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아는조선명저들을가장실감나게즐기는고전가이드북!
조선은무엇을생각하고무엇을읽었는가?
《목민심서》는누구나한번쯤은들어봤을법한명저다.하지만그러나이름만유명할뿐실제로읽은사람은백에하나도되지않는다.《경국대전》,《난중일기》,《연려실기술》,《발해고》,《동의보감》,《열하일기》등조선명저들대부분의처지가비슷하다.그이유는무엇일까?문제는접근의어려움에있다.명저들의세계에접근하고싶지만길을찾지못해망설이는것이다.현대인에게조선은미지의세계다.비록그과거의전통이나관습이조금씩남아있고그에대한지식을조금씩이라도가지고있지만,그래도현대인에겐조선이낯설고막막한미지의세계다.조선시대의역사와문화와삶을담은저서를읽어내는일또한미지의세계를방문하는것처럼낯설고막막한일일수있다.이책은조선명저의세계를여행하는독자들을위한가이드북이다.조선을빛낸16종의명저들을정치,역사,기행,실학,의학등5개분야로나눠소개하면서탄생과정을서술하였고,내용의핵심을요약하였으며,그중에재미있는부분들을골라내어소개하고해석하였다.또한명저가당대에어떤의미를갖는책이었는지,현실성과합리성은겸비한것인지등을통해냉정한평을담았다.명저의탄생에영향을끼친다른저서와저자,그리고같은분야의또다른명저들을함께소개하는작업도병행하였다.
올바른목민관으로사는법,정약용의《목민심서》
정약용이주어라면《목민심서》는항상술어처럼따라다닌다.그만큼《목민심서》는다산의대표작으로인식되어있다.정약용은책의제목에대해서목민牧民이란곧치민治民,즉‘백성을다스리는것’을의미하고‘심서心書’란‘마음속으로생각하고있는것을담은글’이라고밝히고있다.따라서《목민심서》는목민관,즉‘지방의관리가지켜야할지침서’정도로이해하면될것이다.그렇다면목민관은어떻게해야향관과아전을제대로부리며고을을다스릴수있을까?다산은목민관이관아의수하들을제대로다스리려면발령받는그순간부터절대로향리의농간에말려들어서는안된다고서술한다.부임행차부터조심해야한다.
행차는반드시일찍출발하고저녁에는반드시일찍쉬도록한다.동이틀때말에오르고해가지기전에말에서내려야한다.…말은달리지말아야한다.말을달리면수령의성질이경박하고조급하게보인다.작은길이구불구불한곳에서는돌아보지말아야한다.돌아보면말을탄아전들이비록진흙이라도말에서내려야하니또한생각해주어야한다.돌아보지않을뿐아니라형세에따라서는아예외면하여그들이몸을자유롭게움직일수있도록해야한다.
이것은단순히아랫사람들에대한배려일뿐아니라목민관자신의위신을세우고스스로를지키는일이다.그리고부임하면그날바로좌수와관속들이찾아와배알하는데,그우두머리인좌수를불러앉혀놓고이렇게말한다.
“급하지않은공사는출관까지3일정도기다리되,만일시급한공사가있으면비록오늘이나내일이라도구애받지말고아뢰어도좋다.”
그리고관청이화려해도좋다는말도하지말고,청사가퇴락해도누추하다는말을하지말아야한다.이것은속내를드러내지않으려는일종의기싸움이다.좌수와관속들은한동안목민관을관찰하고성품과행동방식,좋아하는것과싫어하는것을파악하는시간을갖는다.이기간은길어야한달인데,그안에그들에게얕보이면끝장이라는것이다.그들에게얕보이지않기위해서는합리적이고관례에맞는원칙을정해놓고철저하게지켜야만한다.우선일을시작하는시간은동트는것과같이하고,퇴청하는시간은이경,즉밤9시로정한다.이를지키기위해서는목민관자신이항상새벽에일어나세수하고옷을단정히입고띠를두른다음묵연히앉아정신을수양하며그날할일을정해둬야한다.그리고시중드는관노가업무를시작할시간이됐다고알리면바로시작해야한다.하지만당시목민관들치고이런원칙을세워지키는자는드물었던모양이다.다산이그현실을개탄하는소리가이렇다.
“매양보면수령들이기거하는것에절도가없어서해가세발이나떠오르도록깊이잠들어있고,이속이나장교등여러일을맡은자들이문밖에모여서느릅나무나버드나무그늘아래서성거리고있으며,송사하러온백성들이무작정머물러서드디어하루품을버리게된다.온갖사무가지체되며만사가엉망이되니매우옳지않은일이다.”
인간에대한연민이녹아든이익의《성호사설》
《성호사설》은조선실학의중조中祖라고할수있는성호이익이남긴책으로그의나이30대말부터여든살에이르기까지의짧은기록들을모아엮은책이다.비록‘자잘하고사소한것들’이라는뜻의‘사설僿設’이라는제목을달고있지만,결코가볍고보잘것없는내용은아니다.《성호사설》은당대의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지리,인물,풍속,과학을망라한이익의탁견을여지없이드러낸명작이다.그중인사문‘노비’편과‘개자?者’편은학문하는자라면모름지기사람에대한연민이있어야한다는생각을갖게한다.어느날이익은그의땅을돌보던외거노비한사람이죽었다는소식을들었다.이익은간단히제사음식을챙겨들고,노비의묘에가서제사를지내주며이런제문을읊는다.
모년모월모일초야에묻혀사는성호가옛종아무개의무덤에제사하노라.아,나라의풍속에종과주인의관계를임금과신하에비교하였다.임금이어질면신하가반드시은혜를갚는것은당연하지만,주인이박대하면서종에게충성을바라는것이어찌이치이겠는가?너는평생부지런히윗사람을받들었으니,내사실네덕을많이보았다.그런데어찌차마너를잊겠는가?너의자식이불초하기에내일찍훈계한적이있는데,과연파산하여살곳을잃고떠나버렸다.네가죽어무덤에풀이우거졌는데도벌초하기를생각하는자가없구나.살아서고생이심했는데,죽어귀신이되어서도늘굶주리니,어찌슬프지않으랴?
이익은종에게제사지내주는것을남들이알면자신을비웃을것이라고하면서도남의시선에개의치않고이일을행하였다.무슨일을하나해도체면만중시하던그시절에이렇듯인간의근원적인의리를지키고정을베푸는이익의모습은학문을하는선비의용기가무엇인지보여준다.이익의노비에대한연민은여기서그치지않는다.‘금민매노禁民賣奴’,즉‘백성에게노비의매매를금함’이라는글에서는노비법을개혁할수없다면노비의매매를금지시켜야한다고주장했다.노비를소나말처럼매매하며함부로그들의목숨을끊는것은천리를어기고인륜을저버리는일이라고도했다.이익은노비매매가금지되면노비가없는사람은부득이자기힘으로농사를지을것이고,노비가많은집에서는노비가여가를누릴수도있을것이라고주장했다.이익의노비관은《반계수록》을쓴유형원의영향을많이받은것으로보인다.《성호사설》곳곳에《반계수록》에대한언급이있고,《반계수록》에서노비세습제를천하의악법중의악법이라고했는데,이익이반계의말을고스란히인용하고있는까닭이다.
체질의학의초석이된이제마의《동의수세보원》
동무이제마의《동의수세보원》은사람들이잘알지못하는조선의의학명저다.《동의수세보원》의‘동의東醫’는중국의학이아닌조선의의학을의미하고‘수세壽世’는사람의수명을연장시킨다는뜻이며,‘보원保元’은세상모든것의중심인도를보전한다는뜻이다.이책에서이제마는사람의체질을소양,태양,소음,태음으로나누고,타고난체질에따라치료법을달리해야한다고주장했다.그의주장에따르면사람은양인과음인으로나눌수있고,양인은다시소양인과태양인,음인은소음인과태음인으로구분할수있다고한다.《동의수세보원》에따르면사상중소양인은비대신소脾大腎小,즉비장은강하고신장은약한체질이고,태양인은폐대간소,즉폐는강하고간은약한체질이라고한다.또소음인은비소신대,즉비장은약하고신장은강한체질이고,태음인은간대폐소,즉간은강하고폐는약한체질이라고한다.따라서소양인은위장과비장이좋아소화기관이발달하여활동적인기질을가졌으나신장이약해생식기능이약하고참을성이부족하기십상이고,태양인은폐가발달하여공명정대한기질을가졌으나간이약하여화를잘참지못한다는것이다.또소음인은비위가약하여활동성이부족하고배가자주아파내성적인성질을가지는반면신장이발달하여생식기능이좋고인내력이강한체질이며,태음인은간이발달하여화를잘삭이고함부로남에게성질을드러내지않는반면폐가약하여활동성이부족하고맺고끊을줄몰라우유부단한성정을가진체질이라는것이다.
이제마는각체질마다심장을제외한나머지네개의장기중에서강한장기하나와약한장기하나씩을부여하는방법으로체질을나눴다.이를테면소양인은비장은강한데신장은약하는식으로설정한것이다.이렇게하다보니결국문제점이생겼다.그렇다면심장은모든체질에어떻게작용하는가?심장이약한사람과강한사람이있는데,이는체질과어떤연관이있는가?이런의문이생길수밖에없게된것이다.또소양인은비장은강하고신장은약한데,소양인의간장과폐장은어떻단말인가?이제마는이문제들에대한해결점을마련하지못하고죽었다.하지만이제마이후로한의사들의체질의학에대한연구가꾸준히이뤄졌고,사상의학의체계도매우견고하게되었다.덕분에오늘날체질의학은한의학의새로운조류가되었다.이는이제마의《동의수세보원》이아니었다면불가능했을것이다.
조선의명저들이란어린시절높은대문집과같은것인지도모른다.대문과문패는익숙한데,선뜻안으로들어가기에는너무위압적인집.하지만그집대문을열어젖히는순간,위압은사라지고친숙함과경이로움이함께찾아들것이다.결국독서라는행위도새로운길을찾아가는일이다.낯선길일수록귀한친구를만나는법이다.조선의명저를읽는일도낯선길로들어서는일이다.독자들의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