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양장)

리스본행 야간열차 (양장)

$20.80
Description
“문학에 새로운 예술적 전통을 세운 경이로운 작품” _라 캥젠느 리테레르
끝없는 밤을 가로지르는 야간열차처럼, 잊을 수 없는 체험으로 간직될 이야기
단조로운 바퀴 소리, 덜컹거리는 사물들… 삶에 회의를 느끼고 충동적으로 올라탄 열차가 데려다준 도시 리스본. 경사진 골목길을 달리는 오래된 전차와 낯선 언어를 헤집고 만난 새로운 사람들.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비채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독일어권 국가에서만 200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3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한국에선 2007년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현대고전으로 자리 잡은 대작. 2022년 새로 출간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 품격에 맞도록 무게감을 더한 양장 제본과 모던한 표지로 세련되게 단장하였으며, 본문의 시작부터 끝까지 세심히 살펴 오늘의 감수성으로 다듬었다. 감각적이고 유려한 문체, 독일 최고의 철학 부문 에세이에 수여하는 트락타투스상을 수상한 저자가 소설의 토대에 쌓아 올린 지적인 사유.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에서 “심연을 파헤치는 의식의 심리물”이라고 평한 찬란한 이야기가 다시 펼쳐진다.

저자

파스칼메르시어

1944년스위스베른에서태어났다.독일하이델베르크대학철학부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버클리대학,하버드대학,베를린자유대학등여러곳에서연구활동을했으며,마그데부르크대학철학사교수및베를린자유대학언어철학교수를역임했다.2014년트락타투스상을수상한《삶의격》과《자기결정》《자유의기술》등다수의철학서를저술했다.문학창작에도뛰어난재능을발휘하여‘파스칼메르시어’라는필...

출판사 서평

“인생은우리가사는그것이아니라,산다고상상하는그것이다”
우연히발견한책에서촉발된조용한폭발,‘또다른나’를찾아가는여정

스위스베른의고전문헌학교사‘걸어다니는사전’그레고리우스.비가쏟아지던어느날,여느때와같이학교로향한그는우연한사건을계기로자신의인생을돌아본다.앞으로무수히많은일을경험할눈앞의학생들과달리나의인생엔무엇이남았는가?먹먹한물음끝에충동적으로수업을중단하고학교를뛰쳐나온그는포르투갈어로적힌《언어의연금술사》라는책에서자기심정을완벽히반영한문장을발견한다.“우리가우리안의아주작은일부만을경험할수있다면,나머지는어떻게되는걸까?”스스로도알수없는욕망에휩싸인채,그레고리우스는리스본행야간열차에오른다.
리스본에서그레고리우스는《언어의연금술사》의저자아마데우드프라두의일생을추적한다.살라자르의독재정권이이어지던시절,존경받는의사였으나악명높은비밀경찰의목숨을살려준사건을계기로모든신망을잃고죽기전까지남몰래저항운동에참여한아마데우.타인의삶을좇아또다른자기자신을찾아가는그레고리우스의여정위로,아마데우가생전에기록한빛나는사유가포개진다.불확실한열정으로올라탄열차가데려다준낯선도시.흘러가는자기삶을붙잡으려는사람과세상의불합리에맞서싸운망자의시대를뛰어넘는만남이펼쳐진다.


생의끝자락에서시작되는우아한성장소설이자격정의시대를관통하는찬란한삶의기록
몽테뉴의《수상록》,페소아의《불안의책》을잇는파격적인사유

《리스본행야간열차》는초로의나이에접어든그레고리우스가지금까지의삶을중단하고곧장떠나는장면으로시작한다.독자가처음부터이소설에강렬하게매혹되는까닭은바로이과감한결별에있다.그레고리우스는자기삶의균열을정면으로응시하고그너머를향해나아간다.이후소설은살라자르의독재정권이라는격정의시대를살아낸아마데우와방황하는현대인그레고리우스의이야기가교차하며전개된다.포르투갈의역사와투쟁의기록,종교와신을아우르는성역없는사색과부모와의첨예한이념갈등…흘러간역사를관통하는생생한증언과사유의바다를지나며그레고리우스는어떤변화를맞이할것인가?
《리스본행야간열차》에서아마데우의글은마치소설의형식을벗어난듯보인다.소설가이자독일최고의철학자중한명으로손꼽히는저자파스칼메르시어가아마데우의목소리를빌려철학적견식을소설의토대에펼쳐놓은것.몽테뉴의《수상록》,페소아의《불안의책》에비견되는파격적인사유가문학과비문학의경계를넘어각각의이야기를긴밀하게연결짓는다.아마데우의에세이를바탕으로단순한도피에서인간내면의탐구로부상하는그레고리우스의여정은작가이사벨아옌데의극찬처럼“정신과마음을위한선물”이될것이다.

2022년새로운감각으로다듬은유럽현대문학의고전
소장가치를더한양장제본과모던한표지…전자책까지출시

독재정권에저항한시대의이야기가우리에게그리멀지않아서일까,시대를넘어삶의고단함을보여주는생동감넘치는캐릭터들이와닿았기때문일까.《리스본행야간열차》는국내독자에게상당한거리감이있는배경임에도2007년한국에서처음출간하자마자폭발적인반응을일으키며커다란사랑을받았다.소설과철학적에세이가결합된생소한형식과특유의분위기를자아내는유려한문체…세계적으로작품성을널리인정받은《리스본행야간열차》는2013년동명의영화로도제작되어대중적으로더널리알려졌고,현재까지도회자되는현대고전으로자리매김했다.본작의명성에걸맞도록이번개정판은양장제본과작품의분위기를감각적으로재해석한표지로소장가치를더했으며보다많은독자와만나기위해전자책까지처음으로출시하였다.또한모든외래어를현재표기법에맞춰전면수정하였으며2022년지금의감수성으로문장과표현을세세히다듬었다.

책속에서

우리는많은경험가운데기껏해야하나만이야기한다.그것조차도우연히이야기할뿐,그경험이지닌세심함에는신경쓰지않는다.침묵하고있는경험가운데,알지못하는사이에우리의삶에형태와색채,멜로디를주는경험은숨어있어눈에띄지않는다.(중략)
우리가우리안에있는것들가운데아주작은부분만을경험할수있다면,나머지는어떻게되는걸까?
-30-31p

그레고리우스는숨이턱에차서자리에앉았다.기차가이룬을향해출발하자제네바에서그를엄습했던생각이다시떠올랐다.무척이나명료하며매우현실적인이여행,시간이흐르고역을하나씩지날때마다그를지금까지의삶으로부터더멀어지게하는이여행이계속될지를결정하는것은그자신이아니라기차라는생각이들었다.
-57-58p

에사는찻잔을잡으면서눈을감았다.자기눈을감으면다른사람눈에도흉한손이보이지않는다는듯….손은뜨거운담뱃불로지진흔적이가득했고파킨슨병에걸린것처럼떨렸으며손톱두개는아예없었다.에사는자기손을보고도참을수있는지시험이라도하듯이그레고리우스를쏘아보았다.그레고리우스는현기증처럼몰아치는경악을애써누르며찻잔을입으로가져갔다.
“내잔은반만채워야하는데.”
낮게잠긴목소리로에사가말했다.그레고리우스는그뒤에도이말을잊지못했다.눈물이날듯눈이따가웠다.그는학대받은이노인과자신의관계에서영원히기억될행동을했다.에사의찻잔을들고뜨거운차를반이나마신것이다.
혀와목구멍이덴듯뜨거웠지만,그건문제가아니었다.그는반만남은찻잔을조용히제자리에놓고,손잡이가에사의엄지로향하게돌려놓았다.에사는오랫동안그를바라보았다.
-161p

우리는시간상으로만광범위하게사는것이아니다.공간적으로도눈에보이는것들을훨씬넘어서살고있다.우리는어떤장소를떠나면서우리의일부분을남긴다.떠나더라도우리는그곳에남는것이다.우리안에는,우리가그곳으로돌아가야만다시찾을수있는것들도있다.단조로운바퀴소리가우리가지나온생의특정한장소로우리를데리고가면-그여정이아무리짧더라도-우리는스스로에게가까이가고우리자신을향한여행을떠난다.우리가과거에머물렀던정거장플랫폼에두번째로발을디디면,그래서확성기에서들려오는소리를듣고다른곳과확연히구별되는냄새를맡으면우리는외형상으로만먼곳에도착한것이아니라마음속먼곳에도이른것이다.어쩌면우리스스로에게서아주외딴구석,우리가다른곳에있을때면무척어두워보이지않던곳에….
-338-339p

그레고리우스는그들에게삶이만족스러운지물었다.베른의고전문헌학자인문두스가세상의끝에서갈리시아어부들에게삶에대한견해를묻고있었다….그는이상황을즐겼다.불합리함과피로,과장된쾌감과경계를넘어서,지금까지모르던해방감이섞인이상황을그는한껏즐겼다.
어부들이질문을잘이해하지못해서그는더듬거리는에스파냐어로두번더물었다.그러다가마침내한명이큰소리로대답했다.
“만족하냐고?다른삶은모르는걸!”
어부들의웃음소리가점점커지더니나중에는그칠줄모르는웃음바다로변했다.그레고리우스도얼마나흥겹게따라웃었던지눈물이흐를지경이었다.
-5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