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위상학 (양장)

폭력의 위상학 (양장)

$14.80
Description
우리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
《피로사회》에 전개된 사유 아래에 깔린 폭력의 논리가 담긴 책
폭력의 구조, 역사, 정치, 심리,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폭력까지,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는 폭력에 관한 분석을 담은『폭력의 위상학』. 주권사회에서 근대의 규율사회로, 다시 오늘날의 성과사회로, 사회의 변천과 더불어 그 양상을 달리하고 있는 폭력의 위상학적 변화 과정을 살피고, 점점 내부화, 심리화하고 있는 이 시대의 폭력을 예리한 시선으로 읽어낸다. 신자유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유가 어떻게 폭력으로 전도되는지, 긍정의 폭력이 어떻게 우울증과 탈진을 낳는지, 나르시시즘이 어떻게 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지는지 등을 보여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폭력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책은 먼저 폭력의 위상학적 변천을 소개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여전히 이 모든 폭력이 자아와 타자, 내부와 외부, 친구와 적 사이의 긴장에서 커져가는 ‘부정성의 폭력’이다. 1부 ‘폭력의 거시물리학’에서 주로 다루는 것이 바로 이 부정성의 폭력이다. 프로이트, 벤야민, 카를 슈미트, 리처드 세넷, 르네 지라르, 아감벤, 들뢰즈와 가타리, 푸코, 부르디외, 하이데거 등의 논의를 검토하면서 자신의 폭력 개념에 접근해간다.

2부 ‘폭력의 미시물리학’에서는 오늘의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개인의 내부에서 작동하는 폭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주체는 시스템의 요구를 내면화하여 그에 전적으로 순응한다. 이상자아에 도달하려는 노력과 함께 과잉 생산, 과잉 커뮤니케이션, 과잉 주의, 과잉 활동의 대열에 합류한다. 생존의 필요와 효율성의 추구에 몰려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희생자가 되어, 자기 착취, 경계의 해체, 우울증, 소진의 덫에 걸리고 만다. 이 같은 긍정성의 폭력이 부정성의 폭력보다 치명적인 것은, 거기에는 경고도 없고 뚜렷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스템의 파열, 전소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소진 상태에 이른 성과주체는 임박한 시스템의 파열을 알리는 병적 전조”다.
낙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계몽된 이 세계에도 폭력이 줄지 않고 있다면, 폭력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폭력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마땅하다면, 폭력의 거시적 미시적 구조를 파헤친 이 책은 지금 읽어야 할 텍스트이다. 은폐되었던 폭력이 드러나고 폭력에 대한 고발이 줄 잇는 시대, 폭력에 대한 비범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이 생산적인 토론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저자

한병철

저자:한병철
1959년서울출생.고려대학교에서금속공학을전공했고,브라이스가우의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뮌헨대학교에서철학,독일문학,가톨릭신학을공부했다.베를린예술대학교철학·문화학교수를지냈다.전유럽과한국에서큰반향을일으킨《피로사회》를비롯하여《땅의예찬》《투명사회》《심리정치》《타자의추방》《시간의향기》《에로스의종말》《아름다움의구원》《선불교의철학》《권력이란무엇인가》《죽
음과타자성》《하이데거입문》《헤겔과권력》등예리하고독창적인사회비평서와철학책을썼다.

역자:김태환
서울대학교에서독어독문학을공부하고오스트리아클라겐푸르트대학교에서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1년조선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에당선되어평론활동을시작했으며,〈문학과사회〉편집동인으로활동했다.현재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푸른장미를찾아서》《문학의질서》《미로의구조》《우화의서사학》등을썼고《모던/포스트모던》《피로사회》《시간의향기》《투명사회》《심리정치》《에로스의종말》《삶과나이》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서론

1부_폭력의거시물리학
1.폭력의위상학
2.폭력의고고학
3.폭력의심리
4.폭력의정치
5.폭력의거시논리

2부_폭력의미시물리학
1.시스템의폭력
2.권력의미시물리학
3.긍정성의폭력
4.투명성의폭력
5.미디어는매스-에이지다
6.리좀적폭력
7.지구화의폭력
8.호모리베르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눈에보이지않는우리사회의폭력에관한날카로운분석
《피로사회》에전개된사유아래에깔린폭력의논리가담긴책

재독철학자한병철교수의<피로사회>(2010년원서출간,2012년한국어판출간)가출간된지10년이되어간다.<피로사회>는20세기후반의고도산업사회를성과사회로,이세계의사람들을‘성과주체’로명명하며이들이겪고있는병리적현실을예리하게파헤쳤고,전유럽과한국사회에서신드롬이라할만한반응을불러일으킨바있다.한병철신드롬은지금도에스파냐어권을비롯해세계각지에서이어지고있는까닭에그는“세계에서가장널리읽히는살아있는독일철학자”로불린다.이번에출간된<폭력의위상학>(2013년독일어판출간)은<피로사회>에전개된사유아래에깔린폭력의논리를담은책이다.<피로사회>의마지막장에서제시된‘피로는폭력이다’라는테제를이어받아세밀하게파헤쳤다.
주권사회에서근대의규율사회로,다시오늘날의성과사회로,사회의변천과더불어그양상을달리하고있는폭력의위상학적변화과정을살피고,오늘의폭력이점점내부화,심리화하고있음을보여준다.신자유주의시스템속에서자유가어떻게폭력으로전도되는지,긍정의폭력이어떻게우울증과탈진을낳는지,나르시시즘이어떻게공동체의파괴로이어지는지등을보여주며,눈에보이지않는우리사회의폭력을날카롭게분석했다.

성과주체는스스로를해방시켜하나의프로젝트Projekt로만든다.그러나주체에서프로젝트로의변신이폭력을소멸시키지는못한다.타자에의한외적강제의자리에자유를가장한자기강제가들어선다.이러한발전은자본주의적생산관계와밀접하게관련되어있다.생산의수준이일정단계에이르면그때부터는자기착취가타자착취보다훨씬더효과적이고더많은성과를가져오기시작한다.자기착취는자유의감정과함께이루어지기때문이다.성과사회는자기착취의사회다.성과주체는스스로불타버릴때까지(번아웃)스스로를착취한다.이때발생하는자기공격성은드물지않게자살의폭력으로까지치닫는다.이로써프로젝트는성과주체가자신에게겨냥하는탄환Projektil임이드러난다._20-21쪽

폭력의구조,역사,정치,심리,가해자를특정하기어려운시스템의폭력까지
오늘의세계를지배하는폭력에관한성찰
그는먼저폭력의위상학적변천을소개한다.사회적구도가변화함에따라폭력의양상도달라졌다.태고의희생제의에서발견되는피의폭력,질투하고복수하는신화속신들의폭력에서참수를명하는주권자의폭력,무자비한고문의폭력으로,다시가스실의무혈폭력,테러리즘의바이러스폭력,감정을상하게하는언어폭력으로.노골적이고유혈이낭자하던폭력은점차정당성을상실하고되도록감추어야할것이된다.저자의분석에따르면여전히이모든폭력이자아와타자,내부와외부,친구와적사이의긴장에서커져가는‘부정성의폭력’이다.1부‘폭력의거시물리학’에서주로다루는것이바로이부정성의폭력이다.프로이트,벤야민,카를슈미트,리처드세넷,르네지라르,아감벤,들뢰즈와가타리,푸코,부르디외,하이데거등의논의를검토하면서자신의폭력개념에접근해간다.
그리하여2부‘폭력의미시물리학’에서는오늘의신자유주의세계에서,자유로운개인의내부에서작동하는폭력을다각도로살펴본다.주체는시스템의요구를내면화하여그에전적으로순응한다.이상자아에도달하려는노력과함께과잉생산,과잉커뮤니케이션,과잉주의,과잉활동의대열에합류한다.생존의필요와효율성의추구에몰려우리는가해자인동시에희생자가되어,자기착취,경계의해체,우울증,소진의덫에걸리고만다.이같은긍정성의폭력이부정성의폭력보다치명적인것은,거기에는경고도없고뚜렷한적도없기때문이다.결국시스템의파열,전소가이어질수밖에없는데,“소진상태에이른성과주체는임박한시스템의파열을알리는병적전조”다.

폭력은외부에서가해오는작용으로서나를덮치고제압하고내게서자유를빼앗아간다.폭력은나의허락도받지않고나의내부로파고들어온다.그러나외부에서오는모든타자의작용이폭력은아니다.내가그작용을승인하고나의행동과연관시키는순간,즉그작용과나사이에일정한관계를수립하는순간,그것은더이상폭력의성격을지니지않게된다.나는그작용과의관계에서자유롭게행동한다.나는그것을나자신의내용으로긍정한다._103쪽


우리는폭력의가해자인동시에희생자가되어자기착취의덫에걸리고말았다.
어떻게이치명적인마비상태에서깨어날수있을것인가.
은폐되었던폭력이드러나고폭력에대한고발이줄잇는시대,폭력논의의마중물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으로전세계가비상한위기를맞고있는이시절,특정인을향한조리돌림이언론과SNS를달구고,약자에대한물리적폭력과혐오범죄가빈번하며,‘플로이드사건’으로미국전역이들끓는이시절은(저자의도식을따르자면)‘부정성의폭력’이여전히지배하는세계인듯보인다.상대적으로‘긍정성의폭력’은시야밖으로사라지고있는듯하다.
하지만이감염병의시대에,우리가스스로에게가하는미시물리적폭력은과연줄어들었는가?긍정성의폭력은여전히다양한방식으로작동하고있는것은아닌가?이어려운시절을극복하기위해,우리는자신도모르게더심한자기착취에뛰어들고있지아니한가?또한,어쩌면부정성의폭력으로보이는사태들도뜯어보면긍정성의폭력의층위가얼마간중첩되어있는것은아닐까?온갖과잉커뮤니케이션,과잉활동,과잉생산들이결국은타자를향한부정성의폭력으로이어진다면?그리고이감염병확산이어느정도진정된뒤,포스트코로나사회는과연이전과조금이라도달라질수있을것인가?이쪽끝과저쪽끝을오가는시계추처럼,지금의마이너스성장을만회라도하려는듯,성과사회의주체들은다시저자본주의의극단으로서둘러복귀하고자기착취를이어가지않을까?어쩌면이비상한시국에많은이들이꿈꾸는‘정상성’이란바로그것아닐까?
낙관론자들의주장과달리계몽된이세계에도폭력이줄지않고있다면,폭력이이전과는다른방식으로작동하고있다면,그리고이러한폭력에서출구를찾으려는노력이마땅하다면,폭력의거시적미시적구조를파헤친이책은지금시급하게읽어야할텍스트다.은폐되었던폭력이드러나고폭력에대한고발이줄잇는시대,폭력에대한비범한성찰을담은이책이생산적인토론의마중물이되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