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양장)

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양장)

$15.80
Description
스마트폰에서 셀피, 스마트홈,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까지
디지털화한 세상에서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철학적 성찰
‘사물 세계의 관상학자’를 꿈꾸는 한병철이 그려낸 정보의 현상학
“우리는 이제 땅과 하늘이 아니라 구글 어스와 클라우드에 거주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치 않는다. 우리는 탈사물화한 세계, 정보가 지배하는 유령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그의 진단에 따르면 우리는 사물의 시대에서 반사물, 즉 정보의 시대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살고 있다. 우리의 주의력은 점점 더 사물에서 반사물을 향해 이동한다. 스마트폰은 묵주와 같은 기능을 하는 ‘디지털 성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좋아요’는 ‘디지털 아멘’이다. 정보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소통이 우리를 취하게 한다. 실재와의 사물적 접촉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실재는 고유한 현존을 박탈당한다. 한병철은 정보 및 소통에 대한 열광과 이것이 낳는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사물의 마법’으로 돌아갈 것을, 정보의 소음 속에서 잃어버린 고요를 되찾을 것을 요청한다.

저자

한병철

1959년서울출생.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한뒤독일로건너가브라이스가우의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뮌헨대학교에서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베를린예술대학교철학·문화학교수를지냈다.

세계에큰반향을일으킨그의대표작『피로사회』는2012년한국에도소개되어주요언론매체의‘올해의책’으로선정되는등한국사회를꿰뚫는키워드로자리잡았다.이후『투명사회』,『권력...

목차

서문

사물에서반사물로
소유에서체험으로
스마트폰
셀피
인공지능
사물의면모들
사물의심술|사물의등|유령|사물의마법|예술에서의사물망각|하이데거의손|충심의사물
고요
주크박스에관한여담


부록-저자인터뷰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우리는오늘어떤세계에서살고있나?
‘사물세계의관상학자’를꿈꾸는철학자가펼쳐보이는정보의현상학

한병철은오늘우리가어떤세계에살고있는지를개념적으로이해하기위해‘정보의현상학’을연구해왔다.신작《사물의소멸》(원제:Unginge)에서그는미디어이론가빌렘플루서가수십년전제시한바사람들이‘정보’라고부르는‘반사물(Unding)’들이사물을몰아내고있는현실에대한분석을이어받아,2020년대의오늘이러한상황이어떤방식으로심화되고있는지를톺아본다.에리히프롬,롤랑바르트,발터벤야민,한나아렌트,헤겔,니체,한스울리히굼브레히트,로베르트발저,페터한트케,쇼사나주보프,그리고하이데거를두루참조하며예의날카로운시선으로‘정보자본주의’가지배하는세계의참모습을그려보인다.
“《사물의소멸》에서제가내놓은주장들은이러합니다.오늘날우리는실재를지각할때무엇보다도정보를얻기위해서지각한다.그리하여실재와의사물적접촉이거의발생하지않는다.실재는고유한여기있음을박탈당한다.우리는실재의물질적울림들을더는지각하지못한다.빈틈없는막처럼사물을감싼정보층이집약성에대한지각을차단한다.정보로환원된지각은우리를기분과분위기에무감각하게만든다.공간들은고유한시학(詩學,poetik)을상실한다.그안에서정보가분배되는,공간없는연결망들이공간들을밀어낸다.현재에,순간에초점을맞추는디지털시대는시간의향기를몰아낸다.시간은점들과같은현재들의계열로원자화된다.원자들은향기를풍기지않는다.시간을서사적으로다루는실행이비로소향기나는시간의분자들을만들어낸다.요컨대실재의정보화는공간및시간의상실로이어진다.이주장들은어둡게채색하기따위와는아무런상관이없어요.이건현상학입니다.”(175-176쪽)

스마트폰과셀피에서스마트홈,인공지능까지
세계의전면적인디지털화는우리를어떤삶으로인도할까?

그는‘사물소유/수집’과‘체험/접속’을,어린발터벤야민에게섬뜩한느낌을안겨주던무거운유선전화기와오늘의스마트폰을,아날로그사진과디지털사진특히셀피를,인간의개념적사유와인공지능의계산을대조하면서,사물에서반사물로이동하고있는세계의모습을찬찬히그려낸다.그세계는우리의존재를비끄러매주던확고한사물이망각되고타자가사라진세계다.현대인이열광하고있는기술들은저자의신랄한평가를피해가지못하는데,그에게스마트폰은‘움직이는강제노동수용소’가아니면‘디지털고해소’이며(41-42쪽),사물인터넷은‘사물들의감옥’(75쪽)이다.인공지능은‘소름’이라는생각의첫단계조차경험하지못하며(59쪽),빅데이터는상관관계만을보여줄뿐이다(65쪽).역자가선명하게요약해소개하는것처럼한병철에게“정보는우리의삶을망가뜨릴위험성을다분히품은요물이다.그리하여그는디지털화혹은정보화의대척점에놓인것들을호명하고찬미하는데,그것들은사물,몸,기억,저항,다름,멈춤,결속등이다.대표는사물이다.사물이몸뚱이를들이밀며저항하고,기억에게깃들곳을제공하고,덧없는삶에멈춤을선사하고,파편화된채실없는소통에몰두하는개인들을결속한다.”(188쪽)

주의를앗아가는정보의시대
바라봄과현존,진실의시간을위하여

“어느새우리는모두정보광이되었다”(12쪽)는저자의지적에동의못할이는많지않을것이다.끊임없이주의를앗아가는정보에지쳐가면서도멈추지않고스크롤을하며뭔가를‘알아두려’하며,클라우드의용량이넘치도록자료를그러모으는일에우리는저마다열심이지않은가?물론오늘의인류를둘러싼‘정보권情報圈’이우리에게더많은자유를가져다주는것도사실이다(15쪽).막대한양의데이터를모으고이를잘활용하는것이인류의삶에새로운지평을열어줄것이라고생각되기도한다.‘구독’과‘좋아요’와‘댓글’과‘알림신청’의시대,그러한환경에서지지와연대의표시로위와같은일에참여하기도한다.하지만여기서실제로이루어지고있는것은무엇일까?빅테크기업들을가능하게한기술에힘입어우리가현재열심히써내려가고있는‘소통’과‘공유’의서사와는사뭇다른이야기를이책은들려준다.바로인간의실존을의미있게하는것,불안한일상을지탱하는것들이무엇인지에관한이야기말이다.얼마전‘메타’라는거대기업이페이스북과인스타그램에서맞춤형광고제공에개인정보를사용하는데동의하지않으면서비스를이용할수없다는방침을제시하며물의를일으킨바있다.이사건을지켜보며‘동의하지않을권리’를고민하던이들이라면이책을통해디지털세계에서우리가처한상황을,그리고무엇을할수있을지를,좀더근원적인곳에서부터고민해볼수있을것이다.

주크박스와벼락맞은대추나무도장,
철학자한병철의충심의사물들

전작들과마찬가지로책은대체로짧고힘있는문장으로전개되는데,그에덧붙여우연한기회에주크박스하나를소유하게된저자의개인적경험이담긴한편의우아한철학적에세이<주크박스에관한여담>을본문의맨마지막글로수록했다.메스처럼예리한단문으로오늘의세계의핵심을그려내는냉정한사회비평가의모습뿐아니라,오래되고정든것들에대한애정을숨기지않는작가로서의면모를확인해보는것도책을읽는즐거움이다.“나의조용한방은어쩌면주크박스에게적합한장소가아닐것이다.책상앞에앉아서나는가끔주크박스의외로움,주크박스의고립을등으로느낀다.내가그주크박스를제자리에서벗어나게했다는느낌,이경우에소유는모욕이라는느낌이자주나를덮친다.하지만오늘날그주크박스가과연어디에놓여있을수있겠는가?”(131쪽)“그도장은한국의도장장이가특별한목재로만든것이다.벼락맞은대추나무에서얻은그목재는마법의힘이있어서액을막아준다고한다.그도장장이는떠나는나에게그드문목재의작은조각몇개를덤으로쥐여주었다.나는그중하나를내지갑에넣고다닌다.”(142쪽)부록으로는이책의독일어판과스페인어판출간이후<엘파이스>,<아트리뷰>와가진인터뷰를실어저자의생각에대해좀더구체적인이야기를들어볼수있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