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15.80
Description
악의를 감싸 안으며 선의를 탐구하는 작가
허지웅이 전하는 함께 살기 위한 가치들
적의와 호의, 소음과 평정, 변해야 할 것과 변치 말아야 할 것을 떠올리다 보면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망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는 작가 허지웅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버터야 했던 청년 시절과, 그렇게 혼자 힘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을 겪고 회복하면서 끝내 놓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팬데믹이 휘몰아치고 정치가 혼돈에 빠지고 지구촌 한편에서 전쟁이 일상이 된 요즘 더 자주 곱씹는 물음에 작가는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 방도가 없다”고 답한다.

《최소한의 이웃》은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분투기다. “타인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미 벌어진 일에 속박되지 않고 감당할 줄 아는 담대함” “평정심을 유지하는 노력”이 있다면 분노는 잦아들 것이고 분란이 분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며, 캄캄한 곳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한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다투는 현실이지만, 결국 서로 돕고 기대어 살 때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이야기. 무례하고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지만,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고 인간답게 살자는 이야기. 이런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깨우칠 수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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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지웅

[필름2.0]과[프리미어],[GQ]에서기자로일했다.에세이『버티는삶에관하여』,『나의친애하는적』,소설『개포동김갑수씨의사정』,60~80년대한국공포영화를다룬『망령의기억』을썼다.

목차

작가의말

1부.애정:두사람의삶만큼넓어지는일
2부.상식:고맙다고말할수있는용기
3부.공존:이웃의자격
4부.반추:가야할길이아니라지나온길에지혜가
5부.성찰:스스로를돌아보아야한다는고단함
6부.사유:주저앉았을때는생각을합니다

출판사 서평

이웃을향한분노와불신을거두고
나또한최소한의이웃이되는길을모색하기위하여

“내가타인에게바라는이웃의모습으로그들에게먼저다가갈수있을까요.이웃의등급을나누고자격을따질시간에서로돕는일을시작할수있을까요.더불어살아간다는일의고단함을체념이아닌용기와지혜로끌어안을수있을까요.이웃을향한분노와불신을거두고나또한최소한의이웃이될수있는길을모색하기위해책을펴냅니다.”_작가의말에서

작가허지웅은다섯권의책을펴내면서다각적문제제기를해왔다.통계에잡히지않는아픔을들여다보며주변의분노와불신을거두기위해애써왔다.엄혹한불의에맞서싸운사람들의피,보이지않는곳에서일하는사람들의땀,들리지않는곳에서우는사람들의눈물을유심히관찰해왔다.그런그가언젠가반드시이야기하고싶었던주제‘이웃’으로우리에게말을건다.

《최소한의이웃》은“코로나19의살풍경이시작될때”부터거리두기를중단한현재까지보고듣고읽고만난세상에서기인했다.이시기에우리는몸과마음의평정을잃었고사람간의벽은높아졌고피해의식은나날이커졌다.그런모습을보면서그는어떻게함께잘살수있을까를다시금고뇌했고글로할수있는일을묵묵히해냈다.

그렇게오랫동안담금질한결과물이이책이다.“조용하고겸허하게”누군가해야하는일을하는사람들을되돌아보게만드는책.더불어사는방법을모색하며힘과용기를주는책.최소한의선한이웃들이모여따스한세상을만들수있음을알려주는책.“사랑은두사람의삶가운데하나를선택하는게아니라,두사람의삶만큼넓어지는일”임을일깨워주는그런고마운책이다.

절망과희망,파괴와회복,혼돈과질서가공존하는시대
너와내가잊고사는소중한가치

《최소한의이웃》을관통하는주제는지금여기공동체의이웃이다.피부로느낄수있게말하자면너와나의이야기다.작가는한량처럼팔짱을끼고우리공동체의불행을관람하지않는다.막장으로들어가는광부처럼슬픔안쪽으로들어가슬픔의근원을파헤친다.궁극에는“우리가서로에게최소한의이웃일때서로돕고함께기다리며희망을가질수있”음을때론부드러운,때론강골있는언어로들려준다.

이책은전염병이퍼지면서모두가보통의삶을되찾으려안간힘쓰는시기에쓰여졌다.“애정:두사람의삶만큼넓어지는일”“상식:고맙다고말할수있는용기”“공존:이웃의자격”“반추:가야할길이아니라지나온길에지혜가”“성찰:스스로를돌아보아야한다는고단함”“사유:주저앉았을때는생각을합니다”등총6부154편에서더불어살기위한가치를되짚으며겸허히말을건다.

1부는“두사람의삶만큼넓어지는일”을그려본다.가족에게버려졌다고생각한남자가20년만에가족을되찾기까진“자식을찾는일을포기하지않았던”가족들의노력이있었다는것.“이제곧세상을떠날아들이혼자남을아버지”를위해비디오리모컨사용법을써내려가는마음에는염려와아량이깃들어있다는것.
작가는주변인들을한명한명호명하면서“나눌줄모르는둘보다나눌줄아는하나가훨씬행복하다는”것을되짚으며한가지통찰에이른다.“내가쓰는건글이지만결국상대하는건사람이라는것.그리고사람의마음이라는것.”

2부는사회적주제를다루며“고맙다고말할수있는용기”와상식을이야기한다.러시즘에서갑질사건,학교폭력,의전공화국문제,구급대원폭행문제,비혼모문제까지원칙과상식이기울어지거나침몰했을때우리가어떻게대처해야하는가를고찰한다.
현실을제대로반영하지못하는정책과제도의문제점을지적하며,최소한의부끄러움과고마움을느끼는세상이밑받침되어야한다고말한다.타인의희생을당연시하는게아닌“이웃을향한배려만이환란을이길수있는유일한길”임을제시하며,“불의한죽음에무감각해지지않는것이중요하”며“그것은사람이사람일수있는최후의마지노선”이아닐까생각해본다.

3부는“이웃의자격”을묻는다.“남의가족문제에참견하는게될까봐”아동학대에침묵하는것이옳은가.장애인이“격리되고분리되어살아가”길바라는것은아닌가.따돌림문화에서나는“완전히결백한사람”인가.타인의사생활을파헤치는데선을넘지는않았는가.우리는이질문앞에서당당할수있는가.
우리가서로의안녕을빌며살기위해서최소한필요한것은무엇일까.작가는선한사마리아인의비유를들어,선악을구분짓거나“이타적인사람이되라는게”아니라아픈사람의상처를지나치지않고사랑을실천하는것이우리공동체를지탱하는힘이며이웃의자격이라고말한다.
“이웃을돕는일이손해나오해를낳지않는다는걸사회가약속해줄수있다면마음뿐아니라행동또한그처럼할수있으리라생각합니다.”이는남에게무조건베풀라는강요가아닌서로가최소한지켜야할기본과약속을다시금들여다보는계기를만들어주고있다.

함께살기위한최소한의가치에대한사유는4부“가야할길이아니라지나온길에지혜가”와맞닿아있다.과거와현실을오가며“역사를알지못하면,우리는결국영속적지배상태에놓일수밖에”없기때문에“역사를돌아보는일이중요”하다고언급한다.조선시대광해군의이야기에서80년광주까지.고대문명에서중국6·4항쟁까지.역사의흐름에서현재를바라보며지난일을반복하지않기위한소신을보여준다.
“시대의비극으로부터일어나회복으로이끄는힘은세련되고거창한말에서나오지않았습니다.과격한우격다짐에서나오지도않았습니다.그런거창하고과격한것들에휩쓸리지않는평정과극단의열기를경계하는온화함에서나왔습니다.그렇다면우리시대의위기또한같은방법으로이겨낼수있을겁니다.”

5부와6부는스스로를돌아보고생각하는“성찰”과“사유”의기록을모았다.작가는“소라게”에서인생의한수를배운경험을풀어놓는데,소라게는“자신에게필요한정확한크기의집을알고”있어,“집을옮겼다가도필요한것보다크면원래집으로돌아”간다고한다.우리또한“자신이건사할수있는욕심의크기를알고그이상을바라지않는다는것.서로의욕심을부정하지않고서로돕는방식으로아무도실패하고뒤처지는동료없이위기에대처하는”자세가필요하지않은가되묻는다.
이런사유는톨스토이가《사람은얼마만큼의땅이필요한가》라는책에서전한교훈과이어지는데,“충분히만족하고평안을찾을수있는행운이눈앞에있음에도기회를망치는건,언제나조금더크고많은걸갖고싶다는욕심”때문이아닐까생각해보게만든다.

작가는지독하리만큼철저하게스스로를돌아본다.내가타인의고통을외면하지는않았는지.잘못을저질러놓고반성하지않았는지.타인의평가에지나치게사로잡히지는않았는지.내가해결할수없는일에과몰입하지않았는지집요하게물으며자신을가다듬는다.그리고타인의잣대에휘둘려나의가치를바닥에두는사람들에게이런말을건넨다.“진정한강인함이란하늘을날고쇠를구부리는게아닌,역경에굴하지않고삶을끝까지살아내며마침내스스로를증명하는태도에서발견할수있는것이아닐까.”

서로가서로에게좋은사람이될수있을까
적어도비참하지않게비애를감싸안는힘

우리공동체를오래들여다보고내면을다듬어온사람만이쓸수있는책이있다.이책은눈물을쏟지않는다.어떻게든버티고감싸안으며평정을회복하려고안간힘쓰는한사람의분투가스며있다.그렇다고하염없이관용을베풀라고말하지않는다.이를테면조직적인학교폭력과반복적인음주운전에대해서는감경이아닌“무관용원칙”을세워야한다고원칙의각을세우면서도,“내가이해받고싶은만큼남을이해하는태도,그게더불어살아간다는마음의전모”라고이야기하며너그러움을잊지않는다.

“아시타비(我是他非)를논하지말라.”즉“나는옳고너는그르다며다투지말라”는말이있다.작가는책속에서아시타비라는말이우리사회의분노와분열을막는지침이될수있다고한다.“나와생각이다른사람들을배제하고공격하고혐오하기보다내가생각하는옳음을이야기하고상대의옳음을경청하는것.그런이후서로의견해를모으고차이를좁혀나가는것.오직그순간시대의상식이결정되고세상이바뀌었”기때문이다.

“세상은결코선한것과악한것혹은옳은것과그른것으로명쾌하게나뉘어지지않는다.그사에는반드시회색지대가존재하며,입장과관점에따라판단이완전히달라지는경우가허다하다.”무례함과비겁함으로점철된세상엔“정직하고용기있는행동”이필요하며,그런행동들이“바꿀수없다고생각했던것들을바꾸어내는놀라운일”을만든다.

최소한의이웃이란“구제될사람의자격을가리는데시간을낭비하지않는”사람,인간이가진아름다운능력중하나인“공감하는능력”을적재적소에쓰는사람,최소한의염치와균형감각을가진사람,나의안녕을바라는만큼타인의안녕을바라며더불어사는사람이아닐까.그는정중히부탁한다.“우리같이삽시다”라고.부디이런부탁은널리퍼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