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주간일기챌린지,온·오프라인글쓰기수업…….불특정다수에게글을내보일기회와시도가늘고있다.최근카카오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에는8,000편넘는작품이응모되었으며,네이버는주간일기챌린지로1년동안블로그개설이200만개이상늘었다고밝혔다.
경험과감정을글로표현하려는욕구,작가가되고싶은마음은커져도그마음을꾸준히글쓰기로이어가기란쉽지않다.‘잘쓰는사람이많은데나같은사람이써서뭐하나’‘나에겐특별하지만남들이보기엔시시한경험이아닐까’하는걱정과조바심,이왕이면잘쓰고싶은마음에서생기는부담감등으로꾸준히기록하겠다는결심은쉽게무너지곤한다.
쓰고싶은마음과쓰지않는현실사이에서글쓰기에대한고민이생긴다.학창시절이후한문장도안써본사람도,책을한권이상내본사람도,글을쓰고자하는마음이있다면글쓰기경력과무관하게고민이여럿생긴다.
그렇다면10년이상작가로산사람도글쓰기고민이있을까?어떻게하면오래도록작가로지낼수있을까?《은유의글쓰기상담소》는이런독자의궁금증을해소하고계속쓰는사람으로살아갈동력을건넨다.
온갖고민을낳는글쓰기,그과정에서은유작가가발견한기록의가치
은유작가는2012년《올드걸의시집》을시작으로10년이넘는시간동안열권넘는책을썼다.책을내고칼럼과인터뷰기사를연재하며작가의글쓰기내공도차곡차곡쌓였다.그러한경험과그가운데생기는새로운고민,생각등을이책에담았다.특히두번째글쓰기책을내고7년이라는시간이흐르는사이,글쓰기수업을하거나강연을하던중글쓰기와책,작가의삶에대한질문을많이받았다.“글쓰기로고통을치유할수있을까요?”“인터뷰를잘하는방법은무엇인가요?”“작가님은글쓰기가재밌나요?”은유작가는질문을그저흘려보내는것이아니라기록해야겠다고마음먹었고,앞선두권의글쓰기책을비롯해그간선보인산문이나인터뷰글이아니라질의응답형식으로정리했다.작가의목소리뿐만아니라글을쓰고자하는독자들의목소리도생생하게전하기위해서다.독자가일방적으로지식을전달받기보단작가와함께대화하며글쓰기고민을나누는느낌이들도록입말을살렸다.구어체로내용을쉽게전달하면서도은유작가만의표현력과문제의식은이번책에서도눈길을사로잡는다.
만약제가글쓰기를그만둔다면재능없음을비관해서가아니라세상에하고싶은말이없음을비관해서일거예요.더나은세상에대한상상력,인간에대한호기심,살아가는일에대한애틋함같은게없어진다면아무리재능이있어도글을쓰지못할거라고생각합니다.-43쪽
일단쓰고고쳐쓰고충분히일희일비하며‘글쓰는몸’만들기
다양한글쓰기이야기를다루는《은유의글쓰기상담소》에서키워드를한가지꼽는다면‘글쓰기의지속’이다.글을쓰겠다고마음먹는일도쉽지않은데,다짐을실천하고이어나가는건더쉽지않다.잘쓰고싶은데그렇지못해서생기는부담감,내글을타인이어떻게볼지우려하며생기는부담감등…….이책에서은유작가는48가지로대표되는고민을마주하면서도계속쓰는존재로살아가는데도움을줄글쓰기방법,마음가짐을나눈다.글쓰기때문에생기는온갖감정에작가는함께맞장구치고자기의이야기를건네며함께,계속쓰는사람이되어준다.
은유작가도고백한다.글쓰기는노동이고,쓰고또써도완성을알수없다고.‘재능이없어서못쓰는것인가’하고낙심하는누군가에게는이렇게이야기한다“재능이있는지없는지를묻기보다찬란한계절에내가꽃놀이나단풍놀이를안가고하루에대여섯시간책상앞에앉아서단어하나,문장하나와씨름할수있는지,그고통을감내할만한동력이있는지,나는왜쓰(고자하)는지를물어야하는것같습니다.”(45쪽)먹고살기위해,고통스러울때살기위해쓸수밖에없었다고솔직하게말하기도한다.글쓰기가어렵고힘든게당연하다며단번에잘써내지않아도된다는위안도덧붙인다.쓰던글이엉뚱하게곁길로새도,술술써내지못하고막히더라도괜찮다는것이다.‘이게아닌데’하며고뇌하던시간,‘다음에는저렇게써봐야겠다’라고다짐하던마음등고심하고결단하는과정자체가계속써나갈글쓰기체력을키우기때문이다.그렇게작가는글쓰기로인한일희일비를긍정하며모든것이다음글쓰기의자양분이된다고독자를응원한다.
저도글을쓰다보면이야기가곁길로새는경우가종종있습니다.인생사가그렇듯이글쓰기에서도하지말아야할일들이꼭나쁘기만한건아닙니다.우리가여행하다가잘못들어선길에서색다른풍경을보게되듯이,한편의글이옆길로새서다른지점에도달한다는건그글을쓰지않았으면몰랐을자신의생각을만난다는의미이니까요.그래서저는글이엉뚱한방향으로흘러가고말았다는사실에좌절도하지만‘아,나한테이런생각도있었구나’하는발견의기쁨도느낍니다.원래글하나,곁가지글하나.이렇게글감을자꾸자꾸만들어둡니다.이러다보면글부자가되겠지요.-133쪽
한번에잘쓰는기술을정답처럼선보이는책은아니다.다만,이책을읽다보면일단쓰고고쳐쓰면된다는명제가마음에남고단번에잘써야한다는부담감이줄어든다.욕심내서고치고또고쳐쓴작가의과거경험을접하며,글을어떻게든붙잡고더적확하게잘써내고싶다는의지도샘솟는다.
“글쓰기가내최상의것을보여주는것이아니라최선의것을보여주는일이라는것을기억”(146쪽)하라는은유작가의말에서,계속쓰고잘쓸수있는비결은기술보다는태도에달렸음을알게된다.가능한한고치고또고치며더좋은글을쓰고자애쓴다면,결국좋은글을써낼거라는확신이다.좋은첫문장을쓰고싶고이목을사로잡는제목을짓고싶다면일단쓰고나중에고치면된다.타인의이야기를쓰거나쓸때,자기검열을하게되는내이야기를쓸때도그렇다.조심스럽지만그렇다고해서안쓰는게아니라섬세하게써내려는노력을기울이고표현하면된다.매끄러운글이꼭좋은글이아니니,멋있어보이는글을쓰려고하기보단일단써보자는은유작가의부드럽고도경쾌한권유에정말글을쓰고싶어진다.어떻게든글을붙잡고안간힘을쓰는가운데좋은글이나오고다음글도쓸수있을거란용기를얻는다.
글쓰기는이제끝내야하나계속써야하나,영원히헤매는일같습니다.저는주로기권하는심정으로글을마쳐요.이만하면됐다는확신보다는더는못하겠다는몸의신호를따르죠.(…)이렇게물리적한계상황까지끈질기게내글을붙들어보는것.과연완성한것인지,내가질문하고내가대답하는이외롭고불확실한과정을견디는것.이것이글한편을완성하는노하우가아닐까싶습니다.-204,205쪽
글쓰기에담는삶,삶에담기는글쓰기에대하여
‘나의어떤이야기를글에담을수있을까?’골똘히생각하다보면온갖베스트셀러가떠오른다.대부분대단한성취를해낸유명인들의책이다.‘저같은사람도글을써도되나요?’‘이런것도글감이될수있을까요?’책에나오는이런질문들은몰라서묻는다기보단,자신이없어묻게되는것이다.글감이되는내경험과감정이,나라는사람이특별하지않고평범하다는생각에글쓰기를망설이는것이다.그런점에서쓰는이야기는사는이야기와관련이깊다.《은유의글쓰기상담소》라는책이글을통해삶을이야기하는이유이기도하다.은유작가는그간글을쓰고작가로살아온과정을이야기하며사소한게사소하지않다고강조한다.
우린누구나밥을먹지만,밥이글감인경우는드물었거든요.먹는즐거움은글이되어도밥하는괴로움은글이되지않았어요.가사노동을전담했던여성에게지면이주어지지않았습니다.그래서처음엔밥에관한글을쓰는일이어색하긴했지만굴하지않고썼습니다.남한텐시시해도저한텐절박한문제였으니까요.그랬더니저처럼밥하는일로힘들고고통받는분들이우르르나타나서공감했다며같이눈물흘려주는독자가되었습니다.-94쪽
특히그는아이를돌보고밥상을차리며살림하는사람의글쓰기를격려한다.집안일을회사일보다경시하는경향이사회에있지만사실성공과실패,대단함과사소함,긍정과부정을가르는기준은자의적이라는것.“남들의생각이나기성세대의말에무조건기죽고복종하지말것,자기상황과느낌을정확하게말이나글로표현할것.(…)자기경험을믿고쓰면됩니다.‘원래그런것’은없으니까요.”(177쪽)덧없는사회관습과통념에기죽지말자는작가의말에독자는글쓸용기를얻는다.그어떤경험,감정그리고삶이사소하지않다는은유작가의글에서는존재를향한존중이드러난다.글쓰기고민을안고읽기시작한이책에서독자는글에대한깨달음뿐만아니라감정과삶,존재를존중받는따스함도얻어갈수있다.
역사적으로미천한존재,고귀한존재를나누는신분제도가사회에관습처럼남아있을뿐이죠.지금도권력이있거나업적을이룬인물의서사만주목하죠.그런무의식의지배를받아서우리도사회적성취나쓸모에따라자신을평가해요.그런데‘그냥사는사람’은없어요.평범해보이는사람들도다들엄청난자기서사를품고있어요.평범하게살기위해선평범하지않은노력이필요하기때문이죠.지금까지살아왔다는것은대단한일이고요.-251쪽
은유작가는특정교육기관에서글쓰기를정식으로배운게아니라수년간블로그에묵묵히글을썼다.혼자하는글쓰기의고뇌를겪어봤고,글쓰기책을섭렵하기도했다.“저도이런괴로움을겪었습니다.”(38쪽)“저도컴퓨터폴더에미완성원고파일이많아요.”(128쪽)“긴글을쓰고싶다는생각을저도했거든요.”(198쪽)“저야말로시간을안배해놓지도않고서글쓸시간이부족하다며글못쓰는핑계를댈때가있거든요.”(272쪽)글쓰기책을읽던사람에서쓰는사람이된은유작가의진정성있는공감과독자를향한격려,응원이책전반에드러난다.
‘나는모른다는것’을아는것이글을쓰는동력이고재미입니다.내앎이무화되는순간에찾아오는혼란과두려움이있지만,그럴때라야다르게생각해볼수있는여지가열리고사고가확장됩니다.이런인식의쾌감,성장의효능감이저를글쓰기앞으로자꾸데려다놓는것같습니다.이재밌는글쓰기를저만할수없어서《은유의글쓰기상담소》라는책으로여러분과글쓰기이야기를열심히나눠봅니다.어서이혼란과재미의세계로건너오세요.마중나가있겠습니다.-294,295쪽
각각의고민이고민으로만그치지않고글쓰기로이어지게끔,사회에서말하는성공과성취와거리가멀어도각각의삶자체로좋은글을쓰길바라며.작가가세상에선보이는세번째글쓰기책《은유의글쓰기상담소》에‘그래도계속쓰는존재’로살고자하는당신을초대한다.
책속에서
《은유의글쓰기상담소》에는마흔여덟개의질문과대답이들어있다.지난글쓰기수업과강연에서자주받은질문을토대로구성했다.글을쓰고싶어하는사람이나이미쓰고있는사람이나책을낸사람이나,놀랍게도묻는내용은대동소이하다.백지앞에서좌절한다는점에서는같은얼굴을하고있다.나도매번짓는표정이다.그런내가얼결에문패를걸고상담소를차렸다.‘은유의글쓰기상담소’가정답을일러주는곳이라기보다는우리가질문으로연결돼있음을확인하는장소가되어준다면더할나위없겠다.나만이런고민을하는게아니라는사실이고민을가볍게만들어주기도하니까.-18쪽
저에게글쓰기는재능을발견하고그재능을낭비하기아까워서시작한일이아니었습니다.글쓰는게그냥재밌었고,취미처럼쓰다가직업이돼서꾸준히썼고,생의어떤시기에쓰고싶은말이차올랐고,그래서또썼고.이런과정을거쳤단말이죠.그러니까제글쓰기생애에‘재능’이란단어가개입할여지가없었다고표현하는게맞겠네요.
개인경험에근거해서이렇게생각합니다.‘대단한재능이없어도글쓰기를시작할수는있지않을까.’글쓰기에대한회의감은‘재미’나‘의미’라는가치중심적인단어보다‘재능’이라는자기개발의뜻을지닌단어를글쓰기에붙일때드는것같아요.-43쪽
글쓰기는나쁜언어를좋은언어로바꾸어내는일입니다.끊임없이배워야만가능한일이고요.저는글쓰는사람으로살면서배우는것을두려워하지않게됐습니다.어떤단어를쓸때타자에대한존중이깃들어있는지,배제나차별의시선은없는지,살펴보고쓸지말지판단해요.좋은언어는적어도타인을마음상하게하거나재단하지않는언어라고생각해요.-167쪽
《다가오는말들》을쓸때도,〈은유의책편지〉를쓸때도,시간이참많이걸렸어요.한권의책에서밑줄친문장을타이핑해서컴퓨터파일로저장하고,그파일을열어읽어보고,선별한문장에서더중요한표현을별색으로표시해놓고다시봤습니다.그리고원고를쓰면서넣고빼기를반복했고요.한번에딱맞는인용구를넣는경우는없어요.퍼즐을맞출때조각을주변조각에이리저리대보는것처럼인용구도주변문장에이리저리맞춰보며쓰죠.무언가를만들어내는작업이그러하듯인용구넣기는망설임과결단의연속입니다.-247쪽
제손으로밥상을차리고옷을빨아입고타인을돌보면서글을쓰는사람의이야기가많아지면좋겠습니다.
사는일에쓰는일이자연스럽게녹아들어서,당장만쓰는사람이아니라오래쓰는사람으로살아가도록에너지를안배하고시간을조율하는지혜를각자삶에서발휘하시길바랍니다.-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