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말은 끝나도 뜻은 미처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말은 끝나도 뜻은 미처 끝나지 않는다)

$15.13
Description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전하는 빛나는 사유의 정수!
고전부터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삶과 공부, 차 문화, 꽃과 새 등 한문학 문헌들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고전학자 정민 교수의 지난 10여 년간의 삶과 연구를 정리하는 산문집 「정민 산문집」 제2권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만 서른이라는 나이에 교수로 임용된 이후부터 이순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까지 30여 년간 학문의 길을 걷는 동안 삶의 길잡이가 되어준 사람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무수한 시절이 빚어낸 삶의 여러 단면들을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이 책은 대상을 섬세하게 파헤치면서도 간결한 통찰이 돋보인다. 글은 성격에 따라 크게 2부로 나눴다. 제1부 ‘표정 있는 사람’에서는 교훈이 되는 옛사람의 말씀부터 삶의 경계로 삼을 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덕무, 박제가, 유만주 등 학자들의 질박하고 꾸밈없는 삶, 저자가 한문학자의 길을 걸으며 만난 스승 이기석, 김도련과의 일화, 정병례, 정해창, 백범영 등 작가들의 조용히 음미하고픈, 향기 나는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저자

정민

충북영동출생.한양대국문과를졸업하고모교국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18세기조선지식인의지식경영에서한국학속의그림까지고전과관련된전방위적분야를탐사하고있다.
그동안연암박지원의산문을꼼꼼히읽어《비슷한것은가짜다》와《고전문장론과연암박지원》을펴냈다.18세기지식인에관한연구로는《열여덟살이덕무》《잊혀진실학자이덕리와동다기》《18세기조선지식인의발견》과《다산선생지식경영법》《다산의제자교육법》《다산증언첩》《18세기한중지식인의문예공화국》《미쳐야미친다》《삶을바꾼만남》등이있다.또청언소품(淸言小品)에관심을가져《일침》《조심》《옛사람이건넨네글자》《석복》《마음을비우는지혜》《내가사랑하는삶》《한서이불과논어병풍》《돌위에새긴생각》《다산어록청상》《성대중처세어록》《죽비소리》등을펴냈다.
이밖에옛글속선인들의내면을그린《책읽는소리》《스승의옥편》등의수필집과한시속신선세계의환상을분석한《초월의상상》,문학과회화속에표상된새의의미를찾은《한시속의새,그림속의새》,조선후기차문화의모든것을담아낸《새로쓰는조선의차문화》등을썼다.아울러한시의아름다움을탐구한《한시미학산책》과《우리한시삼백수》,사계절에담긴한시의시정을정리한《꽃들의웃음판》,어린이들을위한한시입문서《정민선생님이들려주는한시이야기》도펴냈다.

목차

서문

제1부표정있는사람

1장그늘의풍경
세상의마음을사랑한사람_이덕무
조선최고의벼루장인_정철조
별처럼쓸쓸합니다_박제가가귀양간벗에게보낸편지
부끄러운전별선물_장혼의표주박
아버지의슬픈당부_백광훈이아들에게보낸사연
깊은슬픔_유만주의일기장
희미한꿈의그림자_장조의청언소품집
하버드옌칭도서관에서만난18세기한중지식인의문예공화국_후지쓰카지카시와의조우
눈보라속을뚜벅뚜벅걸어간사람_백범김구선생

2장인생의여운
낡은옥편의체취_이기석선생님
만냥짜리《논어》_김도련선생님
선지식의일할_표구장이효우론
어디론가떠나고싶었던오토바이_이승훈론
부드럽고나직한음성_박목월선생의산문세계
한국수필의새기축_피천득과윤오영
우리문학에서거둔빛저운수확_윤오영론
돌처럼굳세게,칼처럼날카롭게_고암정병례의‘삶,아름다운얼굴’전에부쳐
천진과흥취_문봉선화백의매화전에부쳐
불변과지고의세계회사후소_구자현의금지화
난향과차향_고산김정호의서화
불쑥솟은어깨뼈_필장정해창선생에게바치는헌사
야성을깨우는소리송뢰성_백범영의‘소나무그림’전에부쳐

제2부향기나는책

1장책의행간과이면
절망속에빛난희망_《어느시골신부의일기》
동심의결로돌아가다_《이상한아빠》
양반문화의이면_《나의양반문화탐방기》
유배지의시선,절망을넘어서는방법_《야생초편지》
무슨잔말이있겠는가!_《산거일기》
저녁연기가득한대숲집_《보길도에서온편지》
광기에서탄생한위대한예술혼_《천재와광기》
신선,닫힌세계속의열린꿈_《불사의신화와사상》
조용하긴뭐가조용하단말인가_《조선의뒷골목풍경》
파편의시대에꿈꾸는천년왕국의신화_《신라인의마음으로삼국유사를읽는다》
해삼의눈을통해보는태평양문명교류사_《해삼의눈》
열개벼루밑창내고천자루붓이모지라졌다_《완당평전》
역사속에지워진한무장의비장한생애_《백제장군흑치상지평전》
깊고푸른절망의그늘_《현산어보를찾아서》

2장고전이고전인이유
일기를쓰는까닭_《석담일기》
영원히늙지않는도시베이징_《베이징이야기》
울지않는큰울음_《라오찬여행기》
인생의의미를찾아떠나는여행_《금오신화》
삶을관통하는프리즘_《어우야담》
18세기의한표정_《청장관전서》
인간학의보물창고_《사기》
과거와미래의대화_《자치통감》
치열한순간들의기록_《난중일기》
다시부는‘완당바람’_《국역완당전집》
마음이맑아지는향기로운글_《도연초》
연암앞에조금은떳떳해졌다_《열하일기》

부록_수상소감문
제4회우호인문학상
제12회지훈국학상
제40회월봉저작상

출판사 서평

정민교수의표정있는사람,향기나는책에관하여
펼쳐들면행간사이로솔바람이불고마음이맑아지는정민산문집2탄

‘정민산문집’1권《체수유병집-글밭의이삭줍기》에이은두번째책.정민교수가30여년간학문의길을걷는동안삶의길잡이가되어준사람과책에대한이야기를담았다.만서른이라는나이에교수로임용된이후부터이순의문턱에들어선지금까지마주한잊고싶지않은,잊어서는안될순간들의기록.이덕무ㆍ박제가ㆍ유만주등학자들의질박하고꾸밈없는삶,정민교수가한문학자의길을걸으며만난스승이기석ㆍ김도련선생님과의일화,엄정하고치밀한기록정신을보여주는율곡이이의《석담일기》,시련과역경속에서도자기만의꽃을피워낸황대권의《야생초편지》까지.때론학자이자스승으로서,때론제자이자아버지로서의따뜻한시선과,살아영동하는특유의필치가녹아든정민산문의정수!나른하던일상에생기가차오르고마음이맑아지는,조용히밑줄그어가며음미하고픈정채로운글모음.

정민교수의표정있는사람,향기나는책에관하여

“사람의만남은평생의연속이며
책속의짧은일별(一瞥)은오랜여운을남긴다”

‘다함이없는보물’같은한문학문헌들에담긴전통의가치를현대의언어로되살려온고전학자정민교수.방대한자료를분류해난해와고리함을지워내고다양한주제로변주하여대중과소통해온우리시대대표인문학자이다.고전부터조선시대실학자들의삶과공부ㆍ차문화ㆍ꽃과새등다양하고흥미로운연구,멋과여운이있는글쓰기로정평이나있는그가그동안의연구와삶을정리하는산문집을선보인다.앞서출간한‘정민산문집’1권《체수유병집-글밭의이삭줍기》에이은두번째책《사람을읽고책과만나다》이다.
이책은정민교수가30여년간학문의길을걷는동안,삶의길잡이가되어준사람과책에대한이야기를엮은것이다.만서른이라는나이에교수로임용된이후부터이순의문턱에들어선지금까지마주한잊고싶지않은,잊어서는안될순간들을기록했다.그곳에는옛사람과나눈대화도있고,지금은곁을떠난스승이나선학도있다.가깝게지내는예술가들의작품세계도있고,삶의방향을바꿔준책,통쾌한즐거움을선사하는이야기도있다.
‘사람을읽고책과만나다’라는제목을붙인이유도여기에있다.“사람이라는텍스트를읽고분석했다는의미와책과의만남이준감동을간직하려는뜻”으로,저자는‘표정있는사람’,‘향기나는책’으로설명하고있다.표정이아름답다는것은살아온삶이아름답다는말이고,책이향기롭다는것은세심하게음미해야하는차와같다는의미다.때론학자이자스승으로서,때론제자이자아버지로서의따뜻한시선과,살아영동하는정민교수특유의필치가녹아든산문의정수를잘보여준다.이책을통해수많은사람들과수없는이야기가만들어낸정채로운사유를오롯이만날수있을것이다.

조용히밑줄그어가며음미하고픈글,
펼쳐들면행간사이로솔바람이불고마음이맑아지는
정민산문집

이책은대상을섬세하게파헤치면서도간결한통찰이돋보인다.무수한시절이빚어낸삶의여러단면들을다채롭고입체적으로그리고있다.
글은성격에따라크게2부로나눴다.제1부‘표정있는사람’에서는교훈이되는옛사람의말씀부터삶의경계로삼을만한이야기들을담았다.이덕무ㆍ박제가ㆍ유만주등학자들의질박하고꾸밈없는삶,정민교수가한문학자의길을걸으며만난스승이기석ㆍ김도련선생님과의일화,정병례ㆍ정해창ㆍ백범영등작가들의웅혼한작품세계를들여다본다.

그는늘진정(眞情)의시를꿈꿨다.못물에넣으면제멋대로돌아다니는고철(古鐵)이나,성난듯흙을뚫고쑥쑥솟는봄날죽순같은시를쓰고싶어했다.매끈한돌위에바른먹물이나,물위에동동뜬기름처럼겉돌고따로노는거짓시를못견뎌했다.나는지금사람이니지금것을좋아하는게당연하다며옛것추수(追隨)하기를거부했다.
그는너무가난했다.늘춥고항상굶주렸다.겨울에냉방에서꽁꽁얼며공부하다가손가락이얼어밤톨만큼부어올라도책을빌려베껴쓰기를멈추지않았다.미쳐발광할것같을때는《논어》를소리내서읽으며견뎌냈다.자기그림자를밟지않으려고햇빛을마주보며걸어갔던사람,그의시는그래서뼛속까지맑다.
_‘세상의마음을사랑한사람,이덕무’중에서

이듬해만서른에운좋게모교의전임교수가되었다.동료교수래야모두층층시하엄한스승들뿐이었다.이리저리치여마음고생이컸다.몸도많이아팠다.체중이무섭게줄었다.거울을보면두눈이우멍했다.답답함을속으로만삭이다보니기운이억색되는증세가생겼다.갑갑증이나서정못견딜지경이되면무작정경기도포천에있는선생님산소로달려갔다.무덤속에누워계신선생님과한참혼잣말을주고받았다.그러면속이좀달래졌다.해가바뀌면거길한번다녀와야새기운을받는기분이들었다.
“정군!”하며부르시던그어진음성이참그립다.30년의세월이지나는사이,내사전두권도어느덧낡아누더기가되었다.이제는선생님의낡은옥편곁에소임을마친내옥편두권이나란히누워있다.
“선생님!이게무슨뜻인가요?”
“사전을찾아봐.거기에다있어.지금찾아봐.당장찾아봐.그것봐.거기있잖아!”
제노력으로여기까지왔다고생각했는데,문득돌아보니선생님이늘내곁에계셨다.사전을뒤적이다말고나는문득문득선생님생각에잠기곤한다.
_‘낡은옥편의체취,이기석선생님’중에서

제2부‘향기나는책’에서는정민교수에게깊은통찰과여운을남긴책에대해다룬다.엄정하고치밀한기록정신과마주하게해주는율곡이이의《석담일기》,반세기도더지난옛베이징의풍경을담은린위탕의《베이징이야기》,시련과역경속에서도자기만의꽃을피워낸황대권의《야생초편지》까지.책의행간과그이면의이야기들,염량의세태에서조용히음미하고픈향기나는글모음이다.

베이징의사계는소리속에오고간다.자장가같은야경꾼의딱따기소리.동네에이발사가왔음을알리는대형소리굽쇠의진동음.쏸메이탕장수가두드려대는놋쇠쟁반소리.밤11시경사람들의표정을환하게해주는탕위안장수의도자기두드리는소리.봄이면복사꽃가지를꺾어인력거를타고‘꽃사세요’를외치는매화성.물론지금은들을수없는1940년대이전추억속의소리다.
1956년한프랑스작가가국제회의참석차베이징의한호텔에묵었다.새벽1시,난데없는확성기소리와징소리에놀라잠을깼다.베이징주민들이참새쫓는소리였다.알아보니며칠이고잠을못자게하면참새가놀라고스트레스를받은끝에죽어멸종할것이라는생각에서였다나.
이책은린위탕특유의재치있는글맛과동서고금을자재로이넘나드는해박함이잘어우러져있다.서양사람이쓴베이징관련기록은물론,중국역대전적을섭렵한위에,과거와현재베이징의풍광들이그의섬세한손끝에서마치누에가실을잣듯꼬물꼬물풀어져나와문맥속에녹아든다.
_‘영원히늙지않는도시베이징,《베이징이야기》’중에서

유학생이었던그는학원간첩단사건으로무기징역을선고받는다.혹독한고문끝에감옥에간서른살의젊은이는마흔네살의중년으로출소한다.그러고는국가기관의조작극이었다고,대단히미안하게됐다는한마디를들었다.없던일로하자고한다.무슨기막힌장난인가?
무신란으로촉망받던장래가한순간에짓밟힌후다시는안나오겠다며청학동을찾아들던고려때이인로의심정이그랬을까?물고기비늘을세며시간을죽이던정약전의심정이그랬을까?글쓴이는예상과는달리전혀담담하다는투다.오히려감옥에서야생초와만나게되어고맙다고한다.그편안함에읽는이가외려불편하다.공연히미안해어쩔줄모르겠는데,그는팔자좋게야생초이야기만한다.절망을감내하는태도에서우리는그사람의그릇을본다.천연두로자식여럿을죽인정약용이《마과회통》을지어치료법을책으로정리했듯이,그들은어떤시련과역경속에서도자기의꽃을피워낸다.뽑아도돋아나는야생초같이.
_‘유배지의시선,절망을넘어서는방법《야생초편지》’중에서

마지막부록으로정민교수의수상소감문을실었다.수십권의저작을남기며학자로서큰획을그은그의공부이야기,수많은저작들의탄생비화가흥미진진하게펼쳐진다.

***
사람의평생은만남의연속이다.좋은만남은나를들어올려주고,이전의삶과구획지어준다.몇백년전의고인이현재의내삶에간섭하고,나를변화시킨다.이책의짧은일별로나른하던일상에생기가차오르고마음이맑아지는,풍성한경험을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