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완서 에세이 두 번째 결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완서 에세이 두 번째 결정판

$18.00
Description
개인의 흔적인 동시에 작가로 통과해 온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의 산문, 삶의 궤적들
박완서 산문집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온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다. 25년여 이상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
세계사는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소중한 유산을 다시금 독자와 나누기 위해 제목과 장정을 바꿔 새롭게 소개한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 수록된 46편의 에세이는 작가로 첫발을 뗀 이듬해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이 담겼다. 또한,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의 수록으로 이 책의 의미를 더했다.
다시 읽어도, 언제 읽어도 마음 깊이 스며드는 박완서 작가의 글맛은 평범한 일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에세이에서 더욱더 선명히 드러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체험하고 느낀 삶의 풍경이 오롯이 그려져 있어, 지금 읽어도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유의미한 질문들을 건져 올리는 재미가 있다. 특유의 진솔함과 명쾌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에서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까지, 올곧은 시선과 깊은 혜안으로 삶 이면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박완서 작가 에세이의 정수가 담겼다. 보통의 일상을 가장 따뜻하고 묵직하게 어루만지는 삶의 단편들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만나보자.

저자

박완서

저자:박완서

1931년경기도개풍군에서태어나소학교를입학하기전어머니,오빠와함께서울로상경했다.숙명여고를거쳐서울대국문과에입학했지만,6ㆍ25전쟁으로학업을중단했다.1953년결혼하여1남4녀를두었다.

1970년《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나목」이당선되어불혹의나이로문단에데뷔했다.이후2011년1월담낭암으로타계하기까지쉼없이작품활동을하며40여년간80여편의단편과15편의장편소설을포함,동화,산문집,콩트집등다양한분야의작품을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1980),이상문학상(1981),대한민국문학상(1990),이산문학상(1991),중앙문화대상(1993),현대문학상(1993),동인문학상(1994),한무숙문학상(1995),대산문학상(1997),만해문학상(1999),인촌문학상(2000),황순원문학상(2001),호암예술상(2006)등을수상했고,2006년서울대학교명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

2011년타계후에는문학적업적을기려금관문화훈장이추서되었다.

목차

·출간을기념하며―이해인(수녀,시인)
·책머리에

1부_눈에안보일뿐있기는있는것

님은가시고김치만남았네(미출간원고)
나의아름다운이웃
까만손톱
눈에안보일뿐있기는있는것
언덕방은내방
내가걸어온길
내가잃은동산
2박3일의남도기행
부드러운여행
앓아누운산
화창한세상
특혜보다는당연한권리를
유치원뜰에서의소원
늙은곡예사
소멸과생성의수수께끼

2부_꼴찌에게보내는갈채

꼴찌에게보내는갈채
노상방뇨와비로드치마
항아리를고르던손
그까짓거내버려두자
답답하다는아이들
머리털좀길어봤자
난단박잘살테야
주말농장
짧았던서울의휴가
추한나이테가싫다
봄에의열망
보통으로살자
겨울이야기
잘했다참잘했다
비정

3부_사랑을무게로안느끼게

겨울산책
어떤탈출
도시아이들
시골뜨기서울뜨기
고추와만추국

노인
우리동네
내어린날의설날,그훈훈한삶
내가싫어하는여자
여자와남자
여자와춤
여자와맥주
사랑을무게로안느끼게
코고는소리를들으며
그때가가을이었으면

·어머니박완서,따듯한사물의기억―호원숙(작가)

출판사 서평

추천사

독자들에게많은사랑을받던「꼴찌에게보내는갈채」를비롯해제목부터가정겹고다정한46편의글들은지금다시읽어보아도불후의명작이아닐수없다.자연과사물과인간에대한애정,사회에대한솔직하고예리한통찰은공감을불러일으키며삶에대한겸손과용기를가르쳐준다.때로는눈물겹고때로는미소를떠올리게하는유익하고도재미있는글의힘!긴시간을거슬러다시펴내는이희망의이야기들이더많이읽힐수있길기도한다.작가는우리곁에없지만,변함없이마음을덥혀주는그의진솔한문장을통해우리는다시따뜻하고행복한사람이되는꿈을꾼다.시골집장독대에핀고운백일홍한송이처럼노을진들녘에서엄마를기다리는아이처럼소박하고순수한눈빛으로착해지는꿈을.그래서살기좋은세상이되는꿈을.지금도“선생님!”하고부르면어디선가반달미소를띠고나타날것만같은박완서,우리의작가,이야기천사님.“다시다시고맙습니다”라는인사를건네고싶다.
-이해인(수녀,시인)

책속에서

사람에따라다르겠지만나는손님을가장불편하게하는것은지나친공경과관심이라고생각한다.너무잘해주는친척집보다불친절한여관방을차라리편하게여기는것도그런까닭이다.필요한것이알맞게갖춰져있고홀로의시간이넉넉히허락된편안한내방이언제고나를기다리고있다고생각하는것만으로도나는아릿한향수와깊은평화를느낀다.
---「언덕방은내방」중에서

청솔가지가탁탁기분좋은소리를내며탈때의활기찬불꽃과향긋한송진냄새는내향수의가장강력한구심점이다.낙엽과청솔가지는구들을뜨끈뜨끈하게데워줬을뿐아니라좋은화롯불이되었다.밥을뜸들이고나서붉은빛이도는재를질화로에퍼담고꼭꼭누르고,가운데는둥근불돌로재차눌러놓으면그불이온종일갔다.
---「내가잃은동산」중에서

사람의마음속엔이런용수철같은게있는법이다.이용수철이엉뚱한방향으로튀어오르지않게법의규제에도묘미가있어야지미련해서는안되겠다.그중에도미니스커트나장발족단속은좀어떨까싶다.젊은이들의옷이나머리란어차피길어졌다짧아졌다하게마련이아닐까?
---「노상방뇨와비로드치마」중에서

그러나무슨재주로사람이집어먹은세월을다시토해낼수있단말인가.나는결코세월을토해낼수는없으리란걸,다만잊을수있을뿐이란걸안다.내눈가에나이테를하나남기고올해는갈테고,올해의괴로움은잊혀질것이다.나는내망년을화려하게장식하기위한만추국을갖고있으니얼마나다행인가.
---「고추와만추국」중에서

스팀난방의양옥,현대적인정갈한부엌,일류음악회의3천원짜리좌석을예사롭게예약할수있는소비생활등등……나는내이런공상이모피나보석에까지도달하기전에용케자제를한다.문득남편이나에게줄수있는것과내가남편에게바라고있는것과의엄청난간극이두려웠기때문이다.이래서초겨울밤은실제의기온보다조금쯤더춥다.
---「틈」중에서

나는내마지막몇달을철없고앳된시절의감동과사랑으로장식하고싶다.아름다운것에이해관계없는순수한찬탄을보내고싶다.내둘레에서소리없이일어나는계절의변화,내창이허락해주는한조각의하늘,한폭의저녁놀,먼산빛,이런것들을순수한기쁨으로바라보며영혼깊숙이새겨두고싶다.
---「그때가가을이었으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