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복교수의독일문학산책‘삶을위한노래,죽음’편
독문학사최초죽음본격연구,인생의본질적의미를탐구한대작
“어느늦가을이었다.길위엔낙엽이치워지지않은채수북이쌓여있었고,발밑에밟힌낙엽이바삭하며부서지는소리가신음처럼들려왔다.가볍게스치는미풍에낙엽이춤추듯너울거리며내려왔다.정말아름다웠다.순간나는혼자중얼거렸다.“나도저낙엽처럼아름다웠으면좋겠네!”“어렵죠,그게마음대로되나요.”아내가알아듣고건넨말이다.우리는말없이걸었다.”(10p)
이책은이렇게시작되었다.“모든인간에겐태어난순간하나의화살이쏘아진다.그화살은날고또날아서죽음의순간에그에게이른다”는독일의소설가장파울의말처럼우리는언제어디서나죽음과만난다.그럼에도우리는의식적이든무의식적이든죽음을외면한채터부시하고형이상학적으로생각하는경향이있다.인간의죽음은예부터불가사의하고매혹적이었다.
독일문학의석학이창복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독문학)의신작《삶을위한죽음의미학》이출간되었다.전작《고통의해석》(김영사출간)에이어이번에는‘삶을위한노래,죽음’편이다.불가사의하지만매혹적인죽음을노래한불멸의명작을찾아서인생의본질적의미를탐구한대작이다.철학역사종교심리예술을넘나들며죽음의본질을통합적으로탐구하고심미적인해석을시도한우리독문학계최초의연구서다.
저자는인생을관통하는문학작품을통해인간의죽음과존재의의미를사색하고성찰한다.그리고우리로하여금성숙한삶으로나아가게한다.삶과죽음의아름다운상호작용에서제시되는문제들이비록시대에따라상이하게나타나지만일관된핵심적주제가있다.시대를초월해서모든인류에게,아니,오늘을살고있는바로우리에게숙고와해답을요구하는하나의총괄적질문을던진다.바로“우리는어떤삶을살아야하나?”이다.
“죽어라,그리고태어나라”
아우구스티누스,루터,레싱,노발리스,릴케,토마스만,뮐러까지
독일대문호들의삶과죽음을넘나드는인생찬가
저자는고대에서중세,르네상스,바로크,계몽주의,고전주의를거쳐낭만주의와근·현대에이르기까지시대를대표하는독일대문호들의빼어난작품들을통해삶과죽음의관계를추적한다.죽음이그시대의사조에어떻게수용되어인간의삶을정화시켰으며,어떻게성숙한죽음을만들었는지를고찰한다.철학이나신학이추구하는소위“죽음이란무엇인가?”라는추상적·개념적질문보다는비록허구일지라도문학작품에서표현된죽음의다양한형태를통해서사유할수있는구체적·심미적질문에대한연구가이책의목표이다.
우리는문학의이야기들이주는다양한죽음의간접경험을통해,내죽음의문제에대해사색하고성찰할수있으며또한앞서산사람들과동시대다른사람들의죽음에대한사유와지혜를학습할수있다.또한아무도모르는죽음후의세계를실감나게만드는것은바로문학만이할수있는영원한창조적도전이다.이것이바로이책이삶과죽음의의미를해석해내는데있어문학작품을대상으로삼은이유이다.
“철학은죽음에대한지식의종류와출처에대해서묻고‘죽음이란무엇인가’즉,죽음의논리적의미해석을위해노력한다.죽음에대한신학적해석은현세의삶과연계해서종교적영역에속하는영생과불멸의문제를다루면서죽음에새로운생명의의미를부여한다.심리학은죽음과죽음의두려움에대한인간의심리적상태를연구의대상으로삼고있다.그러나문학은위의학문과는궤를달리한다.문학작품은죽음의개념추구나심리적분석이아니라죽음에이르기까지의삶과그삶이끝나는죽음의현상을문학이가지고있는언어의특이한표현력으로때론허구적ㆍ감각적ㆍ감성적으로형이상학이아닌사실적영역에서가시화한다.이렇게가시화된것은어떻게,어떤죽음을맞이해야할지를사유케한다.”(19쪽)
“죽어가는삶을살것인가,살아있는죽음을맞을것인가”
사실삶의길은늘평탄하지만은않고,견디기어려운시련과고통이있게마련이다.그럴때마다사람은자신의삶에대해서진지하게생각하고고민하지만,쉽게결론을얻지못한다.사람은삶의의미를생각할때가장진지해진다.레싱에의하면“사람은죽음을두려워해서가아니라,삶을사랑하기때문에삶을불평할수있고,삶의상실을슬퍼할권리가있다.”‘왜’살아야하는지를아는사람은그‘어떤상황’도견딜수있다.그런사람에게죽음은인간적삶의소명을일깨워주는“최고의교육기관”이다.
이책은삶과죽음의불가분한관계와아름다운상호작용에대한분석을통해서올바른삶의길에서이탈하지않기위해삶의의미와가치를평생마음속으로채근하면서살도록,이젠질문이아닌하나의좌우명을우리에게제시해준다.죽음에대한새롭고깊은이해를만나게한다.
“산자는죽은자의눈을감겨주지만,죽음은산자의감겨진눈을뜨게한다.삶을두려워하는자는죽음을두려워하지만,아름다운삶을사는자는그죽음또한아름다울것이다.이삶을사랑하고감사하는자는죽음을사랑하고감사할것이다.그런데갑자기한질문이엄습해온다.너는?”(14-15쪽)
삶없이죽음은존재하지않으며죽음없이삶은없다.인간은죽어가면서삶을새롭게발견한다.죽음이인간의삶을성숙하게만든다면,인간의삶은죽음을아름답게만들어야한다.다시말해서삶의성숙은죽음의성숙을의미한다.그래서인간은살아가면서끊임없이삶의의미와존재의이유를묻게되고,자신의삶의길이올바른지를성찰하게된다.
■아우구스티누스《참회록》
:중세기독교윤리의강력한구조의기초를만든죽음과죄에대한생각
아우구스티누스는죽음의지배가어떻게전세계로퍼져나갔는가를설명한다.그는네가지죽음의종류를제시한다.첫째는영혼이죄의대가로육체에서떠나는‘육체의죽음’이다.그다음육체적죽음이후에영혼이최후의심판으로신에게서떨어져나갈때의‘영혼의죽음’이다.이때살아있을때선행을행한자는천국으로가고,죄지은자의영혼은육체와다시합쳐져서소위묵시록이말하는지옥의불바다에던져져영원한벌을견뎌야만하는제2의죽음(묵시록20:14)을맞이한다.이것이세번째의죽음인‘영원한죽음’으로전체중세시대사람들에겐가장두렵고소름끼치는죽음에대한생각이었다.네번째죽음은‘정신적죽음’이다.이죽음은살아있는동안에신을보지못하고,이미영혼이신에게서완전히떨어져나간사람의죽음을의미한다.그결과영혼은영원한고통을겪어야한다.세번째와네번째죽음의종류는오로지부정한사람들에해당한다.이러한죽음과죄에대한생각은중세기독교윤리의강력한구조를위한기초를형성했다.
■요하네스폰테플《보헤미아의농부》
:죽음에반항하는최초의인간
죽음에대한개념의변천사에서볼때,요하네스폰테플의이작품은최초로인간과죽음사이의논쟁이라는매우중요한사건을다루면서다른어떤작품보다매우새롭고경탄할만한가치를보여준다.
모든사람들을전멸시키는성난자여,온세계의해로운합법성이여,모든인간의무서운살인자여,그대죽음이여,그대에게저주가있어라!그대의창조자이신신은그대를증오하고,더없는재앙이그대에게머물고,엄청난불행이그대와함께살지어다.영원히명예는완전히빼앗길지어다!그대가떠도는곳에두려움,곤경그리고비탄이그대에게서떠나지말라.고뇌,비애그리고근심이어디에서나그대와동반하라.(…)파렴치한악한이여,그대의나쁜기억이끝없이살아지속할지어다.그대가사는곳에언제나전율과공포가그대에게서떠나지말지어다.
테플의죽음에대한생각은교회의교의학적속박에서벗어나새로운인문주의개념으로발전한다.작가는농부의문제를인류전체로확대한다.모든사람들은죽음의냉혹함을체험하기때문에,농부가최초로죽음에맞서고,죽음을두려워하지않는의연한자세는모든사람들에게요구된다.
■레싱《고대인은죽음을어떻게형성했는가?》
:죽음은아름답고평온한것
레싱의이논문은‘죽음의의인화된추상개념인죽음의신성함’을계몽적현세주의개념에서학문적으로그리고미학적으로설명한것이라할수있다.그는고대인은죽음을무서운주검이나해골이아니라,횃불을거꾸로들고있는아름다운젊은이의모습을한죽음의수호신으로‘잠의쌍둥이형제’와밀접한관계에있다고보았다.
죽음은결코섬뜩함을지니고있지않다.그리고죽는것이죽음을향한발걸음에불과한것이라면,죽는것은결코섬뜩한것이아니다.다만이렇게저렇게죽는것,바로지금,이런상태에서이런저런의지에따라욕설과가책으로죽는것은섬뜩할수있고또섬뜩한것일지도모른다.그렇다면죽는것은,그리고죽음은섬뜩함을불러일으키는것일까?결코그렇지않다.죽음은이모든섬뜩함으로부터벗어나고싶은끝이다.그리고언어가이두가지상태,즉불가피하게죽음으로귀착하는상태와죽음자체의상태를동일한말로표현할경우,이는오직언어의빈곤에서생긴문제일뿐이다.
고대인은죽음을주검이나해골을통해서무섭고섬뜩하게표현하지않고,사랑으로표현했다.다시말해서고대인은죽음을모든육체적고통에서의해방으로,영혼의안식으로생각했다는것이다.‘자연적인죽음’은섬뜩함이없이아름다울수있다고보았다.즉,아름다운것이조형예술의대상이되어야하듯이,죽음도아름다운표현의대상이어야한다는것이레싱의생각이다.이로써사람들은죽음을일종의행복한영속으로생각하고,죽음을아름답게맞이할수있게된다고레싱은말한다.
■괴테《젊은베르테르의슬픔》
:죽음은공포도끝도아니다.삶으로돌아와우리를가르친다.죽음은삶이된다
《젊은베르테르의슬픔》은1771년5월4일에서1772년12월23일사이에베르테르의가상친구인빌헬름에게보낸서신들과편지의첨가문으로구성되었다.“떠나고보니얼마나기쁜지모르겠네,사랑하는친구여”로시작하는‘떠남’의메타포는죽음을암시하는‘여행’으로이어지듯이,이작품에는죽음의문제가일관되게흐르고있다.
베르테르의자살은한시대를넘어서모든시대에자살하는사람들의대명사가되었다.어느곳,어느때를막론하고베르테르는존재한다.그렇다면괴테가베르테르의자살행위를어떤이념에서형성했으며,괴테가시공을넘어서오늘날의사람들에게말하려는것은무엇인가에대한중요한질문이생겨난다.
《젊은베르테르의슬픔》이란제목의이야기,그안에서나는한젊은이를묘사한다.그는,그에게부여된깊고순수한느낌과진정한침투력으로,몰려오는꿈속에잠기고,사색으로자신을파괴해서,결국에는다가오는불행한격정에의해서,특히끝없는사랑에의해서녹초가되어머리에총알을쏜다.
■노발리스《밤의찬가》
:낭만적인간은삶이오직사랑과죽음을통해서완성되고불멸한다고생각한다
노발리스는전기낭만주의에속하는작가로사랑과죽음과종교를예술적형식으로가장잘표현한최초의낭만주의시인이다.노발리스는단15분만에사랑에빠졌던소피,그리고어린나이에세상을떠난그녀와의이루지못한사랑의슬픔을《밤의찬가》에서표현해냈다.
내려가자.저사랑스런신부에게로,
사랑하는그이,예수에게로,
안심하오,황혼이깃드오,
사랑하는사람들,슬픈사람들을위해,
꿈이우리의속박을풀고
우리를아버지의품으로잠기게하오.
노발리스의《밤의찬가》는낭만적인죽음을포용한최초의위대한작품이다.죽음에대한생각과체험은그의짧은생존기간내내그의주위를떠돈다.그리고애인을따라죽으려는결심은그녀와의결합을위한의지를의미하기때문에진지하다.애인에대한사랑은죽음을극복한그리스도의사랑과같게표현되고,이일치는노발리스의가장깊은체험이고확신이다.죽음의쾌락은낭만주의의죽음에대한생각에서가장고유한것이고가장내면적인것이다.노발리스는죽음을삶의낭만적원칙이라고말한다.
■토마스만《부덴브로크가의사람들》
:시인은지상에서죽음없이시를쓰기란어려웠을것이다
시인들은늘죽음과친밀한관계에있다.정말로삶과친밀한자는또한죽음과친밀한자이기도하기때문이다.(…)지상에서죽음없이시를쓰기란어려웠을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