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 씨 (복희 씨와 헤어질 때 절대 울지 말아야지)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 씨 (복희 씨와 헤어질 때 절대 울지 말아야지)

$13.80
Description
"섬에 사는 엄마를 만났다, 십 년 만에”
다랑쉬오름, 비자림, 월정리 바다, 가파도…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을 함께한 사십 일간의 제주 살이
돈 쓰면 큰일 날 것처럼 굴고, 앞뒤가 맞지 않는 혼잣말을 노래하듯 흥얼거리는 엄마. 어느덧 노년에 접어들었지만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의지나 자식에 대한 진심은 결코 약해지지 않은 엄마, 복희 씨. 제주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만, 이 책은 제주에 사는 복희 씨를 통해 우리 엄마, 우리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보면 엄마, 할머니에 대해 지녀온 그리움이나 미안함, 애잔함 등의 감정이 생생하고 풍부하게 되살아난다.
소설가인 김비의 글에는 제주의 따스한 햇볕과 시원하고도 서늘한 바람, 으스스한 추위까지 스미어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오감으로 느끼는 듯하다. 거기에 수채화로 표현한 박조건형 작가의 제주 풍경이 더해져 여행의 깊이가 더욱 깊어진다.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파란 바다와 탁 트인 오름, 만만치 않지만 훈훈함이 묻어나는 한라산 등반길 등의 풍경은 이들 셋과 함께 제주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이들 셋의 제주 살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 자신의 제주 여행의 추억, 엄마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게 한다. 인간다움이 듬뿍 느껴지는 표현으로 인해 복잡다단하고 사소하지만은 않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드로잉 에세이이다.
저자

김비

소설가.제주에서엄마와같이살고싶었지만,엄마를버리고도망쳐나와야했던비겁한둘째.

목차

프롤로그숨어있는시간을들춰보는일

하나.제주에
신랑은저공비행중
너울을타며먹는라면한그릇

둘.만남은
호텔도아니고,리조트도아니고,촌집에산다는것
푸르고푸른바다앞에서
숙제하듯살더라도,살아요
기다림과믿음의시간
“이천오백원가격표국,잘먹었습니다”
세상에서제일작은옥상위,책한권,커피한잔,보일락말락바다

셋.오일장으로
자식새끼가아니라물고기밥을위하여
“여기봐라,신기한것많제?”
“파전에오징어가차암많이도들었다!”

넷.가파도에서
섬에서섬으로가는일
완만한경사를올라가다뒤를돌아보면
“손가락을대지도않았는데눌러지냐?”

다섯.복희씨의정원에는
제주에사는바람,바람과사람
당신의마당속,당신의마음속꽃구경
복희씨를위해,징그럽도록천년의사랑을

여섯.사랑이더라
푸른바다를보고마음이후련해지지않더라도
폭우가쏟아지는날에는밑도끝도없는웃긴짓

일곱.다랑쉬오름에서
달이누운언덕,다랑쉬오름
가보지않은길은아주가까이에
시간의굼부리를돌아서내려가면

여덟.마음들
감사하다고말하지않고감사를전하는방법
어버이날에는매생이칼국수와구좌상회를
연결되고,이어지고,다시연결된마음들

아홉.가시리마을이라면
퐁낭이지킨마을,가시리마을
“우리앞에열린길,걸으면됩니다”
숨은그림을찾듯길을찾는재미

열.돌아오지않는산책
돌아오지않는산책
‘제주’라는지옥
“비밀번호를알려주시겠습니까?”
차마하지못한이야기
손을잡아도되고,잡지않아도되고

열하나.그래도비자림
서로의허리를끌어안고자란나무둘
업히지않아도괜찮은등짝
예상하지도,기대하지도못한시간앞에서는법

열둘.한동리마을에서
보호받고보호하는존재들
모호하고흐릿한그림이전하는부탁

열셋.보말의맛
지금거리는지금지금
된장국에도,파전에도넣었지만

열넷.한라산을알고있습니까?
더늙으면정말못갈거같아서
복희씨는처음들어본말“정말장하십니다”
“가보는데까지가봐,가보는데까지”
“아이고,진달래없는진달래밭차암예쁘다”
불운은항상예상치못한곳에서
주저앉아버린모두를위하여
우리는모르던한라산의불운

열다섯.동광리그리고의귀리마을에서
한발짝도걷지않는여행
하얀메밀꽃과나란히앉아
어쩌면걷지않아도,멀리나아가지않더라도

열여섯.울지않고헤어지기
활짝핀당아욱꽃앞에서,가족사진
제주바다에,이제야발을담갔다
우리여행의이름은

에필로그저공비행중이지만

출판사 서평

“함께하는것이쉽지않지만혼자살아갈수는없기에”
존중와예의를놓지않는세사람의제주살이
아무리사랑하는사람이라해도나아닌다른존재와함께지내기는쉽지않다.잠깐의여행이아닌,한달이넘는‘살이’라면더욱그렇다.함께해서기쁘지만함께라서피곤해지기도한다.그러다보면정말사랑하고소중한사람에게여과없이불쾌한감정을툭툭내뱉기십상이다.
이책에서소설가김비가사랑하는엄마‘복희씨’와소중한남편이자이책의그림작가‘박조건형’과제주에서함께한‘살이’역시그렇다.서로다른개성의세사람이사십일간부대껴함께생활하고여행하는시간이마냥좋기만은어렵다.불편하고답답하며맘에안드는것이한둘이아니다.하지만이들은끝까지서로에대한존중과배려를놓지않는다.불쑥튀어나오려던가시돋친말을꾹삼키고,상대방을재촉하지않고기다려주며,조심스럽게상대의마음을한번더생각한다.천천히이해해간다.
그래서이책은그들간의다툼이나갈등을관람하기보다사람이사람에게어떻게대해야하는지,예의와태도를다시금생각해보게한다.단순히‘우왕좌왕여행기’정도의경험만전하는것이상으로,따스한뒷맛을남긴다.

새로운집에사는일은,온전히건물한채만의문제가아니다.새로운공간에서새로운일상을시작하는일은결코이전과같을수없다.평온이란고요가아니며,평범이란나혼자만의힘으로이룰수있는것이아님을우린멀리떠나와서야깨우친다.
_24쪽

복희씨가부끄럽기도했고,힘들게얻은사위대접이이정도인것도미안했다.가난한것들이라서고작이것밖에안되는여행을한다는생각에숨이턱턱막혔지만,새카만바다뿐인해안도로에들어서며머릿속도새카맣게지워버렸다.쓸데없는감정낭비가얼마나많은걸망치는지안다.미안하다는감정을앞세워복희씨에게하려던분풀이를신랑에게하는일은그야말로제발등을찍는일.
_28쪽

이들의존중과예의는제주에서만난주변에까지발휘된다.지나가던아저씨와풀벌레등등….존중하고조심하며둘러보는것,이들의여행방식이다.유명한곳에발도장을찍은뒤사진을찍고돌아오기보단꽃과바다와산을느끼며시끄럽지않게,고요히함께머문다.그렇기에여행하는장소는어디이든상관없다.서귀포시안덕면동광리에서발견한하얀메밀꽃밭,제주시민속오일장에서고소한향기를맡을수있는기름집….그렇게이들은제주살이의진면목을하나씩보여준다.

말소리나발소리를줄일것,주민을만나면공손히인사할것.남의집마당도아니고공도에서그럴필요까지있냐고말하는사람도있겠지만나는여행의다른이름은‘침입’이라고생각한다.그곳에사람들과풀벌레들은일방적으로마주하게되는웃는얼굴들의침입.
우리는몸을낮추어조용히걸었다.어차피신랑은말이없는사람,나역시그에게말을강요하지않는사람.모두이어져있는길인줄알고골목을걷다가막다른골목에서다시되돌아나오고,강한바닷바람때문에한쪽으로만휘어져자라는나무들을올려다봤으며,무심히핀꽃들을향해조용히탄성을질렀다.
_189~190쪽

우리는새하얀메밀꽃밭구석에돗자리를폈다.신랑은두다리를활짝펴고서낮잠을잤다.나는퉁퉁부은다리를쿠션위에올려놓고서믿을수없을정도로아름다운풍경을가만히보고만있었다.책이라도읽으려고태블릿을챙겨왔지만전원조차켜지않았다.날아오는벌레들을찡긋거리며얼굴로만쫓았고움직이는그늘을따라엉덩이를옮겨야했지만그모든것이나에겐분명여행이었다.여행이선물이라면너무도완벽한선물이었다.
_239~242쪽

어려움이찾아와도
침잠하지않을수있는이유
또다시생을살아내는힘에대하여
소소하면서도아웅다웅한제주살이가될까,했는데누가꾸며두기라도한듯위기가찾아온다.소설같은‘박조건형실종사건’과‘한라산발목부상사건’그리고그속에서‘복희씨’를10년만에만나게된사연까지.결코평온하고고요할수없는이들의인생이야기가서서히드러난다.
그렇지만침잠하지않는다.김비작가가써내려간아름답고따스한문체로이야기는너무무겁거나우울하지않게흘러간다.오히려독자들의마음을따뜻하게데운다.어떤어려움이와도서로를돕는모습,또그런모습을귀하게여기는마음이책에빼곡히적혀있기때문이다.아무런어려움없이살아가기어려운인생이지만,그경험속에서받고또주는도움이있기에살아내게되는것.짧지도,길지도않은제주살이에서자연히생을떠올리고그가운데중요한것이무엇인지다시생각해보게된다.해피엔딩과새드엔딩,그사이어딘가에서맴도는이야기의마지막을읽으며말이다.

역설적이게도,주저앉은채로꽤나마음이데워졌다.어디서든누구에게든불쑥도움의손길을받을수있다니.주저앉은내마음에꺼진줄알았던작은불하나가켜진것같았다.
_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