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14.80
Description
“계획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터닝포인트가 찾아오다”
〈뉴욕타임스〉 〈보스톤글로브〉, 김완·오지은 작가 추천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의 국내 최신작
문학평론가이자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게일 콜드웰.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 캐럴라인 냅과 절친한 사이이자 《먼길로 돌아갈까?》로 국내에 알려진 그가 이번엔 뜻밖의 사건으로 맞이한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려견 ‘튤라’를 가족으로 맞이하며 시작한 새로운 생활 그리고 급격히 나빠진 다리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주된 서사다. 특히 어릴 적 소아마비를 겪어 평생 다리를 절어온 저자에게 다리 상태 악화는 적지 않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50대 후반에 접어들며 살 만큼 살아봤다고 생각하던 저자는 이 두 사건을 겪으며 새로운 고통과 사랑, 절실함과 희망을 느낀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삶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꿋꿋이 살아내는 태도를 아름다운 비유를 들어 표현했다. 국내 독자에게만 전하는 게일 콜드웰의 서문, 그의 도서를 두 권 번역한 번역가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옮긴이의 말을 더해 특별함이 배가되었다.

사는 게 쉽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랑하는 관계에서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느껴 혼란스러울 때,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을 읽어보자. 좋은 책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다. 게일 콜드웰과 캐럴라인 냅의 책을 접했던 독자는 물론, 문학성 있는 에세이를 즐기는 독자가 사랑하게 될 책이다.

“나는 비록 겁먹었음에도 공포 속으로 걸어갈 나 자신을 잘 알았고, 내게 일어날 일에서 도망치는 대신 그 모든 것을 껴안고자 했다.” _179p
저자

게일콜드웰

미국작가이자문학평론가.1951년텍사스애머릴로에서태어나자랐고텍사스대학교에서미국학을전공했다.서른살에작가가되고자동부로떠나,지역문예평론지의편집자와글쓰기강사로일했다.1985년부터2009년까지〈보스턴글로브〉북리뷰의평론가로활동했고,〈빌리지보이스〉〈워싱턴포스트〉를비롯한여러매체에글을실었다.2001년에동시대의삶과문학에대한탁월한통찰력을인정받아퓰리처상(비평부문)을받았다.
저서로《먼길로돌아갈까?》《반짝거리고소중한것들》등이있다.현재매사추세츠케임브리지에서살고있다.

목차

한국판서문
옮긴이의말
어느날뒤바뀐삶,설명서는없음
감사의말
과거의나에게말했으면좋았을다섯가지
더생각해보기
추천의글

출판사 서평

성공한작가이자문학평론가
게일켈드웰의일상을뒤바꾼‘난폭한기적’
직업적성공이개인의행복까지보장할까?작가이자문학평론가로미국사회에이름을알리고퓰리처상을받은이사람,게일콜드웰의화려한이력뒤엔어떤일상이있었을까?
50대가된그에게감당하기힘든상실이여럿,연달아찾아왔다.둘도없는단짝캐럴라인냅이암으로갑자기세상을떠나고부모님두분이모두돌아가셨으며20여년간키워온반려견클레멘타인도무지개다리를건넜다.어릴적앓았던소아마비로인해다른사람들처럼걷지못하고,“왜다리를저냐”는질문을수없이받고설명하는삶도계속되었다.저자는커다란고통을온몸으로겪어내며아파하고절망한다.하지만“맞기만한게아니라다시빚어졌음을느꼈다”라며“삶을뒤바꿀만한난폭한기적”을찾는다.그렇게반려견튤라를맞이한다.

사랑하지만힘든,
힘들지만사랑하는
복잡미묘한관계에대하여
솜털같던사모예드강아지가25kg에달하는성견이되기까지.입양전후부터형성해온튤라와의관계가책에잘드러난다.저자는새로운가족으로맞이한튤라에게온마음을다해애정을쏟는다.혹시사랑하지못할까봐겁내던입양전자신의모습이무색해질정도로,심장이아프게느껴질정도로사랑한다.
하지만사랑의관계는귀여움과즐거움만으로이뤄지지않았다.사랑한다고해서좋은일만있는건아니다.특히어린반려견과함께하는생활에는책임질일과힘든일도생긴다.이가나는시기에튤라는게일의옷과팔뚝을잔뜩물어뜯고,호기심이생기면함께걷던게일의속도를개의치않고갑자기쌩하고달려나갔다.더욱이튤라는몸집이급속도로커지고더빨리,더오랫동안밖을뛰어다니고싶어했다.기운차게성장하는반려견과달리점점병약해지는저자에게감당하기쉽지않은상황이었다.

반려동물과생활하는반려인만의이야기가아니다.아이를양육하는부모도비슷한감정을느낀다.사랑하지만힘들고,힘들지만사랑하는복잡하고도친밀한관계.저자는자신과튤라의생활을돌아보며보호자와피보호자의관계를고찰하고,이제는세상을떠난자신의부모,특히엄마와의일화를회상한다.
저자가알코올중독으로몸이상할지경에이르고,무심한애인과의갈등으로감정을소진하며힘들어하던시절.엄마는‘뭐가힘드냐’라며타박하지않고묵묵히안부를물어왔다.때론저자의집에방문해서곁에있어주고멀리떨어져있을때는전화와편지로함께해주었다.엄마가세상을떠난지금,그때받은배려와지지를저자는모든감각으로기억한다.그리고보호자의역할과가치를잊지않으려노력한다.

엄마의행위에내재한사려깊음은,지금,거의30년이지나서까지순수한취지를떠올리게해나를멈칫하게한다.비행기로가면하루가걸리는거리에살던엄마가술을끊는다고해도내삶에뚜렷한영향을미치진않았을것이다.엄마가단순히나를응원하는차원에서한행동이아니었음을이제는안다.엄마의그때그사려깊음덕분에우리모녀사이에친밀감이형성되었다.내가지옥에서뒹굴고여전히고군분투하더라도엄마는나와함께하고팠던것이다.다시금거실바닥에앉아이렇게말하듯이말이다.“여기보렴,아가.엄마도같이할게.”_97p

빠르지않더라도나만의속도로,
지금할수있는만큼만살아내기
게일콜드웰은책전반에‘완고하다’라는표현으로자신을설명한다.반항적이고융통성없이고집스러우며승부욕과끈기가있는사람.학생시절부터비장애인들과함께생활하며‘비정상’으로분류되는자신의모습을드러내지않고아무렇지않은척애쓰는사이,이러한기질이더강해진듯하다고짐작한다.다리가불편하지만개와함께산책하는일도,캐럴라인에게배운조정(rowing)도꾸준히해낸다.조정대결을해서지면상대가아주건장한사람이어도분해서견디지못한다.다리수술을앞두고다시조정을할수있을지,개산책은언제쯤가능할지를걱정하는모습에서그의성격이단적으로드러난다.
길이가다른두다리그리고걸을때절뚝이는모습은저자의인생에서바꿀수없는상수와같았다.남들처럼두다리를편하게교차하며걷는행위가자신에게가능할거라상상하지도못했다.하지만60세가되어갈즈음다리상태가악화되어찾은병원에서새로이진단을받고뜻밖의결과를맞닥뜨렸다.수술을받은뒤왼쪽다리보다짧았던오른쪽다리가약1.6센티미터길어졌다.다리통증이줄어들며전처럼구부정하게있지않아키가약5센티미터나커졌다.이전과다르게걷게된자신의모습에저자는놀라워한다.
변화를만든건지난한반복동작,즉재활이었다.소아마비에걸렸던어린시절모습을반복하듯수술뒤재활에전념한다.단순하지만진땀이나는행위를수백,수천번반복하는일.드라마나영화에서는단몇초로요약되는지루한과정을저자는책에담아낸다.재활이얼마나중요한지알면서도왜잔꾀를부리게되는지,재활의끝이얼마나요원하게느껴지는지,어떤말을떠올리며단조로운그과정을통과했는지말이다.
60세가다되어인생에서두번째로걷는방법을익혀나가며저자는인생의후반전에이르러도삶은여전히불확실하며기회가갑작스레찾아올수있음을깨닫는다.

《어느날뒤바뀐삶,설명서는없음》은질병극복기나‘아팠기에성숙할수있었다’라는교훈을주는책과는거리가있다.이책에서질병은없애야할무언가가아니라,저자의정체성이자자신을돌아보는계기다.다리상태가나빠지면서저자는자신이무엇을두려워하는지,그두려움앞에자신은어떻게행동하는사람인지를돌아본다.
더불어질병은하나의상징이기도하다.꼭질병이아니더라도사회에서흔히결핍이나비정상으로여겨지는무언가가우리모두에게있고삶에지대한영향을미치기때문이다.이사회가결함으로여기는나의그무언가를정작나자신은어떻게여기고있는가?
소아마비라는병력을악마화하거나절룩이는상태를원망하지않고자신의일부로받아들이는저자의태도를접하며우리의마음은한결가벼워질수있다.힘들땐힘들어하고절망할땐절망하더라도결국지금해야할것에집중하고서서히나아가겠다는다짐도할수있다.걷는속도가남들보다절대적으로느리지만결국자신의속도로한발한발내딛는저자의모습처럼,나만의속도로살아가겠다고.특히삶의속도에대해저자가선보이는다채로운비유는읽는재미를더한다.

내가소아마비를삶의한조각으로온전히받아들였다는걸알게되었다.무엇보다도소아마비에걸리지않았거나그영향을받지않은세월이단몇개월에불과하니,말하자면소아마비가나의기준점인셈이다.밀고나가야만했던벽이다.모두에겐그런벽이하나씩있다.(…)당신은이야기를바꿀수없다.어느날오른쪽대신왼쪽으로돌아가거나,어떤실수를저지르지않고다음날의삶을구할수는없다._240p

기적을너무믿지않는다.기적은현란하지만실증적근거는희박해불빛을오래지속하지않으니까.대신나는느린경로를택할것이다.하루에사과를한개씩먹으며다리들어올리기를천번해낼것이다.당신은하늘을가르는천둥소리를들어야한다.그래야만천둥에동반하는빛의쇼를보게된다.그렇게당신은광채의증인이되고,기다리며지켜보는법을알게된다._241p

다리수술전후로두려워하고있는저자에게끼니를챙겨주고병원에함께가준동네이웃들의다정한모습도책에나타난다.더불어AA(익명의알코올중독자들)모임과함께운동하는여성모임등에서수술을앞둔저자에게건넨여러격려의말은이책을읽는사람에게도온기를전한다.피를나누거나결혼으로맺어진사이가아니어도사랑과응원의마음을나누는여러관계를책으로살피다보면가족이란무엇일지,친밀한관계란무엇인지다시금생각해보게된다.법적으로엮이지않았기에언제든멀어질수있는관계이지만그렇기에서로가조심하고배려하였고그러는사이친밀감이만들어진게아닐까?
저자의회고를접하다보면독자역시힘든시절에곁에있어준존재를저절로떠올리게될것이다.언제나쉽지않은삶을살아낼수있었던나의동력은무엇이었을까?그존재를떠올리고그시절내가받은다정한응원을되새기며내일을살아갈힘을얻을수있다.

때론못난행동과후회할짓을저질러도
결국나자신을내가지지하며
내가원하는내모습을향해가는삶
저자의진솔함도이책에매력을더한다.얼핏생각하는냉철한작가의모습은그다지없다.전애인의소식을온라인에서굳이찾아본뒤헛헛함을느끼고,튤라에게화냈다가후회하기도한다.완벽하지도,철저하지도않은모습,후회할행동을하고마는모습에서묘한친숙함이느껴진다.예를들어저자는자신의다리상태가심상치않음을느끼고최악의가능성을계속상상한다.그리고질병에대한온라인정보에집착하며두려움의늪으로스스로빠져든다.이대목에선아직오지않은미래의무언가를미리상정하고두려워하던우리모습이슬그머니떠오른다.현재를오롯이살아내지못하고불필요한걱정을하는건유명작가나우리나비슷하다.

나는내가사랑했던전남자친구두명의소식을접하고휘청거렸다.한가지소식은최근발표된결혼소식이었고,다른한가지는몇년전출간한책에실린‘배우자에게보내는감사의말’이었다.두소식을접하며내가결코되어보지못한그리고아마결코될수없을‘아내상像’을떠올렸다.(…)
전남자친구들에대한토막뉴스를접한나는짧은운동복바지를입고머리를질끈묶은채거실소파에널브러져있었다.샤일로와튤라도거실바닥에서조용히쉬고있었다.나는먹다남은닭고기를저녁끼니로먹으며드라마〈간호사재키NurseJackie〉재방송을보고있었다.내가창조해온삶이바로여기있고,흠없이완벽한저녁파티같은건없었다._166,167p

자신이원하는바를확실하게그려내고상상하는저자의모습에서도개성을느낄수있다.다리도아픈50대후반여성이왜25kg에육박하는썰매견을길렀는지,자조적으로물음을던지며저자는이렇게글을이어간다.“왜냐면나는그견종을사랑하고사모예드가없는창백한삶을상상할수없으니까.나는포기할준비가안되었으니까.시간을붙들수있다는개념을포기할수없고,대형견을다룰줄아는강하고능숙한나자신의이미지를포기할수없으니까.”(61p)
다리가아프니까,나이가들었으니까,사모예드는대형견이라다루기쉽지않으니까.갖가지이유를대며원하는것을쉽게포기할수도있지만,정반대길을가는저자의모습에서삶에대한애착이묻어나온다.내가원하는것그리고내가원하는내모습을고수하는게쉽지않더라도무엇이든감수해내는게얼마나가치있는지도되새기게되는대목이다.

씩씩하게노를저었고고관절수술만생각하며앞으로나아갔다.3킬로미터정도갔을때나의정신나간각본은점점희미해지거나,수년간만나지도않은사람들에대한예상과판타지따위는걷어내고더거대한진실을향해확장됐다.예순살인나는스스로를마흔다섯살처럼느끼는사람이었고,‘개’라면정신을못차릴만큼좋아하는사람,머리빗는일도깜빡할만큼빈틈이많은사람이었다.교회모임보다는AA모임이좋았고,레스토랑에서식사하는것보다는숲에서산책하는게더좋았다.독특하지만그래도그게나의인생이었다._167,168p

소아마비와다리수술,비혼,반려견과의생활.책의핵심소재가독자자신과무관하게느껴질수있지만결국이책은우리모두의인생이야기와다름없다.아이와함께생활하는사람도,비장애인도,누구나삶의의외성과어려움,인내에대해말하는이책에매력을느낄것이다.특수하고도사적인이야기에서그치지않고누구나공감할수있는보편의이야기로나아가는이책의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