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핏속으로 전해진 민족의 노래
민요는 가난과 노동, 외세에 시달리던 우리 조상들이 잠시나마 어려운 현실을 잊고 노래로 마음을 달래던, 생활모습과 감정이 가장 진솔하게 표현된 민족문화유산의 정화精華다. 곧 나무하는 초동이 지게목발을 두드리는 것을 비롯해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동작이나 밤새는 줄 모르고 두들기던 아낙네들의 다듬이질에 맞추어 부르는 것이 바로 민요였다. 민요야말로 초동으로부터 아낙네들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이 삶에서 느끼는 설움과 기쁨, 사랑과 미움 등 순수한 감정을 특별한 기교나 수식 없이 솔직하게 읊었던 민족의 노래다. 세상이 평화로우면 태평가太平歌가, 어지러우면 변란變亂이나 불행을 예고하는 참요讖謠가, 견디기 어려운 학정에는 수심가愁心歌가, 외세의 억압이 있을 때는 사발가沙鉢歌나 아리랑 같은 노래가 성행했다. 이처럼 민요에는 어느 문학양식보다도 우리 조상들의 생활관이나 사상이 잘 반영되어 있다.
또한 민요는 특정 개인이 만들어 퍼뜨린 것이 아니라 서민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를 거쳐 아들로, 할머니에게서 어머니를 거쳐 딸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곡조와 가사가 다듬어져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 점에서 서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개인이 만들어 퍼뜨리고 모든 사람이 같은 곡조와 가사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대중가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동요도 언뜻 보기에는 가사나 곡조가 모두 비슷하지만 각 지방의 특색과 생활상을 해학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민요의 한 범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과 감정을 시대에 따라, 지방에 따라 거울처럼 솔직하게 그려낸 민요는 그 가사만으로도 운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시詩이며 민족문화의 정화가 되는 것이다.
시가문학의 종가로서 되살아난 민족의 시
민요는 기록문학을 생성한 문학의 모태이고, 구전된다는 점에서 서민문학이며, 지역성을 띤다는 점에서 지방문학의 중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요가 배제된 채 기록문학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 태생적으로 미완성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요 보존층이 사멸하고,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각 지방 주민들의 이동이 증가하면서 민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책에는 그동안 민요와 국문학연구에 매진해온 저자가 전통적으로 문화의 중심지였던 경기도와 인천을 20년 동안 직접 답사하면서 채집한 민요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음영민요吟詠民謠의 성격을 띤 노동요와 만가 등 인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의 특색 있는 민요들, 어린아이들의 천진함과 장난기를 꾸밈없이 보여주는 동요들을 선별해 모아놓았다. 뿐만 아니라 민요를 시의 한 표현양식으로 보아, 각 지방 민요를 운율, 문체, 수사기교 등의 형식과 주제 등의 측면에서 분석하여 그 특징을 구명했다.
저자의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그동안 한국문학연구에서 소외되어 왔던 민요가, 시가문학의 종가宗家로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또한 서울과 함께 문화의 중심지였던 경기도와 인천의 민요를 집대성함으로써 지방문학, 나아가 한국문학의 특성을 구명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20년간 채집한 민요를 정리하고 분석한 일생의 역작
저자인 정동화 선생은 1973년에 경기도 양평을 시작으로 해서 1992년에 경기도는 시흥, 인천은 영종도를 끝으로, 매년 인천교육대학 학술조사단 학생들 10여 명과 함께 직접 답사하면서 성인요 408편과 동요 262편 등 총 670편의 민요를 채집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그중 일반화되어 있거나 다른 곳에서 채집되어 중복되는 것을 제외한 성인요 334편과 동요 229편으로 모두 563편이다.
먼저 대상 지역을 정한 후에는 마을 이장 등에게 민요를 잘 부르는 토박이 노인들을 추천받아, 술을 권해 흥을 돋운 후 소리를 부르게 했으며, 아이들에게는 학용품을 선물로 주거나 조사단 학생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부르는 노래를 녹음하는 방식으로 민요를 채집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경기도 17개 시ㆍ군과 인천 영종도 지역을 직접 돌면서 이처럼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전역 모든 마을의 민요를 채집하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하는 저자가, 그동안 '기전문화연구'(인천교육대학 기전문화연구소)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두 모아 새롭게 정리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연구업적을 총정리한 일생의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