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 아니 에르노 소설 (양장)

부끄러움 : 아니 에르노 소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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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출판사 서평

나의삶을지배한원체험에대한고요한응시
“그날이후부끄러움은내삶의방식이되었다.”

1952년6월15일,아버지는어머니와말다툼을벌이다홧김에낫을든다.이어지는어머니의비명소리.잠깐의시간이지난후아무일도없었다는듯부모님은식탁에앉는다.흔한부부싸움은그렇게끝났다.그러나열두살의아니에르노에게‘그날의사건’은자신의존재를자각하는계기가되었다.가난한노동계층의외동딸로서중산층이상이다니는기독교사립학교에입학한에르노에게부모의세계와사립학교의세계사이에놓인간극은형언할수없는감정을각인시켰다.가난하고천박한부모가부끄럽다는것.그리고그것이자기존재의뿌리라는것.

1996년,어느덧중년이된에르노는사십여년전의기억을다시꺼냈다.열두살의‘나’와지금의‘나’는완전히다른사람이지만,그날의사건만큼은결코잊을수없었기때문이다.“그날이후부끄러움은내삶의방식이되었다”는에르노는시간이한참흐른후에도다른사람에게쉽게말하지못할정도로자신을사로잡은그원체험에서자유로워지기위해1952년으로돌아간다.

존재의불편함을마주하겠다는칼같은각오
“나는나자신의인류학자가되겠다.”

에르노의회상은철저하게객관적이다.그날의사건전후에찍힌자기사진들,1952년의신문기사들,전후재개발이한창인작은도시이브토,부모님이운영했던식당겸식품점을세세히묘사한다.하지만여기에감상을덧칠하거나추억에빠지지않는다.대신에르노는‘우리’라고인식되어온프롤레타리아계층의말투,행동,관습을마치사회과학서적처럼일목요연하게정리한다.그리고그반대편에있는세계,또다른‘우리’인기독교사립학교의엄격한규율,예절,분위기또한같은방식으로서술한다.동일한형식에상충되는내용은두세계의대비를극적으로드러내며개인의이야기를계급의식의문제로확대한다.그러나이러한서술방식으로존재의불편함을변호하거나순화하지않는다.에르노는노래를흥얼거리다자신이천박하게보이지않을까싶어갑자기노래를멈춘것을,친구들앞에서더러운속옷차림으로모습을드러낸어머니의존재가우스꽝스럽다고느낀것을가차없이‘부끄러움’때문이라고말한다.

“나자신의인류학자”가되어야한다며자신의존재와감정을있는그대로내보인에르노의글쓰기에대해신수정문학평론가는“어떤‘부끄러움’은어떤식으로도발화될수없기”때문에이런글쓰기야말로“부끄러움의최선의발화”라고말한다.그래서『부끄러움』은슬프면서도강하다.“나자신의인류학자가되겠다는것”은외면하고싶지만외면할수없는존재의불편함을정면으로응시하겠다는“칼같은각오”이기때문이다.

가장‘아니에르노’다운글쓰기
“타인의시선을견딜수없는책.나는그런책을쓰고싶었다.”

현대문학에서에르노의글쓰기가차지하는위치는독보적이다.주체의죽음이라는거대담론에맞서일인칭글쓰기를통해주체의귀환을외친당시프랑스문단에서,일인칭을넘어어떤과거윤색이나자기연민에빠지지않고자신에대한이야기를철저하게객관적으로서술하는에르노의‘자전적글쓰기’는단연돋보였다.그러나한편으로‘자전적’이라는특성은양날의검이되기도했다.

자기아버지이야기를담은『남자의자리』로1984년르노도상을수상한에르노는이후어머니에대한이야기인『한여자』와자신의절절한사랑체험을다룬『단순한열정』을발표했다.특히『단순한열정』은대중의폭발적인사랑을받았지만,한편으로는유부남과의연애라는경험담에쏟아지는윤리적비난또한피하기어려웠다.이와함께이전작품들에서아버지와어머니에대한지나치게솔직한관점이재평가되면서문단에서논란의중심에서게되었다.에르노는이런상황에서오히려자전적글쓰기를극한까지밀어붙인『부끄러움』을발표했다.“나는항상타인의시선을견딜수없는책을쓰고싶었다”는에르노는“칼같은각오”로자신의가장내밀한이야기를드러내보인것이다.이후낙태,실연,질투등경험담의단순서술을넘어내면깊숙이자리한감정을담아낸책을연달아발표했다.
『부끄러움』은단순히사십여년간발표된에르노의작품20편중하나가아니다.자전적글쓰기의한계를단칼에거부한전환점이자작품세계의근간으로서각인된기억,그원체험에담긴존재의불편함을정면으로응시한,에르노의모든것이담긴,가장‘아니에르노’다운자전적글쓰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