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 정민 교수의 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 (양장)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 정민 교수의 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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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완성한 18세기 조선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서학의 태동기부터 신유박해까지
탄압과 순교의 역사 뒤에 가려진 절체절명의 시간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다
조선 지성사를 깊이 탐구해온 정민 교수가 1770년대 중반 서학의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집대성한 초기 천주교회의 역사. 치밀한 연구와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천주교계와 학계에 답습되어온 오류를 바로잡았고, 새롭게 발굴·소개하는 문헌과 방대한 사료, 상세한 각주를 통해 서학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총망라했다. 수용, 전파, 박해, 순교라는 단선적인 도식으로는 서학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읽을 수 없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의 행간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역작이다.

맥락과 행간을 살펴야 하는 초기 교회사의 실상을 밝혀내기 위해 정민 교수는 《송담유록》, 《눌암기략》 등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한 자료들을 재조명해 다른 문헌과 정밀하게 교차 검증했다. 1천 개가 넘는 주석을 붙여 논거를 분명히 제시했고,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사학징의》, 《상재상서》 등 천주교 관련 주요 문헌의 번역과 주석 작업도 진행했다. 홍유한·황사영·김범우 후손가에 전해오는 족보, 호구단자, 간찰 문서 등 문중의 자료를 열람해 면밀히 검토했고, 《고려치명사략》, 《백가보》 〈신미년백서〉 등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외국 도서관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이러한 집요하고 끈질긴 연구 끝에 다산 정약용이 1795년 주문모 신부 실포 사건 당시 신부를 탈출시킨 장본인이자 사학 세력을 근절하라는 밀명을 받고 초기 천주교회의 주역인 이존창을 검거한 당사자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증명했다. 또한 배교를 공언한 정약용의 글씨가 순교자 윤지충·권상연의 무덤에서 출토된 이유, 조선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이 남긴 배교 선언문에 대한 정교한 해석, 70여 년간 성전(聖典)으로 대접받아온 《성교요지》, 《만천유고》의 정체 등, 이 책은 학문적 객관성과 엄정성을 토대로 서학의 총체적 진실에 다가서고자, 천주교계와 학계를 통합하는 중간자적 시각으로 역사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수용, 전파, 박해, 순교라는 단선적인 도식으로는 서학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읽을 수 없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의 행간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저자

정민

저자:정민
한양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다함이없는보물’같은한문학문헌에담긴전통의가치와멋을현대의언어로되살려온우리시대대표고전학자.조선지성사의전방위분야를탐사하며옛글속에담긴깊은사유와성찰을우리사회에전하고있다.
지은책으로연암박지원의산문을살핀《비슷한것은가짜다》《오늘아침,나는책을읽었다》《고전문장론과연암박지원》,다산정약용을다각도로공부한《다산과강진용혈》《다산증언첩》《다산의제자교육법》《다산선생지식경영법》등이있다.18세기지성사를파고들어《고전,발견의기쁨》《상두지》《나는나다》《열여덟살이덕무》《잊혀진실학자이덕리와동다기》《18세기조선지식인의발견》《미쳐야미친다》등을썼고,청언소품집으로《점검》《습정》《석복》《조심》《일침》등이있다.이밖에조선후기차문화사를총정리한《한국의다서》《새로쓰는조선의차문화》,산문집《체수유병집-글밭의이삭줍기》《사람을읽고책과만나다》,어린이를위한한시입문서《정민선생님이들려주는한시이야기》등다수의책을썼다.다산정약용의청년기와천주교신앙문제를다룬《파란》을집필했고,조선에서학열풍을일으킨천주교수양서《칠극》을번역해제25회한국가톨릭학술상번역상을수상했다.

목차

서언

1부《칠극》과초기신앙공동체
1.《칠극》이야기
북경유리창거리의문화충격|마테오리치의《교우론》과판토하의《칠극》|봄비에속옷젖듯서학에젖어들다
2.다산정약용과《칠극》
《칠극》을평생아껴읽은다산|《칠극》의논의를풀어쓴〈취몽재기〉|메기와미꾸라지
3.홍유한제문의행간
최초의수덕자홍유한|권철신이쓴홍유한제문속《칠극》논의|이기양제문속의칠극론
4.홍유한의남인인맥과서학공부
남인인맥과초기천주교의중심|홍유한의서학공부,〈방성도〉와서방성인의일|마테오리치의책두권에몰입하다
5.권철신의남행계획과그들이꿈꾼공동체
제가공을저버렸습니다!|이병휴와성호학파소장그룹|좌절된남행계획|이존창과권철신
6.주어사강학회의공부내용
두번갖지못할성대한자리|잠심하여지내면서하느님을찬양하라!|《천주실의》,《영언여작》,《칠극》을읽다|희미한꿈의자락
7.권철신과주어사의젊은이들
주어사강학회의참석자들|권철신의조카사위김원성|권일신의맏아들권상학|이기양의맏아들이자권철신의맏사위이총억
8.광암이벽,광야에서외치는목소리
강물같은언변과고상한품행|장인권엄과홍유한의우정,이덕무의이벽평|설화적부풀리기|선학과앵무새,다산과박제가의만사

2부성호학파의분기와성호의진의
1.성호의진의
성호선생도서학을했다던데요?|신후담과의토론과진의의소재처|성호직계의서학존신
2.안정복과권철신·이기양의엇갈림
다혈질의정약전|안정복과이병휴|회복불능으로틀어진관계
3.권철신의결별선언
거침없는이벽의기세|침묵으로더큰죄에빠지지않으렵니다|이같은작태를참을수없네
4.이기양의정면도발
늙은이의잠꼬대|함정에빠뜨리는도둑으로몰다니|마음이아파서쓴다|독서한사람도이렇게합니까?
5.안정복의투혼
설득될수도,납득시키기도힘든문제|어찌두렵지않겠는가?|진격
6.안정복의〈천학고〉와〈천학문답〉
참으로안타깝다!|천주학에대한34가지질문과응답|천주학에대한성호이익의입장
7.두과부의전쟁
이겨도지는싸움|고래싸움속새우등|뜨거운감자
8.보험들기
서학에서돈과곡식이나온다|초토신상소|이승훈형제의책략|척사파의해묵은유감

3부초기교회의기록과집회
1.그들은왜얼굴에분을발랐을까?
이벽의설법장면과제건의모양|분면청건의이유|명동성당의‘명례방집회’성화
2.을사추조적발사건의막전막후
이상한집회현장|3월에발생한《정감록》역모사건의여파|형조로끌려간그들은어찌되었나?
3.적발사건의감춰진뒷이야기
변명의속사정|항의에참여한5~6인의명단|달레의《한국천주교회사》와《사학징의》속사건기술
4.최초의반서학통문과효유문
통문은어떤내용을담았나?|달레의오독과문체의과잉|형조의효유문
5.주머니마다쏟아져나온예수성상
놀라운자료,강세정의《송담유록》|주머니마다예수상이나왔다|편경은요사스러운거울|초기교회의신심
6.교회,신분의벽을허물다
명례방집회와관련한새로운기록|이기성의놀랍고해괴한행동|이존창에대한새로운사실
7.조선천주교회최초의8일피정
권일신이용문산절에서가진최초의피정|시끄러운곳을피해고요히수행하다|명례방집회와《성경광익》
8.김범우의유배지는단장아닌단양이다
김범우의입교와정약용집안|단양과단장|손자김동엽의밀양정착이유

4부초기교회의조직구성과신앙
1.양말론과빈병론
우리는한형제다|이버선을신어보게!|부모가빈병인가
2.초기천주교인의제사관
권철신집안의희한한상례|백지답안지제출소동|이승훈의공자묘배알거부
3.집나가는아우들
제사를지내느니혈연을끊겠다|개가웃을말|가출하는동생과통곡하는형
4.반주인김석태
반촌은고시촌이었다|김석태의집위치와공부내용|다산이지은김석태제문
5.이무덤위에교회가서리라
무덤에서출토된사발과다산의글씨|유골이전하는진실|고명한사람의무덤입니다!|엄동에도굳지않은신선한피
6.란동과판쿠
로마교황청에남은이승훈과유항검의편지|란동은지금의회현동|판쿠는어디?|미사와고해성사
7.남대문과중구일대의약국주인들
약값을어찌함부로받겠습니까?|초기교회와약국|연락거점과집회장소|신유박해의신호탄
8.초기교회의성화와성물
봉물짐에숨겨온성화와성물|머리카락과나뭇조각이든주머니|주머니속물건의용도

5부지방의교회조직
1.여사울신앙공동체의출발점
여사울은여우골이다|예산호동리의인문지리|홍유한집안의호적단자|홍유한과홍낙민
2.여사울은예수골이었다
‘야소’라쓰고‘녀슈’로읽다|여사울의예수공동체|여사울공동체에대한다른증언
3.별라산의별난사람
홍지영의별라산과원백돌의응정리|별라산의신앙공동체|홍지영은혜경궁홍씨의칠촌서조카
4.윤지헌과고산저구리교회
참혹한시신|이존창의합류시점|고산교회가배출한인물들
5.홍교만·홍인부자와포천교회
홍교만집안의신앙|홍교만의입교시점|사위정철상과아들홍인
6.사학이아니고정학입니다
유가경전으로사학을설명하다|삼경에나오는예수강생의이치|마테오리치의적응주의를넘어서는색은주의적해석
7.충주의사도이기연형제와충주교회
충주의최고명문가문|이기연·이최연형제|형제의뒷바라지
8.충주교회의저력
이기연집안의신앙|충주교회의양반층신자그룹|교회의허리를떠받친이부춘부자와여성지도자권아기련

6부세례명퍼즐풀기와여성신자
1.세례명이야기
《사학징의》속정체모를세례명들|은폐의전략|ㅽㅏ을이와이로수
2.세례명퍼즐풀기
중국음으로읽어야풀리는퍼즐|우아하게바뀐성녀들의이름과성녀전기|동일인명이표기와추정오류의예
3.요사팟이란세례명
싯다르타를모델로한허구의성인전|《성요사팟시말》속불경이야기|《성년광익》속요사팟전기
4.간지대정복혜와성녀칸디다
간지대,간거다,칸디다|중국여인서칸디다|사학매파간지대
5.사학매파삼인방
교회의허리|겹치는동선과폐궁전담김연이|비녀윤복점
6.주인이세번바뀐여종영애
미심쩍은여종|세주인의실체|문서화된신분증명
7.동정녀신드롬
나도아가다성녀처럼|동정녀열풍의진원|처녀들의과부행세
8.폐궁의여인들
고인물속에전해진복음|사학교주이조이|왕가의두여인과나인들


7부주문모신부와강완숙
1.밀고자한영익과다산정약용
짧은방심|귀신이곡할노릇|엉뚱한데서맞춰진퍼즐|비참한죽음의진실
2.죽여서입을막다
기록에서사라진세사람의죽음|무시된법절차와공서파의반격|공서파,포문을열다
3.윤지헌과주문모신부
주문모신부와의상시채널|상경직후발생한한영익의밀고|대박청래청원과5인의대표서명
4.주문모신부의등대,이보현과황심
주문모신부의한양탈출과지방잠행|신부가연산이보현의집에머문이유|연산신앙공동체와이보현의죽음
5.주문모신부의동선과24시
창백한낯빛에긴구레나룻|숨어지내야했던신부의이동경로|주문모신부의민망한조선어구사력
6.여걸강완숙의카리스마
압도적존재감|카리스마를갖춘여회장|토론으로기세를압도하다
7.강완숙의충훈부후동집구조와구성원
스무명이넘는상주인원|안채의구조와역할분담|아래채사람들
8.100년전의연극대본《고려치명주아각백전략》
1920년대초중국강소성천주교회의연극대본|10막으로구성된스케일큰무대|제상에담긴성물

8부탄압속의지방교회
1.박지원과이희영형제
박지원과박제가|연암그룹과이희영형제|연암을찾아온김건순
2.면천군수박지원과김필군
집한채값을주고산예수성화|이제신앙을버립니다|김필군은정말로배교했을까?
3.자책하는인간,최해두
벽동의천주교조직과최해두|어찌한심하고가련치않으랴!|초기교회의교리학습서|하느님의종,최영수필립보
4.1,400대의곤장을버틴사내,박취득
‘부헝이’와‘북실이’들|박일득과박취득형제|꿈에예수님을보았습니다|풀뿌리교회의횃불
5.밀정조화진
자세히보아두라!|저도신자입니다|방백동의천주교신자명부
6.내겐천국이두개입니다
내포의천민출신지도자들|최두고금과최구두쇠|두개의천국을가진황일광시몬|어찌배반하리이까!
7.윤지헌일가의신앙생활
숙부윤징도정사박해순교자|숙부인가양부인가?|10년사이세명의순교자를내다
8.알수없는이존창
초기교회사의특별하고특이한존재|가장슬프고창피스러운배교|조건부체포와군교노릇

9부서울의교회조직과명도회
1.잇닿은담장
초기교회의공간운영법|담장사이의비밀통로|주문모신부의은신술|중간거점의존재
2.정광수의성물공방
벽동본당의천주교인들|김치가게여주인최조이|성물제조공방
3.예수상전문화가이희영
각수송재기|뛰어난그림솜씨로예수상을모사하다|이희영의개그림|새로찾은〈선미도〉와정철조의서학공부
4.이합규와서소문신앙공동체
교리를가르치고세례를준걸출한교주|서소문의사창동과현방|사창동인근의신앙공동체
5.명도회의성격과설립시점
중간세포차단책과플랜B|1800년4월,명도회설립|충훈부후동으로이사한강완숙|정약종의갑작스러운상경
6.명도회의설립목적과운영방식
명도회규와설립목적|명도회입회절차와보명의의미|주보성인의전기
7.명도회육회의조직구성
혈당과집회형태|육회에대한오해|명도회의육회장
8.명도회는조선교회그자체였다
풀뿌리교회의든든한토대|명도회와《주교요지》|이경언이명도회원에게남긴마지막편지|여성이주축이된명도회활동

10부차세대리더황사영과김건순
1.보석처럼빛났던소년황사영
무덤속백자합에서나온비단천584|대체그동안무엇을한게냐?586|《송담유록》과《눌암기략》의진술
2.황사영의애오개교회
손이귀한명문가의유복자|황사영의아현동본당|《사학징의》에가장많이등장한이름|거점조직의관리와확산
3.황사영의도피를도운사람들
한꺼번에터진제방|잠행과피신|극적인탈출
4.배론의토굴
배론가는길|교우촌에마련한토굴|낙담과절망
5.황사영은역적인가?
1센티미터에세글자씩13,384자|가백서와가짜논란|〈토역반교문〉속세가지흉계
6.제주도와추자도의모자
뿔뿔이흩어진가족|추자도의황경한과그의후손|창원황씨족보와황사영후손계보의난맥상
7.불멸과개벽을꿈꾼사람들
신선을꿈꾸다서학과만나다|깨지기쉬운그릇|재림예수신앙의조선버전,《정감록》
8.김건순의개종과여주교회
천당가는법을얻었소|남곽선생주문모와해상진인김건순|김건순의세례식|여주교회의부활절부흥회

11부기록과기억
1.정약용의《조선복음전래사》
《한국천주교회사》초기기술의근거가된책|간략하지만훌륭하다|은폐와검열
2.감추고지운다산의기록
다산의자기검열과왜곡된진실|이윤하마태

출판사 서평

서학의태동기부터신유박해까지
호교(護敎)와순교를넘어한국초기교회사를새로쓴역작
서학은어떻게조선의지축을뒤흔들었나

“서학은조선사회에깊은흔적을남겼다.그런데그것이너무과소평가되어온느낌이다.지축을흔든지진이지나고남은흔적만으로상황을본것은아닐까?의도적으로은폐되고지워져서별일없었던것처럼보인것은아닐까?진앙의한가운데있던사람들이남긴기록에는다급했던현장의비명과탄식이묻어있다.행간을조금만세심하게들여다보면,그기록들은우리가생각하지않은진실의지점을열어보여준다.”_서언에서

조선지성사의전방위분야를깊이탐구해온우리시대대표고전학자정민교수가1770년대중반서학의태동기부터1801년신유박해까지초기천주교회의역사를집대성한《서학,조선을관통하다》를펴냈다.치밀한연구와철저한고증을토대로천주교계와학계에답습되어온오류를바로잡았고,새롭게발굴·소개하는문헌과방대한사료,상세한각주를통해서학을둘러싼논란과쟁점을검증하고밝혔다.
다산정약용을다각도로공부해온정민교수는다산의청년기와천주교신앙문제를다룬《파란》을집필하며조선사회에서학이끼친영향에관심을가지게되었다.이후조선에서학열풍을일으킨천주교수양서《칠극》을번역했고제25회한국가톨릭학술상번역상을수상했다.《파란》과《칠극》에서시작된정민교수의이러한지적여정은18세기조선을관통한초기교회사연구로이어졌다.정민교수는서학을둘러싼해묵은논쟁과신앙에관한기록에살펴야할행간이많음을주목했고,마침내《서학,조선을관통하다》가탄생했다.
서학의수용과배척이불러일으킨남인내부의첨예한갈등,이벽·정약종·황사영·강완숙등교회의핵심리더,명도회를비롯한중앙과지방의신앙공동체,명례방집회와주문모신부실포사건,민중의신앙생활과퍼즐같은세례명표기까지.이책은탄압과순교의역사뒤에가려진절체절명의시간을주요인물과조직,사건을중심으로생생하게되살려냈다.서학연구를넘어18세기조선의정치·사회·문화사연구의지평을넓히는책이다.

은폐되고검열된자료에서복원한서학의가려진진실
역사의사각지대에숨겨진절체절명의시간을생생하게되살려내다

초기서학관련자료는기록의문면에드러난사실만으로진실에다가서기어렵다는한계가있다.서학을수용한당사자는탄압을피하기위해자신이남긴기록에서서학관련내용을검열·삭제했고,관련자는가문의명운을걸고당사자의이름을족보에서파내는등실상을은폐했다.기록자는거짓정보를섞고피기록자는덫에서빠져나오기위해진실을왜곡하고굴절시켰다.게다가그간의서학연구는신앙행위의증거를찾아순교자의시복시성을추진하기위해,또는서학의흔적을배제해연구대상의순정성을지키기위해편파적인태도로이루어진듯하다고저자는지적한다.
이처럼맥락과행간을살펴야하는초기교회사의실상을밝혀내기위해정민교수는《송담유록》,《눌암기략》등그동안거의주목받지못한자료들을재조명해다른문헌과정밀하게교차검증했다.1천개가넘는주석을붙여논거를분명히제시했고,이책의집필을위해《사학징의》,《상재상서》등천주교관련주요문헌의번역과주석작업도진행했다.홍유한·황사영·김범우후손가에전해오는족보,호구단자,간찰문서등문중의자료를열람해면밀히검토했고,《고려치명사략》,《백가보》〈신미년백서〉등국내에서구하기어려운자료들은외국도서관을수소문해찾아냈다.
이러한집요하고끈질긴연구끝에다산정약용이1795년주문모신부실포사건당시신부를탈출시킨장본인이자사학세력을근절하라는밀명을받고초기천주교회의주역인이존창을검거한당사자였다는사실을새롭게증명했다.또한배교를공언한정약용의글씨가순교자윤지충·권상연의무덤에서출토된이유,조선최초의영세자이승훈이남긴배교선언문에대한정교한해석,70여년간성전(聖典)으로대접받아온《성교요지》,《만천유고》의정체등,이책은학문적객관성과엄정성을토대로서학의총체적진실에다가서고자,천주교계와학계를통합하는중간자적시각으로역사의사각지대를조명했다.수용,전파,박해,순교라는단선적인도식으로는서학이조선사회에끼친영향을면밀히읽을수없다.조선을관통한서학,서학이일으킨소용돌이를은폐되고검열된자료의행간에서입체적으로복원한기념비적저작이다.

천주교계와학계를통합하는중간자적시각으로
바로잡고밝혀낸논란과쟁점들

-서학이불러온남인내부의첨예한갈등
서학의수용과배척이남인내부의전쟁으로확산된것은큰비극이었다.남인성호학파의원로안정복은서학을신봉하는후학들을이해하지못하고〈천학고〉,〈천학문답〉을지어서학의핵심교리를논박했다.하지만성호학파의중진인권철신,이기양등은서학공부를멈추지않았다.남인내부의학문적견해,종교적신념의차이는더욱벌어지기만했고,서학을존신하는신서파와서학을배격하는공서파의갈등은고조되었다.여기에정치적노선의문제까지겹쳤다.임금정조는80년만에남인출신으로재상에오른채제공을중심으로노론이장악한정국에변화를주고자했다.그러나남인은채제공의친위세력인채당과반(反)채제공전선인홍당으로또다시분화되었다.채당에는유독신서파가많았고공서파는끊임없이서학문제를공격했다.홍당은노론과손을잡았다.이러한남인내부의분열로인해정조의정국구상도어그러지고말았다.서학과의접촉은조선내부의긍정적변화를이끄는동력이되지못하고,위정척사의명분아래세도정치에날개만달아준셈이되었다.

-배교를공언한정약용의글씨가순교자윤지충·권상연의무덤에서출토된이유
조선교회최초의순교자인윤지충과권상연은조상의신주를태워없애고제사를거부하면서일어난진산사건으로1791년사형당했다.천주교를믿던정약용은진산사건이후조상제사를거부하는교리를받아들일수없다며배교를공언했다.그런데2021년공개된윤지충과권상연의무덤에서정약용의글씨가적힌지석사발이출토되었다.지석사발에는무덤이발견되었을때망자가뒤바뀌지않도록인적사항이기록되어있었다.천주교를거부한정약용이어떻게순교자인윤지충과권상연을위해지석사발을쓸수있었을까?정약용은1787년성균관시험에서제사에관한문제가출제되자백지를제출한적이있다.그때정약용은천주교에서는제사를지내는것은물론제사에대해글을쓰는것조차금지하기때문에백지를낸다고말했다.그러니1791년에새삼조상제사를이유로배교했다는것은앞뒤가맞지않는다.윤지충·권상연의무덤에서출토된지석사발을통해정약용이배교를공언한뒤에도신앙생활을놓지않았고드러나지않게활동했음을알수있다.

-70여년간성전(聖典)으로대접받아온《만천유고》의정체
조선인최초로세례를받은이승훈은교회사에서독특한위치를차지하고있다.그는생존을위해수차례배교했고때로는동지를고발하기도했으나,한편으로는1801년신유박해때순교하여시복시성을기다리는순교자로옹호되기도한다.그의유일한문집으로알려진《만천유고》는초기천주교회의주요자료로서70여년간성전(聖典)으로대접받아왔다.그러나정민교수의연구에따르면《만천유고》에는이승훈의글이한편도없다.그예로《만천유고》의2부에해당하는《만천시고》에는이승훈이세상을뜨고15년후에태어난양헌수의한시와거의동일한한시가실려있다.인물의이름만바꾼한시를베껴서그대로수록한것이다.정민교수는《만천유고》가남의글을거칠게모아20세기초반에짜깁기된가짜책임을분명하게입증했다.현재진행중인이승훈의시복시성과관련된문제인만큼《만천유고》에대한명확한판단이필요하다.

-김범우의유배지에관한논란을종결짓다
이벽,정약용형제와교분을맺으며천주교신앙을받아들인김범우는1785년천주교집회가적발된명례방사건으로귀양을가서이듬해유배지인충북단양에서죽었다.그런데경남밀양단장면에서김범우의무덤이발견되었다고알려지면서,그의유배지가단양이아닌밀양단장이라는논란이발생했다.하지만김범우당시에단장은존재하지않는지명이었다.1757년에편찬된《여지도서》는물론1834년김정호가정리한《청구도》에도밀양부지도에단장이란지명은없다.만에하나김범우가단장으로귀양을갔다해도유배지를단장이라할수없고밀양이라고썼어야한다.귀양지를면단위로지칭하는경우는없기때문이다.문중기록에따르면김범우의후손이단장면에정착한것은사실이지만,이는김범우가죽고84년뒤인1870년이었다.정민교수는이제라도김범우의무덤에대해면밀한검토가필요하다고말한다.이책을통해정민교수는김범우와단장은애초에아무인연이없으며김범우의유배지는충북단양임을명백히밝혀냈다.

<책속에서>

다산뿐아니다.성호이익도그렇고,천주교를믿지않았던연암박지원이나이용휴,노긍,홍길주등의글에도《칠극》의체취가느껴지는대목이적지않다.이용휴의〈환아잠(還我箴)〉과박지원의유명한‘눈뜬장님’의비유,그리고박지원이〈답모(答某)〉에서영변약산(藥山)에올라가사람을개미와이의비유에얹어설명한대목같은것도모두《칠극》에서가져온비유다.《칠극》은이렇듯18~19세기조선에서천주교신앙여부를떠나생각이상으로폭넓은독자층을확보했던책이다._42쪽,1부《칠극》과초기신앙공동체

약국또는약방은당시서학을전파하는주요거점이었다.약계(藥契)라는명칭으로도불렀다.(…)이처럼반복적으로등장하는장면은천주교인인약국주인이병으로약국을찾은사람에게좋은약재를대단히싼값에공급해서신뢰를쌓고,그바탕위에서포교활동을시작하는정황을잘보여준다.
초기교회에서상시적인집회공간을마련하는일은결코쉽지않았다.도회지의특성상사람들의왕래가많다고는해도,한집에수십명이계속해서들락거릴경우대번에이웃의눈에띄게마련이었다.천주교도검거령이떨어진상황에서이같은모임의운영은특히나조심스러울수밖에없었다.그러니집회공간은평소에도사람들의왕래가잦아서출입이특별히남의시선을끌지않을곳이라야했다.한편으로는,자칫밀정이침투할경우조직전체가노출될위험이있었으므로,집회에참석하는사람간의신뢰가무엇보다중요했다.(…)약국은이같은두가지조건을충족할수있는공간이었다._258~259쪽,4부초기교회의조직구성과신앙

강완숙은초기교회사에서결코잊을수없는이름이다.1801년신유박해의공초기록인《사학징의》에그녀의이름은128회나등장한다.단연압도적인존재감이다.총회장최창현과명도회장정약종보다훨씬비중이높았다.(…)주문모신부는강완숙의안방안쪽에딸린협실에서기거했다.신부가있는곳이교회의중심이었기에그녀의집또한자연스레교회의심장부가되었다.그녀의허락없이는누구도신부를만나지못했고,신부의동선과행선지도그녀가결정하고관리했다.(…)그녀는신부의비서실장이자보호자였다.그녀의둘레에는수행비서역할을맡은아들홍필주와신심으로똘똘뭉친동정녀및과부들의조직이겹겹으로에워싸고있었다._433~434쪽,7부주문모신부와강완숙

옛기록을보다가거기적힌이름앞에울컥할때가있다.앞서본,1791년12월11일에충청도관찰사박종악이정조에게올린비밀보고서《수기》의별지를볼때도그랬다.당시그가충청도관내각지역에서검거한천주교인들의명단과그들에게서압수한서책과성물등의물품목록을적은것인데,(…)뒤쪽에나오는사람들은이름으로보아대부분노비신분이었을것이다.성씨는떼고그저막봉이,선돌이,봉돌이,엇재,오직이,답금이,백돈이등으로불렸을눈물겨운이름들이다.김부허응은아마도눈이부엉이처럼동그랗대서‘부헝이’로불린것을음을취해이렇게적어놓은것일테고,김북실은태어났을때북실북실통통해서얻은이름이었을것이다.이명단을통해당시면천군의교세가상당했고,그것도대부분신분낮은백성들중심으로구성되어있었음을알수있다._480~481쪽,8부탄압속의지방교회

명도회는일개신심단체가아니었다.주문모신부에의한명도회도입은당시조선교회가새로운시스템을장착한것과다름없었다.기존의전교방식과신자교육및신앙활동전반에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