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복합시다(큰글자책) (102세, 긴 삶의 여정 뒤에 기록한 단상들)

우리, 행복합시다(큰글자책) (102세, 긴 삶의 여정 뒤에 기록한 단상들)

$22.09
Description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머문다”
한 세기를 지나온 철학자,
〈백세 일기〉 김형석 교수가 전하는
충만한 삶의 고백과 행복 이야기
1세대 철학자이자 《영원과 사랑의 대화》 《백년을 살아보니》 등 기록적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한 김형석 교수의 신작 에세이. 2022년이면 우리 나이로 103세가 되는 그는 사명감을 갖고 인생의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늙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 말하며, 이를 자신의 삶으로 입증하기라도 하듯 매일매일을 크고 작은 강연과 집필 요청에 응하며 성실하게 보내고 있다. 책에는 그러한 일상과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 거기서 찾은 깨달음이 담긴 글들이 빼곡하다. 《백세 일기》 출간 이후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김형석의 100세 일기’ 중 몇 편을 고르고, 저자가 새로 쓴 글을 추려 모두 48편의 글을 엮었다.

10. 책 속에서
나 같은 사람은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없어 전화만 걸고 받는 구형 폴더폰으로 만족하고 있다. 스마트폰까지 따라갈 재간은 물론 용기까지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 혼자서는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 도움을 받아 한 휴대폰 센터로 갔다. 내 고충을 들은 직원이 고맙게도 지금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크기의 작은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사용법까지 설명해주었다. 어린 학생들과 나 같은 노인네들을 위해 갖추어둔 휴대폰이었다. 집에 돌아와 새 휴대폰에게 “네 친구는 나만큼이나 늙었으니까 쉬게 하고 오늘부턴 네가 나를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속삭였다. _24쪽

지방 강연을 위해 김포공항에 간 때였다. 탑승권을 받는데 일행 중 내 표만 오류가 생겼다. 공항 직원은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겨보다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민등록증 사진과 대조해보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었다. 백한 살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컴퓨터에는 한 살로 되어 있네요”라며 비시시 웃는다. 그 컴퓨터에는 세 자리 숫자인 100이 입력되지 않는 모양이다. _33쪽

그 속에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물질적 행복을 누릴 수 없으며, 이기주의자는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엄연한 가르침이 깔려 있다. 다른 사람에게 불행과 고통을 주면서 나는 행복해진다는 사고는 용납될 수 없다. 그 대신 다른 사람에게 선한 뜻을 베풀며 사랑을 나누어주는 사람은 더 큰 축복을 차지한다. 그렇게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체험하는 진실이다. 그런 삶의 사회적 결과를 우리는 거짓이 아닌 진실, 불의가 아닌 정의, 증오가 아닌 사랑의 가치로 받아들인다. 진실하고 정직한 삶은 버림받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 사람은 존경을 받는다. 그래서 훌륭한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윤리적 명제가 탄생한 것이다. _87-88쪽

1999년 겨울 모임이 끝났다. 우리는 새해 2000년 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내가 한 교수의 아파트 정문에서 악수하고 헤어질 때는 한 교수도 즐거웠다는 듯이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나 인생은 가고 세월은 남는 법. 그것이 우리 셋의 마지막 모임이 되었다. 얼마 후에 한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조간신문에서 보고 놀랐다. 두 구름이 잠시 셋이 되었다가 다시 둘이 되었다. 홀로 남은 구름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_121쪽

90 고개를 맞이했을 때, 두 친구도 나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다른 친구들도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외로움이 변하여 ‘홀로’라는 느낌이 파도같이 엄습해왔다. 고독이라는 병이 ‘외로움’과 ‘홀로’라는 병으로 다가왔다. 외로움은 정서적 병이지만 ‘홀로’는 존재를 위협하는 병이 되었다. 약도 의사도 없다. 그러나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니었다. 그때 내게 말없이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자. 내 사랑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을! 사랑이 있는 곳에는 고독이 머물 곳이 없어지는 법이다.” _158쪽
저자

김형석

철학자,수필가,연세대학교명예교수.1920년평안북도운산에서태어나평안남도대동군송산리에서자랐다.평양숭실중학교를거쳐제3공립중학교를졸업했으며,일본조치대학교철학과를졸업했다.고향에서해방을맞이했고,1947년탈북,이후7년간서울중앙중고등학교의교사와교감으로일했다.1954년부터31년간연세대학교철학과교수로봉직하며한국철학계의기초를다지고후학을양성했다.1985년퇴직한뒤지금까지도줄곧강연과저술활동을통해사회에봉사하고있다.
《철학개론》《철학입문》《윤리학》《역사철학》《종교의철학적이해》같은철학서외에도《예수》《어떻게믿을것인가》《우리는무엇을믿는가》와같이기독교신앙에대한성찰을담은책,《영원과사랑의대화》《백세일기》《남아있는시간을위하여》《백년을살아보니》《고독이라는병》등서정적문체에철학적사색이깃든에세이집을펴냈다.
2012년강원도양구군에서는그와그의오랜벗고故안병욱교수의학문적성과를기려양구인문학박물관‘철학의집’을개관했다.

목차

머리말

1부또하나의새로운시작
100세넘은손님은무료입니다
옷잘입는신사
011폴더폰,너도나만큼늙었구나
넘어지는게두려워졌다
나도망신깨나당했다
한살이라고요?
내누울자리를정하고나서
곧지팡이신세를면치못할것같다
어른들의장난기
난전국에별장이있다
책장사가본업은아니었는데
세월은흘렀어도우정은남았다
코로나와사랑있는배려
내가언제이렇게늙어있었나

2부행복하게살았으면좋겠습니다
주는마음이그렇게행복할줄이야
쓸모없는늙은이가되고싶지않았다
지금도꿈이있나요?
행복해지십시오
행복하고품위있는삶을사는사람들
당신은성공했습니까?
선하고아름다운인간관계
나는행복했습니다

3부진실과사랑이남는다
어머니의사랑의씨앗
홀로남은구름은어디로가는가
연세대학과더불어67년을
나의꿈이야기
그리운나의아내
정진석추기경을보내면서
여섯친구,내인생이행복했던이유
흔적을남기고간두권의책
신앙인으로내가걸어온길
방송출연70년사
등잔밑이어두운법
선하고아름다운사랑의인연들
진실과사랑이남는다

4부산다는것의의미를찾아서
‘세기의사랑’같은이야기
말과글에관한이야기
일의가치와목적은무엇인가
탕자의귀향
인문학과역사는왜필요한가
정의보다강한사랑
슈바이처의삶
내가늙지않는세가지방법
생전에만난두사람
더불어사는삶
인생에서바른선택은쉽지않았다
사람들의마음에새겨진세동상
젊음,사랑,영원그리고행복한눈물

출판사 서평

“사랑이있는곳에행복이머문다”
한세기를지나온철학자,
〈백세일기〉김형석교수가전하는
충만한삶의고백과행복이야기

1세대철학자이자《영원과사랑의대화》《백년을살아보니》등기록적베스트셀러의저자이기도한김형석교수의신작에세이.2022년이면우리나이로103세가되는그는사명감을갖고인생의마라톤을끝까지완주하는것이늙지않고행복하게사는비결이라말하며,이를자신의삶으로입증하기라도하듯매일매일을크고작은강연과집필요청에응하며성실하게보내고있다.‘나를사랑해준분들을위해작은도움이라도주었으면좋겠다’는생각에서다.책에는그러한일상과지나온삶의이야기들,거기서찾은깨달음이담겨있다.《백세일기》출간이후2020년4월부터2021년3월까지〈조선일보〉에연재한‘김형석의100세일기’중몇편을고르고,저자가새로쓴글을추려모두48편의글을엮었다.
코로나로불안한일상이이어지지만어김없이묵은해는가고새해가밝는다.사랑하는사람의건강과행복을기원하는이때,어쩌면상투적일수있는“우리,행복합시다”라는말이울림있게다가오는이유는무엇일까?2021년초,한매체에실린김형석교수의인터뷰는연령을불문하고큰화제가되었다.절대행복해질수없는두부류의사람에관한그의이야기가이기주의와물질주의에빠져있는독자의마음을아프게건드렸기때문이다.한세기에걸친격동의역사를지나고인생의석양을바라보는지금,그는지난삶을돌아보며“나는행복했습니다”라고고백한다.이담담하면서도묵직한감동을주는문장뒤에담긴삶의내력과철학을독자는책에서확인할수있다.

백세일상과인생이야기
그리고가장마지막남는것에관하여

“지금도나는열심히씨를뿌리고있습니다.그씨알들이여러분의꿈이되어열매를거둘수있다는소원때문이지요.나는꿈보다소원의시대를살았으나여러분은스스로의꿈을안고행복하게살았으면좋겠습니다.”(84-85쪽)
1부‘또하나의시작’에서는100세의일상에관한진솔한이야기를담았다.항공사전산에세자릿수나이입력이안되어졸지에한살노인이되었던에피소드,색이바래도록오래사용한폴더폰과이별할때의아쉬움,네개나선물받은지팡이를바라보며드는소회,넘어지는것에대한두려움,연약한노인을배려하지못하는이들에대한아쉬움등소박한일상과나이듦에대한사색을위트있게담았다.3부‘진실과사랑이남는다’에서는자신의인생을행복하게만들어준사람들을떠올리며,그리움을고백하고감사를표한다.70년가까이이어온연세대학교와의인연부터,더욱더짙어지는어머니와아내를향한그리움,여섯친구들과의추억까지,사랑하는사람들에대한각별한감정이실린글들을엮었다.
2부‘행복하게살았으면좋겠습니다’와4부‘산다는것의의미를찾아서’에는저자의웅숭깊은지혜가느껴지는글들이실렸다.인생의답을찾아가는이들에게길잡이가될,평범한듯하나곱씹을수록깊이가느껴지는문장들이빼곡하다.그는“이기주의자는행복해질수없으며,진실하고정직한삶은버림받지않는다(87쪽)”고단언하면서,가난하고병든사람,사회에서소외당한이들과서로사랑을나누는,더불어사는삶을추구할것을요구한다.“사랑이있는곳에행복이”머물기(102쪽)때문이다.행복을구하지만실제로행복하지는않다고생각하는사람이라면,다음에서어떤실마리를찾을수도있지않을까.“행복은그자체로목적이아니며,공짜로주어지지도않는다.행복하기위해산다고행복이찾아오지않는다.‘이렇게살았더니행복했다’는,사후적고백만이가능하다.행복은값진삶의결과로주어지는것이다.”(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