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 (양장)

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 (양장)

$12.80
Description
재독 철학자 한병철 신작! 팬데믹 시대에 읽는 고통의 철학
“오늘날 어디서나 고통에 대한 전반적인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다. 고통에 대한 내성도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다. 고통공포는 만성 마취를 초래한다. 모든 고통스러운 상태가 회피된다. 사랑의 고통조차 의심스러운 것이 되었다. 고통공포는 사회적인 것에도 적용되어 고통스러운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갈등이나 논쟁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간다. 고통공포는 정치까지 장악한다. 일치 강제와 동의 압박이 심해진다. 정치는 일종의 진통지대에 자리를 잡고 활력을 모조리 상실한다. 탈민주주의가 확산된다. 탈민주주의는 진통적인 민주주의다.”

고통을 밀어낼수록 고통에 더 예민해지고, 죽음을 몰아내려 할수록 좋은 삶에 관한 감각을 상실하는 역설, 생존이 절대화된 생존사회, 고통공포에 포획되어 만성 마취에 빠진 진통사회에 대한 비타협적인 분석. “예리한 산문으로 현대인의 몸에 사유의 칼날을 찔러 넣는” 비수 같은 책!
저자

한병철

저자:한병철
1959년서울출생.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했고,브라이스가우의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뮌헨대학교에서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베를린예술대학교철학·문화학교수를지냈다.전유럽과한국에서큰반향을일으킨《피로사회》를비롯하여《폭력의위상학》《땅의예찬》《투명사회》《심리정치》《타자의추방》《시간의향기》《에로스의종말》《아름다움의구원》《선불교의철학》《권력이란무엇인가》《죽음과타자성》《하이데거입문》《헤겔과권력》등예리하고독창적인사회비평서와철학책을썼다.

역자:이재영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독일베를린자유대학철학과를졸업했다.서울대,성신여대,이화여대등에서강의하고있으며,창비신인평론상과시몬느한독문학번역상을수상했다.한병철의《타자의추방》《아름다움의구원》,제발트의《이민자들》《토성의고리》,실러의《빌헬름텔》,하이네의《노래의책》등다수의책을옮겼다.

목차

고통공포
행복강요
생존
고통의무의미함
고통의간지
진실로서의고통
고통의시학
고통의변증법
고통의존재론
고통의윤리학
마지막인간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고통공포에포획되어만성마취에빠진진통사회
생존이절대화된생존사회에대한비타협적인분석

‘세계에서가장널리읽히는독일철학자’한병철신작
‘되살아난그리고전례없이읽기좋은독일철학의귀재’(〈가디언〉),‘세계에서가장널리읽히는살아있는독일철학자’(〈엘파이스〉)로불리는사회비평가한병철.신자유주의시대의자기착취에대해(《피로사회》),전체주의로기울기쉬운투명성의위험에대해(《투명사회》),신자유주의시대의자유착취에대해(《심리정치》),그리고모든것을획일화하는세계에대해(《타자의추방》)날카로운비판을선보이며출간하는책마다열띤논쟁을불러온그가신작《고통없는사회》에서다시한번오늘의사회에대한예리한분석을보여준다.이책에서그가바라본세계의현실은고통을회피하며진통제를움켜쥐는‘진통사회’,삶을의미있게하는것들을상실하면서까지생존에진력하는‘생존사회’다.COVID19가걷잡을수없이퍼져나가던2020년7월독일에서출간되고,뒤이어이탈리아에서출간되어뜨거운반응을얻었다.

”생존사회는좋은삶에대한감각을완전히상실한다“
고통을”암호“이자”사회를이해하는열쇠“로삼아고통의해석작업을통해사회비판을수행하는저자에게오늘의세계는고통공포에사로잡혀있다.사람들은모든고통을,심지어는사랑의고통조차회피한다.”아픔없이사랑에빠지는것은전혀어렵지않습니다“라는문구가데이트포털의문구로사용되는세상(51쪽)에서,고통은무의미한것으로여겨진다.하지만고통을삶에서지워버리려할수록사람들은고통에대해민감해진다.마약성진통제의오남용으로인한약물중독으로한해에만수만명을사망으로몰고간미국의오피오이드사태에서보듯진통제가남용되며,‘좋아요’일색인소셜미디어는물론이고예술조차진통제로작용한다.정치에서도고통스러운토론은사라진다.논쟁하고더나은논거를찾기위해싸우는대신,막연한‘중도’의진통지대에서몸을사린다.원제그대로‘진통사회(Palliativgesellschaft)’요,생존이제일가는가치로여겨지는‘생존사회’다.진통사회에서는삶의진실,좋은삶에대한전망,새로운예술,타자와의관계,참된행복에도달하는것이불가능해진다.기실이모든것의계기는고통이기때문이다.삶을의미있게만들어주는것들대신건강이최고의가치로등극한다.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말하는것처럼불멸하는신인류의세상,모든고통이사라진세상이올수도있겠지만,인류는진짜삶을그대가로치러야할것이다.

”진통사회는고통을탈정치화한다“
위와같은성격을지닌‘진통사회’는”모든부정성의형식을떨쳐내고자하는긍정성의사회“(10쪽)의당연한귀결이다.저자가그간일관되게지적해온,성과주체가끊임없이자기착취를통해자신을소진시키는신자유주의적성과사회는이제진통사회라는형식을띤다.성과사회는‘행복하라’를새로운지배공식으로삼으며,유행하는긍정심리학이나행복담론들은실은신자유주의적질서를유지하는일에복무한다.“행복의긍정성이고통의부정성을밀어낸다.행복은긍정적인감정자본으로서성과능력이약화되지않고계속발휘될수있도록해야한다.자기동기부여와자기최적화는신자유주의적행복장치가매우효율적으로작동하게해주는데,큰비용을전혀치르지않고도지배가이루어질수있기때문이다.”(21쪽)
이러한신자유주의적행복장치의문제점은우리의시선을내면으로만향하게하여현존하는지배관계를보지못하게만들며,“사회가책임을져야할고통”을“사적이고심리적인문제로간주”하게만든다는점이다.(21쪽)아울러고통을무조건퇴치하고자하는의지는고통이사회적으로매개된것이라는사실을잊게만들며,고통이언어화되고비판으로이어지는것을막는다.(23쪽)“행복장치는사람들을개별화하고,사회의탈정치화와탈연대화를초래한다.각자가스스로행복을추구해야한다.행복은사적인문제가된다.고통또한개인적인실패의결과로해석된다.그래서혁명대신우울이있다.”(24쪽)작금의팬데믹상황이사회시스템의혁명적변화의계기가될것이라기대하는슬라보예지젝같은이들과사뭇다른인식인데,이는그가고통을사적인문제,의학적문제로만들어탈정치화하는현실을염두에두고있기때문이다.

팬데믹시대에읽는고통의철학
책에는팬데믹상황에대한저자의날카롭고흥미로운진단이곳곳에등장한다.바이러스유행은적의부정성,면역학적방벽이사라진성과사회에다시금부정적인것이침투한것,이른바“적의귀환”의상황이라고할수있다.(32쪽)이런국면에서는공항의검색대에서흔히볼수있는것처럼사람들이잠재적인바이러스운반자로의심받으며잠재적테러리스트처럼취급된다.“격리사회가생겨나며,생명정치적감시체제가수립된다.팬데믹은어떤다른삶의형태를낳지않는다.바이러스와의전쟁속에서삶은과거어느때보다더생존이된다.생존의히스테리는바이러스를통해첨예화된다.”(33쪽)삶을의미있게하는것으로여겨지던많은것들이생존을위해보류된다.기독교에서가장중요한의식인부활절예배조차중단되고,신학은바이러스학에현실에대한해석주권을넘겨준다.이웃사랑은이웃에대한거리두기의모습을취한다.(29쪽)“홈오피스는팬데믹시대의신자유주의적강제노동수용소를부르는이름”(28쪽)이다.“팬데믹은자본주의에맞서는반서사를낳지않는다.자본주의적생산은감속되지않고강제적으로정지될뿐이다.초조한정지가지배한다.격리는여가가아니라강제된활동정지만낳는다.”(31쪽)팬데믹에직면한세상은“생명정치적감시권력을향해나아가고있다.”(88쪽)과거인구조사시기엔데이터수집에대한강렬한저항이있었으나,이시대엔내밀한개인정보까지내놓으며방역을위한당국의지침에저항없이순응한다.

우리는왜타자의고통에무감각한가
다각도에서이루어지는고통에대한분석은‘고통의윤리’에관한성찰로이어진다.다른사람들이당하는폭력과고통의영상을그어느때보다쉽게접할수있는오늘날,우리는왜점점더타자의고통에무감각해질까?소비사회의개인들은넘쳐나는폭력이미지들에대해포르노그래피적인태도를취하는데,“폭력의포르노는살인조차고통없는사건으로만든다.포르노그래피적인폭력영상은진통제처럼작용한다.이런영상은우리가타인의고통에대해둔감해지도록한다.”(79쪽)갈수록공감능력이줄어드는현상은“타자의소멸이라는근본적인사건이일어나고있음”을알려준다.“진통사회는고통으로서의타자를제거한다.타자는대상으로사물화된다.대상이된타자는고통을주지않는다.”(80쪽)나와다른존재인타자,내마음대로할수없는타자,내게고통을주는타자에대해내가무방비적으로고통스럽게노출되는일이점점줄어든다.특히팬데믹시대에타자의고통은사건의수로해체될뿐이다.“우리의영혼은타자에대해완전히무감각하고둔감하게만드는굳은살로온통뒤덮인듯하다.디지털거품또한우리를타자로부터점점더격리한다.타인으로인한분명한두려움이자신으로인한산만한두려움으로완전히대체된다.타자로인한두려움이없으면우리는타자의고통에도전혀접근할수없다.”(84쪽)

예리한산문으로사유의칼날을찔러넣는비수같은책
책은고통에관한에른스트융어의텍스트를비롯해하이데거,니체,벤야민,아도르노,푸코,헤겔,아감벤,바디우,폴발레리,프루스트,엘리아스카네티,샹탈무페,에바일루즈,프랜시스후쿠야마,트랜스휴머니스트인데이비드피어스등을두루호명,비판적으로검토하면서,오늘의세계를분석해간다.인용문들도흥미롭지만,저자특유의짧고단정적인문장에담긴통찰이통렬하기그지없다.“예리한산문으로현대인의몸에사유의칼날을찔러넣는다”(〈라레푸블리카〉)라는평그대로,지속적인안락함을추구하는이데올로기에젖은현대인에게일침을가하는문장들의힘이대단하다.100페이지남짓되는많지않은분량에단숨에읽을수있는책이지만,그에담긴메시지는묵직하다.개인과사회가고통을대하는태도에관한저자의분석은한국사회에도대단히적실하게읽힌다.고통을몰아내려하지만고통의총량은오히려늘어나는것같은이시절,생존도막막하고의미있는삶도점점멀어지는것같아보이는시기에,출구없어보이는현실에균열을내는비수처럼이책이읽히길기대한다.

책속에서

진통사회는좋아요의사회다.진통사회는좋음의광기에빠진다.모든것이만족감을줄때까지매끄럽게다듬어진다.좋아요(Like)는우리시대의징표이자진통제다.좋아요는소셜미디어뿐만아니라문화의모든영역을지배한다.어떤것도고통을주어서는안된다.예술만이아니라삶자체가인스타그램에적합해야한다._12쪽

만족의문화에는카타르시스의가능성이빠져있다.그결과우리는만족문화의표면아래쪽에쌓이는긍정성의찌꺼기에에워싸여질식한다._13쪽

무조건고통을퇴치하고자하는의지또한고통이사회적으로매개된것이라는사실을잊게한다.고통은사회경제적불화를반영하며,이런불화는사람의심리뿐만아니라육체에도각인된다.대량으로처방되는진통제는고통을낳는사회적상황을덮어감춘다.고통을오로지의학과약학으로만처리하는것은고통이언어가,나아가비판이되는것을막는다.고통의대상성이,더욱이사회성이제거되는것이다._22쪽

행복은최적화논리를거부한다.행복의특징은마음대로사용할수없다는것이다.행복에는부정성이내재한다.진정한행복은균열이있어야만가능하다.고통이야말로행복이사물화되는것을막아준다.그리고고통은행복에지속성을부여해준다.고통이행복을지탱한다.고통스러운행복이란말은형용모순이아니다.모든강렬함은고통스럽다.격정은고통과행복을결합한다.깊은행복은괴로움의계기를지니고있다._25쪽

오늘날우리는죽는것이아주힘들다고생각하는데,이는삶을의미있게종결하는것이이제는불가능해졌기때문이다.삶은때이르게끝난다.제때에죽을수없는사람은때이르게고통스럽게죽어야한다.우리는늙지도않은채나이를먹는다._30쪽

오늘날고통경험의주요한특징중하나는고통이무의미한것으로지각된다는것이다.고통앞에서우리를지탱해주고방향을제시해줄의미연관이더는존재하지않는다.우리는고통을감내하는기술을완전히상실했다._34쪽

환경이우리에게주는고통이갈수록줄어들고있는바로이현대에우리의고통신경은점점더민감해지는듯하다.과민성이자라나고있다.다름아닌고통공포가우리를지극히민감하게만든다.고통공포는심지어고통을유발할수도있다._40-41쪽

오늘날사람들은“공주와완두콩신드롬”을앓고있다고해도좋을것이다.이고통신드롬의역설은우리가더적은것으로인해더큰고통을느낀다는것이다....고통을주는완두콩이사라지면인간은부드러운매트리스로인해고통받는다.바로삶의지속적인무의미함그자체가우리에게고통을주는것이다._41-42쪽

만성적고통이견딜수없게된것은무엇보다도오늘날의사회가의미를상실했기때문이다.만성적고통은의미를상실한우리사회를,우리의이야기를잃어버린시대를반영한다.이런사회와시대안에서삶은벌거벗은생존이되었다.진통제나마음연구가해결할수있는것은거의없다.이것들은그저고통의사회문화적인원인을가릴뿐이다._49쪽

고통이없다면구별에근거하는가치평가가불가능해진다.고통없는세상은같은것의지옥이다.이런세상을지배하는것은무차별성이다._53쪽

이야기와상상보다진통제가먼저작용하여이야기와상상을잠재운다.처방된만성마취는정신적인둔감함을낳는다.고통은이야기를시작하기도전에중단된다.진통사회에서고통은더이상인간을바다로이끌어주는,배를타고운행할수있는강,이야기의강이아니다.오히려고통은인간을막다른골목으로이끈다._59쪽

같은것이같은것을만날때,소통은최고속도에도달한다.좋아요가소통을가속화한다.고통의작용은이와반대다.고통은침묵하는경향이있다.그러나이경향이야말로무언가완전히다른것이생겨나는것을허용해준다._60쪽

정신은더높은형식으로발전함으로써고통스러운모순을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