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군, 오군, 사아이거호 (강화도에서 보는 정묘호란ㆍ병자호란)

오군, 오군, 사아이거호 (강화도에서 보는 정묘호란ㆍ병자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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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강화도 토박이가 보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고려시대에는 몽골과 치열한 항쟁을 벌였던 격전지로, 조선시대에는 왕과 왕족의 유배지로 역할을 톡톡히 했던 강화도는 오늘날 외부인들이 즐겨 찾는 인기 관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넓은 갯벌과 푸르른 바닷물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에 치열한 싸움의 흔적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특히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아픈 기억이 어떻게 담겨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군, 오군, 사아이거호-강화도에서 보는 정묘호란 병자호란》은 조선 인조 때 일어났던 두 번의 호란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필자가 보는 강화는 조금 특별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혹은 명확한 목적을 갖고 안팎으로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전부 품었던 이 섬에는 오래된 기억과 더불어 분노, 서러움, 그리움 등 많은 감정이 녹아 있다. 설령 자랑스럽기보다는 치욕스러운 과거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하더라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 역시 역사의 일부분으로서 받아들이고 계속 살아온 것이다. 가슴 아픈 역사를 알기 쉽게, 아름다운 사진과 해설을 곁들어 찬찬히 풀어나가는 본서를 읽다 보면 독자들 역시 지난한 설욕의 역사를 겪고 버텨낸 강화도를 마음으로나마 살뜰히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경수

나고자란강화도에산다.고등학교역사교사였다.지금은학교를나와읽고쓰고답사하고가끔씩강의도한다.역사는공부할수록오히려자신감이떨어지는학문이아닌가하는생각을한다.역사공부는자만을버리고겸허를익혀가는과정이라고여긴다.
에세이집《나는오늘도선생이다》(2015),한국사교양서《한국사키워드배경지식》(2019),김포역사서《김포역사인물산책》(2019)등을냈고,강화도역사를다룬《강화도,근대를품다》(2020),《강화도史》(2016),《숙종,강화를품다》(2014),《왜몽골제국은강화도를치지못했는가》(2014),《역사의섬강화도》(2002)등을출간했다.

목차

들어가는글

빛나는물길이다다르는곳
왜강화도인가/여진에서만주로/광해군가고인조오고/갑곶나루

정묘호란
후금은왜조선을침략했을까/고려에서했던것처럼/궁궐,궁궐,또궁궐/형죽이고아우도죽이니/광해군이폐위되지않았더라면/아이고,모문룡/오자마자화친카드/화친은항복인가/정권안보,국가안보/용골산성이있었다/백성의사늘한눈빛/그래,죄는내게만물어라/조약맺은장소는연미정이아니다/위로가필요해/과거를시행하다/유수부가되다/강화·강도·심도/교동도를주목하다/짚어보아야할호패법/백성은사족의그림자라

병자호란
오군,오군,사아이거호/삼배구고두례/그동안조선은무얼했나/무엇이문제였을까/
왜,또?/어찌강화도가떨어졌단말인가/공유덕이?/광성진이아니었다/‘아빠찬스’/검찰사,그모호한직책/구원일·황선신·강흥업/삼충사적비/위대한항명이필요했다/불속에몸을던져/송해수·정명수·김자점/청군의만행/여자이기때문에/충렬사/충렬사사람들/나는여기서죽는다/죽지못한남자,죽지않은여자/1636년,남한산성일기/1637년,남한산성일기

떠나간이들과이땅에남은것
사대·명분·의리/성리학이보는세상/척화를생각함/인조의소원/그리워라,내고향/또다른맹약/황손무의편지/실록과역사


정묘호란·병자호란전후연표
도움받은자료

출판사 서평

잊을수없는혹독한두번의겨울

17세기조선은정묘호란과병자호란,이두번의호란을겪었다.호인(胡人),즉만주사람이일으킨난리라고해서호란(胡亂)이라고한다.이전쟁에는세가지공통점이있다.첫째,두번다조선제16대왕인인조가재위하던때일어났다.두번째,이름만달라졌을뿐같은나라에서쳐들어왔다.세번째,눈이펑펑쏟아지는추운겨울에일어났다.

제1대조인누르하치의뒤를이어후금의두번째왕으로즉위한홍타이지는조선을자신의아래로들이고자하는마음이컸다.인조가즉위하기전인광해군때도후금은시시때때로조선을공격했으나홍타이지는그것만으로충분하지않았다.장자가아닌그가모두를제압할황제가되기위해선더많은업적과큰힘이필요했다.주변국가들의인정을받아자신의입지를탄탄하게다지고,가뭄등으로불안했던경제와민심을다스리고자했던그에게해결책은전쟁이었다.그러니명정벌에앞서명과사대관계에있는조선을공격하는건당연했다.

1627년1월,후금이쳐들어오자인조는그들을피해강화행궁으로피신했다.수도를엉망으로만들지않기위해택했던도피생활은약3개월만에끝나는데,워낙후금이화친을재촉하기도했거니와인조가더큰피해를원하지않아서였다.명을받들었던기존의관계를배신하고새로운관계를맺은것에자괴감을느꼈지만,그래도인조는고민끝에후금과‘형제’관계를맺었다.이대로끝나겠거니하고안심한것도잠시,9년뒤전쟁이다시일어났다.

후금은국호를청(淸)으로바꾸었고1636년12월,조선시대강화제일의관문이었던갑곶나루를기어이뚫고짓쳐들어왔다.앞으로자신을형이아닌,상전으로받들어모시라며관계를공고히하고자함이었다.예상보다더빠르고깊게들어온청군의기습에조선은당황했고,인조는허둥지둥남한산성으로피했지만길게버틸수없었다.그리고47일만에청에항복했다.1637년,칼바람이볼을에는날씨에청과의두번째전쟁은그렇게끝났다.

우리임금이시여,우리임금이시여,우리를버리고가십니까

“오군,오군,사아이거호.(吾君,吾君,捨我而去乎)”마치라틴어“쿠오바디스도미네QuoVadis,Domine?”,즉“주여,어디로가시나이까?”처럼들리기도하는이말의뜻은“우리임금님,우리임금님,우리를버리고가십니까?”로,인조실록34권에적혀있다.바람잘날없는때,기댈곳하나없는백성들의간절함이그대로느껴진다.제발우리를살려달라고,굽어살펴봐달라는애타는마음.그러나인조는그러지못했다.

1637년1월30일,청에게항복문서를미리보낸인조는황제한테인사를올리라는명을받았다.조선왕은죄인이니성의정문인남문이아니라서문으로나오라는말에인조는자신을기다리던청황제,홍타이지한테삼배구고두례를올렸다.몇몇드라마나영화에서처럼과장되게이마에서피가나오도록머리를찧진않고세번절하고아홉번머리를조아렸다.그러나필경마음으로는피눈물을흘렸을것이다.백성들은오랑캐한테항복하고성을떠나는임금을향해언발을구르며울부짖었다.인조는끝내그들을마주하지못하고창경궁으로돌아갔다.

호란으로말미암은수많은사람의각기다른선택

강화도에서나고자란역사교사출신의저자이경수는《오군,오군,사아이거호-강화도에서보는정묘호란병자호란》에서호란이라는다소묵직한주제를옛이야기를읽어내려가듯이술술풀어냈다.저자는승패나시시비비를일일이가리지않는다.다만왜조선이불가피하게호란을겪어야했는지,그리고호란을겪으면서조선사람들이어떻게이사태에대처했고,또전쟁이다끝난후살아남은사람들이어떻게되었는지를중점적으로다룬다.

정묘호란과병자호란동안많은사람이각기다른행동과태도를취했다.체찰사김류와그아들인검찰사김경징처럼사리분별을못하거나제욕심을차리기에급급한관료도있었고예조판서김상헌처럼청에게항복하느니차라리죽겠다고비분강개하는,그야말로대쪽같은성정을지닌충신도있었다.그런가운데청과의화친을도모하자는이조판서최명길같은신하도있었다.백성이덜고통받게하려면윗사람이먼저고통을감내할줄도알아야한다고했던그는청에끌려간조선사람들의몸값인속(贖)을치르고구해오는데도열심이었고,억지로잡혀갔던부녀자들을내쫓지말고다시가족으로받아들여야한다고말했다.그러나앞장서서화친을주장했다는명목으로평생을비난당했다.오히려상대가명이든청이든제나라와백성을팔아버리는진짜변절자들은자신들의모습을숨겨버렸다.

순수한충심으로나라를위해목숨을바치는이들또한많았다.그러나부질없이,혹은‘명예’라는이유로자살을강요받은자들도많았다.특히조선사회는여인들에게정절이라는큰짐을지웠고이멍에는대책없이늘어나는열녀문과목숨걸고돌아온고향에서조차환영받지못하는환향녀로까지이어졌다.호란이끝나고청군에게끌려간사람중에서운이좋으면속을치르고돌아오거나도망에성공했지만,죽을때까지그리운고향에돌아오지못하는이들도많았다.

이런난리통에겨우목숨을부지한사람들도있었다.자살이든타살이든가족과동료들이죽어나가는것을보고겁이나스스로목숨을끊지못했을수도있고,얼마안남은가족을악착같이지키기위해살아남겠다고결심했을수도있다.이유야어찌됐든이미세상을떠난사람들을저승에서라도볼낯이없는일은만들지않기위해그들은열심히살았다.병조판서와대제학을역임한김만기와《사씨남정기》와《구운몽》을쓴김만중형제를길러낸어머니해평윤씨도그런사람이다.만약그녀가나라를향한충정으로성균관동학들과함께목숨을끊은남편을따라갔다면,오늘날그녀의자식들이일궈낸유산은없었을것이다.

그래도살다보면살아진다

전쟁은지긋지긋하다.특히나라끼리치르는전쟁에서는누구하나가먼저멈추자고하지않는한승부가날때까지자웅을겨룬다.그리고마침내한쪽이지면승자는패자한테여러가지를요구한다.이과정에서패자는말못할수치심과비애감을느끼고제각각의선택을한다.끝까지싸우는자,나라를지키지못했다며탄식하고목숨을버리는자,조국을팔아먹고호가호위하는자.이다양한모습가운데이치욕을견디고살아남은이들은후세에선대의이야기를전하고어떻게든버텨나간다.

정묘호란과병자호란도그렇다.처절한역사와치열하게산사람들의명맥과유지를이어받아현재의우리가있고,슬픈역사가잠든섬을기억할수있다.본서를읽으며느끼는감상은제각각이겠으나그래도중요한본질은변하지않는다.어떻게든살다보면삶은계속된다.단순하되가치있는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