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어디든문학이있는곳이면”
광활한문학의세계를관통하는대장정
1992년부터한겨레신문문학담당기자로재직해온최재봉.그는신문지면뿐만아니라,작가들의내밀한창작공간을담아낸《그작가,그공간》,서로깊은연관을맺고있는작품들을조사한《거울나라의작가들》등을출간하며독자와문학의거리를좁히는데힘써왔다.《탐문,작가는무엇으로쓰는가》는최재봉이그간쌓아온모든기록과탐구를총망라한결과물이다.2021년9월부터2022년11월까지연재된칼럼23회연재분을가필하고미공개원고를추가하여엮은본작은그의30년문학기행을갈무리해총네가지파트로전달한다.문학이탄생하는작업실의조건과독자를사로잡는첫문장의비밀등작가와작품의내밀한이야기를전달하는파트1,기자의시선으로바라본문단문제를다룬파트2,고전과현대문학을잇는각각의주제를다룬파트3와작품안팎으로문학을구성하는존재들의이야기를다룬파트4까지.다방면에걸친탐구로광활한문학의윤곽을그려내는대장정이펼쳐진다.
작품의안팎을가리지않는집요하고진득한탐문
엄정한시선으로기록한어제의문학에서내일로나아갈길을찾다
황순원의〈소나기〉부터앙드레지드의《좁은문》까지,첫사랑을다룬이야기들이‘문학적감수성의바탕’을이루었다며풋풋하고아린감정을한장에엮은저자가다음장에선‘복수는문학의힘’이라며호메로스의《일리아스》와정유정의《7년의밤》을함께호명한다.시대와국경,장르와소재를넘나드는방대한독서리스트로문학의다층적인면모를세세히짚어낸최재봉은작가들의수상소감이나인터뷰,SNS에서댓글로토론한내용,서로주고받은편지등일반독자는접하기어려운작품바깥의이야기까지낱낱이파헤친다.작가김훈이‘인간안중근’을그려내화제를모은《하얼빈》의제목후보로어떤것들이있었는지,영미문학의거장으로손꼽히는필립로스에게문학상수상과관련해어떤후문이있었는지등문학전문기자로일하며그러모은내밀한이야기들이각각의주제로어우러져깊은흥미를자아낸다.
나아가기자특유의예리한비판정신은문장곳곳에서빛을발하며이책에첨예한논쟁들을불러온다.2015년신경숙표절사태를재조명하고마크트웨인과푸엔테스,바르트등의주장과이재무,보르헤스등의작품을함께언급한저자는표절에관한새로운논의가필요하다는소신을밝힌다.2019년윤이형의절필선언으로대두된문학상과문단문제,출판계에만연한‘주례사비평’문제를꼬집은저자는텍스트를수동적으로소화하는독자를향해서도일침을가한다.누구도피해갈수없는뼈아픈비판이한편으로반갑게여겨지는건,문학이위기라는진단조차진부해진현시대에도문학의영역은허물어지지않는다고믿는저자의깊은애정과진중한마음이고스란히전달되기때문일것이다.본작의마지막장제목〈원고는불에타지않는다!〉가객관적진술을넘어문학예술의가치를온전히전승하겠다는한문인의강한의지표명으로까지읽히는이유가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