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정약용,퇴계이황,정조이산…
그들은왜마지막까지『심경』을읽었을까?
지적거인들이공부의마지막에서도달한깊은경지,마음
고전의‘끝판왕’이자지금은잊힌조선최고의베스트셀러,
『심경』이이야기해주는마음을다시찾는다는것
‘한강물따시냐.’
말에는시절의고민이담겨있다.실제로한국에서는인구10만명당21명,매일42명이34분마다목숨을끊고있다.거친현실로부터스스로를지키기위해한국인들이선택한방식은외부와단절한채내면으로침잠하는것이었다.이른바적당히포기하고포기당한채마음을비우고둔감하게살겠다는방식이다.세상을바꿀수없으니내마음을버리겠다는선택은일상을버티는데에는어느정도효과적이지만,역설적으로지키고자했던스스로의마음에는더욱멀어지게했다.
『다산의마지막공부:마음을지켜낸다는것』은이처럼문득자신을둘러싼모든것이허망해지고내가잘해나가고있는지의심이들때펼쳐보고기댈수있도록마련한깊은조언이고위로다.『천년의내공』과『말공부』의저자조윤제가퇴계와다산이학문의마지막에서맞닥뜨린경지인마음공부,즉『심경』의주요구절37가지를오늘날의감각에맞게풀었다.
공부의종착지,심경
『심경心經』은이름그대로‘마음’에대해다룬유교경전이다.편찬자는중국송시대학자인진덕수로,사서삼경을비롯해동양고전들에서마음을다스리는법에대한정수를엄선해엮은다음간단한해설을덧붙였다.
퇴계는서른무렵이책을접한다음마지막순간까지매일새벽마다읽었다.다산정약용은자신의방대한학문체계를정리하며『심경』을공부의마지막경지로여겼다.조선은책이지배한시대였다.그런조선의책을단한권으로요약하자면바로『심경』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었다.여기서한가지의문을가져볼수있다.그렇다면왜퇴계와다산을비롯한선비들은학문의마지막과정으로다른무엇도아닌‘마음’을선택했던것일까?
그들은왜마음에도달했는가?
누구나자신의삶을정면으로직시해야하는순간이찾아온다.귀양살이를하던정약용또한그러했다.정조의총애를받으며승승장구했던때가꿈이었나싶었을정도로한순간에모든것을잃고추락했을때,그는반생가까이흘려보낸삶이헛돈것은아니었을지의심이들었다.
그렇게마음의화가자신을집어삼키려할때,정약용은끝내삼켜야했던말들사이에서맴도는마음을다스리고자오직자신만을위한공부를시작했다.그리고다산학으로불리는거대한학문의탑꼭대기에서그는마지막주제와마주하게된다.바로처음에다잡고자했던마음이었다.
『다산의마지막공부』는『심경』을바탕으로고전연구가조윤제가해설한고전명구의깊은통찰이다.구체적으로진덕수가고전들에서선별한마음과관련된명구37가지에서다시핵심을뽑아지금의감각에맞도록친절하면서도새롭게풀었다.그럼으로써독자들이어려운구절에서헤매지않고자신이놓친마음에대해쉽게돌아볼수있도록구성했다.
『심경』에서이야기하는마음공부의핵심은“마음은내것이지만평생내마음대로할수없다”는깨달음이다.인생의걸림돌은언제나나자신이었다는자각에이르렀을때우리가취하기마련인선택은마음을버리고비우는것이다.그러나『심경』에서는그러한정리란마음공부가아니라고말한다.마음이란살아내기위해버려야하는것이아니라살아가면서다툰끝에결국에는화해해야하는것이기때문이다.
스스로에대한성찰이필요한시간
이책에서꼽는『심경』의핵심은신독愼獨이다.신독은혼자있을때에도삼가고단정함을유지하는삶의자세로알려져있다.그러나정약용이해석한신독은혼자있을때의단정함이아니라자신만의동굴에서오늘도어찌버텨낸스스로를반추하고다독이는시간이다.따라서그가이야기하는‘삼간다’는것은더많은번뇌이자성찰이고,어떻게살고있으며무엇을위해살았는지에대해끊임없이스스로의마음에게묻는진지함이었다.
정약용은사심이없고반듯한인간에대해회의했다.그에게그러한인간이란지향하되도달할수없는경지였다.따라서정약용이제시한우리네보통사람이취할수있는삶의자세란비겁해지지않는것이아니라오늘자신의비겁함을곱씹어보고내일조금덜비겁해지는것이다.살기위해마음을버리는것이아니라,살다보니잃어버리게된마음을다시찾는과정.그것이그에게있어공부의목적이었다.
공부란잃어버린마음을찾아가는과정이다
당장의현실을넘기기위해마음을버려야했던한국인들에게‘마음’을돌아보며지나온길을반추하자는권유는짓궂은농담이었고,배부른사치였다.그결과지금우리는원하는대부분을얻게되었지만,급하게쌓아올린만큼오늘날우리안에서는다양한결이엉망진창으로뒤섞여분열적인모습으로나타나게되었다.
쉽게분노하고서둘러냉소하는지금여기에서『심경』을다시들여다봐야하는까닭이다.이제부터더낫게살기위해서는그동안살기위해버렸던마음을다시찾아야하기때문이다.『심경』은이렇게시작한다.“인간의마음은늘휘청거리니그중심을단단히붙잡아야한다.”『다산의마지막공부』가격이다른마음공부의고전에다가가는데도움이되리라기대한다.