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양장)

나목 -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양장)

$19.10
Description
한 그루 ‘나목’에서 시작된 ‘박완서’라는 드넓은 문학의 숲
의미 있는 발자취를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한, 새 에디션!
영원한 현역 박완서 작가의 데뷔작, 『나목』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의미 있는 발자취를 오래 간직하기 위한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으로 다시 새롭게 선보이는 『나목』은 박완서 작가의 40년 작품 활동의 근간이 되는 데뷔작이다. 6.25 전쟁 당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사십 세에 썼지만 거의 이십 세 미만의 젊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쓴 작가가 가장 사랑한 작품이자,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장편소설로 그의 발자취를 돌아볼 때 반드시 소개해야 할 대표 작품이다.

세계사는 박완서 작가의 소중한 유산을 다시금 독자와 나누기 위해 장정을 바꿔 새롭게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은 시대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박완서 문학이 한국의 고전(古典)으로서, 시간을 뛰어넘는 동시대성과 보편성을 확보한 유의미한 작품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세계사의 장기 프로젝트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라는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출간을 통해, 에세이스트로서의 박완서의 면모와 산문 본연의 매력을 소개해 독자의 관심과 애정을 확인한 바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에디션에서는 『나목』의 의의를 전하고,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편집, 장정, 디자인 전반을 고심했다. 표지만 보아도 작품 자체를 느낄 수 있도록, 제목인 ‘나목(裸木)’의 의미와 특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저채도의 따뜻한 색감과 나뭇결 질감을 중심 모티브로, 후가공(음각)을 통한 나목 표현과 특수지를 활용하여 나무 질감을 구현함으로써 표지 전체에 ‘나목’의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도록 했다. 그 밖에도 표지, 띠지, 가름끈을 감람색으로 통일하여 심미적 요소와 의미를 더했다. 감람색은 올리브 빛깔로서, 올리브(나무)의 오래된 역사ㆍ지속 가능한 생존력ㆍ인내의 힘ㆍ평화ㆍ희망이라는 상징성이 투영되어 전쟁의 상흔에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멀지만 봄에의 믿음”을 간직한 채 의연히 겨울을 나는 ‘나목’에 의미를 더한다.

저자

박완서

저자:박완서
1931년경기도개풍군에서태어나소학교를입학하기전어머니,오빠와함께서울로상경했다.숙명여고를거쳐서울대국문과에입학했지만,6,25전쟁으로학업을중단했다.1953년결혼하여1남4녀를두었다.
1970년《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나목」이당선되어불혹의나이로문단에데뷔했다.이후2011년1월담낭암으로타계하기까지쉼없이작품활동을하며40여년간80여편의단편과15편의장편소설을포함,동화,산문,콩트집등다양한분야의작품을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1980),이상문학상(1981),대한민국문학상(1990),이산문학상(1991),중앙문화대상(1993),현대문학상(1993),동인문학상(1994),한무숙문학상(1995),대산문학상(1997),만해문학상(1999),인촌문학상(2000),황순원문학상(2001),호암예술상(2006)등을수상했고,2006년서울대학교명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
2011년타계후에는문학적업적을기려금관문화훈장이추서되었다.

목차

작가의말

나목

작품해설
전쟁상태적신체의탄생,혹은점령당한영혼에관한보고서_권명아(문학평론가,동아대학교교수)

헌사
그거대한빛,속삭임,아우성_김금희(소설가)
멀고도깊은곳에서_최은영(소설가)

출판사 서평

추천사

이십여년만에『나목』을다시읽으면서나는이소설의뜨거움과거침없음에놀랐고,이작품이오십여년전에발표되었다는사실을믿을수없었다.작가에의해분명한생명을부여받은작품은결코시간에따라낡거나죽지않는다는것을『나목』은증명한다.
1932년생주인공의복잡한내면을따라가는동안나는그녀의분노와절망,질긴미움과복수심,우울과죽음에대한끌림,삶에대한미칠듯한갈망을가슴으로느꼈다.끝이없을듯한시대의어두움과뜨겁게타오르는인물의대비가두려울정도로강렬했다.
-최은영(작가)

작가에게어떤작품은인장처럼남아평생을함께한다.내게는『나목』이그런작품이다.한국전쟁시기의스산한서울,완구점좌판에서“만화적인얼굴”로“무료하게”서있다풀리는태엽을따라우스꽝스럽게춤을추는『나목』속침팬지인형은소설이무엇인지채알기도전에나를사로잡았다.조잡한플라스틱장난감에게서잿빛도시를흔드는‘균열’을발견해내는것이작가의눈이라고알려준것이다.
-김금희(소설가)

책속에서

그러나무엇보다도견딜수없는것은그회색빛고집이었다.마지못해죽지못해살고있노라는생활태도에서추호도물러서려들지않는그무섭도록딴딴한고집.나의내부에서꿈틀대는,사는것을재미나하고픈,다채로운욕망들은이완강한고집앞에지쳐가고있었다.
---p.18

문득나는내가전에애송한시의구절을생각해내려고골몰하고있음을깨닫는다.남의흉내,빌려온느낌은그것을깨닫자흥을잃고싱거워졌다.그리고가식없는나의것만이남았다.그것은무섭다는생각과춥다는생각뿐이었다.그것만이온전한나의것이었고그느낌들은절실하고도세찼다.나는어두운길을달음질치기시작했다.‘무섭다’를거푸뇌까리며‘무섭다’‘춥다’에떠밀리듯이달음질쳤다.
---pp.33~34

피로와상심이짙게밴음성으로혼잣말처럼중얼거렸다.난뭐라고대꾸하려다말고입을다물었다.그의피곤과상심은남의어설픈헤아림이나보살핌이들어설여지가없는어쩔수없는,그만의것?체취같은것으로여겨졌기때문이다.
북녘하늘에서포성이은은히울렸다.두려움과기대같은것으로가슴이울렁거려왔다.
나는승전이고휴전이고간에평화같은것은믿지않았다.다만전쟁이밀물처럼밀려오고밀려가는일만이앞으로수없이되풀이되는것으로알고있었다.
---p.46

어느틈에내옆자리로옮겨앉은그녀는내등을정답게감싸며바로귓전에따뜻한입김으로속삭였다.들꽃과갓난야생동물을합친것같은그녀의독특한체취가풍겨왔다.그녀가자신이시궁창에서도이처럼향기롭다는걸모르다니참답답하다.그녀가서있는땅이시궁창이라면내가서있는땅은지독한한발의땅이다.그렇지만그한발의의미를그녀에게어떻게설명한다?차라리영어로시조를해설하는것이수월할것같다.
남의일로힘들이고난처해하기는정말싫었다.나는시치미를떼기로작정했다.
---p.164

나는가만히중얼거렸다.“당신의부인은참아름답군요?”“그녀의눈은무슨빛인가요?”“그녀의머리색은요?”다행히그말은아주작은웅얼거림에그쳤다.아무리작아도내가오늘입밖에낸최초의우리말,그러나그것은우리말이었을뿐결코내말은아니었다.나의느낌,내의사가담긴내말을하지않고는못배길것같았다.말이아니라외침에라도몸짓에라도정말나를담고싶었다.
---p.166

눈가의눈물을닦고사람들이흩어지고새사람이오고하는데나는그저망연히서있었다.머리가텅빈채아무런생각도떠오르지않았다.나는문득내가쓰러지지도,땅으로흘러내리지도않고서있을수있음은누군가의부축때문인것을깨달았다.그의부축은능숙하고편안했다.찬란한빛처럼어떤예감이왔다.나는돌아보지않고오래도록그예감만을즐겼다.
---pp.168~169

나는그녀에게맹렬한적의를느꼈다.미움으로가슴속의온갖것들이사납게꿈틀대더니,드디어미움이팽팽하게온몸에충만했다.나는그녀에대한내증오에만족했다.비로소그녀에대한내감정이선명해진셈이니까.그리고나는남을미워한다는게이다지도흐뭇하고기분좋은것인줄을처음깨달았다.
---p.329

나는내허물을딴핑계들과더불어나누어갖기를,나아가서는내가지은허물만큼그동안나도충분히괴로워했다고믿고싶었다.우상앞에서한껏우매하고위축됐던나는진상앞에서좀더여유있고교활했다.나는오빠들의죽음에나말고좀더딴핑계를대기로했다.그리고나에겐좀더관대하기로.관대하다는것은얼마나큰미덕일까.
---p.331

그러나보채지않고늠름하게,여러가지들이빈틈없이완전한조화를이룬채서있는나목,그옆을지나는춥디추운김장철여인들.여인들의눈앞엔겨울이있고,나목에겐아직멀지만봄에의믿음이있다.봄에의믿음.나목을저리도의연하게함이바로봄에의믿음이리라.
---p.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