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3.80
Description
재독 철학자 한병철 신작!
의식, 놀이, 축제, 그리고 팬데믹과 공동체의 소멸에 관하여
꾸준하게 오늘의 세계에 대해 예리한 분석과 비타협적인 비판을 선보여온 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리추얼’을 열쇳말 삼아, 우리 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더 좋은 삶을 위한 모색을 이어간다.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형식적인 것이 일소된 삶이 얼마나 부박한지, 개인의 ‘진정성’에 대한 강박적 추구가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 사회에 만연한 집단적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자아, 욕망, 소비를 넘어서는 대안적 실천으로서 오래된 새 길 ‘리추얼’을 재조명하고, ‘아름다운 형식의 윤리’를 제안한다.
저자

한병철

저자:한병철
1959년서울출생.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했고,브라이스가우의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뮌헨대학교에서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베를린예술대학교철학·문화학교수를지냈다.전유럽과한국에서큰반향을일으킨《피로사회》를비롯하여《고통없는사회》《폭력의위상학》《땅의예찬》《투명사회》《심리정치》《타자의추방》《시간의향기》《에로스의종말》《아름다움의구원》《선불교의철학》《권력이란무엇인가》《죽음과타자성》《하이데거입문》《헤겔과권력》등예리하고독창적인사회비평서와철학책을썼다.

역자:전대호
서울대학교에서물리학을공부한후칸트의공간론에관한논문으로같은대학에서철학석사학위를받았다.독일학술교류처의장학금으로쾰른으로유학,헤겔의논리학에나오는양적무한개념을주제로박사논문을쓰던중귀국해번역가로정착했다.《철학은뿔이다》를썼고,《정신현상학강독1》을옮기고썼으며,시집《가끔중세를꿈꾼다》《성찰》을냈다.《물은H2O인가?》《위대한설계》《기억을찾아서》《로지코믹스》《헤겔》(공역)《초월적관념론체계》《나는뇌가아니다》를비롯한많은책을번역했다.

목차

들어가는말

생산강제
진정성강제
맺음리추얼
축제와종교
생사를건놀이
역사의종말
기호의제국
결투에서드론전쟁으로
신화에서데이터주의로
유혹에서포르노로

참고문헌


부록_저자인터뷰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나는리추얼이소멸해간역사를향수없이간략히서술할것이며그소멸의역사를해방의역사로해석하지도않을것이다.이와더불어현재의병적현상들,무엇보다도공동체의침식을뚜렷이드러낼것이다.그러면서사회를집단적나르시시즘에서해방시킬수있을법한다른삶꼴Lebensform들을숙고할것이다.”(7쪽)

루틴과챌린지의시대,리추얼의사라짐
어찌보면리추얼의시대인듯하다.미라클모닝,명상,요가,헬스,달리기,독서,일기쓰기등등,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자신만의‘리추얼’과‘루틴’을소개하거나,다른이들에게참여하기를권유하며‘챌린지’하는포스팅이풍성하다.코로나팬데믹으로인해운신의폭이제한된일상을좀더알차게보내기위해서이런흐름에동참하는인구가많다.그런데‘리추얼의종말’이라니,무슨이유에서일까?《피로사회》《투명사회》《심리정치》《고통없는사회》같은전작들과마찬가지로이책은철저히우리가사는‘지금여기’,우리사회가당면한문제에집중한다.우리의존재와인식을옭아매고있는것이무엇인지를파헤치고,여기서자유로워질수있는가능성을모색한다.원제“리추얼의사라짐:현재의위상학”에서짐작할수있듯이,사라져가고있는‘리추얼’에관한사색을펼치면서현재의위치를가늠해보고,이시대의모순을집요하게파헤치는책이다.

리추얼이삶을지속하게한다
이책에서대부분‘리추얼’로옮긴독일어‘Ritual’은저자에따르면‘의례’,‘의전’,‘전례’,‘의식,‘축제’,‘잔치’등의의미를두루포괄한다.앞서말한최근의‘리추얼’유행에서가리키는‘반복적으로행해짐으로써마음을안정시키고생활에리듬감을주는개인의일상적습관’정도와는그뜻이사뭇다른데,이책에서리추얼은“삶을더높은무언가에맞추고그럼으로써의미와방향을제공하는상징적힘”(122쪽)을지닌다.정처없는삶을정박할수있게해주는단단한닻과같은구실을한다.언제나드나들고거주할수있는(공간속의)집과마찬가지로,시간안에서머무를수있게해준다(10쪽).일정한형식과규칙에몰두하게함으로써자아를탈내면화하고(16쪽),타자와,주변의사물들과,세계와관계맺게한다.결정적으로,이렇다할소통없이도공동체를형성하고묶어주는역할을한다.

‘홀로’와‘덧없음’의싸늘함을호흡하는세계
책은리추얼이잘작동하던사회,시대,문화와리추얼을상실한현재를끊임없이대비시키며,현재의모습을그려낸다.신자유주의는끊임없는생산과소비를강제하고,이에방해가되는것들을제거하는데,리추얼도이로인해사라지는것중하나다.그양상은어떠한가?끝없이새로운것을생산하고소비하고업데이트해야하는세계,어느하나에머무르는것,지속하고끝맺는것을허락하지않는세계다.가령우리는넷플릭스같은OTT서비스를통해시리즈물을지칠때까지몰아본다(16쪽).디지털세계의빠른스크롤과클릭에갇혀견고한‘사물’과관계맺는일은줄어든다.공동체를굳건하게만들던공동의느낌은공유되지않는단기적흥분에밀려난다(22쪽).사람들은개별화,원자화된다.역자의말대로“우리는‘함께’와‘머무름’에서나오는안정감에서떨어져나와‘홀로’와‘덧없음’의싸늘함을호흡하며산다”(159쪽).언어는“놀이하는대신에노동한다“(82쪽).축제는이벤트로(59쪽),엄격한규칙을따르던결투는(표적을얼마나많이살해했는지를기록한‘득점표’가교부되는)드론전쟁으로바뀌고(<결투에서드론전쟁으로>),사유는엄청나게많고빠르고투명한데이터에밀려난다(<신화에서데이터주의로>).연출적거리,유희적거리를유지하며타자의외재성에기초를두던유혹은종말을고하고나르시시즘적포르노가그자리를차지한다(<유혹에서포르노로>).

자아,소망,소비의저편,새로운삶의방식을찾아서
이러한진단이너무부정적인것아닌가싶을수도있겠으나,대부분은우리사회에서도익히경험하는바일것이다.<들어가는말>에명기되었고,부록의인터뷰에서도강조하는것처럼,저자가말하는것은리추얼이살아있던과거로돌아가자는것이아니다.새로운삶의방식,끊임없는생산과소비,욕망과나르시시즘의덫에붙잡힌삶의방식에서벗어나새로운삶의방식을찾아나서자는것이다.이책은이를위한실마리를제공하며,”자아의저편,소망의저편,소비의저편에서이루어지며공동체를조성하는새로운행위와놀이의형태를발명하는일“에독자를초대한다.
지난해봄,스페인에서이책의출간이뜨거운이슈가되었다.종교예식은물로악수와포옹조차할수없는팬데믹의한가운데서리추얼의실종을몸으로느꼈을독자들에게,이책의내용이와닿았기때문일것이다.당시스페인유력언론두곳(<엘파이스><엘문도>)에서진행한저자인터뷰를번역해부록으로실었다.독자가본문을읽으며품을법한질문들이풍성하게담겨있고,자칫오해하기쉬운저자의입장에대한설명이들어있다.팬데믹이가져올사회적변화에대한저자의전망도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