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8세기이전의그리스인들은수학에서뿐아니라문명전반에서당시이집트인들에한참뒤떨어져있었다.건축과천문학에서는그들보다800년이나전에살았던고대바빌로니아인들에게도뒤졌으며,법률과문학에서는자신들로부터1,200년이나멀리떨어진수메르인들조차따라가지못했다.그때서양은어둠속에있었다.그야말로칠흑같은어둠속을헤매고있었다.
그러나기원전8세기가되자갑자기달라졌다.무슨영문에선지에게해부근에살았던그리스인들이우리가이책에서생각의도구라고부르고자하는생각들을하나둘씩개발해부지런히갈고닦기시작했다.메타포라(metaphora),아르케(arch?),로고스(logos),아리스모스(arithmos),레토리케(rh?orik?)등이그것이다.우리말로는각각은유,원리,문장,수,수사로번역되는데,오늘날우리가생각하는것과는의미가달랐다.그리고이것들이당시그리스인들에게창의력,상상력,문제해결능력,비판적사고력,그리고의사소통능력을제공했다.
그러자곧바로놀라운일들이시작되었다.생각의도구들은먼저그리스에서합리적인지식,창조적인예술,그리고민주적인사회제도를생산해오늘날에도누구나경탄하는그리스의황금기(기원전450~기원전322)를일구었다.이후그것들이헬레니즘이라는이름으로로마로들어가다시로마문명을번성케했고,마침내서양문명이라는거대한구조물을구축해냈다.그리고근대이후부터는그문명이차츰인류보편문명으로자리잡아오늘에이르렀다.”
주변국들에비해한참뒤처졌던그리스를단숨에문화격차를따라잡고서양문명의원류로떠오르게만든놀라운사유의혁명,‘5가지생각의도구’를소개한다.이것들이대체무엇이며어떻게작동하는지,역사속에서어떻게발전,적용되어왔는지,여전히필요한까닭은무엇인지,그리고이것을익힐수있는방법은무엇인지까지,철학,고전학,역사,문학과뇌신경과학,인지과학,심리학,언어학,교육학을종횡무진하며,5가지생각의도구들을하나하나소개한다.인공지능과알고리즘의시대,폭증하는지식과격변하는환경을꿰뚫을수있는거시적이고합리적인전망과판단을어떻게얻을수있을지,그에합당한새로운사고능력을확보할수있는지궁금한독자라면,바로이혁신적인생각의도구에서그답을찾을수있을것이다.
다시돌아온생각의시대,
보편적이고거시적이며합리적인사유를가능케할시원적도구
한국의대표적인문학저술가인저자가《생각의도구》를처음펴낸것은2014년이었다.“20세기말에시작하여새로운밀레니엄과함께불붙고있는”,“인터넷과SNS가주도하며지식의생산과전달방법뿐아니라형태와본질마저바꿔놓고있는”정보혁명의시기에필요한사유법은무엇일까?지식이폭증하고그소재와성격이바뀌며,지식의수명이단축되는환경에서이전처럼학습을통해지금까지누적된지식을습득해그에의존하여사는것은더이상가능하지않은데,이시대에걸맞은새로운사유능력을어떻게배우고가르칠수있을것인가?오늘의젊은세대가넘쳐나는단순한정보의수집자내지수용자로전락하지않고새로운환경에적응하면서새로운지식을생산할수있는유연하면서도구조적인사유능력을어떻게확보하게하는일은어떻게가능할까?이같은고민을품고책을썼고뜨거운반응이이어졌다.4차산업혁명의열풍이불기전이었음에도지식의습득보다는사유능력을회복하는것이더중요하다는문제의식을지닌많은독자들이이책을읽고호평했으며,특히기업체와교육현장의전문가들에게서어떻게하면이같은사유능력을기를수있을지를알려달라며강연요청이끊이지않았다.세종도서교양부문(2015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선정대학신입생추천도서(2016년),중앙일보·교보문고이달의책(2014년9월)등으로선정되는영예를안기도했다.
이제몇년이지난지금,낡은예시를교체하고표현을매만져개정판이출간되었다.이어집필할〈이성의시대〉〈융합의시대〉연작의출발을알리는책이기도하다.이책과이어져나올책들은우리시대가풀어야할두가지숙제에대한답변이라고도할수있다.첫번째,4차산업혁명의한복판에서우리는“기계가‘아직은’또는‘적어도상당기간은’따라하지못하는능력“,즉“창의력,상상력,문제해결능력,비판적사고력,의사소통능력,협업능력”을갖추어야할필요를절실하게느끼고있는데,이책이바로그러한필요에대한답이될것이다.아울러저자가맺음말에서지적하고있는바,이책은제국주의와양차세계대전특히아우슈비츠에서극적으로드러났고이후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의해지속적으로비판되며해결책이모색되어온‘근대적이성’극복이라는과제에대한하나의제안이기도하다.동일성에근거를둔근대적이성과달리이책에서제안하는생각의도구들은유사성에그뿌리를내리고있다.이는어떤사물과사태에대해분명한경계선을긋고서다른것을배제해온근대적이성의폭력성과무능을넘어선‘유연하고포용적인,그만큼유능하고창조적이기도한생각’을가능하게할것이다.
동일성에근거한이성이어떤것을밝히고그밖의것은어둠으로내몬다면,유사성에근거한생각은그둘모두를빛안으로불러모은다.예를들어세상에는수많은성당이있지만똑같은성당은하나도없다.그럼에도우리는유사성을근거로그들모두를성당으로알아본다.이처럼유사성은동일성(같음)과상이성(다름),둘모두를끌어안는다.유사성은부드럽고유연하고포용적이다.그만큼유능하고창조적이기도하다.따라서언젠가우리가마침내새로운이성을고안해낸다면,그것은유사성에근거한사유방식이포함되어야하는것에는의심의여지가없다._465쪽
인류문명을만든5가지생각의도구,
‘생각을만든생각’을찾아서
책에서다루는시기는철학자카를야스퍼스가명명한‘축의시대’와겹친다.동서양을막론하고‘보편성의추구’가이어지던시기였다.저자의말에따르면“보편성은자연을이해하여조종하고,인간을설득하여움직이게하는힘”을지녔기때문이다.“호메로스로부터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에의해개발된생각의도구들도…자연을이해하여조종하고인간을설득하여움직이게하는보편성을탐구하기위한도구로서개발되었다.그리고그것들이서양문명을구축했다”(55쪽).
3부에서본격적으로소개하는5가지생각의도구은다음과같다.
가장먼저,그리고비중있게다뤄지는것이메타포라(은유)이다.은유는“우리의사고와언어,그리고학문과예술을구성하는가장원초적이고근본적인도구”이다.기원전8세기호메로스를비롯한그리스의서정/서사시인들이남긴은유들과오늘의뇌신경과학,인지과학의이론들을살펴보면서은유가“유사성을통해‘보편성’을,비유사성을통해‘창의성’을드러내는천재적인생각의도구”임을보여준다.
두번째도구인아르케(원리)는기원전7세기탈레스에게로거슬러올라간다.“탈레스는자연의뒤에서그것을움직이는것은예측할수없는변덕스러운신이아니라,파악할수있고통제할수있는자연적원리라고믿었다.그리고관찰과실험그리고사고를통해그것을찾으려노력했다.다시말해그는신화로부터벗어나자연현상을합리적으로설명하고세계의다양한현상들속에서보편성을탐구하여그것이가진힘을현실생활에이용하려고애썼던축의시대사람이다”(191쪽).발견과발명의모태이자문제를예측하고해결하는도구인‘원리’가탄생하는‘관찰-추론-검증’의과정을검토하고,가추법,가설연역법과같은추론법을다룬다.
세번째도구인로고스(문장)는기원전6세기아낙시만드로스나헤라클레이토스같은이를통해도입되고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를거치며서양의사유구조속에깊이뿌리내리게된다.이장의논의를통해문장이단순히사고를표현하는도구가아니라정신의지도이자비판적사고를가능하게하는도구임이드러난다.“플라톤의이데아론은정관사‘to’를사용하여“형용사적인것혹은동사적인것을개념적으로확정”하는어법이없이는불가능했다.그리고바로이어법이‘헤라클레이토스스타일’이자그의탁월한업적이다.헤라클레이토스스타일은이런방식으로아리스토텔레스가문장의범위를확장하여삼단논법을만드는것을도왔고,멀리는현대논리학에도기여했다“(281쪽).
네번째,아리스모스(수)는우리가마주하는대상들을합리적패턴으로드러나게하여,우리가그것을이해하고조종할수있게해준다.즉,수는패턴의과학이자질서와패턴을만드는도구인셈이다.이장의주인공은기원전6세기피타고라스와그학파사람들이다.”피타고라스와그의학파사람들은수를…간단한방법으로시각화(visualization)함으로써산술과기하학을연관시켜생각할수있었다.또수적비율과음정의관계를파악하여수를청각화(auralization)함으로써산술과물리학을연결시킬길을열었다.‘수학의지각화(知覺化)’또는이미지화(imaging)!이발상으로부터자연의수학화라는사유가가능해진것이다.자연의수학화와수학의지각화가피타고라스스타일의핵심이다“(356-357쪽).
마지막도구인레토리케(수사)는요즘저평가되어퍼져있는통념과달리,표현을돋보이게하는미사여구에그치지않는다.수사는본디부터상대를설득하기위한도구로마련되었는데,호메로스이후수많은시인들이사용한문예적수사가바로이것이다.기원전5세기이후엔프로타고라스,고르기아스를비롯한소피스트들이수사에논증을결합한‘논증적수사’를만들어냄으로써한층강력한설득의도구이자원활한의사소통을가능하게하는도구로자리잡기시작했다.이장에서는수사의발전사와수사학과논리학의기법들,예를들어예증법,생략삼단논법,대증식,연쇄삼단논법등강력한도구들이소개된다.
어떻게이를훈련할것인가
‘실용’을목표로한다는머리말의선언에서처럼,이책은5가지생각의도구를배우고익힐수있는방법을제시한다.예를들어은유를익히기위한방법으로시암송,저자가이름붙여제안한‘차라의부대주머니훈련법’등을제안한다.‘부대주머니훈련법’이란낱말카드를주머니속에넣어섞은뒤무작위로두장을꺼내두낱말을이용해‘A는B다’와같은문장을만들게하고두낱말이지시하는사물이나사건사이의유사성과비유사성을찾아보게하는것이다.이방법을사용하면은유만들기의심리적부담을덜면서도,아리스토텔레스가천재성의요소로꼽은‘서로다른사건이나사물간의유사성과비유사성을재빨리간파할수있는능력’을키울수있다.‘원리’편에서가장유용한논리적추론의도구로제시된가추법을훈련하기위한방법으로는피아제의‘속담-설명짝맞추기’실험을약간변형한방식,그리고추리소설읽기가유용하다.‘문장’훈련의방법으로는책을읽어주는것,책을베껴쓰는것,꽃게문장도식훈련등을,‘수’와관련해서는“시각적또는청각적이미지를통해수학을교육하는것,곧피타고라스따라하기”를제안한다.수사를익히기위한방법으로는명연설문을낭송,암송하기를권하며,수사학을정규교육과정에포함시킬것을제안하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