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하는 삶 : 무위에 대하여 (양장)

관조하는 삶 : 무위에 대하여 (양장)

$16.80
Description
도파민 홍수 시대
우리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삶의 형태는 ‘무위’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현대 사회에 잊힌 덕목인 ‘관조적 삶Vita contemplativa’을 재조명하며, ‘무위하는 삶’에 찬사를 보낸다. 신간의 제목은 ≪관조하는 삶≫. 성취 욕망과 인스턴트식 도취에 붙들린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삶의 태도를 요청하는 비평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더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의도와 목적’을 띤 활동을 멈추고(무위無爲), 그 순간 ‘마법’처럼 드러나는 세계의 참모습을 바라볼 것(관조觀照)을 주문한다.
한병철에 따르면, 오늘날 성과사회의 잔인한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절대적인 존재 결핍’을 겪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결핍’을 메우기 위해 더 바쁘게 일하고, 더 열심히 소비하며, 여가마저도 정신없는 놀이와 빽빽한 일정으로 채운다. 그들에게 ‘강렬한 삶’은 더 많은 노동, 성취, 소비, 자극을 의미한다. 하지만 저자는 ‘행위의 쳇바퀴’(행위하는 삶)에 머물러서는 진정한 행복과 안식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무위”야말로 “삶의 강렬한 형태”라고 추켜세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초기 낭만주의자, 현대 철학자까지 주요 사상가들(플라톤, 노발리스, 한나 아렌트, 니체, 발터 벤야민 등)의 글과 주요 개념들을 폭넓게 인용, 또는 반박하면서 ‘무위’의 숨겨진 역할과 가치, 창조적 힘에 주목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섬세한 비평을 통해 한병철 특유의 미학적이고 날카로운 통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한병철

저자:한병철
1959년서울출생.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했고,브라이스가우의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뮌헨대학교에서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베를린예술대학교철학·문화학교수를지냈다.전유럽과한국에서큰반향을일으킨≪피로사회≫를비롯하여≪오늘날혁명은왜불가능한가≫≪정보의지배≫≪사물의소멸≫≪리추얼의종말≫≪고통없는사회≫≪폭력의위상학≫≪땅의예찬≫≪투명사회≫≪심리정치≫≪타자의추방≫≪시간의향기≫≪에로스의종말≫≪아름다움의구원≫≪선불교의철학≫≪권력이란무엇인가≫≪죽음과타자성≫≪서사의위기≫등예리하고독창적인사회비평서와철학책을썼다.

역자:전대호
서울대학교에서물리학을공부한후칸트의공간론에관한논문으로같은대학에서철학석사학위를받았다.독일학술교류처의장학금으로쾰른으로유학,헤겔의논리학에나오는양적무한개념을주제로박사논문을쓰던중귀국해번역가로정착했다.≪철학은뿔이다≫를썼고,≪정신현상학강독1,2≫를옮기고썼으며,시집≪가끔중세를꿈꾼다≫≪성찰≫을냈다.≪물은H₂O인가?≫≪위대한설계≫≪기억을찾아서≫≪로지코믹스≫≪헤겔≫(공역)≪초월적관념론체계≫≪나는뇌가아니다≫등많은책을번역했다.

목차

무위의풍경들
장자에게붙이는사족
행위에서존재로
절대적인존재결핍
행위하기의열정
도래하는사회


도판출처

출판사 서평

도파민홍수시대
우리삶을회복할수있는
가장강렬한삶의형태는‘무위’다!

현대사회에잊힌덕목인‘관조적삶’재조명
노동과성과강제에맞서는‘무위’능력고찰
한나아렌트의‘비타악티바(행위하는삶)’에대한독창적반론

관조하는삶,그리고무위에대하여

“인간의모든노력이,그리고온역사가향하는목표가아무튼있다면,그목표는오로지바라보기에서완성에이르는것이다.”

재독철학자한병철이현대사회에잊힌덕목인‘관조적삶Vitacontemplativa’을재조명하며,‘무위하는삶’에찬사를보낸다.신간의제목은≪관조하는삶≫.도파민홍수의시대에성취욕망과인스턴트식도취에붙들린현대인들에게특별한삶의태도를요청하는비평서다.이책은우리에게무언가를더해야만한다는강박에서벗어나‘의도와목적’을띤활동을멈추고(무위無爲),그순간‘마법’처럼드러나는세계의참모습을바라볼것(관조觀照)을주문한다.

한병철에따르면,오늘날성과사회의잔인한경쟁에내몰린사람들은고립과외로움속에서‘절대적인존재결핍’을겪고있다.사람들은자신의‘존재결핍’을메우기위해더바쁘게일하고,더열심히소비하며,여가마저도정신없는놀이와빽빽한일정으로채운다.그들에게‘강렬한삶’은더많은노동,성취,소비,자극을의미한다.하지만저자는‘행위의쳇바퀴’(행위하는삶)에머물러서는진정한행복과안식이불가능하다고진단한다.오히려“아무것도생산하지않는무위”야말로“삶의강렬한형태”라고추켜세운다.

이책에는<무위의풍경들>,<장자에게붙이는사족>,<행위에서존재로>등여섯편의에세이가실렸다.저자의전작들(≪시간의향기≫와≪피로사회≫,≪오늘날혁명은왜불가능한가≫등)에서선보였던‘삶의가속화’,‘존재의결핍’등의우리시대의중요한주제를보다깊이있게다뤘다.고대그리스철학자부터초기낭만주의자,현대철학자까지주요사상가들(플라톤,노발리스,한나아렌트,니체,발터벤야민등)의글과주요개념들을폭넓게인용,또는반박하면서‘무위’의숨겨진역할과가치,창조적힘에주목한다.독자들은이책에실린섬세한비평을통해한병철특유의미학적이고날카로운통찰을만날수있을것이다.

무위예찬

“모든것이단기적이고,호흡이짧고,근시안적으로되어버린이서두름의시대에무위는희귀하다.우리는기다릴끈기가없다.그끈기안에서무언가가천천히익어갈수있을텐데말이다.”

‘무위하는삶’을살라니,‘관조적인쉼’을가지라니책의메시지가꽤나달콤하게들린다.특히나매일매일쫓기는일상에지친사람이라면새삼눈길이갈테고,한껏게으름을즐기고싶은사람에게는이책의몇대목에서죄책감을덜어줄든든한아군을발견할수도있겠다.그러나한병철의애독자라면이미짐작했겠지만,이책은게으름에대한찬사나관조적명상을위한실천법을제시하는책이아니다.오히려끊임없이성장하고상업화하는자본주의체제에저항하는‘창조적인무위’를호명하고옹호하는책이다.

한병철에따르면,무위는한낱게으름이나거부,무기력한삶의태도,“활동의공백”이아니다.“고유한논리,고유한언어,고유한시간성,고유한구조,고유한찬란함,고유한마법”을지니고있는“인간실존의찬란한형태”다.자본주의는생존을절대화하고효율성과기능성을중시하지만,오히려“참된행복은목적없고효용없는것덕분에,고의로장황한것덕분에,비생산적인것,에둘러가는것,궤도를벗어나는것,남아도는것,아무것에도유용하지않고아무것에도종사하지않는아름다운형식들과몸짓들덕분에있다”라는것이그의생각이다(무위의예식성).

한편‘무위’는일종의창조적인세계로넘어가는“문턱”이다.‘행위’(행위하는삶)는주어진목적과목표에따라똑같은것들을반복,재생할뿐이고,새로운것을만들어내지못한다.발명하는인간에게는“목적없고규칙없는행위를하기위한(무위의)시간이필요하다.그러니까그무위의시간속에서”전혀다른무언가,있었던적없는무언가의발생이가능해진다.”(무위의변증법)이처럼‘무위’는목적과효용이지배하는세상에서우리삶을위한해독제,창조력의원천이된다.

인간행위의궁극적인목적은‘무위’

“활동에서무위가차지하는몫만큼활동은진정으로인간적이다.”

한병철은‘무위’가인간적인것을구성하는중요한요소라고강조한다.“쉼이없으면새로운야만이발생한다.침묵은말을심화한다.고요가없으면음악은없고단지소음과잡음만있다.놀이는아름다움의정수다.”그는만약우리에게“망설임과멈춤의순간”이없으면,우리의행위는맹목적인능동과반응으로변질된다고경고한다.자극-반응,욕구-충족,목표-행위의패턴이지배할때우리의삶은생존으로,즉“벌거벗은동물적삶으로쪼그라든다”.‘무위’능력의상실은곧,우리를“단순히기능만하는기계”로만든다.인간의실존은활동에남김없이흡수되고,생산활동에서벗어난여가조차노동의피로에서회복하기위한시간(곧“노동의파생물”)쯤으로,“따분함이고개드는것을막기위해우리가때려죽이는시간”으로격하된다.

한병철은“인간이추구하는궁극의목적은무위”라고단언한다.그는클라이스트의단편소설≪인형극에관하여≫에서인간춤꾼이자신의몸짓을의식하는순간에우아함을잃는장면에주목한다.“명인은연습을통해의지를떨쳐낸다.명인의솜씨란무위다.행위는무위에이르러완성된다.”마찬가지로‘역사’는행위를통해이루어지지만,한병철은“행위하기가완전히밀려나고바라보기(관조)가그자리를차지하는무위의안식일”에비로소‘역사’가완성된다고본다.“안식일이비로소창조에신적인장엄함을부여한다.쉼이없으면인간은신적인것을잃는다.”그는‘무위’에대한니체의생각을미루어짐작하면서이렇게쓴다.“무위가없으면삶은불가능하다.무위는살아있는놈이존속하고번창하기위한조건이다.”

‘비타악티바’와인류의위기

“관조하는삶없는행위하는삶은눈먼삶이다.”

한병철이20세기를‘행위의시대’로규정한한나아렌트를비판하는대목은자못흥미롭다.≪행위하는삶Vitaactiva≫을쓴아렌트는고대그리스의폴리스를자유의빛나는모범으로이상화하며,불멸의명성을추구하기를“행위하는삶의원천이자중심점”이라고말한다(“인간은정치적인것의무대위에서불멸에도달한다”).반면에‘관조하는삶’은“세계를외면하는도피”쯤으로해석한다.

한병철이보기에아렌트의주장은“행위하기의열정”에사로잡혀있고,오늘날지구적위기를불러온‘근대정신’에물들어있다.오늘의위기는“자연을인간적목적을위한수단으로,자원으로간주”하며인간의행위에완전히종속시킨데서빚어진결과다.근대이후자연은“독자성과존엄”을완전히잃은채,“인간역사의한성분으로,부록으로격하”된다.한병철은오늘날문명위기의담론에서회자되는‘인류세’를“인간의행위가자연을완전히흡수하고착취하는역사적시기”라고규정한다.

한병철은이국면에서우리가‘무위의윤리’(땅에비유하자면,자연적으로형성된땅의가능성을존중하고,인위적인변화를가하지않고놔두기)를회복해야한다고강조한다.“거침없이자연을정복하고착취하는인간행위의절대화가임박한재앙의원인이라면,인간행위자체를수정해야한다.따라서행위에서관조적성분이차지하는몫을높이는일,행위에성찰을덧붙이는일이반드시필요하다.”그는인류의미래는“행위하는사람들의권능”이아니라“관조하는능력을되살리기”에달려있다고거듭강조한다.그리고만약우리가관조하는삶을도외시한다면인류의미래는영혼의타락과온지구의소진으로귀결될것이라고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