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16.13
저자

이어령

1933년충남아산에서출생.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단국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서울대재학시절[문리대학보]의창간을주도‘이상론’으로문단의주목을끌었으며,[한국일보]에당시문단의거장들을비판하는「우상의파괴」를발표,새로운‘개성의탄생’을알렸다.20대부터[서울신문],[한국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경향신문]등의논설위원을두루맡...

목차

여는글.집단기억의잔치카오스모스의세상:chaos×cosmos×osmose

1장.헴록을마신뒤에우리는무엇을말해야하나:정보,지식,지혜
2장.동과서,두길이만나는새로운책의탄생:천의강물에비치는달그림자
3장.페이퍼로드에서디지로그로:종이의과거와미래
4장.시의정체성과소통:시는언제필요하고언제쓰는가
5장.디지털시대,왜책인가:인류의집단기억과기억장치로서의책
6장.한국말의힘:토씨하나만고쳐도달라지는세상
7장.비포바벨의번역론:한국문학번역의문제점과개선방안

부록

출판사 서평

Word가World를바꾼다
이어령이80년독서와글쓰기인생에서길어낸
언어적상상력과창조의근원에관하여

“언어를만들어가는사람은자기인생과세계를만들어가는사람이에요.
그것이바로글쓰기고말하기의핵심입니다.뒤쫓아가지말라는것.”

“나,눈먼사람이에요.나를도와주세요”라고적힌사인보드를들고선시각장애인에게돈을주는사람이없다.지나가던누군가가사인보드를수정해줬더니갑자기돈이쏟아지기시작한다.“너무멋진날이에요.그런데난그걸볼수가없어요.”같은상황을다르게표현하기만해도극적인변화가일어난사례다.이것이언어의힘이다.
2022년2월,그의몸은닫혔다.동시에그의세계는더크게열리고있다.이어령의언어에대한생각,그리고그생각의뿌리를엿볼수있는강연이다시시작된다.이어령이80년독서와글쓰기인생에서길어낸언어적상상력과창조의근원을담은책《거시기머시기:이어령의말의힘,글의힘,책의힘》이출간되었다.
시인,소설가,평론가,기호학자,문화기획자,교육자,장관으로서다양한영역에서종횡무진활동해온이어령의여정중심에‘언어’가있었다.이해력과상상력을끌어올리는단두마디거시기머시기의마법부터죽음을통해생을말하는모순과역설의미학,소통불가능한세계를지배하려는번역의욕망,그리고디지털시대집단기억장치로서영원히남을책이라는보물까지,이책에실린총여덟번의강연은일생언어의힘에천착해온이어령의글쓰기인생전체를아우른다.
언어가병들면세계가병든다.선동하는언어에부화뇌동할때나의세계도무너진다.언어의세계속에서창조력상상력을발휘할때나의세계를설계할수있다.지(知)의최전선에서‘디지로그’‘생명자본’등새로운패러다임을제시해온이어령80년인생을관통하는하나의단어‘언어’의무한한가능성에대한이야기가펼쳐진다.

이해력과상상력은끌어올리는애매어
거시기머시기의마법

“이쪽은암시하고저쪽은짐작한다.
단두마디말로서로의복잡한심정과신기한사건들을교환할줄안다.”

이책의제목이기도한‘거시기머시기’는“언어적소통과비언어적소통의아슬아슬한경계선에서줄타기를하는곡예의언어”다.저자는막연한언어를통해서로의생각과느낌을더듬는과정그자체를의미하기도하는이단어를아름답다고말한다.우리가그간좌익과우익,순수문학과참여문학등명확한언어로써편가르기해왔음을보여주고,영원한승자도패자도없는‘가위바위보’,새이며쥐인‘역(逆)박쥐’처럼관계와융합에더골몰해야함을피력하는것이다.‘거시기머시기’라는단어로말로다할수없는상태까지포용할수있다.

죽음을통해서생을말하다
모순과역설의미학

“시의공화국에서는흑백사이에존재하는회색이기회주의자를상징하는빛이아닙니다.
이그레이존은새로운의미를창조하고삶의체험을깊게하는이상향입니다.”

한국인들은기쁠때도‘죽음’이라는단어를사용한다.“좋아죽겠다”“죽여준다”에서처럼죽음은부정이아니라극상의긍정어인셈이다.김소월의<진달래꽃>에서도한국인이잘쓰는관용어가나온다.“죽어도아니눈물흘리우리다.”따라서<진달래꽃>은이별의아픔을노래한시가아닌,가장지고한사랑의기쁨을가장슬픈이별의상태로표현하는시가된다.사랑을생으로,이별을죽음으로대치해보면김소월의시적아이러니는인간의삶전체의공간으로확대될수있다.‘죽음’을통해서‘생’을말하는역설의발상이다.한가지의미로만해석하려고할때시는미학을상실한다.저자는시의세계에서와마찬가지로우리의삶역시OX로재단할수없음을말한다.

바벨탑이무너진후소통은가능한가
번역의가능성과불가능성

“100퍼센트번역가능한것도100퍼센트번역불가능한것도번역은거부합니다.
두언어가접촉할때생기는차이의긴장을먹고사는것이번역이라는생명체이지요.”

저자는번역에대해서도자신만의귀중한경험을들려준다.서울올림픽개폐회식주제가‘벽을넘어서’로결정되기까지,저자는실로많은벽을넘어야했다.저자는‘장벽’이라는일상어에는메타포가없어사람들의상상력을자극하지못한다고보고,당시만해도낯설었던이단어를표어로삼기위해사람들을설득해냈다.한국어를한국어로바꾸는리워딩,즉‘언어내번역’에서부터시작한것이다.그‘벽’을다른나라말로번역하는‘언어간번역’과한국의문화를세계에전달하는‘기호간번역’까지,서울올림픽문화행사를기획하면서모든종류의번역을경험했다.그럼에도저자는침묵을최고의번역으로친다.한나라의독특한문화속에서다져진말을다른나라의말로완벽하게번역해낼수없을때때로는원어그대로씀으로써오히려이해의폭을넓히는것이다.《성경》에서예수가직접한말을번역하지않고남겨둔것도번역인셈이다.나의익숙한언어가낯선다른언어를만날때,나의세계는더넓어진다.

책은죽지않는다
디지털과아날로그의만남,그리고집단기억의공유

“세상에단한권의책이있다면우리에게끝없이속삭이고
끝없이책을읽게만들고쓰게하는어떤큰힘을가진책일것입니다.”

저자는종이책이전자책으로대체될것이라는예견이득세했을때아날로그와디지털의대립이아니라그둘의상호보완을이야기했다.종이의기록성을중시하는지지자(知之者)와종이를자유자재로활용하는호지자(好之者),종이를쓰고버리는낙지자(樂之者)를소개하며,종이와인간의관계가어떻게달라져왔는지설명한다.종이는지지자의길을걷다가,싸는물건에따라형태가달라지는보자기처럼포장하거나가지고놀수있는호지자의길로들어서서,이제는기록성조차의식하지않는낙지자의길에까지이르렀다는것이다.이낙지자의종이야말로마음대로쓰고지우는,아날로그와디지털이결합된종이다.결국중요한것은,책은물성으로정의되는게아니다,하나의공동체가공유하는집단기억의다른이름이다.역사는바꿀수없지만아픈과거를극복하는힘,나은미래를준비하는힘이바로그집단기억에있음을저자는강조한다.

이책을편집하고있을때이어령선생은영면에들었다.머리말을집필하지못했기에표제‘거시기머시기’의의미를풀어낸2013년광주디자인비엔날레주제강연<집단기억의잔치카오스모스의세상>을이책의‘여는글’로삼았다.그리고본문의제7장‘2014년세계번역가대회기조강연’은선생이정리한강연원고외에도현장강연녹취록을부록으로실어실제강연의생생함을독자가느낄수있도록했다.투병중에도제목을고르면서세상에나올자신의‘책’에마지막까지열정을쏟은선생은이미그자체로‘책’이었다.선생의유작을펼치는독자가이어령이라는이시대의흥미롭고방대한책을거시기하여저마다머시기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