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 : 요절할 결심

여로 : 요절할 결심

$16.64
저자

이묵돌

1994년경상남도창원에서태어나부산과대구에서자랐다.현재는서울관악구에서십년째살고있다.《역마》,《시간과장의사》,《적색편이》와《모두가회전목마를탄다》같은책들을냈다.자기소개를더길게쓰던시절도있었는데지금은관뒀다.글은그냥먹고살려고쓰는편이다.

목차


시작하며

1서울,인천
2블라디보스토크
3첫횡단열차
4하바롭스크
5횡단열차
6횡단열차
7치타
8횡단철도
9이르쿠츠크
10이르쿠츠크
11횡단열차
12크라스노야르스크
13크라스노야르스크
14크라스노야르스크
15격리1일차
16격리2일차
17격리3일차
18격리4일차
19격리5일차
20격리6일차
21격리7일차
22탈출
23노보시비르스크
24횡단열차
25횡단열차
26모스크바
27모스크바
28모스크바
29상트페테르부르크
30상트페테르부르크
31헬싱키
32뮌헨,서울

마치며
책에실린글과노래

출판사 서평

한소설가의꿈이객사인것에대하여
어째서이묵돌은‘요절할결심’을하게되었나

저자는임박한마감,편집자의독촉이트리거가되어무작정떠나기로한다.그것은일종의‘도피’로보여질수있으나,그는‘요절할결심’이라고이름붙이길원했다.혹자는삶이란,마음먹기나름이라,내가가고자하는방향으로운명을이끌수있다고하나적어도그에게는아무런영향력이없는개소리에불과한것으로보인다.그는자신에게당면한마감과요절을완수하기위해아무런기대도,설렘도느껴지지않는곳으로떠나기로결심하고,충동적으로러시아행비행기티켓을끊는다.반복되는일상을견디지못하고한방향으로만걸어가다죽음을맞이한시베리아의한농부가되기를희망하면서.

“생명의흔적도,살아갈필요성도느껴지지않는,
눈이멀것처럼하얗고광막한시베리아가나는그리웠다.
이때의내게는가능한일이었다.단한번도가본적이없는,
갈생각도한적이없는그런장소를그리워하는일이.
“거기서죽으시게요?”편집자가물었다.
“마감은하고요.”나는곧장블라디보스토크로가는,
가장빠른비행기표를찾았다.”
35쪽,시작하며

최악의타이밍을찾는데초월적인재능을가진
한소설가의착오가득한여정

출발부터순탄치않았다.공항에도착했지만,비행기를놓치고,어렵게다시예약해도착한러시아에선가장먼저사기꾼을만나뜻밖의기부(?)를하게된다.거친욕이쉴새없이터져나오지만,그럼에도여행지에서여유따위꿈꿀새도없이계속해서글을쓰고,요절을향한걸음을재촉한다.그렇게극한의추위에볼이더이상따갑게느껴지지않을무렵,전혀예상하지못한일들이줄지어일어난다.한국에서도잘피해다녔던바이러스에덜컥감염되어외딴건물에격리되는가하면,전쟁까지발발해침략국에갇혀오도가도못하는신세가되어급기야러시아에서탈출해야하는상황에놓이게된다.이모든건계획에없던일이었다.그는그저마감이하고싶었을뿐이고,징그럽게풀리지않는인생에니킥한방을먹이고싶었을뿐이었다.하지만그가깨달은것은필사적으로살아서다시제자리로돌아와야하는미션을부여받았다는것이며,그의인생은끝까지뜻대로풀리지않는다는사실이었다.

“떠나야할적기라고생각했을때불가항력으로거기머무르게
되는것만큼갑갑한것도없었다.나는역으로가는택시안에서
미리글을썼다.‘러시아어를하지못합니다’라는말로시작해서
열차번호와출발시각,도착지와원하는좌석형태까지
미리정리해번역해뒀다.나머지는여권과현금,
‘급해죽겠으니빨리좀해달라’는다급한표정연기로
어떻게든돌파하기로한다.그렇게해야한다.
왜냐면,이제간발의차로놓치는데는완전히질려버렸기때문이다.
시간에쫓기는거야인생이이렇게생겨먹었으니어쩔수없다쳐도,
기왕지사가까스로올라타는결말이영화같기도하고
보람도있지않은가말이다.”
256쪽,횡단열차

극한의상황에서터져나오는천재성
오직이묵돌만이할수있는이야기

저자는누구든‘언젠가는사라질각오로떠나야할때가온다’고말한다.그런때가우리의삶에어떤양분이되는지는모르겠으나,그럼에도그런때가올때주저하지말고홀연히사라지듯떠나기를권한다.그결심이인생을180도바꿔놓진않지만,그를계기로겁쟁이반열에서탈출할수있으며,평생을곱씹을만큼강력한추억을소유하게되기때문이다.몸과마음이나락으로떨어져제대로설수조차없을때충동적으로떠난여정이오직이묵돌만의‘여로’가되어세상에나오게되었다.극한에깃든창조성이빛을발하는순간이다.
비록이글을읽는내내‘제발집에좀가세요’는말이수십번나오긴하겠지만,때로는아무도없는곳으로내던져진그가부러워지기도할것이다.누구나꿈꾸지만누구나떠날수없고,혹여떠나더라도이묵돌만큼풀어낼수없을것이다.작가는스스로를머저리라칭하지만,그것은천재가보이는겸양에불과하다는사실임을말해두고싶다.이책을통해이야기꾼이묵돌의여로에함께하시길바라며,더불어가능성이무궁무진한앞으로의행보에도주목해주시기를부탁드린다.

“내게있어여로란단순히여행하는길이면서,
노서아를통과하는길이었지만,동시에돌아가기까지
남은길이기도했다.그렇게보면나는항상,지금이순간까지도늘
‘여로에서’글을쓰고있었던셈이다.우연한말장난같기도하지만,
무의식이유발하는우연에기막힌창조성이깃들어있는것은
어제오늘일만이아니다.”
390쪽,뮌헨,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