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양장)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양장)

$12.90
저자

김완

서울에서태어나부산에서자랐고,대학에서시詩를전공했다.출판과트렌드산업분야에서일하다가전업작가로살고자삼십대후반에돌연산골생활을시작했다.그후몇년동안일본에머물며취재와집필을하면서죽은이가남긴것과그자리를수습하는일에관심을두게되었다.동일본대지진을겪은후귀국하여특수청소서비스회사‘하드웍스’를설립하여일하고있으며그가일상적으로맞닥뜨리는죽음현장에...

목차

프롤로그문을열고첫번째스텝

1장.홀로떠난곳을청소하며
캠핑라이프
분리수거
꽃좋은곳으로가,언니
가난한자의죽음
황금이여,언젠가는돌처럼
오줌페스티벌
고양이들어올리기
지옥과천국의문
서가
이불속의세계
숨겨진것
쌍쌍바
사랑하는영민씨에게

2장.조금은특별한일을합니다
특별한직업
집을비우는즐거움
들깨
흉가의탄생
당신을살릴까,나를살릴까
가격
솥뚜껑을바라보는마음
화장실청소
지폐처럼새파란얼굴로
호모파베르
왜소한밤의피아니즘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자살직전에분리수거를한사람
죽기전자신의흔적을치우는데드는‘가격’을문의한사람
‘너무착한사람’으로기억되던사람…
특수청소부가마주한,서로다른고독사의얼굴들
‘고독사’라는표현이낯설지않은요즘.하지만관련한공식정의나통계는제대로갖춰지지않은현실이다.실제고독사실태조사와예방계획등을주요내용으로하는정부의‘고독사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안’도2020년3월에서야국회본회의를통과했다.낯설진않지만구체적으로와닿지도않는,막연한사회문제로우리주변을떠도는이슈.그래서일까,‘고독사’하면혼자살던고령의노인이죽음을맞이하고뒤늦게발견된모습만천편일률적으로떠올린다.지금은홀로살지않고고령도아닌자신과거리가먼이야기,동정할만한사건정도로만생각하기십상이다.
특수청소부로온갖현장을다니는김완작가의시선을천천히따라가다보면고독사의현실,고독사의민낯을마주하게된다.노인뿐만아니라중년그리고청년에게까지엄습하는쓸쓸한죽음.세대와성별을가리지않는고독한죽음이야기를하나둘접하다보면고정관념이점점깨진다.생을포기하기직전까지어떻게든살아보려삶의절벽끝에서아등바등하던흔적이현장곳곳에남아있다.피와오물,생전일상을유추할수있는여러유품을치우며작가는삶에대해사색한다.그렇게이책은‘죽음’을소재로하지만역설적이게도‘삶’을이야기한다.그래서인지특수청소부의현장이야기가마냥무겁고슬프지만은않게다가온다.
작가는“누군가의죽음을돌아보고의미를되묻는이기록이우리삶을더가치있고굳세게만드는기전이되리라믿는다”고고백한다.이책이탄생한이유이다.작가는현장에서경험하고느낀것을글로기록하면서잡다한생각을덜어내고정리하는마음속청소를했다.‘누군가의죽음으로생계를이어간다’는직업적아이러니로생기는죄책감을글로씻어내고위로도받았다.이책을읽는독자들역시다채로운감정을느끼길바라는마음.불길하고음울하게여겨언급조차꺼리게되는‘죽음’을마주하고‘삶’을바라보며그과정에서위로받길바라는마음.이러한진심이책에듬뿍담겨있다.
일상에치여하루하루가정신없이지나간다.하지만잠깐이라도삶과죽음을사색해보면어떨까?‘나는어떤삶을살것인가?’‘나는어떤죽음을맞을것인가?’라는생각속에자신의삶이더욱소중하게느껴지는값진경험을할수있다.

죽음을돌아보고그의미를되묻는행위,인간이죽은곳에서더선명하게드러나는삶과존재에관한면밀한진술은오히려항바이러스가되어비록잠시나마발열하지만결국우리삶을더가치있고굳세게만드는데참고할만한기전機轉이되리라믿습니다.누군가의죽음으로생계를이어가는직업적인아이러니속에서이기록이그역할을하리라는믿음,나에게주어진사회적책무라는자각이글쓰기를멈추지않도록다독여주었습니다.
_249~250페이지,<에필로그>에서

외로운죽음과가난한죽음
“대한민국은건강한사회일까?”
세밀하게묘사된현장이야기를읽다보면‘개인의건강’뿐만아니라‘사회적건강’을절로고민하게된다.무궁무진하게발전한과학기술,GDP를비롯해세계적으로손꼽히는국력.하지만이와무관한삶들을이책을통해만나게된다.
우편함에수북이꽂힌독촉장과미납고지서,끊긴지오래된수도와전기등.작가는“금은보화에둘러싸인채뒤늦게발견된고독사는본적이없다”며“주로가난한이가혼자죽는것같다”고한다.가족,친지는발길을끊은지오래여도채권자들만큼은채무자의건강을악착같이챙긴다는대목에서는그야말로‘웃픈’감정이든다.

나같은일을하면서유족이시신수습을거부하는상황을보는일은별스럽지않다.진작인연이끊긴가족과생면부지의먼친척이느닷없는부음을듣고는“네,제가장례를치르고집을정리하는데드는모든비용을책임지겠습니다”하고선뜻나서는경우는좀처럼없다.‘혹시빚을떠안지않을까’하며빛의속도로재산포기각서를쓴다.
_43페이지,<가난한자의죽음>에서

그밖에도거대한쓰레기산으로꽉찬집,오줌이든페트병수천개로가득한집,고양이사체여럿이널브러진집….같은시대,같은사회를함께산다고믿기어려운상황이우리주변에서벌어지고있다.이들이라고처음부터이렇게살지는않았을터.그렇게생각하면,당장은평범하게사는우리모두와도전혀무관하다고말할수없다.사회적고립을만든것이무엇인지,그런상황을예방할수는없었는지구조적인문제를함께고민해야하는이유이다.

직업에대한진중한태도
특수청소를업으로삼은자의일상은…
“특별한일을하시니까요”“누구나할수있는일은아닌것같아요”“숭고한일이잖아요”기자,드라마작가,박사,행정기관실무자등.다양한사람이특수청소부의현장이야기를기사,드라마,논문,보고서등에담고자찾아온다.그리고‘특수청소’에대해여러가지를묻는다.흔히들먼저‘힘든점은무엇인지’를묻고‘언제보람을느끼는지’를뒤따라물어본다.간혹‘귀신을본적은없는지’를진지하게묻는인터뷰이도있다.
이책의후반부에는‘특수청소부’라는독특한직업에대해많은이들이궁금해하는점을담고있다.수없이받은질문에대해관련에피소드로제시되는답변을읽다보면‘직업정신’‘일의철학’도함께생각하게된다.또한정신적으로고된일을마친뒤작가가일상으로돌아오기위해하는노력,투철한직업정신때문에생긴해프닝등에선작가의따스한휴머니즘도느껴진다.

당신이하는일처럼내일도특별합니다.세상에단한사람뿐인귀중한사람이죽어서그자리를치우는일이거든요.한사람이두번죽지는않기때문에,오직한사람뿐인그분에대한내서비스도단한번뿐입니다.정말특별하고고귀한일아닌가요?
_139페이지,<특별한직업>에서

단단한필력역시이책의큰매력이다.생생한현장을마냥무겁지도가볍지도않게담아낼수있었던데는문예창작과를졸업한뒤글을썼던작가의독특한이력이한몫했다.
삶과죽음에대한통찰,우리사회에대한고찰,직업을대하는태도까지.살면서한번쯤생각해봐야하는것들을이책을통해만나보자.죽음언저리에서행하는특별한서비스에대한이야기를하나둘읽어가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