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여신 (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

운명의 여신 (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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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 이회영의 아들 이규창의 회고록 《운명의 여신》, 마침내 출간!
《운명의 여신-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이하 《운명의 여신》)은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이회영의 아들이며, 그 자신도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소산 이규창이 직접 쓴 수기이다.
저자는 독립운동가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쩌다 보니’ 독립운동을 하게 되었고 이 기록은 흘러간 세월을 기록하는 ‘운명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는 겸양 섞인 자기소개일 따름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분투하는 부친과 함께하며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을 바친 이규창의 솔직담백한 기록인 《운명의 여신》은 이제까지 비매품의 형식으로 두 차례(1992년, 2004년) 출간되었으며, 이 책은 첫 번째 판본을 저본으로 하여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석을 달고 한글화 작업과 편집을 새로이 했다. 원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맥락상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과 기억의 오류로 일어난 착오 및 오탈자 등은 수정했고 본문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도록 서적과 지도, 녹취 인터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교차검증을 해서 얻은 내용을 주석으로 붙였다.
저자

이규창

1913년3월28일중국만주통화현합니하에서이회영·이은숙의셋째아들로태어났다.
독립운동가인아버지이회영을따라서울,북경,천진,상해로옮겨다니며아버지의심부름을하는것을시작으로독립운동에적극가담하게되었다.어려운생활환경속에서아버지를모시고살았고,아버지가순국한후에그밀고자를검거하는일에나섰다가체포되어해방될때까지10여년옥고를치른다.
해방후에는감찰위원회,체신부등에서공무원생활을했고,1968년건국훈장독립장을받았다.2005년8월2일별세.

목차

서문《운명의여신》을다시펴내며
해제타고남은운명의불기운,더진한흔적으로남다-소산이규창의삶

제1장유년기
제2장소년기
제3장청년기
제4장옥중기

《운명의여신》인명록
도움받은자료
이규창연표

출판사 서평

독립운동가로서의삶,당신의선택은?
20세기초한반도를식민지화하는데성공한일제에대한항일운동은국내외를막론하고1919년3.1운동을전후한시기에는많은사람의참여와열망이뜨거웠다면,1930년대에접어들면서이젠완전히일본의속국이되었다며절망한나머지변절하거나행적을감춘자들이늘어나게되었다.의지가약한것이라고도할수도있지만,바꿔생각하면우선먹고사는문제를해결하는것이쉽지않은가운데숨통을조여오는일제의강압통치에의연하게버티기가녹록지않았음을보여준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고난가득한일제강점기를끝까지버텨내고맞선독립운동가와그가족,주변인들의일화를읽다보면문득이런생각이든다.내가만약독립운동가의‘자식’으로태어났다면어떻게행동했을까?부모의의지를이어받아독립운동을하는것이내운명이라고순순히받아들일수있을까?아무리독립운동이옳은일이라고하여도시시각각마주치는험난한상황과곳곳에도사린함정앞에서의연할수있을까?반복되는고문과회유에굴복하지않고끝내내가족과동료들을배신하지않고살수있을까?

만주벌판에서태어난명문가출신의소년
1913년영하30도의추위가겨우풀린어느이른봄날,황량하고드넓은만주벌판에서한소년이태어났다.원래조선사람인소년은고국에서태어났더라면명문대가에,명동일대에큰집이있었던,그야말로남부러울것없는유복한양반가의도령이었을것이다.그러나20세기초반,흉흉하게들이닥치는외세와심상치않은세태를읽었던소년의아버지는집재산을처분하여해외에나가조국의독립운동을할기반을만들자며형제들을설득한다.그리하여1910년,소년의아버지는아내와형제들을포함한식솔들을이끌고만주로향한다.만주로이주한지3년후태어난그의셋째아들이바로이규호,훗날의이규창이다.
《운명의여신-타고남은운명의불기운》(일조각,2025)(이하《운명의여신》)은독립운동가이자아나키스트인우당이회영의아들이며그자신도독립운동가이자아나키스트인소산이규창이일제강점기동안겪은일들을떠올리며직접쓴수기이다.만주에서태어난그는유년시절에약2년정도만한국에서살았을뿐,그외에는중국북경과천진,상해등에서아버지이회영이순국할때까지살뜰히모셨고,독립운동을비밀리에전개하던중상해에서체포되어1935년조선으로건너오기전까지중국에서꾸준히활동하였다.

독립운동가의아들,그리고독립운동가로서의‘나’
가족,그중에서도부모는본인이택할수없다.그러나태어난이후어떻게살아갈것인지는결국본인의선택이좌우한다.독립운동가의아들로태어난이규창의삶역시그러했다.《운명의여신》에서이규창은자신이위대하고거룩하여국가나민족을위하여독립운동을한것이아니라,자신의삶은그저운명의장난으로그흐름에몸을맡겼을뿐이라며회고록내내본인의인생을담담히술회한다.
그러나단순한‘운명의장난’이라고치부하기엔이규창의삶의행적은놀랍기그지없다.열한살무렵부터아버지와그동지들의밀서전달등의심부름을하고,북경에서천진으로옮겨살때부터는아버지와동지들의식생활까지책임진다.그야말로부친을정성껏시봉侍奉한것이다.어릴때부터이런일을하는아들을안타깝게지켜보는어머니이은숙에게아버지이회영은오히려‘혁명가자식은어려서부터모험행동을가르쳐야’한다고했고,나중에자금마련을위해귀국한부인앞으로보내는편지에‘우리규호가동지요,효자’라고말했다.이처럼이규창은독립운동가의자식은정말다이래야하는지착각할만큼누구보다도단단하고충직하게행동한다.심지어힘겨운옥살이를한것에대해서도‘감옥에들어가많은것을배웠다’고말하면서아나키스트로서의정체성과조국을향한독립의지를잃지않았다.아무리수기에서‘인간은세상에태어날때부터전생의운명을등에업고태어난다고생각한다’며자조하듯이얘기하여도이규창은그저독립운동가의후예가아니라그자신도어엿한독립운동가였다.

평범하지않았던가족,돈독했던동지들과의기억과삶을기록하다
《운명의여신》에는이규창의가족뿐아니라같이독립운동을했던수많은동지들이등장한다.특히이규창의시선으로보는아버지이회영은다른기록에서보다도훨씬상세하고다채롭다.독립운동가로서의인내와진중함,아나키스트사상가로서의진보적인면말고도한번진노하면쉬이꺼지지않는불같은성미,또한편으로자식들을다정하게챙기고걱정하던아버지로서의모습은독자들한테새롭게다가올것이다.
또한이책에는다양한장소가무대로등장한다.이규창은어린시절부터광복직후까지의삶을찬찬히반추하며잠깐이라도머물렀던곳들을자세히묘사한다.글만읽어도척박한모래바람이불어올것같은만주를시작으로소학교를다니며아버지이회영의심부름을시작했던북경,정신적·물질적으로가장비참하고힘들었던삶을이어갔던천진,독립운동가이자아나키스트로서서서히거듭나게된상해에서의삶은물론이요,고난의연속이었던옥살이10여년의기록또한촘촘히기록하였다.일제강점기에투옥된사람은많았지만서대문형무소,경성형무소,광주형무소까지본인이수감되었던감옥에서의생활을이만큼상세하게기록으로남긴경우는드물것이다.《운명의여신》을두고단순한독립운동가의수기라고만하기에아까운이유이다.

어찌이다지도고통스러운운명이있을까
으레독립운동가와그가족들의삶은고되다고하지만특히이규창의삶의전반부역시그러했다.집세가없어서야반도주를한건부지기수이고독립운동가들을먹이느라쌓인빚때문에상점사람들에게매를맞기도하고,나라를잃었다는이유로같은학교학생들한테‘망국노亡國奴’라고놀림을당하기도했다.끝내아버지이회영이순국하는고통을겪고,옥살이를하면서몇백명의죄수들시체를처리하는등,보통사람은상상하기어려운여러가지일을겪는다.게다가해방후바깥세상으로나오니독립운동당시제대로참여하지도않았던이들이앞다투어자신이진정한독립운동열사라고떠드는광경을목도해야만했다.정작이규창곁에서같이독립을위해무던히도애를쓴동지들은이미세상을떠나버렸는데말이다.

그무엇보다도뜨겁고진한불기운이남기는깊은여운
그렇기에이규창은이기록을남겼다.역사학자나작가한테부탁해서글을남기지않고오롯이당신혼자의힘으로10년가까운세월동안당신삶의전반부를기록으로남겼다.비록전문적인글쟁이가아니라문장이거칠고,남겨놓은기록이없이기억에만의존해쓴글이라사실관계에서착오가있더라도자신이아니면쓸수없는부분들을어떻게해서든남기고싶다는마음이너무나도간절했기때문이다.이를테면자신이아니면더는기억해주지않을사람들-어려운살림에독립운동가들의식생활을도맡아주었던아주머니(형수),후손한명남기지못하고순국한독립운동가,이름조차기억하지못하지만도움을줬던은인등-을누군가에게라도알리고싶은마음으로글을썼다.그래서인지이규창은이런회한많은자신의삶을회고록내내시종일관담백하고담담하게털어놓다가도,갑자기떠오르는지난날의사무치는기억과서럽고분한마음을적을땐열화와같은감정을터뜨리다가애써갈무리한다.인간이규창으로서의매력이물씬느껴지는부분이다.
그런삶의기억을끌어안고살았기에이규창은책제목에‘여신餘燼’,즉‘타고남은불기운’이라는생소한단어를붙였을것으로생각한다.어쩔수없이흘러간운명에당신의청춘을불살랐고,그덕분에이제본인한테남은건타버린세월의잿더미일뿐이라고.
글말미에이규창은자신의타고남은운명의찌꺼기를읽어준독자들을향한감사의말을남긴다.그러나이는지나친겸손이다.읽는내내이토록험준하고도경이로운삶의궤적을담아낸독립운동일지가있을수있는지,나아가한인간으로서이토록솔직담백한자전적회고록이또있을지감탄하며,흡사상처처럼마음한켠에선명한자국을남기는회고는끝내독자들에게진한감동으로남을것이라믿어의심치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