부에서멀어지자두사람의우정은곧학교의골칫거리가된다.그러던중획일적인학교시스템을견디지못한하일너가학교기숙사에서탈주하여퇴학처분을당하는사건이벌어지고,신학교의강압적인분위기속에서겨우의지했던친구마저잃은한스는점점더학교생활에적응하지못한다.결국신경쇠약진단까지받은그는신학교를그만두고다시고향으로돌아오게된다.낙오자가되어돌아온그를향한주변의무심한냉대속에서,무너져내린한스의마음은좀처럼쉽게회복되지못하는데…….
이처럼이작품은타고난총명함으로촉망받던한소년이어른들의비뚤어진욕심과교육제도에희생되어비극을맞게되는이야기를담고있다.본래자연을좋아하고감수성이풍부한소년인한스는어린나이에학업과입시경쟁에내몰린이후부터좋아하던모든여가활동을빼앗기고공부에만몰두하며제대로된유년기를누리지못한다.그런그를몰아붙이는아버지와교사들,교장과목사를비롯한기성세대들은개인의개성과자유를억압하고성적에따라규격화된인물만을양산하는사회와교육제도의모순된단면을보여준다.
그러나비극으로치닫는듯한줄거리에도불구하고이작품은한편으론매우섬세하고서정적인아름다움이가득한소설이다.억압적인제도속에서위태로운성장통을겪으면서도자기나름으로솔직하게세상을이해하며조금씩성숙해가는소년들의모습이나,다소서툴지만진실된교감을나누는그들의우정은,위선적인권위만내세우는어른들의모습과대비되어순수하고진솔한아름다움을보여준다.또수채화처럼투명한필치로묘사되는독일마을의자연풍광,아득한향수(鄕愁)속에서오감을자극하며생생하게그려지는유년시절기억들은그것이아름답기에더욱안타깝고애잔한애수를불러일으킨다.향수가자아내는짙은서정성은그것이이미상실된것에서오는그리움이기때문이다.어른들의욕심으로유년기를도둑맞고변해버린주변의모든것을바라보는한스의시선을따라가며독자들은그의아픔과그리움에더욱깊이공감하게된다.
헤세자신의사춘기시절체험이담긴자전적성장소설
이작품은자전적요소가강한헤세의수많은작품들중에서도,특히그의청소년기시절의체험들이곳곳에가득담겨있는성장소설이다.1877년독일남부뷔르템베르크주의소도시칼프에서태어난헤세는그자신역시치열한경쟁률을뚫고주시험에합격하여1891년마울브론신학교에진학했다.그러나규율과인습에얽매인신학교생활을이겨내지못하고7개월만에학교에서도망쳐나왔다.작중에서몰래신학교기숙사를도망쳐나와퇴학을당하게된하일너의탈주사건은이때그의체험을반영한것이다.이후자살기도를하기도하고신경쇠약으로정신과치료를받는등방황을거듭한헤세는,우여곡절을거쳐김나지움에입학했으나적응하지못하고결국학업을중단했다.그후그는시계부품공장과서점등에서수습직원으로일하면서글을쓰기시작했고,글쓰기를통해스스로를치유하며작가의꿈을키워나갔다.
『수레바퀴아래서』는이러한인생여정을거쳐전업작가의길을걷기시작한20대의헤세가쓴초기작품으로,자신의쓰라린사춘기시절을돌아보는그의아픔과향수가짙게배어있는소설이다.신학교를그만둔후고향으로돌아와어린시절뛰놀던숲을떠돌면서은밀하게자살계획을세우는한스의모습이나,마음을다잡고기계공일을배우기시작하며어떻게든현실과타협하여살아가려애쓰는모습등엔,학업을중단한후위태롭게발버둥치던10대시절헤세의방황이고스란히담겨있다.그러나문학청년하일너처럼헤세에겐글쓰기가있었기에스스로를치유하며자신만의길을걸어갈수있었지만,주인공한스는결국인생의수레바퀴아래깔려비극적으로생을마감하고만다.청운의꿈을안고신학교에진학하지만상처를입고파멸해가는내성적인모범생한스와,반항적이고자유분방한시인기질을지닌그의친구하일너는서로대조되는인물이면서도모두헤세자신의방황했던젊은날을비추는초상이자거울들이라고할수있다.
추천사
독일판『호밀밭의파수꾼』.커트보니것이옳게말했듯,헤세작품의뚜렷한특징인<향수(鄕愁)>로침윤된소설.―『내셔널옵저버』
“나는이깊이있는이야기를무척사랑합니다.너무도놀라운예술로빚어진이이야기를,무엇보다그인간미때문에사랑합니다.”―슈테판츠바이크,헤르만헤세에게보낸편지중에서
책속에서
「우린호메로스의작품을읽지만『오디세이아』를무슨요리책처럼읽고있어.」하일너가다시경멸조로말을이었다.「한시간내내고작시두구절을읽고는단어를하나씩뜯어서되새기면서구역질이날정도로분석해.그래놓고는수업이끝나면늘이렇게말하지.<호메로스의표현력이얼마나탁월한지이제알겠죠?여러분은지금호메로스의창작의비밀을들여다본거예요!>하지만그건우리가불변화사와단순과거형에질식하지말라고뿌려놓은일종의소스같은거야.그런식의접근법으로는절대호메로스에흥미를느낄수없어.대체고대그리스의시나부랭이가우리하고무슨상관이있는데?만약진짜로누군가그리스식으로살아가려고하면당장학교에서쫓겨날걸.그런데도우리방이름은헬라스라니,정말기가막힐일이지!방이름을<쓰레기통>이나<노예우리>,아니면<실크해트>라고지으면안될이유가있어?고전이니뭐니하는건몽땅사기야.」
-본문98쪽
자작시를낭송하거나이상적인시인의모습에대해이야기할때면,혹은실러와셰익스피어작품에나오는독백을몸짓까지섞어가며열정적으로읊을때면,한스는하일너가그에게는없는마법같은재능으로허공속을거닐고,신이가진자유와열정으로자유자재로움직이고,호메로스의천사처럼날개돋친발로자신과다른아이들을떠나훨훨날아가버릴것같은기분을느꼈다.얼마전까지만해도시인의세계를잘모를뿐만아니라중요하게여기지도않았던한스는이제난생처음으로아름답게흐르는언어,사람을미혹시키는비유,마음을어루만져주는운율의엄청난힘을깨닫고거부감없이받아들였다.그에게새롭게열린이세계를존경하는마음이친구에대한감탄과어우러져독특한감정으로자라났다.
-본문109~110쪽
「제발내말좀들어줘.그때는겁이나서곤경에빠진너를모른척했어.하지만너는내가어떤아이인지알잖아.신학교에서상위권성적을유지하고가능하면1등이되겠다고단단히마음먹었던거.너는그런나를공부벌레라고비웃었지.맞는말이야.하지만그게내인생목표였어.그것보다더나은것을몰랐으니까.」
-본문127~128쪽
예로부터천재와교사들사이에는깊은심연이가로놓여있었고,그런아이는학교에나타나는순간부터으레교사들의혐오의대상이되었다.교사를존경하지않는것은기본이고,열네살만되면담배를피우고열다섯살이되면사랑에빠지고열여섯살이되면술집에드나들며금서를읽고도발적인글을쓰기때문이다.또한그들은시시때때로교사를조롱하듯쏘아보기에교사의수첩에선동가이자감금형을받을유력한후보자로기록되었다.교사는자신의교실에천재한명보다는바보멍청이여러명이들어오는게낫다고생각한다.가만히생각해보면그가옳을수도있다.교사의임무는탁월한인물을키우는것이아니라라틴어와수학을잘하는성실한보통사람을키우는것이기때문이다.
-본문129~130쪽
「혹시공부가힘에부쳐서지친건가?」
「아니요,전혀그렇지않습니다.」
「그럼혹시학과공부이외에다른책들을많이읽나?솔직히대답해보게.」
「아닙니다.책은거의안읽습니다.교장선생님.」
「이거야원.그렇다면정말이유를알수없군.뭔가문제가있는건확실한데말이야.아무튼앞으로더열심히하겠다고약속해줄텐가?」
교장은엄하면서도다정한눈길로한스를쳐다보며오른손을내밀었다.한스는권력자의손을붙잡았다.
「좋아.그래야지,친구.그런데제발지치지는말게.안그러면수레바퀴아래깔리게될테니까.」
-본문132~133쪽
이연약한존재를그렇게만든원흉은바로아버지와몇몇교사의야만적인공명심과학교라고생각하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왜그는감수성이가장예민하고위태롭던소년시절에날마다밤늦게까지공부해야했을까?왜그들은그에게서토끼를빼앗고,왜라틴어학교친구들로부터그를멀리떼어놓고,왜낚시와자유로운산책도못하게했을까?왜하찮고소모적인공명심을부추겨그로하여금공허하고세속적인이상을품게만들었을까?왜그들은시험이끝난뒤그가마땅히누려야할방학조차푹쉬지못하게했을까?
지나치게혹사당한작은말은길에서쓰러져이제쓸모가없어진것이다.
-본문157쪽
유년기를도둑맞은그의마음은막혔던둑이터지듯밀려오는그리움을주체할수없었다.그래서어렴풋이기억나는아름다웠던그시절로도망친것이다.그는마치마법에걸린것처럼추억의숲속을헤매고다녔다.추억이강렬하고뚜렷하다는것은어쩌면병증일수도있었다.그는예전에실제로그일을겪을때와거의똑같은온기와열정으로모든것을경험했다.그의내면에서기만당하고억압당했던어린시절이마치오랫동안막아놓았던봇물이터지듯용솟음쳐올랐다.
나무를베어내면종종뿌리근처에서새싹이다시움트는것처럼,꽃봉오리시절에병들고시들어버린영혼역시종종약속으로가득찬,봄날같은어린시절로돌아간다.그곳으로돌아가면새희망이움터어쩌면끊어진삶의끈을다시이을수있을지도모르기때문이다.뿌리에서움튼새싹은물이오른것처럼하루가다르게쑥쑥자란다.하지만그것은가짜생명이라절대제대로된나무로자랄수없다.
-본문16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