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 : 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된 세상에서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 : 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된 세상에서

$16.80
Description
디지털화한 세상에서 철학적 봉기를 꿈꾸는 한병철의 글과 말
맹목적인 축적을 강제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
긍정성의 과잉에 갇힌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
디지털 시대를 통찰하는 15편의 에세이, 3편의 인터뷰


혁명을 꿈꿀 수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 시대

≪정보의 지배≫, ≪서사의 위기≫ 등 매번 예리한 통찰로 우리 시대에 뜨거운 화두를 던져온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신간이다. 제목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는 철 지난 이론에 기대어 디지털 자본주의의 영리한 통치 기술을 간파하는 데 실패한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와 존엄’을 잃어가면서도 어떤 저항감이나 비판 의식도 품지 못하는 무감각한 우리 세태를 동시에 겨냥한다. 대표작 ≪피로사회≫ 이후 그가 천착해온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이 폭넓게 담겨 있으며, 솔직하면서도 인간적인 인터뷰는 ‘한병철 철학’의 가독성 높은 입문서로서 손색없다.
책의 백미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생물의 파괴 본능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에세이 〈자본주의와 죽음 충동〉이다. 한병철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암 덩어리들의 목표 없는 번성”이다. “생산 및 성장 도취”에 빠진 세계화된 자본주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고, 생태적·사회적 재앙뿐 아니라 정신적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한병철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베르나르 마리스(프랑스의 경제학자), 에리히 프롬과 장 보드리야르의 글을 검토하면서, 자본주의를 맹목적인 축적으로 몰아붙이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저자

한병철

저자:한병철

1959년서울출생.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했고,브라이스가우의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뮌헨대학교에서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베를린예술대학교철학·문화학교수를지냈다.전유럽과한국에서큰반향을일으킨《피로사회》를비롯하여《정보의지배》《사물의소멸》《리추얼의종말》《고통없는사회》《폭력의위상학》《땅의예찬》《투명사회》《심리정치》《타자의추방》《시간의향기》《에로스의종말》《아름다움의구원》《선불교의철학》《권력이란무엇인가》《죽음과타자성》《서사의위기》등예리하고독창적인사회비평서와철학책을썼다.



역자:전대호

서울대학교에서물리학을공부한후칸트의공간론에관한논문으로같은대학에서철학석사학위를받았다.독일학술교류처의장학금으로쾰른으로유학,헤겔의논리학에나오는양적무한개념을주제로박사논문을쓰던중귀국해번역가로정착했다.《철학은뿔이다》를썼고,《정신현상학강독1,2》를옮기고썼으며,시집《가끔중세를꿈꾼다》《성찰》을냈다.《물은H₂O인가?》《위대한설계》《기억을찾아서》《로지코믹스》《헤겔》(공역)《초월적관념론체계》《나는뇌가아니다》등많은책을번역했다.

목차

오늘날혁명은왜불가능한가
자본주의와죽음충동
인간에대한총체적착취
디지털파놉티콘에서
오직죽은것만투명하다
군중속에서
데이터주의와허무주의
괴로운공허
정면돌격
뛰어오르는사람들
난민들은어디에서올까?
괴물들이사는나라
난민은누구일까?
아름다움은낯섦안에있다
다들서두른다

[대화]
에로스가우울을이긴다
자본주의는고요를좋아하지않는다
“유감스럽지만,그게사실입니다”


텍스트출처

출판사 서평

혁명을꿈꿀수도없고,원하지도않는시대

“신자유주의지배체제는왜이토록안정적일까?그체제에맞선저항은왜이토록적을까?왜저항들은모두이토록빠르게물거품으로돌아갈까?부자와빈자의격차가점점더커짐에도불구하고오늘날혁명은어찌하여더는불가능할까?”

≪정보의지배≫,≪서사의위기≫등매번예리한통찰로우리시대에뜨거운화두를던져온재독철학자한병철이새로운책으로독자들을찾는다.제목은≪오늘날혁명은왜불가능한가≫.디지털시대의신자유주의와심리정치의권력메커니즘을철학적으로성찰해온저자의핵심주장을15편의에세이와3편의인터뷰에담았다.대표작≪피로사회≫이후그가천착해온다양한철학적주제들이폭넓게담겨있으며,솔직하면서도인간적인인터뷰는‘한병철철학’의가독성높은입문서로서손색없다.
제목이눈길을끈다.‘혁명’이라니,지금이독재시절도아니고제목이너무거창해보인다고갸웃할독자도있겠다.실제이제목은한병철이이탈리아정치철학자안토니오네그리와벌인논쟁(찻잔속의태풍으로끝난2011년월가점령시위3년이지난시점)을소개한첫번째글에서따왔고,저자가직접한국어판제목으로제안한것이기도하다(원제는‘자본주의와죽음충동KapitalismusundTodestrieb’).
‘공산주의혁명가’를자처하는네그리는“신자유주의지배체제에맞선지구적저항의가능성들을열망”하면서“다중(연결망을이룬저항및혁명군중)”이등장할것이라고믿지만,저자가보기에는“순박한”주장이다.과거“산업사회의체제유지권력”이억압적이었다면,오늘날신자유주의에서자행되는권력은‘유혹적’이다.과거“공장노동자들에대한폭력적인착취가저항과반발”을일으켰다면,오늘날신자유주의는“노동자를자유로운경영자로,자기자신을부리는경영자로만든다.”손님에대한환대와친절마저평점을매기고경제화하는세상에서,“프라이마크(유럽의페스트패션브랜드)가동네에들어서면내삶이완벽해질거야”라고소녀들이환호하는세상에서‘혁명’이라니저자의눈에는가당치도않다.“자본주의가공산주의를상품으로판매하는순간,자본주의는완성에이른다.상품으로서의공산주의야말로혁명의종말이다.”
그러니까이제목은철지난이론에기대어디지털자본주의의영리한통치기술을간파하는데실패한마르크스주의와,‘자유와존엄’을잃어가면서도어떤저항감이나비판의식도품지못하는무감각한우리세태를동시에겨냥한다.

자본주의와죽음충동

“무당이신에씌듯이,자본주의는죽음에씌어있다.죽음에대한무의식적두려움이자본주의를추진한다.”

이책의백미는자본주의의본질을생물의파괴본능과연결하여설명하는에세이<자본주의와죽음충동>이다.한병철에따르면,오늘날우리가‘성장’이라고부르는것은실은“암덩어리들의목표없는번성”이다.“생산및성장도취”에빠진세계화된자본주의는거의모든영역에서임계점을넘어선지오래고,생태적·사회적재앙뿐아니라정신적재앙을일으키고있다.한병철은지그문트프로이트,베르나르마리스(프랑스의경제학자),에리히프롬과장보드리야르의글을검토하면서,자본주의를맹목적인축적으로몰아붙이는힘의원천이무엇인지고찰한다.
프로이트에따르면,애초에생명이없던물질안에서생명이깨어났고,그때발생한긴장을완화하기위해생명없는상태로회귀하려는충동이생겨났다(‘죽음충동’).그러나‘죽음충동’만으로는인간의‘사디즘’을전부설명하기힘들다.한병철은“사디즘적폭력”의근원에는우리안에“불멸의느낌”을가져오는권력성장의욕구가놓여있다고통찰한다.“축적된살해폭력은성장,힘,권력,상처입지않음,불멸의느낌을산출한다.인간은살해함으로써죽음을장악한다.더많은살해폭력은더적은죽음을의미한다.”
여기서자본주의가등장한다.한병철은자본을“현대의마나Mana”에비유한다.원시적폭력경제에서마나는상대를죽일때획득하는신비한권력물질로여겨졌다.“사람들은권력을지녔다는느낌과상처입지않는다는느낌을산출하기위하여마나를축적”했고,마나를즉각몸으로흡수하기위해심지어“상대의살을먹었다”.여기서“자본의축적은마나의축적과똑같은효과를낸다.”사람들은자본이늘어날수록자신이죽음을통제하고있으며,죽음에서멀어진다고느낀다.그러니까우리는“죽음으로부터달아나기위해”자본을축적한다.
오늘날자본주의는“죽음없는삶을추구”하면서새로운현상을빚어내고있다.우리를산것도죽은것도아닌‘설죽은삶,산죽음’의상태로이끈다.죽음에대한히스테리적거부는우리를‘피트니스좀비’,‘보톡스좀비’로전락시키고,특히디지털자본주의는우리를생명없는사물로변환시킨다(‘네크로필리아’).우리의“소비행태,가족상황,직업,선호,취향,거주형태,소득에관한데이터를수집하는”알고리즘이‘설죽은우리’대신에“생각한다”.인간의고유능력이었던‘생각하기’는‘계산하기’로,회상능력은‘기계적인기억’으로대체된다.

새로운인간학이필요하다

“우리는과연어떤삶을살고자하는가?우리는계속해서우리자신을인격체에대한총체적감시와착취에내맡기고우리의자유와존엄을포기하고자하는가?다시함께저항을조직할때다.”

신자유주의의교묘한권력기술이우리삶구석구석을지배하고있다면,우리는어떻게살아가야할까?이책에서한병철이그려낸초상대로라면우리사회는자본주의로인해합병증을앓고있다.성과사회가만든소진과우울증,빅데이터와사물인터넷이만든‘총체적감시사회’,다름과낯섦의부정성이모두사라진‘투명사회’(또는‘같음의지옥’).이처럼“사물들이모두상품이되고”‘모두가똑같고고립된세상’에서어떤태도를취할수있을까?차라리남들처럼셀카봉을들고뛰어오르는사진으로인스타그램을장식하는편이낫지않을까?이왕이면더높이더멋지게‘최고의상품’이되기로마음먹으면서.하지만“부조리한세상에서행복할수는없다.”우리에게는괴로운공허감속에서면도날로팔을긋는아이들을보며“사랑을갈구하는외침”을읽어낼수있는철학의언어가필요하다.
한병철은“인간삶에대한상업의총체적착취에저항하는새로운삶꼴”또한“삶과죽음의분리를되돌리고삶을다시죽음에참여하게하는삶꼴”을요청한다.자본주의비판자로서그가고민하는대안적삶의내용이자,‘긍정성의과잉’에갇힌세상을이겨낼단서다.폭주하는디지털자본주의에맞설철학적봉기가필요하다.“새로운인간학이필요해요.디지털인간학,디지털인식론과지각이론이필요합니다.디지털사회철학과문화철학도요.하이데거의≪존재와시간≫은벌써오래전에디지털시대에맞게업데이트되었어야마땅합니다.”
시대를꿰뚫는독창적인비유와날카로운문제의식,철학의문학적형식을고민한문장과새로운개념이담긴이책은‘한병철철학’의진수를맛보고싶은독자들에게좋은기회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