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양장본 Hardcover)

한 말씀만 하소서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죽음의 통곡에서 삶의 희망으로 -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20년 만의 개정판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 그 어떤 말로도 치유할 수 없는 참척의 아픔을 박완서 작가는 글로 대신했습니다.

한국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가 기록한 삶과 죽음의 경계선. 『한 말씀만 하소서』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쏟아낸 절절한 슬픔과 분노,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생명에 대한 감사와 삶의 희망을 담은 일기입니다. 이번 개정판은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며 더욱 깊어진 울림으로 독자들을 찾아옵니다.

삶과 죽음을 둘러싼 고통과 성찰

죽음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순리로 여겨지지만, 세상에는 그 순리를 거스르는 고통스러운 죽음도 있습니다. 참척(慘慽),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 『한 말씀만 하소서』는 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 참척의 고통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절절하게 탐구한 기록입니다.

박완서 작가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을 일기에 담았습니다. 절대자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삶의 무력감 속에서 그녀는 통곡 대신 펜을 들어 글로 마음을 토해냈습니다. 이 일기는 단순히 개인적인 슬픔의 기록을 넘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전달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새롭게 더해진 이야기들

이번 개정판은 기존의 기록에 더해, 작가가 고통을 딛고 다시 삶으로 돌아서는 과정을 생생히 담은 수필과 서신, 그리고 맏딸의 회고록이 추가되었습니다.

ㆍ 수필 「언덕방은 내 방」: 죽음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 다시 삶의 뿌리를 내리게 한 분도수녀원 ‘언덕방’에서의 시간.
ㆍ 이해인 수녀님과의 손 편지: 아픔의 시간을 함께 나눈 수녀님과의 따뜻한 교류.
ㆍ 맏딸 호원숙 작가의 글: 어머니의 고통과 극복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의 또 다른 얼굴.

삶의 희망으로 돌아서다

이 책은 단순히 슬픔에 빠져드는 기록이 아닙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고통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위안을 제공합니다. 오늘의 고통이 영원할 것만 같을 때, 박완서 작가의 이야기는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이 되어줍니다.

책을 열기 전부터 시작되는 공감

개정판의 앞뒤 표지에는 책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육필로 재현된 제목 글자는 그녀의 외침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그 단순하지만 강렬한 외침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들입니다.

삶이 무너진 순간에도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 『한 말씀만 하소서』가 지금 이 순간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도 삶의 빛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저자

박완서

1931년에경기도개풍군에서태어나세살때아버지를여의고소학교입학전어머니,오빠와함께서울로상경했다.숙명여고를거쳐서울대국문과에입학했지만,6ㆍ25전쟁으로학업을중단했다.1953년결혼해평범한주부로살며1남4녀를두었고,1970년《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나목』이당선되어불혹의나이로문단에데뷔했다.사회를바라보는날카롭지만따듯한시선과진실된필체로많은이들의사랑을받았다.
그러던1988년하나뿐인아들을갑작스럽게교통사고로잃는참척의고통을겪었고,이를일기로써내려간다.그일기를엮은『한말씀만하소서』는자식을잃은애끓는마음과세상과신을향한원망이날것그대로표현되어있어같은아픔을겪은사람들을깊이위로해준다.더나아가삶을향해다시발을내딛는모습은인간존재의의미까지생각하도록이끈다.
2011년1월담낭암으로타계할때까지40여년간80여편의단편소설과15편의장편소설을쓰며꾸준히작품활동을해왔으며,이외에도동화ㆍ산문집ㆍ콩트집등다양한분야의작품을두루남겼다.특히『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사랑을무게로안느끼게』는에세이스트로서의박완서의면모를발견하도록하는작품이다.
한국문학의거목으로서한국문학작가상(1980),이상문학상(1981),대한민국문학상(1990),이산문학상(1991),중앙문화대상(1993),현대문학상(1993),동인문학상(1994),한무숙문학상(1995),대산문학상(1997),만해문학상(1999),인촌문학상(2000),황순원문학상(2001),호암예술상(2006)등을수상했으며,2006년에는서울대학교명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타계후에는문학적업적을기려금관문화훈장이추서되었다.

목차

일기한말씀만하소서
수필언덕방은내방
서신이해인수녀님과의손편지

작품해설통곡과말씀의힘-황도경(문학평론가)

개정판에부치며제영혼이곧나으리이다-호원숙(작가)

출판사 서평

자식잃은참척의고통과슬픔,그절절한내면일기

“이건소설도아니고수필도아니고일기입니다.훗날활자가될것을염두에두거나누가읽게될지도모른다는염려같은것을할만한처지가아닌극한상황에서통곡대신쓴것입니다.”

1988년,가장끔찍했던여름을지나가을,겨울로…
서울집에서부산의딸집으로,분도수녀원의언덕방으로…

▶9월,부산첫째딸네집

1988년온나라가올림픽의환희로가득차있던그때,박완서는갑작스럽게외아들을잃고만다.어머니가걱정된첫째딸의성화에부산의딸네집으로내려온작가는기억외에는남아있지않은아들을생각하며아직도미치지못한자신의강인한정신을탓한다.그리고도대체내가무슨잘못을했길래아들을데려갔는지,신을향해그이유를묻고또묻는다.이런물음은신을향한증오로,마침내살의로치달으며작가는울부짖음에가까운기도를토해낸다.그럼에도아들을앗아간신은끝끝내응답이없다.

“사생결단죽이고또죽여골백번고쳐죽여도아직다죽일여지가남아있는신,증오의최대의극치인살의(殺意),나의살의를위해서도당신은있어야돼.암있어야하구말구.”

▶10월,부산분도수녀원언덕방

서울집으로가서홀로서기를하고싶다는생각을하던찰나,박완서는이해인수녀의제안으로부산분도수녀원의언덕방에머물기회를얻는다.뒤돌아서다토했을지언정여봐란듯이밥반공기를먹어치우며딸의허락을받았지만,막상언덕방에도착해마주한고립감은아주고약했다.이후사흘을밤새방안을데굴데굴구르고몸부림치며신에게한말씀만달라며애걸복걸했지만끝내응답은얻지못했다.그러는사이시간을흘렀고작가는수녀원의수녀님과도움을받는노인들,젊은방문객들틈에서죽음에대한갈망또한교만이라는것을서서히느끼기시작한다.

“따라죽을수있으리라는것도교만이요,환상이라는걸받아들일채비를하고있었다.결국은살궁리인가?역겹고비참하지만자신속에서조금씩조금씩그런변화가일어나고있는걸어쩌랴.”

▶10월,부산분도수녀원언덕방,화장실

신병을얻은딸에대한근심을토로하던옆방방문객에게박완서는아들을잃은자신도밥잘먹고,잠잘자고,살아있다고말하며자신의불행이타인에게위안이되었다는사실에마음이불편해진다.그심경으로옆방방문객과마주앉아먹은점심은결국제대로얹혔고먹은것을다토해낸다.그리고그때문득든생각,도대체내가무슨죄가있길래아들을앗아갔냐는물음에대한응답이신의계시처럼머릿속에떠오른다.작가는타인에대한철저한무관심,궁극적으로는신과도고통을나눌줄몰랐던것이가장큰죄였음을깨닫는다.

“나의고통까지도.당신이내게이모든것을주셨나이다.주여,이모든것을당신께도로드리나이다.모든것이당신의것이오니,온전히당신의향대로그것들을처리하소서.”

▶그해,로스앤젤레스를거쳐서울집으로

죽고싶다는정신의소망을따라주던박완서의육체는그날이후끼니때가되면배고픔을여실히드러냈고육신과정신의분열앞에작가는창피하고슬퍼한다.그러나몸은회복되었어도살아갈의욕까지온전히찾지는못했기에서울집에혼자머무르지못하고막내가사는로스앤젤레스로떠난다.하지만그곳은이질적인언어로가득찬세상이었고,그참을수없는외로움으로겨울을나기도전에서울로급히돌아오게된다.그리고몇달후,작가는다시글쓰기를시작한다.글쓰기를다시시작했다는것은작가에게특별한의미였다.아들이없는세상도다시사랑하게되었다는것이었다.

“주여,저에게다시이세상을사랑할수있는능력을주셔서감사합니다.그러나주여너무집착하게는마옵소서.”

▶이후,다시언덕방으로

분도수녀원을처음갈때만해도박완서는그곳을속세를벗어난도피처쯤으로여겼다.그러나막상머물게된수녀원은세상에서버림받은가장외로운이들과함께하는곳이었다.그곳에서지내는동안작가는자신도모르게죽음에서삶쪽으로방향을틀고있었고,끝내생명의가장필수적인식욕을되찾는다.이후에도작가는해마다언덕방손님을자처하며그곳에머무르는버릇이생겼다.수필「언덕방은내방」과그곳으로작가를이끌어준이해인수녀님께보내는손편지는참척의고통을견뎌낸이후의삶을온몸으로보여주는증거가된다.지금같은고통으로힘겹다면,삶의막다른길에놓인것같다면이책에담긴작가의살아있는위로를건네받기를바란다.

“88년을생각하면자다가도‘아’소리가나올적이있을만큼아직도생생하고예리하게가슴이아픕니다.그러나수녀님이가까이계시어분도수녀원으로저를인도해주신것은그래도살아보라는하느님의뜻이아니었을까,늘생각하고있습니다.”
-2005년이해인수녀님께보낸편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