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없이살아가는‘둥근돌’에대한
‘모난돌’의딴지걸기
《금강경》의핵심은‘비非’자에들어있다.붓다께서는평생우리가아무런의심없이굳게믿고있는모든것들이,사실은‘그게아님(非)’을깨닫도록길을안내하셨고,그가르침이가장두드러지게요약된경전이바로《금강경》이다.나와세상,중생,진리,보살등모든개념을‘비’자하나로부정하고,어떠한관념[상相]에도머물지말라고가르친다.그러나붓다는모든‘상’을부정하라고하면서도,왜이《금강경》을읽고외우면그복덕이무한히크다고하시며,‘복덕’이라는상은부정하지않으신것일까.
스스로‘모난돌’이라고자처하는다큐멘터리PD출신의저자가《금강경》을접하며느꼈던갑갑함을풀고자,8년여동안《금강경》에관한기존의모든상식과믿음을의심하고추적하여그실체를밝혀낸다.암호를풀듯,2천년간덧칠해진군더더기를하나하나걷어내고붓다그대로의진실한《금강경》을제시한다.기존의해설서들에서는보기힘들었던경쾌한논리와진솔한말투,발랄하고유쾌한해설을통해불교초심자도쉽고재미있게《금강경》의진수를맛볼수있다.
다큐멘터리처럼파헤치는금강경의진실
《금강경》의진정한가르침은무엇일까.저자는수보리의첫질문,‘깨달음을얻기위해서는어떻게마음을다스려야하는가’에대한붓다의대답이바로《금강경》의핵심이고,붓다의본뜻이라는가정에서탐구를시작한다.이물음과관계없는내용,즉공덕이나복에관한내용등은모두후대에끼워넣고덧붙인‘잡초’일뿐이므로,모두제거하고붓다그대로의《금강경》을밝혀내는것이이‘다큐멘터리’의주제이다.저자가파악한‘잡초’중대표적인것은《금강경》전체분량의반이상을차지하고있는유통분이다.저자는붓다의본뜻을가리고있는유통분을제거하고《금강경》의주제에올곧이집중해야한다고강조한다.
‘유통분’이란,말그대로이경전을‘널리퍼뜨려많은사람이받아지니고읽고외우도록’하기위해편찬자가추가한부분입니다.유통분의내용은‘이경전을읽으면이러저러한복福과공덕功德을쌓게되니,모두잘지니고부지런히읽고외우라’는권유가대부분입니다.‘만약이경의내용을믿지않거나,이경을훼손하면무시무시한벌을받고,지옥에떨어지게된다’라는일종의협박도간혹눈에띕니다._p.156
불교란‘깨달음을얻는가르침’입니다.위첫질문에서보셨듯이이후로도수보리는‘깨달음’과관계없는어떤질문도하지않습니다.다시말해《금강경》은혹시나여러분이기대하셨을지도모를소원성취,무병장수,사업번창,복받기,운수대통,업장소멸같은것을묻고답하는내용이결코아닙니다._p.128
저자는내용뿐아니라우리가즐겨읽는《금강경》의판본에대해서도날카로운검증을시도한다.소명태자가32분으로나눈내용을담고있는시중의《금강경》들은,세계적으로가장정확하다고정평이나있는해인사의팔만대장경판본이나일본의대정신수대장경본에도없는‘사이비’《금강경》이라고비판한다.
우리가‘수지독송’하는《금강경》은대부분32단락으로나뉘어단락마다제목이붙어있습니다.마치본디그런것이라도되는양말입니다.그런데인도말《금강경》에도,구마라집본《금강경》에도,고려국대장도감판본《금강경》에도그런것은찾아볼수없습니다.누군가가중간에슬쩍‘끼워넣은’것입니다.그러고는우리모두그게없으면진짜《금강경》이아닌것처럼당연한것으로받아들이고,지니고읽고외우고해설하고있습니다._p.102
공덕과기복을조장하는유통분과,불필요한분절로맥락을끊고이해를방해하는소명태자의32분등후대에덧붙여진군더더기를과감히제거하고,《금강경》의주제인‘반야지般若智’에집중하여붓다본래의뜻을읽어낼수있도록바른길을안내한다.
드라마대본같은신선한접근
《금강경》은《반야심경》과함께우리나라불자들이가장좋아하는경전이고,다른어떠한경전보다많은해설서가출간되어있지만,여전히어렵게느껴지는이유는무엇일까.《금강경》에대한이해를가로막고있는가장중요한요인은,그자체의심오한사상보다는한자어에대한불완전하고불친절한번역문제라고저자는진단한다.
《금강경》이우리에게어렵게느껴지는이유중하나는,《금강경》을쉽게풀어준다고해놓고본문보다더어려운한자말이나불교전문용어로설명함으로써자기가쌓아온지식뽐내기에열중하는,몇몇‘가방끈긴’분들의거드름과불친절때문일것입니다._p.24
가령,붓다께선이렇게말씀하셨을겁니다.
“컵이떨어지면깨진다.”
이말을우리는다음과같이번역하고있습니다.
“물을담는용기容器가추락墜落하면파괴破壞된다.”_p.183
모든불교경전이그렇듯《금강경》도붓다의말씀이다.그렇다면《금강경》이해의첫걸음은인간붓다,가우따마싯다르타의삶과수행,깨달음과교화의말씀에대한기록에서시작되어야한다.저자는이러한관점에서수천년간발전한다양한불교학파의난해한교리를들먹이며《금강경》의문구하나하나를해설하는일을배제하고,오직붓다의가르침으로되돌아가,그분의말씀을통하여《금강경》의본뜻을이해하려한다.
《금강경》을바르게이해하기위해선《금강경》에등장하는인물과장소,시대배경등에대한사실적접근이필요함에도,거의모든해설서가이점을소홀히하고있습니다.게다가가우따마싯다르타에대해선마치동화속의인물처럼그리거나,부풀리기와보탬이매우심합니다.
이책은믿을만한기록과상식적추리를통해,더하고덜함이없이오직‘사실’을전할뿐입니다.이것이《금강경》을바르게아는지름길입니다._p.28
이러한기획의도를효과적으로수행하기위해,책의도입부에‘나오는사람들’코너를만들어,가우따마싯다르타,구마라집,현장,소명태자등을드라마캐릭터처럼입체적으로분석하고,실감나는대사와생동감있는현장묘사등드라마각본같은구성으로색다른《금강경》을보여준다.
지혜마저잘라내는‘卽非’의가르침
《금강경》은‘그게아니고(非)…’라는독특한화법으로일체의망념을제거하도록가르친다.
“세계는세계가아니고다만세계라이름할뿐이다(世界非世界是名世界).”
“‘내가있다’는것은‘내가있다’는것이아닌데,모든사람이‘내가있다’고여긴다(有我者則非有我而凡夫之人以爲有我).”
《금강경》의핵심은‘나’와‘세계’의모든존재에대한고정관념과그관념에대한집착을깨부수고,있는그대로를꿰뚫어보라는가르침이다.모든현상은잠시도머물지않고생멸변화하며,모든존재는이렇다할실체를가지지않고상호의존하고있으니,다만현재그렇게보일뿐,진정‘그것’이라할만한것은없다는말이다.이러한무상·무아의진리를철저히보고모든집착을없애버리는(非)는지혜가반야바라밀이다.그런데《금강경》은이반야바라밀마저‘아닐비非’자로부정해버린다.
“반야바라밀이란곧반야바라밀이아니다(般若波羅蜜則非般若波羅蜜).”
그렇다면《금강경》은완전한지혜인반야바라밀마저도부정하면서,도대체다른어떤진리를가르치려는것일까.저자는이경전의원제인‘금강반야바라밀(와즈라체디까쁘라즈냐빠라미따Vajracchedik?Prajn?p?ramita)’이라는말에서해답을찾는다.‘금강’으로번역한‘와즈라체디까’는‘벼락으로~을자르다’라는뜻이므로,경의제목은‘벼락으로반야바라밀을잘라낸다’라는의미로보아야한다고설명한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이의미하는바는,한마디로“우리의마음깊숙이자리잡고있는‘반야바라밀’이라는집착마저도벼락으로잘라버리라”는가르침입니다.《금강경》이위대할수있는까닭은,오랜세월붓다께서제자들에게‘반야’의중요함을강조하시다보니모두의머릿속에‘반야바라밀’을이루겠다는‘에고ego’가꽉차있을것을염려한나머지,마지막으로‘반야바라밀이라는생각마저끊고버리고잊으라’라고가르치는경전이기때문입니다._p.224
선가에서흔히이야기하는‘부처를만나면부처를죽이고,조사를만나면조사를죽여라’라는말도같은취지일것이다.‘진리’나‘깨달음’을얻겠다는집착과욕심이있는한,그자체가커다란덫이되어자유로운정신을옭아맬것이기때문이다.《금강경》은이처럼‘非’자를들고‘최고의지혜’라는관념마저부정하는큰지혜를가르치는붓다의위대한말씀이다.
비판적시각의‘모난돌’을자처하는저자도‘非’자를들고,우리가태산처럼받들어온《금강경》의내용중의심하고부정해야할군더더기들을파격적으로잘라내고,‘반야바라밀’로여겨지고믿어진이른바‘반야바라밀’을깨고나와,더큰반야바라밀을향해나아갈길을모색한다.
고답적인학술용어와난해한불교교리의홍수속에서길을잃고난감해했던독자들에게,이책은한편의다큐-드라마를감상하듯재미있게《금강경》의정수를맛보도록도와주는통쾌한안내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