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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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디지털화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현상과 언어에 대한 세밀한 관찰로 그려낸 정보사회의 초상
종족주의와 정체성 정치를 강화하는 음모론, 정보 전쟁이 된 선거전, 거대서사 없는 빅데이터, 선동과 증오를 퍼트리는 소셜 봇과 댓글 부대, 바이러스적인 특성을 보이는 밈… 거침없이 진행 중인 디지털화는 어느새 정치의 영역마저 집어삼키고 민주주의적 과정에 거대한 균열을 내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서술한 이 책에서, 한병철은 그 위기를 공론장의 디지털 구조변동에서 찾는다. 그는 이 위기를 ‘인포크라시’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지배형태인 정보체제와 관련지어 분석한다.

저자

한병철

1959년서울출생.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한뒤독일로건너가브라이스가우의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뮌헨대학교에서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베를린예술대학교철학·문화학교수를지냈다.

세계에큰반향을일으킨그의대표작『피로사회』는2012년한국에도소개되어주요언론매체의‘올해의책’으로선정되는등한국사회를꿰뚫는키워드로자리잡았다.이후『투명사회』,『권력...

목차

정보체제
인포크라시
소통행위의종말
디지털합리성
진실의위기

출판사 서평

“진실은지난날의짧은에피소드가될것이다.”
정보체제가민주주의를약화시키는방식에대한세밀한묘사

“생활세계의디지털화가거침없이진행되고있다.이변화는우리의지각,우리가세계와맺는관계,우리의공동생활을근본적으로바꿔놓고있다.우리는소통과정보에도취하여혼미한상태다.정보의쓰나미가파괴적인힘들을발휘한다.어느새그쓰나미는정치분야마저덮쳐민주주의적과정에막대한혼란과장애를유발한다.민주주의가인포크라시로변질하고있다.”(27쪽)

재독철학자한병철이‘정보’를키워드로삼아그린사회적초상을담은《정보의지배》가출간되었다.그는《투명사회》《심리정치》와같은저작부터최근작인《사물의소멸》에이르기까지‘정보의현상학’을천착하면서,디지털문명에대한예리한비판을선보여왔다.이번책에서한병철은드디어‘정보’라는개념을중심에놓고우리가매순간다루고있거나그것의일부가되고있는정보가실제로무엇을하고있는지를,특히어떻게민주주의적과정에거대한균열을내고있는지를밝힌다.종족주의와정체성정치를강화하는음모론,정보전쟁이된선거전,이야기하지않고계산하는빅데이터,선동과증오를퍼트리는소셜봇과댓글부대,바이러스적인특성을보이는밈등을살펴보면서말이다.

책의주제이자독일어판원제이기도한‘인포크라시(Infokratie)’는저자가새로이발굴해사용하는개념어로,정보체제내에서민주주의(Demokratie)를대체하고있는새로운지배형태를뜻한다.본래민주주의의정치적공론장형성에는책이라는미디어가중심적인역할을했지만대중매체의등장이후지배형태는텔레크라시와씨어터크라시로변질했으며,여기에서또변화한인포크라시의형태를띠게된다.그리하여이것은정보의정치학에관한책이라고도할수있다.저자는공론장의구조변동과의사소통행위에관한하버마스의이론을비롯,루소·니체·벤야민·푸코·아렌트·쇼샤나주보프·해리프랭크퍼트등의이론을경유하여오늘의현실을바라보는날카로운관점을제시한다.

정보체제는우리의감각과인지를어떻게분열시키며
그것은민주주의와어떤관계가있는가

오늘날의정보체제는산업자본주의의지배형태인규율체제와여러면에서다르다.생명정치적인규율체제의예속된주체들은억압적권력에순종적이고고분고분하지만,심리정치적인정보체제의예속된주체는“자기가자유롭고진정성있고창조적이라고”(10쪽)생각한다.“모든사람이능동적송신자다.모든사람이항상정보를생산하고소비한다.이제중독적이고강박적인형태마저띤소통도취가사람들을새로운미성숙상태에가둔다.”(34쪽)

스마트폰과인터넷과SNS를통해다루어지는정보는세계에대한우리의감각을무의식의차원에서부터바꿔놓는데,그변화는소통과담론과정치,즉민주주의적과정들의기반을무너뜨린다.“정보는시간적안정성이없다.왜냐하면정보는‘놀라운일이주는흥분’을먹고살기때문이다.이런시간적불안정성때문에정보는지각을파편화한다.”(35쪽)또정보의이런특성은사실성의존재자체를의문시하는총체적거짓말인음모론과가짜뉴스가확산하는주요원인으로작용하며,이는종족주의와정체성정치의강화로이어진다.

정보체제에서많은시간을거쳐구성되는‘담론’이나시간적연속성을창출하는‘이야기’는점점설자리를잃어간다.하지만이과정이시간적연속성만와해시키는것은아니다.주장은반박될가능성을지닐때만소통적합리성을지니며타인의목소리가있어야비로소나의의견에도담론성이주어지는데,정보체제는반박가능성과타인의존재를지워버린다.담론과타당성주장으로이루어지는정치적과정이사라진자리에는기계적계산을통한관리가남는다.

“정치는데이터주도의시스템관리로대체된다.사회적으로중요한결정들은빅데이터와인공지능을통해내려진다.”(69쪽)하지만정보에는‘방향설정력’이없다.“진실은정보의옳음혹음맞음그이상”(91쪽)인데말이다.소통적합리성이아니라산술적합리성을지닌인공지능으로진실을찾을수는없다.인간이챗GPT앞에서무력감을느끼는인공지능의세기에,그렇다면우리는어떻게잃어버린것을되찾을수있을까?저자는희미해져가는‘진실을향한충동·의지·용기’와‘경청능력’이민주주의와맺는관계를분석하며그실마리를찾는다.

대립되는두개념과낯선비유는어떤메시지를전하는가
변증법적논증과문학적인형식속에서고유한빛을발하는철학적사유

전작들에서와마찬가지로저자는현상과관련하여대립되는두개념항을설정하고비교·대조를통해해당현상에서미처보지못한측면을탁월하게포착해내고있으며,환유와제유와같은비유와묘사,용어분석등을통해우리가직·간접적으로느끼고있었지만언어화하기어려웠던현상에대한통찰을준다.이책에서제시되는대립항으로는규율사회와정보사회,고립과연결,생명정치와심리정치,담론과정보,정치와관리,정당화와계산,정치인과전문가(컴퓨터과학자),소통적합리성과디지털합리성,이야기와숫자,거대서사와빅데이터,의견과정체성,행위와소비,손과손가락등이있는데,이개념과그현상을천천히보는과정에서우리가의식하지못했던진실이모습을드러낸다.물론이것은두대립항의절대적구분과단절을이야기하는것이아니므로,독자들은책을읽으며이개념항을도구삼아변화와차이속에서무엇이지속되고있는지도생각해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