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 : 텍스트의 실수와 왜곡을 잡아내고 진실을 건지는 법

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 : 텍스트의 실수와 왜곡을 잡아내고 진실을 건지는 법

$23.00
Description
건강한 역사적 사고를 위한 오항녕의 역사 문해력 특강

할리우드 영화 〈300〉부터 조선왕조실록까지,
헤로도토스의 《역사》부터 유지기의 《사통(史通)》까지
역사가는 어떻게 역사를 기록하고, 어떤 오류를 범하며,
그럼에도 역사는 어떻게 믿을 만해지는가?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쓰며, 역사가는 어떤 오류들을 범할까? 대표적인 조선사 연구자 오항녕 교수가 동서양의 문헌,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역사기록과 서술, 해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수와 왜곡을 다양한 사례와 비유로 설명한다. 사소하게는 글자를 잘못 읽어서, 때로는 무의식적인 편견 때문에, 드물게는 역사기록을 바로잡는다면서 엉뚱하게 고치는 바람에 역사가도 틀린다. 역사탐구가 어려운 이유는 시대와 상황을 온전히 담아내는 기록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고, 기록의 주체 역시 불완전한 기억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역사의 빈틈과 오류의 한계를 거꾸로 우리 역사공부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제안한다.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눈을 키움으로써, 역사학을 둘러싼 막연한 불신과 냉소를 물리치자는 것. 그리하여 독자들은 ‘역사의 오류’를 찾는 데서 시작한 우리의 여정이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분투했던 앞선 역사가들의 ‘숭고한 여정’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오항녕

저자:오항녕
전주대학교대학원사학과교수.한국고전번역원,인권평화연구원이사로있다.고려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한학을공부하고,한국사상사연구소연구원,국가기록관리위원회전문위원,연변대학교및튀빙겐대학교방문교수를지냈다.
지은책으로≪사실을만난기억:조선시대기축옥사의이해≫≪역사학1교시,사실과해석≫≪실록이란무엇인가≫≪호모히스토리쿠스≫≪광해군,그위험한거울≫≪밀양인디언≫≪조선의힘≫≪기록한다는것≫≪한국사관제도성립사≫≪조선초기성리학과역사학≫등이있고,옮긴책으로≪사통(史通)≫≪율곡의경연일기≫≪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존재집≫≪문곡집≫≪노봉집≫≪병산집≫등이있다.

목차

서문_조화에는벌레가없다

1부역사가도틀릴수있다―사실의오류
1내몸안의메멘토
2나는아버지무덤을알았다
3문명이라는이름의편견
4300?스파르타?
5침,위생,그리고봉건
6콩쥐팥쥐의역사

2부어떻게믿을수있는기억을전할것인가―서술의오류
7사실과허구의거리
8건강한회의주의를권함
9역사학의질문이란무엇인가
10최강희감독없는전북현대FC?
11정조는1776년에즉위하지않았다
12역사학과상업주의의거리
13의심증은오류가아니라질병
1419세기조선위기론비판
15에펠탑이왜곡하는기억
16그일이왜일어났을까?-인과의경계
17역사왜곡의인간학

3부어떻게역사를해석할것인가―해석의오류
18우리속의이광수를찾아서
19점입가경,사도세자왜곡
20다나같은줄알았다
21‘비유’라는양날의칼
22사실은해석과논쟁의토대
23‘오항녕은극우파시스트다!’
24역사의진실,삶의희망

에필로그_역사공부는나중에하라?


도판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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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역사가는어떻게역사를기록하고,어떤오류를범하며,
그럼에도역사는어떻게믿을만해지는가?

할리우드영화<300>부터조선왕조실록,
헤로도토스의≪역사≫부터유지기의≪사통(史通)≫까지
건강한역사적사고를위한오항녕교수의역사문해력특강

역사가도틀린다

사소하게는글자를잘못읽어서,때로는무의식적인편견때문에,드물게는역사기록을바로잡는다면서엉뚱하게고치는바람에역사가도틀린다.역사는어떻게만들어지고,누가쓰며,역사가는어떤오류들을범할까?≪역사의오류를읽는방법≫은한국의대표적인조선사연구자오항녕교수가동서고금의역사가들이실수했던사례를유쾌하게해설한역사교양서이다.역사기록,서술,해석의각과정에서나타나는오류와실수들을역사학의주요개념들과함께테마별로엮었다.오랫동안강단과저술활동을통해연구하고,논쟁하고,가르치면서모은흥미로운사례들이다.
저자가참고하고인용하는문헌들도폭넓다.동서양역사학을대표하는두거목인헤로도토스와사마천의저술(≪역사≫,≪사기≫)이빠질수없고,인류최초의역사학개론서인≪사통(史通)≫부터우리기록문화를대표하는<조선왕조실록>까지중요한역사문헌들이비중있게실렸다.영화<300>,뮤지컬<레미제라블>등대중문화,스포츠를통한적절한비유와,강의시간에학생들에게내준시험문제와본인의일기까지인용하면서교양독자의눈높이에맞춰해설한다.특히한국역사학의논쟁적이슈를역사오류의사례로적극적으로끌어와비평하는데,≪선조실록≫과≪선조수정실록≫의사료문제,광해군과사도세자에대한인물평,실학/허학논쟁,율곡이이의‘십만양병설’을둘러싼논란등한국사의중요한쟁점들이두루담겼다.역사에대해막연히어렵고부담을느끼는일반인들이라면역사읽기의깊은맛을느끼고,역사를업으로삼으려는역사학도라면사료를읽고,해석하고,비평할때경계해야할유용한팁을얻을수있을것이다.

역사의오류를읽는방법

책의제목은좀특이하다.‘역사를읽는법’이아니라‘역사의오류를읽는법’이라니,‘역사도잘모르는데…그오류까지시시콜콜알필요가있을까’하고시큰둥해할독자들도있을것이다.저자는역사학을다른모든학문을건강하게유지해주는‘음식’에비유한다.영양이풍부하고건강한음식을먹는다면우리의몸(지적토대)도튼튼해지겠지만,영양분이부실하고상한음식을먹으면다른모든학문도위태로워진다.역사학은“(과학사,철학사,심지어역사학사등)모든학문의형식이자학문의성격그자체”이기때문이다.‘역사의오류’를줄이고,예방하는것은우리학문의근간을지키는일과진배없다.또한어떤분야든실패사례가성공의비밀을알려주는길잡이가되며,역사가의실수담만큼역사공부에더요긴한교재도찾기힘들다.‘역사의오류’라는주제는역사를더쉽게설명하기위해저자가고민하면서채택한방법론이기도하다.
이책에는다양한역사오류사례가제시된다.공자의경우,그의어린시절을기록한≪예기≫를후대학자들이표점(구두점)을엉뚱한데찍어서읽는바람에공자는오랫동안아버지무덤도모르는사람으로알려졌고,중국의5천년문명은동양에편견을품은영국인이찍은사진(왕웨이친처형사진)한장때문에야만의대명사로전락했다.어떤고등학교한국사교과서에는연암박지원의≪열하일기≫한토막을제시하며박지원자신의중화관념과정반대되는내용으로소제목을삼기도했다.물론이런오류는이책의저자도예외일수없는데,그역시≪자치통감≫연구자인원나라호삼성의말을잘못해석하는바람에낭패를봤다고솔직하게고백한다.이처럼역사학자의논문이나저술도,중고등학교의교과서도,조선시대왕릉의안내문도,심지어동아시아에서존경받는유학의대가들도틀릴수있다.역사를기록하고,전달하고,해석하는주체가사람이기때문이다.

대표적인오류의사례들

이책은총3부로구성된다.1부‘사실의오류’에서는,기록을남기며발생하는오류,어떤선입견이나편견을가지고사실에접근하면서생기는오류를다룬다.특히문자,언어의무지나착각에서생기는오류를설명한다.2부‘서술의오류’에서는,사실을적고전달하고이야기하는과정에서발생하는오류를다룬다.가령우리가일상에서별고민없이던지는‘이순신장군이없었으면조선은망했을까?’와같은가상의질문들도여기서검토한다.왜이런질문을역사학에함부로끌어들이면안되는지를설명한다.3부‘비판의오류’에서는역사를둘러싼논쟁에서발견될수있는오류를다룬다.‘네말은믿을수없어!’하는식으로논제와사람을혼동하는오류,자신의오류를감추려고편싸움을유도하는오류등이다.재밌는사례로역사학자들의흔한과장법을주의하라는지적이있는데,“역사학자들도설득력을높이려다보면,‘때때로’대신‘항상’,‘가끔’대신‘때때로’,‘드물게’대신‘가끔’의표현을사용한다.그래서어떤역사학자가‘확실히’라고말하면‘아마도’로알아들어야하고,‘아마도’라고말하면‘혹시’정도로알아들어야하며,‘혹시’라고말하면‘추정컨대’정도로알아들어야한다는농담을하기도한다.”
이책에서실린오류의사례중대표적인개념몇가지만소개한다.

허구질문의오류
일어나지않은가정에기반하여가상의질문을던지는것을말한다.미국의경제사가로버트W.포겔은≪철도와경제성장≫에서19세기미국경제의발전에서고속도로와운하로도충분했고,철도는없어도되었다고결론을내렸다.각종통계자료를분석한결론인데,사실그통계는이미철도가이미존재하는세상에서뽑아낸것이다.쉬운예로“이순신장군이없었다면우리는임진왜란에서졌을까?”라는익숙한질문이있다.이순신장군을추앙하는대한민국국민이라면,그가없었다면왜군에게졌을것이라고장담하지만,사실그런판단의근거는이미이순신이실제로활약했던시대상황에서뽑아낸것이다.이순신장군이없을때그자리를대체할인물이나새로운변수에대해우리는전혀데이터가없다.그러니까이런가상의질문에대해역사학이답할수없는이유는그것을설명해줄사료자체가없기때문이다.역사학은‘사료’를읽는데서시작한다.

허수아비의오류
역사독자라면뚜렷한증거도없이어떤사건을특정한적의탓으로돌리는역사가를경계해야한다.일종의허수아비를내세우는것인데,“송나라때간신한탁주는명장이자충신악비를무함할때,‘막수유(莫須有)’의논리를내세웠다.‘드러난것은없지만틀림없다’는말이다.”과거군사정권등에서추정과가정에의해‘적’을만든사례와비슷하다.필자는‘실학’이라는용어를내세워실(實)과허(虛)를대립시킴으로써성리학을‘허학(虛學)’으로규정하는경우도허수아비오류의실례라고덧붙인다.

시대착오의오류
역사가가어떤사건이실제일어난시기(시대)가아닌다른시기에일어난것처럼묘사,분석,판단하는것을말한다.예를들면,트랙터를사용하는현재농촌의관점에서호미와쟁기를사용하던고려,조선의농업을해석하는것이다.한편시간단위가다른문명을한쪽기준으로해석하는사례도있다.그레고리우스력이라고부르는서력(西曆)기원은조선의경우갑오경장이후에사용된역법이다.그전에는아예이런연도구분이존재하지않았고,갑자(60년)나왕의재위연대가기준이었다.최근지방자치단체에서율곡이이나다산정약용등조선시대인물의탄생을백년단위,오십년단위로끊어서기념하곤하는데,현재우리의기준일뿐이다.조선시대에는3갑자,4갑자가더기억할만한시간단위였을것이다.

‘다알다시피’의오류
다수의의견을끌어와서근거로삼는오류로,연구자의지적게으름이동반되어있다.필자에따르면“한때조선시대논문에서는,서론에‘조선후기에는상품화폐경제가발달하고신분제가동요하면서…’라고시작하는것이유행”이었다.조선후기만해도300년인데,그300년이란시간을‘다안다고치고’한마디로정리해버린것이다.필자에따르면,실제조선사회가‘상품화폐경제’에우호적이지않았고,신분제의변화가일어나고있었지만그것을두고‘300년의동요’라고말할만한증거는빈곤했다.이런오류를피하려면기존연구자들의주장을맹목적으로따르기보다자신의공부를바탕으로그들의주장을재검토할수있는성실함과용기를길러야한다.

책임과원인을혼동하는오류
윤리적인책임의문제를수행자의문제와혼동하는경우를말한다.예를들어전쟁이일어나면그원인이무엇이든위정자는책임을피할수없다.정묘호란과병자호란의경우,당시위정자였던인조는전쟁에대해무한책임을진다.그렇다고왕이나왕의정책이전쟁의직접적인원인은아니다.주요원인은왜군과후금(청)의침략이다.“그일이어떻게일어났는가?”라는질문과,“누가비판받아야하는가?”라는질문은전혀다른것이다.둘을혼동하면곤란하다.

권위에호소하는오류
우리에게익숙한오류인데,역사학자들이독자들을기죽게하고자신의빈약한주장을감추기위해곧잘쓰는방법이다.‘무슨무슨상을탄과학자가말하기를’,‘공자님(부처님,예수님)이말씀하시길’등으로시작하는논법이여기에속한다.변종으로는이런것들도있다.과도한참고문헌나열,수많은인용문위주의서술,기가질릴만큼의엄청난분량(아널드토인비의≪역사의연구≫는국내에서1974년에14권으로출간되었는데,많은독자들이기념비적인저술의분량때문에설득되지않았을까?),수학공식을남발하면서상대방의입을아예막아버리기.

풍요롭고건강한역사공부를위하여

역사탐구가어려운것은시대와상황을온전히담아내는기록이란애초에불가능하고,기록의주체역시불완전한기억을지닌‘인간’이기때문이다.그러나저자는이런역사의빈틈과오류의한계를거꾸로우리역사공부의출발점으로삼자고제안한다.텍스트를비판적으로검토하고합리적으로추론할수있는눈을키움으로써,역사학을둘러싼막연한불신과냉소를물리치자는것.그렇게이책의마지막장을덮은독자라면,‘역사의오류’를찾는데서시작한우리의여정이진실에다가서기위해분투했던앞선역사가들의‘숭고한영정’과맞닿아있음을깨닫게될것이다.
역사학의진정한힘은자기교정능력에서나온다.오류마저기록으로남기는것이역사학이고,역사학자의일이기때문이다.“속였으면속였다고적고,속인듯하면속인듯하다고적고,그런정황이없으면오류만밝히면그뿐이다.”그렇다고오류에대한지나친강박때문에역사가의창조적사유가위축되어서는곤란하다.오류를줄이는것이역사학의목표는아니며,풍요롭고건강한역사학을위한방편일따름이다.“오류가없는사유만건강한사유는아니다.명제만있는사유는골동품이다.질문하는사유,의심하는사유,창조하는사유가얼마나우리의삶을풍요롭게하는가.오류를피하려고풍요로움의가능성을포기하는것은어리석은일일것이다.”저자의이런당부,역사를가르치는사람도공부하는사람도숙고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